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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82화 (182/202)

# 182

나 혼자 10만 대군 182화

55장 아틀락 나챠(2)

쿠그그그그그그!!

검은색의 유성이 아틀락 나챠의 위로 떨어지며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낸다.

대기가 떨리고, 그가 딛고 서 있는 지반이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덜덜 떨린다.

그 상황 속에서 아틀락 나챠는 유성을 피하려 몸을 움직였지만…….

“……!?”

자신의 다리가 무엇인가에 잡혔다는 것을 깨닫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봤던 그림자들보다 좀 더 어둠을 머금은 것 같은 그림자들.

그들이 아틀락 나챠의 몸에 붙어 그가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또 뭐야……!!]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그림자를 떼어놓으려 몸을 비틀었지만, 그림자는 그저 치이익거리며 타는 소리만 날 뿐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오른쪽 2번 다리를 붙잡고 있는 그림자를 떼어냈을 때…….

[이런 씨…….]

콰아아아아아아아!!!

이미 그의 머리 위에는 검은 유성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주변의 소리가 꺼지며 귓가에 이명이 들리고, 일식이 일어나 어두운 세계에 흙먼지가 가득 찬다.

여기서 끝내기에는 아쉽지.

나는 씩 웃으며 내 그림자가 뭉쳐 있는 곳을 향해 엘리고르의 창을 던졌다.

꽈가가가각!

그 후 등 뒤에서 뇌격을 튀기는 크세즈베트의 마력구와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벨리알의 검을 이어서 던졌다.

꽝! 콰아아아앙!

마력에 의한 폭발 때문인지 창과 뇌격이 떨어진 흙먼지 주변에 거대한 빛이 여러 번 점멸하며 연속해서 굉음을 토해낸다.

그리고…….

[이 개자식이!!!]

순식간에 흙먼지를 뚫고 나온 아틀락 나챠는 내 쪽으로 도약해 손을 휘둘렀다.

쫘아아악!

“……!?”

아틀락 나챠가 힘을 주자마자, 나는 내 몸에 감긴 하얀색의 실을 제대로 확인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아래로 추락했다.

쾅!

시야가 한순간 반전되며 내 등에 충격이 가해진다.

동시에 다시 한번 느껴지는 강한 힘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실이 감긴 손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와 함께 심연 속에서 빠져나온 그림자들이 내 몸과 팔을 붙잡은 상태로 아틀락 나챠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나는 이죽거리며 말했다.

“좀 아파 보인다?”

[……하등종족 따위가.]

자신의 손에서 뽑아낸 거미줄을 붙잡고 있는 모습은 좋게 설명해도 그리 성한 모습은 아니었다.

날카롭던 다리 중 몇 개는 이미 어디로 날아갔는지 없어져 있었고, 그의 오른쪽 가슴에는 관통상과 함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창은 제대로 맞았나 봐?”

아마 이전에 던졌다면 그의 몸에 맞고도 튕겨 나왔을 창은 충분한 신력을 머금어 이미 충분히 아틀락 나챠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흉기가 되어 있었다.

[기고만장하지 마라.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손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마력을 폭사했다.

순식간에 범위를 넓혀가는 녹색 마력.

꽈지지직!

[……?!]

하나 아틀락 나챠는 곧 자신의 위쪽에서 떨어지는 유성에 마력의 방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를 기다린 나는 곧바로 그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 그의 몸을 후려쳤다.

[큭!]

휘두르던 오른팔이 막히고, 아틀락 나챠의 주먹이 내 복부로 휘둘러졌지만, 나는 그림자를 앞으로 꺼내는 것으로 그의 주먹을 막아낸 뒤 오른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빠지직! 빡!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땅바닥에 내려꽂힌다.

하얀 거미줄에 묶인 나도 그와 함께 낙하했지만 나는 오히려 낙하를 기회 삼아 땅에 처박힌 그의 몸을 내려찍었다.

꽝!

[끅!?]

짧은 신음과 함께 땅바닥에 박힌 아틀락 나챠.

그는 다시 한번 공격을 가하려는 내게 곧바로 독을 날렸지만, 나는 곧바로 고개를 틀어 독을 피해냈다.

그 시간에 이미 아틀락 나챠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

[이 개자식이……!]

음침하면서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듣던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가 다른 짓을 할 때까지 내가 순순히 지켜봐 줄 것 같았어? 유감스럽지만…….”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난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

* * *

[네가 처음 능력을 썼을 때를 생각해 봐라. 그때는 어땠지?]

“처음 능력을 사용했을 때……?”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녀는 골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처음 능력을 사용했을 때, 어땠지?’

그녀는 어느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고, 곧 자신이 처음 능력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때 갑작스럽게 한강 고수부지 한가운데에 나타난 거대한 크기의 A급 괴수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처음으로 능력을 개방했다.

‘그때 어땠지?’

갑자기 온몸에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머리 위로 푸른 달이 떠올랐고, 그 뒤에는 운석이 떨어져 괴수들을 죽였다.

처음 능력을 사용했을 때의 기억은 그것이 끝.

[너는 그때, 어떻게 능력의 사용법을 알았지?]

마치 자신의 기억을 함께 읽고 있는 듯 물어오는 목소리의 말에 그녀는 생각했다.

‘능력의 사용법을 어떻게 알았냐고?’

그녀는 스스로 반문했다.

능력의 사용법을 어떻게 알았지?

생각해 보면 처음 모든 헌터는 능력을 개화하고, 시스템 창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뒤에야 자신의 능력을 대충 이해하고, 그 능력을 성장시킨다.

하지만 이은별은 문득 그 당연한 사실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은별은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 시스템 창에 어떤 능력이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본능적으로 능력을 사용해 A급 괴수를 죽였다.

그다음 그녀의 시스템을 확인했을 때도 그녀의 능력명은 ‘블루 문’이었을 뿐이었고, 그것은 각성한 뒤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블루 문’이 ‘퍼플 문’으로 바뀌었을 뿐.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어? 그러고 보면 내가 왜 이 능력을 유성우를 떨어뜨리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은별은 어느덧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위화감의 본질에 다다랐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능력이 유성을 떨어뜨리는 능력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능력명에는 푸른 달과 보라색 달이라고 암시만 되어 있을 뿐.

[이제 깨달았나?]

‘그럼 설마…….’

이은별이 저도 모르게 생각하자 목소리는 기다렸다는 듯 들려왔다.

[그래, 그때는 네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제대로 말해주도록 하지.]

‘…….’

[내 능력은 푸른 달빛이 비치는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 공간 안에서 너는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무엇이든……?’

[그래, 네가 엄청난 마력을 소비하면서 사용하는 유성도 결국에는 ‘공간’을 지배하는 네 능력에서 파생해 나왔다는 거다.]

자신이 어렴풋이 깨닫고 있던 사실을 목소리에게 전해 들은 이은별은 탄성을 내뱉었고,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말해줬으면 알겠지만, 이참에 한 가지 정도는 더 알려주도록 하지. 네 능력은 마력에도 지배를 받지만 ‘상상력’에도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럼…….]

목소리가 끊어짐과 동시에 기억을 읽던 이은별의 정신이 수면 밖으로 올라왔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골렘들이 자신을 향해 거대한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으로 골렘의 손을 좇는 이은별의 머릿속에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알려줄 것도 전부 알려줬으니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예비 계승자’. 저기에 서 있는 녀석 기간토마키아를 네 손으로 소멸시켜라. 그리한다면…….]

쾅!!!

[너를 계승자로 인정하도록 하지.]

목소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을 내려치던 골렘의 손이 갑작기 떨어진 낙뢰에 의해 터져 나갔다.

쾅! 쾅! 콰르르릉!

골렘 앞으로 떨어진 한줄기의 벼락을 시작으로 수십 줄기의 보라색 번개들이 주변에 있는 골렘들을 터뜨렸다.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려 굳건히 서 있는 골렘을 보았다.

고개를 끝까지 올려야만 머리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골렘.

“후……!”

그런 골렘의 크기를 본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숨을 내쉰 뒤, 자신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상상하자.’

상상한다.

지금까지 마법을 어떻게 써왔고, 어떤 마법을,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하는지는 생각지 않는다.

하다못해 간단한 마법의 술식도, 혼자서 마법을 연구해 보겠다며 닥치는 대로 사서 읽었던 마법의 내용도 전부 잊고 그녀는 상상했다.

자신이 몬스터에게 처음 유성을 떨어뜨린 그때처럼.

그와 함께 하늘에 떠 있는 보라색의 달빛이 한순간 강렬하게 빛나며 어둑한 주변을 밝힌다.

그리고…….

우우우우우우웅!

달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이 공명하며 대기가 진동하고, 그와 함께 허공에서 마법들이 생겨난다.

무기의 형태를 취한 것들도 있었고, 속성을 담고 있는 듯 불타거나 파직거리는 구체도 있었다.

어떤 것은 점보다도 작게 응축된 마력 덩어리였으며, 또 어떤 것은 형태가 잡히지 않은 채로 그저 허공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형태도 다르고 속성도 다른 수백, 수천 가지의 마법들이 거대한 골렘을 둘러싼다.

그리고…….

“흡……!”

거대한 골렘의 위, 엄청난 크기의 검이 달을 꿰뚫고 하늘에서 강하하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궁……!

보라색 오오라를 전체에 머금은 검이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대기가 심하게 요동친다.

곧 거대한 검이 골렘의 머리에 닿았을 때…….

“끝이야……!”

하늘에 떠 있던 마법들이, 일제히 골렘들을 향해 쏘아졋다.

* * *

꽈지지직!

[끄아아아악! 이 개새끼가아아아!]

촤아아악!

아틀락 나챠의 손이 거칠게 휘둘러지며 독액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급하게 그림자를 이용해 막아냈지만, 미처 막지 못한 독액이 살을 녹였다.

“쯧.”

나는 짧게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선 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온몸에 보라색의 액체를 떨구고 있는 아틀락 나챠를 바라봤다.

그의 모습은 불과 몇 시간 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해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모습이었던 상체는 거미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고, 인간의 얼굴이 있던 곳에는 거미의 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저 모습으로 변한 뒤부터 그가 내뿜은 독액은 이전과 같이 내 그림자들을 빠르게 녹일 수 있게 되었다.

“…….”

아까 전 한계까지 운용했던 신격 각성이 흔들리면서 생긴 빈틈에, 아틀락 나챠는 마력을 이용해 자신이 하려던 각성에 성공했다.

각성한 그는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성가셔졌다.

‘그래도 각성하기 이전에 박살 내놓은 게 다행이군.’

나는 그를 슬쩍 바라보며 생각했다.

외피가 완전히 거미의 그것이 되어서 능력이 강해졌더라도 그의 몸은 이미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배와 오른쪽 어깨는 창에 의해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멀쩡하게 달려 있던 다리는 이미 3개가 날아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그렇게 힘겹게 서 있는 아틀락 나챠에게 나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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