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
나 혼자 10만 대군 181화
55장 아틀락 나챠(1)
북한, 이제는 도시의 풍경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평양에서…….
“흡!”
꽝!
……김서윤은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지는 골렘들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그녀가 가볍게 발을 차올려 골렘의 머리에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던 골렘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꽈직!
자신을 향해 손을 휘두르던 골렘의 머리통을 터뜨려 버린고 지상에 착지한 그녀는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골렘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끝이 없네.’
김서윤은 소환되고 있는 골렘들 너머에 서 있는 엄청난 크기의 골렘을 바라보았다.
100m? 아니, 잘하면 200m도 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골렘.
거대한 골렘은 생명체를 공격하는 다른 골렘들과는 달리 그저 평양의 중심부에 서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이계화 사태를 끝내려면 저 골렘을 없애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김서윤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쾅!
김서윤은 이를 악물고 소환되고 있는 골렘들을 쳐 낸 뒤 곧바로 평양 중심부에 서 있는 골렘에게로 도약했다.
순간 탁 트인 시야에 길드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저 멀리서 소환되는 골렘을 태우고 있는 이로하와 유성우를 떨어뜨리는 이은별.
그리고 능력을 활용해 골렘들 위에 거대한 폐건물을 떨어뜨리는 에단.
곧 골렘에게 가까워지자, 그녀는 골렘의 허리 부분을 노리고 일순간 신력을 모았다.
“흡……!”
자신의 외신, 탐식에게 인정받고 얻은 마지막 능력.
김서윤이 신력을 모으자마자 그녀의 몸 주변으로 붉은색의 오오라가 퍼졌고, 그녀가 날아간 궤적을 따라 마치 붉은색 물감을 칠한 듯 허공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서윤이 골렘의 허리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꽈드드드드득!
주먹을 휘두르자마자 들리는 웅장한 폭음과 함께, 골렘의 허리 부분이 무참하게 터져 나간다.
쩌적! 쩌저저적! 쩌저저저저적!!
터져 나간 골렘의 허리 부분에서부터 서서히 균열이 번져가자, 김서윤은 그때를 노려 주먹을 연타했다.
쾅쾅쾅쾅!!
초 단위, 아니, 소수점 단위로도 제대로 셀 수 없을 듯한 빠른 연타에, 굉음이 더해진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 골렘의 몸 전체로 균열이 번졌지만…….
“쯧……!”
딱 거기까지.
골렘의 몸은 더 이상 파손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터져 나가던 골렘의 몸은 김서윤의 주먹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
오히려 김서윤의 공격으로 인해 부서졌던 부위를 수복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나 있던 균열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원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파손된 부위들이 순식간에 수복되는 것을 보며 김서윤은 골렘에게서 떨어져 지상으로 내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맨 처음 이계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길드원들과 함께 근원지로 오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정작 저 녀석을 죽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공격하더라도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한다.
이로하가 온몸을 불태워도 마찬가지였고, 이은별이 유성우를 떨궈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무리 공격해도…….’
초반에만 조금 타격이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한다.
김서윤은 굳은 눈으로 주변에 소환되는 골렘들을 처리하면서도 거대한 골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빨리 처리해야 해……!’
김서윤이 처음 상황을 들었을 때, 이미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평양뿐만 아니라 이계화가 벌어진 곳에서는 끊임없이 골렘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국경선에서는 골렘을 막고 있기는 했지만, 서서히 늘어나는 골렘의 숫자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리남 오빠를 남기고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김서윤이 어떻게 해야 저 골렘을 부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은별은 사방에서 만들어지는 골렘들에게 유성우를 떨어뜨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슬슬 벅차…….’
처음 국경선에 합류하고 나서 대규모로 유성우를 쏘아 보낸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득실거리는 골렘들과 가운데에 서 있는 거대한 골렘을 쓰러뜨리기 위해 쏟아부은 힘이 너무 컸다.
“읏!”
쾅! 콰가가가각!
땅속에서부터 만들어지며 올라오는 골렘들을 향해 또 한 번 자그마한 유성을 떨어뜨린 이은별은 숨이 차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끼는 마력의 고갈.
온몸이 마치 물먹은 솜이 된 것처럼 무거워졌다.
끊임없이 소환되는 골렘들이 성가신 것을 넘어서 위협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쯤…….
[쯧, 아직도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가.]
“……!”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온후하고 거대한 목소리.
이은별은 목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곧, 그녀는 그 목소리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신은……!”
[다시 한번 묻지. 도대체 어째서 능력을 그렇게밖에 사용하지 않는 거지?]
머릿속에서 들리는 물음에 그녀는 순간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대답해야 맞는 걸까?
순식간에 수십 가지의 대답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한 그녀는 이내 결정했다.
“몰라서요.”
[뭐?]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구요!”
진실로 부딪치기로.
그녀는 골렘이 거의 다 소환되어가는 와중에도 악을 쓰듯 입을 열었다.
“아니, 애초에 제가 능력을 그런 식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바로 사용하냐고요!? 예!?”
[아니, 잠깐……!]
“그리고 무슨 능력에 대한 설명이고, 팁이고, 뭐가 있기는 했어요? 네? 그런 게 있었냐고요? 애초에 능력명 자체도 그냥 ‘푸른 달’, 이런 식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
이은별이 갑작스레 성질을 내며 따지자, 오히려 크루아 쿠루아흐가 당황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이은별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제가 무슨 능력을 사용하기를 기대하는 거며, 방법이라도 제대로 알려주던가. 그냥 한번 떡 보여주고 나서 ‘자, 이제 써봐라’라니. 제가 무슨 천재예요?”
[아니, 애초에 능력의 사용법이 잘못되어 있었…….]
“그러니까 그 능력 사용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할 거 아니에요?!”
이은별의 짜증을 다 냄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 생성되던 스톤골렘이 전부 만들어졌다.
이은별이 뒤늦게 ‘저질러 버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될 대로 되라지……!’
자신은 천재가 아니다.
실제로 처음 운석을 떨어뜨리고 나서 이 능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무수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각성 아이템을 얻고 나면, 새로 생긴 능력을 원활하게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무수한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능력의 부가기능을 배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판에, 새롭게 보여준 능력을 그저 한 번 보고 따라 해보라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였다.
스톤골렘이 사방으로 튀어나오고 이은별이 다시 이를 악물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고 했을 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잠자코 있던 목소리가…….
[상상.]
“……?”
[요점은 상상이다.]
……들렸다.
* * *
잿빛의 대지.
하늘이고, 땅이고, 어디 하나 특색이 없는 잿빛의 세계 속에서, 나는 거미 인간과 마주 보고 있었다.
상체는 인간의 그것과 별다를 바가 없었지만, 문제는 하체.
마주 보고 서 있는 남자의 하체는 마치 거미의 몸통과 똑같은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몸통에 나 있는 다리는 분명히 얇았지만, 언밸런스하게도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다.
그의 주변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미들도 예전 러시아에서 보았던 거미들과는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조금 더 거대한 덩치, 입가에서는 독액을 뚝뚝 흘리고 있고, 뾰족한 다리는 언제라도 상대를 꿰뚫을 것처럼 빛나고 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나는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제 발로 죽을 곳을 찾아왔군.]
곧바로 대답하는 아틀락 나챠의 여덟 번째 거미를 보며 나는 웃었다.
“글쎄, 과연 네 말대로 내가 죽을 곳을 찾아 온 걸까? 아니면…….”
나는 능력을 끌어올리며 입가를 비틀었다.
“네가 나한테 죽임을 당할까?”
그와 함께 내 주변으로 심연이 잿빛의 땅을 좀먹고, 그 위로 붉은 안광을 가진 그림자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그림자들.
1초 만에 백을 넘기고, 10초 뒤에는 천을 넘어서는 그림자들이 심연을 뚫고 잿빛의 세상으로 올라왔다.
그와 함께 심연 속에서 빠져나오는 검은 오오라가 내 몸속에 빨려 들어가고, 내 몸의 주변으로 내가 먹어치운 악마들이 겹쳐진다.
맨 처음 잡은 악마인 크세즈베트부터 시작해서 엘리고르, 벨리알, 파이몬까지.
엘리고르의 창이 내 오른손에 쥐어지고, 벨리알의 대검이 내 왼손에 쥐어진다.
크세즈베트의 마력구들이 내 등 뒤에 검은 뇌력을 튀기며 떠올랐으며, 파이몬의 날개가 내 등 뒤로 솟아난다.
그렇게 악마들을 모두 흡수한 내 머리 위로, 잿빛 하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태양이 나타나고, 또 그 위를 가리는 어두운 무엇인가가 나타난다.
그리하여 조금 전의 잿빛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 안에서 아틀락 나챠는 내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쯧, 그런 미물들을 흡수했다고 해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도약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도약.
지반이 터져나가고 그와 함께 그림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사방에 있는 거미들에게로 달려 나간다.
꽈지지직!
내가 휘두른 대검을 이전과 같이 손으로 막아낸 그는 곧바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아틀락 나챠의 몸 전체가 녹색의 독으로 물들며, 내가 쥐고 있던 대검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대검을 지지대 삼아 발을 놀렸다.
빡!
“큭……!”
순식간에 발을 움직여 거미의 얼굴을 후려친 나는 곧바로 등 뒤에서 그림자 손을 꺼내 그의 몸을 붙잡았다.
“무슨……?!”
분명 이전에는 그의 몸에 닿기만 해도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던 그림자였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여전히 녹아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그의 몸을 붙잡고 있었고, 나는 씩 웃으며 그를 바닥에 팽개쳤다.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터져 나온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그에게 들고 있던 엘리고르의 창을 날렸다.
콰가가가가각!
순식간에 흔들리는 지반.
유감스럽게도 거미는 내가 날려 보낸 창을 피해낸 듯, 흙먼지를 뚫고 내게 달려들었지만…….
“…….!”
“선물이야.”
나는 미리 만들어뒀던 검은 유성을 그가 있는 곳으로 떨어뜨리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