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83화 (183/202)

# 183

나 혼자 10만 대군 183화

55장 아틀락 나챠(3)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슬슬 끝내는 게 어때?”

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들어 올리며 말하자 아틀락 나챠는 몸에서 독액을 뚝뚝 흘려대며 나를 노려봤다.

[웃기지 마라.]

촤아악!

그와 함께 내뿌려지는 독액에 나는 몸을 뒤틀어 피했고, 뒤쪽에서 들려온 바닥이 녹아내리는 소리에 짧게 혀를 찼다.

생각보다 전투를 너무 오래 끌었다.

물론 아틀락 나챠와의 전투를 빨리 끝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그와 싸우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몸 전체에 피로감이 엄습해 오고, 본능적으로 신격 각성의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

“…….”

한마디로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소리.

아틀락 나챠는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존하려는 생각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들고 있던 대검을 굳세게 쥐고 자세를 잡았다.

이다음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한 순간 잿빛의 세상에 고요가 찾아온다.

조금 전까지 들려오던 타는 소리도 그리고 어둑한 잿빛의 지반들이 터져 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심장 소리마저도 들릴 것 같은 고요.

그 속에서 김우현은 한 번 더 아틀락 나챠에게 도약했다.

꽝!

고요했던 잿빛의 세계가 깨지고 그 아래로 지반이 터져 나간다.

곧바로 몸을 틀며 독액을 뿌려대는 아틀락 나챠에게 나는 기습적으로 만들어낸 엘리고르의 창을 투척했다.

카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엘리고르의 창이 순식간에 아틀락 나챠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아틀락 나챠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자신의 몸을 틀었다.

몸을 틈과 동시에 그의 몸을 노리고 날아가던 엘리고르의 창은 그를 스쳐 지나갔고…….

키이이잉!

[……무슨!?]

……날아가던 창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오오라에 감싸인 엘리고르를 보며 그는 소리를 질렀다.

그와 함께 다시 쏘아지는 창.

그와 함께 무엇이든지 녹여 버리는 그의 독액의 위로 그림자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면 녹아내리고, 또 올라가면 녹아내리는 그림자들은 자신들의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아틀락 나챠의 몸을 붙잡았고…….

푸화아악!

[끄헉……!]

아틀락 나챠의 심장에 엘리고르의 창이 박혔다.

피를 토해낸 아틀락 나챠는 뒤늦게 다가오는 나를 시선으로 좇으며 팔을 내밀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대검을 휘둘러 그의 손을 잘라냈다.

[이 개자……!!!]

푸확!

나는 이어서 악을 쓰는 아틀락 나챠의 목에 대검을 박아넣었다.

검이 박힌 그의 몸에서 보라색 독이 뿜어져 나와 내 몸을 덮쳤지만, 이미 그림자를 겹겹이 쌓아놓은 나는 그림자를 희생하는 것으로 내 몸을 지킬 수 있었다.

콰드드득!

[끅…… 끄으으으윽!]

그림자로는 몸을 지키며 양손은 그의 숨통을 끊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검을 쑤셔 넣었지만, 그는 쉽게 죽어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아틀락 나챠는 남은 팔을 휘둘렀고, 나는 곧바로 몸을 뒤로 뺐다.

“후…… 후…….”

거친 숨을 쉬며 아틀락 나챠를 바라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심장 한가운데에는 엘리고르의 창이 박혀 아직도 그의 몸에서 보라색 독기를 빼내고 있었다.

쇄골에 꽂힌 대검은 아틀락 나챠의 목을 3분지 2까지 잘라냈다.

그 상태에서 아틀락 나챠는 핏줄이 잔뜩 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 참…….”

말도 안 되는 생존력이다.

목이 떼어져 덜렁거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는 것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내가 이렇게…… 죽을 수는……!]

그는 발악하며 입을 열었지만, 역시 조금 전의 일격이 치명상이었는지, 힘없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푸우욱!

그가 바닥에 몸을 처박자마자 그의 몸에 꽂혀 있던 대검과 창이 깊게 들어가며 3분지 2 정도 잘려 있던 그의 목을 완전히 잘라냈고, 그의 몸은 사방에 보라색 피를 쏟아냈다.

그의 몸 사방에서 나온 피가 주변을 녹이는 것을 본 나는 한숨을 내쉬며 쓰러지듯 자리에 앉았다.

아틀락 나챠의 몸이 서서히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저 위에 떠 있는 일식 현상으로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으…….”

온몸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피로감이 내 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곧 아틀락 나챠가 완전히 신격 각성에 흡수되어 능력이 해제되었을 때, 나는 마치 수면 마취를 한 것처럼 순식간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끼며 파란 구슬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순간 머릿속에서는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잠에 빠져드는 몸에 경종을 울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성은 본능을 이기지 못했고, 나는 잿빛으로 변한 하늘을 보며 잠에 빠져들었다.

* * *

“끅…… 도대체 여기를 어떻게 알고……!?”

“또 저희가 다~ 아는 방법이 있죠.”

동양풍의 장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멋들어지게 지어져 있던 조각상들은 하나같이 무너져 있었고, 장원 내의 건물들은 모조리 파손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끔찍한 참상 속에서 월명대천의 계승자는 눈앞에 나타난 악마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너무 순식간이라 도망칠 수도 없었어……!’

그는 자신의 외신, 월명대천의 말대로 최대한 악마와 마찰을 빚지 않고 숨어지내려 했다.

하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다. 그것도 너무나도 빠르고, 또 대처할 틈도 없이.

그는 죽은 동료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상대할 수 있을까?’

순간 그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계산을 했지만, 그는 곧 고개를 떨궜다.

어떻게 하더라도 지금 눈앞에 있는 악마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을 넘어서 애초에 지금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는 외신에게 받은 능력으로 주변으로 다가오는 마물들을 처리하며 슬슬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만 끌어서는 정말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기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때…….

푸확!

“어?”

……어떻게 도망칠까 생각하던 그의 가슴을 뚫고 붉은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는 이해하지 못한 듯 자신을 심장을 뚫은 칼날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악마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이야기하자 그의 앞에 서 있던 악마, 단탈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능력은 들었습니다. 악마의 마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디버프 능력. 정말이지 저희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능력이지요. 게다가 자신에게는 원천적으로 악마의 마력이 먹히지 않고요. 그런데…….”

“쿨럭-”

“그냥 실질적인 물리 공격만으로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내 뒤에서 갑작기 나온 손은 분명히 마력이……! 으게엑!”

추레한 모습으로 자신의 입에서 피를 게워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단탈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제 능력이 마력을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제 능력은 마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서요. 뭐,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어도 당신이 죽는다는 건 변함이 없었겠지만.”

단탈리안은 여전히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계승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단탈리안의 웃음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계승자의 시야는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단탈리안의 미소가 진해질 무렵…….

검붉은 마력이 단탈리안의 뒤에서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늑대인간이 빠져나왔다.

그는 그 마력 안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자신의 손톱을 들어 올리며 가볍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분명 혼자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단탈리안.”

늑대인간, 아몬의 말에 단탈리안은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혔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거 참, 죄송합니다.”

“어째서 이곳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혼자서 계승자가 있는 곳을 습격한 거지?”

아몬의 추궁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혼자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좀 얻을 것도 있어서요.”

단탈리안은 아몬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보인 뒤 심장에 구멍이 뚫려 완전히 죽은 계승자에게 다가가 그의 몸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푸른색의 영혼이 단탈리안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단탈리안의 손안에 빨려 들어간 영혼들은 마치 마정석과 같은 형태를 이루며 그의 손바닥 위에 자리 잡았다.

“……그 계승자의 영혼은 사탄님의 것이라는 것을 알 텐데?”

아몬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단탈리안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영혼석을 손에 쥐고는 말했다.

“그런가요? 하나 정도는 제가 슬쩍하고 싶은데요.”

“그 말은 지금 사탄님의 뜻에 거역하겠다는 소리인가?”

“음, 그건 아니죠. ‘아직’은 사탄님에게 걸리면 제가 뼈도 못 추리고 그냥 개박살 날 거야, 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모습에 아몬은 인상을 찌푸리며 단탈리안을 바라봤다.

그는 조금 전 아무렇지도 않게 반란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푹! 푸부부북!

“……!?”

“아직은 숨겨야죠.”

아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몸을 뚫고 튀어나와 있는 붉은 칼날을 바라봤다.

‘언제……!?’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다.

아몬 특유의 직감이 그에게 경고를 해준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마력의 유동이 감지되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한순간, 그의 몸에는 붉은 칼날들이 꽂혀 있었다.

“커…… 헉?!”

아몬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단탈리안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 * *

“……여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정신이 한순간 떠오른다.

나는 깨어나는 순간, 자신이 쓰러지기 전까지의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아틀락 나챠와 대면했을 때부터, 아틀락 나챠를 죽이고 거대한 피로감에 도서관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잠에서 빠진 것까지.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잽싸게 몸을 일으켜 주변을 돌아봤다.

처음 보이는 것은 낡고 풍화되어 부서져 있는 대리석의 석상들과 색이 바래 변색되고, 금이 가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신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곳에 내가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신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깨닫자마자…….

“어, 이제 일어났네?”

“당신은……?”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흑의를 입고, 얼굴에는 유쾌한 미소를 짓는 남자.

그는 많이 풍화된 낡디낡은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선 이야기를 좀 시작해 볼까.”

그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