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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79화 (179/202)

# 179

나 혼자 10만 대군 179화

54장 괴신 사냥(4)

동양풍의 거대한 장원 내부.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월명대천의 계승자이자 현재 남은 무림의 인원들을 이끌고 있는 남자는 앞에 있는 빛나는 석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윽고 그 석상 너머에서 자신의 계승자를 바라보던 로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들이 다시 돌아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로만은 5지구에 있는 파이몬과 벨리알이 죽을 때부터 이 사실을 예견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그리 조급해하지 않은 이유는 1지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1지구가 너무 빨리 멸망했다.’

1지구가 얼마 전 완전히 멸망하게 되며 파편화가 돼버렸으니, 자연스럽게 5지구를 노리는 것도 예상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 나타난 악마들은 어느 정도지?”

로만이 묻자 무릎을 꿇고 있던 계승자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솔직히 파이몬이나 벨리알보다도 더 상대하기 힘듭니다.”

“버틸 수는 있겠어?”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계상자가 자신 없는 말투로 중얼거리자, 로만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다시 한번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그녀라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계약자라면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녀의 계약자는 두 마리의 악마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압하는 말도 안 되는 힘의 소유자였으니까.

‘쯧, 내가 내려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로만은 한순간 자신이 5지구로 강림하고픈 충동을 느꼈지만, 유감스럽게도 계승자의 몸을 빌려 강림해 봤자 제대로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뭐, 계승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강림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만약 직접 강림할 경우 신좌를 잃게 되기에, 로만은 떠오른 생각을 슬그머니 떨쳐냈다.

“우선, 최대한 악마들과 최대한 마찰을 빚지 마라.”

“말씀하지 않으셔도 그렇게 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만약 정면으로 마주쳤는데, 꼭 싸워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도망쳐라.”

“……알겠습니다.”

자신의 계승자에게 할 이야기를 전부 전한 로만은 계승자와의 통신을 끊어내고는 고민했다.

‘역시 로우레테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게 좋겠어.’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곧바로 로우레테가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 * *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화산지대.

용암이 튀어 오르는 산지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그림자와 초록색 피부를 가진 용인들이 여기저기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용암들이 튀어나오며 수시로 그림자와 용인들을 위협했다.

그렇게 용암이 튀어 오르는 산맥의 상공에서, 나는 검은색의 피부를 가진 용인을 마주 보고 있었다.

“많이 지쳐 보이는데?”

[네 녀석을 죽이기에는 지금도 충분하다.]

용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의 상태는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몸 여기저기에 생긴 자상 때문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고, 그의 머리 오른쪽에 붙어 있던 뿔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뭐, 나도 마찬가지로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여기저기에 자상이 있었고, 무엇보다 신격 각성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했는지 슬슬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함성과는 상반되게 조용히 이루어지는 대치.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게 누구인지는 명확했기에 나는 엘리고르의 창과 벨리알의 대검을 움켜쥐며 그를 도발했다.

“종말의 용이라는 별명치고는 너무 허접한 거 아니야?”

[건방진……!]

씩 웃으며 그를 도발하자, 용인은 자신이 들고 있던 환도를 크게 휘두르며 내게 도약했고, 나는 다가오는 용인에게 엘리고르의 창을 쏘아 보냈다.

[흥, 이딴 것!]

하나 용인은 무척이나 간단히 내가 쏘아 보낸 창을 피해냈지만, 나는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가 환도를 쥔 왼손을 봉한 뒤, 어깨로 용인의 턱을 올려쳤다.

퍽!

[큭!]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간 비틀거리는 용인을 보며 나는 쥐고 있던 대검으로 용인을 베었지만…….

꽝!

대검에 베어지기는커녕 둔탁한 소리를 내며, 용인들이 싸우고 있는 지상에 처박힌 종말의 용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쯧!”

분명 전투 센스로는지지 않고 종말의 용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내 공경은 그에게 박히지 않았다.

그가 두르고 있는 비늘, 그 비늘이 지금까지 그에게 가했던 모든 치명상을 막아주고 있었다.

[시건방진 녀석!]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비늘이 제대로 방어해 준 모양인지 환도를 쥔 채 튀어나왔고, 그것을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시건방진 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나는 그의 공격을 피해내고 곧바로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저 멀리 밀려나는 용인을 보며 나는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지금 이렇게 질질 끌어봤자 점점 불리해지는 것은 나다.

이렇게 시간을 끌 바에는 역시 큰 한 방을 준비하는 게 좋겠어.

쿵!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용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발로 찼고,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그는 다시 한번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 순간.

나는 어떻게든 용인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영체 합일을 시도했던 악마들을 그림자 영체로 불러냈다.

내 주변으로 크세즈베트를 비롯한 벨리알, 파이몬이 검은 오오라를 뽐내며 나타났고, 파이몬과 벨리알이 검은 마력을 내뿜어 지상에 처박힌 종말의 용의 몸에 바인드 마법을 걸었다.

순식간에 검은 마력에 의해 온몸이 꽁꽁 묶인 종말의 용은 발악하며 바인드를 해제하려 들었고, 나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그와 함께 일식이 진행 중이던 어두운 하늘 옆에 마치 구멍이 뚫린 것처럼 어두운 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곧…….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일식 현상의 옆에 생긴 검은 구체에서 무척이나 거대한 유성우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용암지대를 한 번에 덮을 정도로 거대한 유성이 낙하함에 따라 주변의 대기가 진동하고, 거대한 소음을 만들어냈지만 나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내 옆에 있는 크세즈베트가 검은색의 마력을 모으고, 검은 오오라를 흩뿌리는 유성이 바인드에 묶여 있는 용인에게로 떨어져 내린다.

콰콰아아아아아아-

삐────

이윽고 대기를 진동시키던 유성우가 용인의 정면에 직격하고 굉음을 넘어선 이명이 귓가에 들려왔다.

주변에서는 무엇이 연속적으로 폭발하듯 붉은 용암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내 옆에 있던 크세즈베트는 그와 함께 자신의 손에 모아둔 검은색 구체를 쏘아 보냈다.

크세즈베트의 마력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연쇄 폭발이 일어나듯 검은 유성우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손에 쥐고 있던 창을 종말의 용이 있던 곳에 쏘아 보냈다.

그리고 일어나는 대폭발.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잿빛 구름이 가라앉기 시작하며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쯤, 나는 내 아래에 있던 붉은 용암지대가 이전에 보았던 잿빛 대지로 변한 것을 확인하곤 능력을 해제했다.

“으…….”

능력을 해제하자마자 느껴지는 띵한 느낌에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고, 지상에 내려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통이 터져 버릴 것 같군.

불과 3~4주 전까지만 해도 신격 각성을 길게 쓸 일이 없어 두통이 줄어들고 있었건만.

6일 전부터 내 기준에서 벅찬 괴신이 나오면서 하루하루 두통이 생기지 않는 날이 없었다.

분명 괴신을 잡아서 신격 각성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날에는 저번에 잡았던 괴신보다 더 강한 괴신이 나오니, 이전 날과 마찬가지로 전투가 끝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슬슬 정말 판단을 잘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도 나오고 있고.

물론 괴신과 싸운다는 것 자체부터가 목숨을 거는 일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싸우는 괴신들마다 무척이나 강해 외줄 타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후…….”

뭐, 그래도 결국 오늘도 괴신을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확실히 벅찬 괴신을 잡으면 잡을수록 내 신격각성도 성장하는 게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으니, 또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괴신을 잡을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푸른 구슬을 꺼내 움켜쥐었고, 내 앞에 익숙하게 생성되는 푸른 균열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녕?”

고풍스러운 도서관 안에서 나는 로우레테 대신 앉아 있는 은발의 여성, 로만을 볼 수 있었다.

* * *

“단탈리안.”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여기저기 부서져 있는 폐성을 구경하던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아몬?”

그렇게 말한 단탈리안의 외견은 언뜻 봐서는 인간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하얀색의 피부, 검은색의 눈. 몸이나 손발에도 딱히 인간과 다른 점은 찾을 수 없었지만, 그의 덥수룩하게 자라 있는 머리 위에 있는 양의 뿔은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사탄님에게 보낼 영혼은 어떻게 됐지?”

“아, 그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파이몬과 벨리알이 모았던 영혼을 영계로 보냈습니다.”

단탈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고, 그런 그를 보고 있던 아몬은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 지구에 있는 계승자의 위치는 파악했나?”

“음, 그건 정말 부끄럽게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인가?”

“설마 제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무려 사탄님께서 저희 둘에게 따로 임무를 맡기신 것인데 말입니다.”

단탈리안이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아몬은 그런 단탈리안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단탈리안 미리 말해두지.”

“말씀하시죠, 아몬.”

“혹시라도 혼자 계승자의 영혼을 얻어 공을 독차지하려는 생각은 하지 마라.”

어둡고 칙칙한 목소리가 일순 위협하듯 커졌지만 단탈리안은 그런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렴 사탄님께서 지시하신 일에 제가 그런 사리사욕을 채우겠습니까?”

“네 녀석의 이명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럴 만할 것 같은데.”

“저도 사탄님이 특별하게 지시하신 일에 사리사욕을 채울 정도로 사리분별을 못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알았다면 됐다.”

한동안 단탈리안을 말없이 바라보던 아몬은 결국 그 말과 함께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단탈리안은 여전히 빙글거리는 웃음으로 그런 아몬을 바라보다가 슬쩍 몸을 돌려 아몬을 등졌고,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무척이나 굳어진 표정으로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쯧, 개새끼가 쓸데없이 눈치만 빠르군.’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굳은 얼굴을 풀어낸 그는 다시 빙글거리는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보석의 감촉을 느끼며 생각했다.

‘조금만 참자. 이번만 참으면 된다. 이번에 계승자의 영혼을 얻게 되면……!’

단탈리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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