# 185
나 혼자 10만 대군 185화
56장 샤넬리오스(2)
영계.
바닥에는 시뻘건 용암이 타오르고 있고, 그 위에는 붉은색을 띠는 과 바위들이 모여 하나의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산맥 사이에 있는 외성.
그 외성의 안쪽에서 사탄은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왕좌에 비스듬히 앉아 적막한 외성의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후후후…….”
곧 그의 앞으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온몸에는 기이하게 붉은 오오라를 두른 그 남자, 단탈리안은 왕좌에 앉아 있는 사탄을 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사탄님을 뵙습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기이하게도 붉은 오오라를 내뿜는 모습을 보며 사탄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묻자, 단탈리안은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 이 힘 말씀이십니까?”
사탄의 말에 단탈리안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면서도 능청스럽게 말을 바꾸며 자신의 힘을 자랑하듯 붉은색의 오오라를 자신의 손에 모았다.
“1지구와 5지구에 있던 계승자와 파편들의 힘입니다.”
“어째서 네가 그 힘을 가지고 있나?”
사탄의 말에 단탈리안은 여전히 입가에 띤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제가 일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할까요?”
“보상?”
“네, 보상이요.”
단탈리안은 사탄에게 붉은색의 오오라를 자랑하듯 다루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사탄님은 자신을 여기에 처박은 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저희한테는 신경도 쓰지 않는데. 이런 콩고물 정도야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큭큭거리며 웃는 단탈리안을 보며 드디어 사탄의 입가에 감정이 생겨났다.
자그마한 웃음.
사탄의 입가에는 어느새 자그마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분명 너희에게 말했을 텐데? 영혼과 파편을 모아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겠다고.”
“다른 악마들은 철석같이 믿었던 것 같지만…… 제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전부 믿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단탈리안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하더니, 시선을 돌려 사탄을 바라봤고, 그는 단탈리안과 마찬가지로 미소를 짓고는 되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
“5개의 지구를 멸망시키고 난 뒤에는 저희를 전부 죽여, 저희 힘까지 먹어치우려 했겠지요, 사탄님은 신계에 넘어가서 신들에게 복수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단탈리안의 말에 그를 한동안 바라보던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 한 명은 있었군.”
“칭찬으로 알아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단탈리안이 붉은 오오라를 사방으로 내뿜으며 과장되게 인사하자 사탄은 그런 그를 바라본 뒤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사탄의 물음에 단탈리안은 마주 웃으며 말했다.
“음, 사실 이곳에 오면서 그 생각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사탄님에게 가져가야 할 영혼, 파편, 계승자까지 전부 먹어치워서 보상은 확실히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그래서 제가 조금 생각을 해봤는데…….”
쿠구구구구구구-
단탈리안의 말과 함께 그의 주변에서 넘실거리기 시작한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외성 내를 잠식하고, 외성의 안쪽을 넘어 외성의 외부까지 덮기 시작한 붉은 오오라는 이내 외성이 있는 산맥까지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마력.
그 마력을 내뿜은 단탈리안은 붉게 빛나는 눈동자로 사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그 자리에 앉는 것도 좀 매력이 있어 보이더군요.”
“호오.”
단탈리안의 말에 사탄은 조금 더 진한 미소를 지은 뒤 입을 열었다.
“그 말뜻은, 나를 밀어내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는 건가?”
사탄의 물음에 단탈리안은 슬쩍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밀어내겠다니요! 저는 그렇게 과격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부탁을 드리는 것뿐이지요. ‘그 자리에서 나와달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나온 뒤에는?”
“제가 사탄님이 하려던 일을 대신 할 수 있게, 저에게 조금만 힘을 빌려주시면 됩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단탈리안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탄은 말했다.
“한마디로, 나를 죽이고 내 힘을 취하겠다 이것이로군?”
“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겠지만 여기서 사탄님이 깔끔하게 제가 힘을 넘겨주신다면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게 협조적이지 않으신다면, 정말 불가피하게도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단탈리안.
붉은 마력이 사탄을 압박하듯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할 때쯤, 사탄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하!!”
사탄에게 몰려들었던 붉은 안개가 사탄의 웃음소리에 의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고, 단탈리안이 눈을 휘둥그레 뜰 때 사탄이 말했다.
“이 무슨……!”
“그래, 단탈리안 인정하도록 하지. 너는 제법 똘똘하군. 그동안 만들었던 녀석 중에는 제법 똘똘해!”
그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단탈리안, 정말 유감스럽게도 지금 생각하고 있는 네 계획에는 너무나도 큰 허점이 있군.”
“큰…… 허점?”
“그래, 아주 거대한 허점이지. 그건 말이야…….”
한순간 사탄의 주변으로부터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심연과 같으면서도 슬쩍슬쩍 푸른 빛과 붉은빛을 번갈아 띠는 사탄의 마력은 순식간에 성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큭……!”
단탈리안은 뒤늦게 지지 않겠다는 듯 붉은 마력을 끌어올렸지만, 붉은 마력은 사탄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이런 미친……!”
밀려나는 붉은 마력을 보며 단탈리안이 욕을 지껄일 때, 사탄은 여전히 왕좌에 비스듬히 앉아 말했다.
“네 생각보다 내가 더 강하다는 거야.”
사탄의 말과 함께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마력이 순식간에 단탈리안을 덮쳤다.
그리고 단탈리안은 짓쳐 들어오는 검은 마력을 향해 붉은 마력을 내보내며 응전했다.
* * *
“나를 5년 전으로 회귀시킨 게……바로 당신이라고?”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나는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나는 저도 모르게 남자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 남자가 나를 5년 전으로 회귀시켜 줬다고?
내가 저 사람을 회귀 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
순식간에 떠오른 수십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힐 무렵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너무 그렇게 혼란스럽게 생각하지 마. 안 그래도 지금 처음부터 설명해 줄 테니까.”
남자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그를 바라봤고, 흑의를 입은 남자는 이미 무엇을 말할지 전부 정리해 뒀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우리가 널 어떻게 알았고, 너를 어떻게 회귀시켰는지 차근차근히 알려주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말을 듣고서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샤넬…… 리오스?”
“그래, 쉽게 말해서 우리가 너를 회귀 시킨 이유는 네가 ‘샤넬리오스’의 파편이기 때문이란 거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말했다.
“그러니까,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다시 물어봐도 되죠?”
“어느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봐.”
조금 전까지 들었던 것이 전혀 와닿지 않은 나는, 어떤 것을 물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고, 생각을 정리한 뒤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선 당신은 샤넬리오스의 계승자…… 였던 사람이라는 거죠?”
“맞아.”
“그런데, 사탄과의 싸움에서 져서 이 신전에 갇힌 거고요?”
“……음, 정확히는 갇힌 게 아니지. 우리는 스스로 이곳으로 들어온 거다. 사탄을 죽일 수 있는 녀석을 찾기 위해서.”
남자의 말에 정리하던 생각을 수정하며 나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이 신전에서 그 사탄을 잡을 수 있는 녀석을 찾다가 당신과 같은 샤넬리오스의 파편을 가지고 있는 저를 발견했고…….”
“마침 발견했는데 얼마 뒤에 샤넬리오스의 파편을 제대로 개화하지도 못하고 악마 한 명과 동귀어진하길래 내가 신력을 모조리 털어서 너를 회귀시켰지. 덤으로 내 기억도 같이 말이야.”
“…….”
“물론 처음부터 그냥 네가 죽기 직전 그대로 능력을 가진 채로 회귀시키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내 기억까지 회귀시킬 수는 없었거든.”
어쩔 수 없이 타협한 거지.
작게 중얼거린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감았다.
솔직히, 현실감이 없었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회귀부터가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상황이 현실성이 없었다.
남자는 내가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회귀에 대해 알고 있고, 심지어 내가 회귀 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음…….”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냈다.
회귀한 첫날부터 항상 머릿속 한구석에 있던 회귀에 대한 의문이 풀렸음에도 딱히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왜 그러지?”
내 묘한 표정을 본 것인지 남자가 물었지만, 나는 짧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했다.
“아닙니다. 그보다, 이다음에 해줄 이야기는 뭡니까?”
내 물음에 남자는 뜻밖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회귀에 대해 궁금한 게 아니었나? 생각보다 반응이 약하군.”
“뭐, 그냥 회귀에 대해 듣고 나서 새삼 생각한 건데, 어차피 지금 제가 왜 회귀했냐는 내용은 별로 저한테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요.”
확실히 맨 처음 그에게 회귀에 대해서 들었을 때는 그 진실이 궁금했지만, 그 회귀에 대한 사실을 듣자마자 그 자리를 채운 건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떤 방식으로 회귀를 했건,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었고, 나는 내게 남아 있는 과제와 마주해야 했으니까.
‘사탄’이라는 마지막 과제를.
내가 그리 말하자, 남자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너는…….”
그는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지만, 하려던 말을 묻는 듯 입을 열었다.
“그보다, 또 궁금한 건 있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사탄과 붙었을 때, 그를 이길 확률은?”
내가 말하자 남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20%…… 아무리 잘 쳐줘도 25% 정도겠지. 지금 상태라면.”
“……그렇게 낮다고?”
솔직히 좀 충격인데?
내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자,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네가 사탄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솔직히 20%도 많이 쳐 준거야. 아마 네가 남은 파편을 전부 모으고 최적의 상태로 싸운다고 해도 네 승률은 40%를 넘기지 못할 거다.”
“그런 괴물 같은 놈을 도대체 어떻게 이기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반문하자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말했잖냐. 그 작은 승률을 어떻게든 1%라도 올려주기 위해 내가 ‘기억’을 가지고 회귀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