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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77화 (177/202)

# 177

나 혼자 10만 대군 177화

54장 괴신 사냥(2)

“후…….”

워싱턴에 있는 국제 헌터 협회의 2층 사무실.

T. 월터는 서류를 바라보며 책상 너머에 서 있는 에밀리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우선 당장은 보고서에 적힌 대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3일 전 일어난 대규모 이계화 사태 이후로, 이계화 사태의 발생 횟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에밀리의 말에 월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나?”

“이계화 사태의 발생 횟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에서 하루에 두세 건 정도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두세 건이라…….”

확실히 13일 전보다도 이계화 사태의 숫자는 확실히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계화 사태가 한번 일어날 때마다 일어나는 피해가 너무 크다.’

물론 세계가 위험에 빠지자, SSS급 헌터들이 늘어나고 그 이외에도 시스템의 축복을 받는 사람도 같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 터지기만 하면 작은 도시 하나는 그냥 날아가 버리는 이계화 사태.

만약 SSS급 헌터나 다른 S급 이상의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면 초기 대응에 성공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헌터들이 아무리 많아져도 S급 이상의 헌터들은 부족했다.

‘심지어 씨커 길드가 있는 한국에서도 2주 전에 도시 하나가 박살 날 정도였으니…….’

SSS급 헌터가 몇 명이나 있는 한국에서도 삼척이라는 도시가 이계화 사태 때문에 파괴됐다.

“쯧…….”

월터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각국의 원조 상황은 어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에밀리는 걱정이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계화 사태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계화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가 상당한 피해를 봐서, 다른 국가에 헌터를 지원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요.”

“하긴…….”

‘다른 국가를 돕기 위해 헌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계화 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니까.’

S급 이상의 헌터를 아무리 많이 보유하고 있더라도 다른 국가에 헌터를 지원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이었다.

게다가 헌터 본인들도 전혀 가고 싶지 않을 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다.’

지금 당장은 그리 큰 피해가 없지만 이런 식으로 헌터들의 지원을 꺼리면, 자칫 S급 헌터를 보유한 국가들도 이계화 사태를 막지 못하고 전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 당장 계속해서 타국을 지원해 주는 나라가 있기는 합니다…… 정확히는 길드지만요.”

“……씨커 길드인가?”

“네.”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당장 씨커 길드 소속의 ‘에단’이라는 헌터가 점퍼라는 능력을 사용해, 해당국에서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이계화 사태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지원하러 간다고 합니다.”

에밀리의 말에 월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에단이라는 헌터의 능력은 전투 면에서는 몰라도, 이동에만 목적을 두면 엄청난 능력이니…….’

짧게 고민하는 듯 머리를 갸웃한 월터는 에밀리를 바라봤다.

“우선 계속해서 이계화 사태의 건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어떻게든 안전하게 가는 걸로 하고, 거기에 추가로 새로 생긴 던전들의 숫자도 추가로 알아봐 줘.”

월터의 말을 들은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고, 월터는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에밀리를 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있는 날이 없군.‘

그는 짧게 탄식했다.

* * *

[도대체 뭐야! 뭐냐고!]

“뭐긴 뭐야, 오늘이 네 제삿날이지……!”

보라색 피부의 다크엘프에게 손에 쥐고 있던 창을 그대로 찔러 넣자, 그는 무척이나 현묘한 움직임으로 내가 찌른 창을 피해냈다.

그렇지만…….

꽈직!

[끄악!?]

내 창을 피하자마자 내 옆에서 날아온 검은 마력탄에 다크엘프의 몸이 옆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와 함께 다크엘프의 반대편에 나타난 ‘벨리알’은 남자에게 망설임 대검을 휘둘렀다.

카칵!

쇠 긁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간 다크엘프.

하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 멀리에서 어인이 던진 삼지창이 날아오고, 리치가 소환한 스켈레톤들이 바닥에서 일어나 다크엘프의 몸을 구속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검은 오오라를 내뿜는 파이몬이 자신이 쥔 채찍을 다크엘프에게 내려쳤다.

하지만 다크엘프는 그새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의 몸을 구속하는 스켈레톤들을 날려 버리며 자리에서 이탈했다.

광!

파이몬의 채찍에 맞은 애꿎은 지반이 터져 나간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다크엘프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몸을 부여잡으며 악을 지르고 있었다.

“왜? 믿기지 않아?”

[인간 주제에……! 인간 주제에 감히 나를!! 끄아아아악!]

푸화악!

[끄아아아악!]

“건방진 인간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넌 뭐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크엘프를 바라보자, 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창을 움켜쥐고는 말했다.

[네 녀석이구나……! 네 녀석이야! 강림하는 괴신들을 모조리 포식한다는 괴물이……!]

“그걸 이제 알아차린 건 아니지?”

푸흑!

[끄르르륵!]

“……!?”

꽝!

한순간, 다크엘프는 피를 토해내며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겨우 공격을 피했지만, 창을 놓치고 말았고, 내가 창을 놓침과 동시에 다크엘프느 그 자리에서 이탈했다.

[어째서……! 어째서 창이 빠지지 않는 거냐!]

“깜짝이야…….”

몸을 뒤로 뺀 다크엘프는 자신의 심장에 박힌 창을 뽑아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심장을 파고든 창은 굳게 박혀 있었다.

[끄…… 안 돼! 안 된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갈 수는……! 도살자인 내가 이렇게 어처구니 갈 수는 없단 말이다……!!]

자신의 심장에 박힌 창을 빼내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다크엘프를 바라보던 나는, 그에게 도약해 그의 머리에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빠각!

무엇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입에서부터 피가 터져 나오며 충혈된 두 눈을 크게 뜨는 다크엘프.

그의 초점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하고, 곧 하얀 입자가 되어 하늘 위에 떠 있는 일식 현상에 빨려들어 갔다.

다크엘프의 하얀 입자를 먹어치우자마자, 마치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사라지는 일식 현상을 본 나는, 곧 능력을 해제하고 주변을 돌아봤다.

“…….”

다크엘프와의 싸움이 있었던 주변은 엉망진창이었다.

여기저기 산처럼 쌓인 다크엘프의 시체와 터져 나간 바닥.

분명히 싸우기 전까지만 해도 평평했던 지반은 들쑥날쑥해져 있고, 그 주변으로 그림자들이 섞여 있었다.

조금 전 발광했던 다크엘프 신이 죽어 이계화가 해제됨과 동시에 수많은 다크엘프의 시체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 장면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구슬을 사용했다.

구슬을 꾹 쥐자마자 눈앞에 생겨나는 푸른색의 균열을 향해 나는 몸을 집어넣었고…….

“이번에는 꽤 빨리 왔군.”

“이번에 만난 괴신은 그렇게까지 강한 녀석은 아니라서 빨리 끝낼 수 있었어.”

균열을 통해 돌아온 고풍스러운 도서관에서, 로우레테는 뭉쉘을 우물거리며 나를 반겨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

내가 묻자 로우레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곧 있으면 이동 장치도 꺼지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보다…… 이번에 상대했던 녀석을 상대하는 게 쉬웠다고?”

“응? 쉬웠다고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뭐, 그래도 3일 전에 상대한 그 와이번보다는 덜하더라.”

“그건 아마 네가 강해져서 그럴 거다. 원래 그 다크엘프는 네가 3일 전에 상대했던 그 와이번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녀석이었으니까.”

“……그래?”

지금으로부터 13일, 그러니까 2주 전부터 나는 로우레테의 지시에 따라 3지구에 강림하는 괴신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내가 저번에 군단장들을 죽였을 때처럼, 로우레테의 조언에 따라 나보다 약한 괴신들부터 차근차근 죽이며 올라가니 점점 괴신을 사냥하는 게 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렇게 괴신 사냥을 시작한 후 13일 동안, 나는 수시로 3지구에 들락날락하며 꽤 많은 수의 괴신을 사냥할 수 있었다.

“아직 그 거미 녀석을 상대하기에는 어려울까?”

“글쎄…….”

내가 묻자 로우레테는 슬쩍 고민하는 듯한 투로 말을 늘였다.

“아마 지금 상태로 싸운다면 질 거다.”

“아직도……?”

“‘아직도’가 아니다. 너는 고작 2주 만에 괴신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있는 녀석들과 겨룰 수 있게 되었지 않나.”

그녀는 무엇인가가 불만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 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뭐, 지금 상황에서 이런 말도 웃기기는 하지만 너는 너무 급하게 생각하는군.”

“그래도 역시 좀 걱정되기는 하잖아?”

“그렇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그 녀석은 아직 강림하지도 않았고, 아마 이 페이스로 하루나 이틀 정도만 더 다른 괴신을 사냥해도, 아마 그 이후로는 네가 그 녀석보다 더 많은 신격을 가지게 될 거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그맣게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아무튼, 오늘은 쉬어라. 더 이상 괴신을 사냥하는 것도 무리니까. 애초에 3지구에 강림해 있는 괴신도 없고.”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통하는 횃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확실히 그녀의 말처럼 괴신을 잡지 않는 동안에는 최대한 푹 쉬어서 피로를 회복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내일 올게.”

“그래.”

로우레테의 짧은 단답을 들으며 나는 횃불에 손을 가져갔다.

횃불에 손이 닿자 환한 빛이 점멸함과 동시에 나는 씨커 길드 사무소 2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뭐야……?”

나는 휴게실로 돌아오자마자 두 눈에 한 가득 보이는 거대한 얼음송곳을 보며 저도 모르게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이게 대체 뭐지?

나는 멍하니 얼음기둥을 한 번 바라본 뒤 위쪽과 아래쪽을 한 번씩 번갈아 보았다.

아래쪽에는 무척이나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구멍을 얼음기둥이 메우고 있었다.

위쪽도 마찬가지로 얼음기둥이 부서진 곳을 메우고 있었다.

아니, 이건 정확히 말하면 부서진 부분을 메우고 있는 게 아니라, 얼음 기둥이 벽을 뚫고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

“아…… 길드장님 오셨어요?”

그렇게 얼음 기둥을 보고 있던 중, 오른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는…….

“미안…….”

“그, 죄송해요.”

무척이나 크게 혼날 것을 예상하는지 어린애처럼 이은별의 뒤에 숨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냐와 마찬가지로 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내게 사과하는 이은별이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리고 그런 그 둘의 모습과 높게 솟은 얼음기둥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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