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
나 혼자 10만 대군 176화
54장 괴신 사냥(1)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계화 사태, 대책은 어디에?]
[그 어디에도 안전 지대는 없다! 시민들, ‘집 안에 방공호 마련해야’]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재난 캡슐, 가격은 얼마?]
[한국엔 강원도 삼척, 일본에는 사이타마, 중국에는 장위안 성, 어제부로 완전히 소멸]
[위기 속에 영웅이 태어난다? 요번 달 들어 3명의 SSS급 헌터가 나타나다!]
“장난 아니구만.”
씨커 길드의 2층 사무실.
하리남은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 있는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며 짧게 탄식했다.
“진짜로 세계가 멸망하려고 하나?”
하리남이 멍하니 중얼거리자 그 옆에 있던 김서윤이 하리남의 목소리를 듣고는 말했다.
“저거 봐봐요. 저기서도 지금 똑같은 소리 하고 있는데.”
“응?”
김서윤이 턱짓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TV에는 ‘지구, 정말 괜찮은가?’라는 헤드라인을 걸고 토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제 생각에 지구는 향후 5년 안으로 망할 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망한다는 소리를 쉽게 하십니까?
-꼭 그걸 그때 가봐야만 아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헌터는 계속 늘어나지만 이계화 사태는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헌터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요!]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섣부르게 판단을 내리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해설자로 보이는 MC가 격분한 남자를 진정시키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지만 이미 격앙된 남자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지금 어제 일어난 삼척 이계화 사태를 보지 못했습니까?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아무것도 없다고요! 거기는 폐허입니다! 그 이외에도 다른 국가의 도시들도 이계화 사태가 일어나면 대부분 그 꼴을 면치 못합니다!
-우선 너무 흥분하신 것 같으니 진정하고…….
“진짜 어디에서나 다 난리네.”
“그러게요.”
“뭐,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죠.”
김서윤이 동의하고 그 옆에 있던 에단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현재 전 세계는 혼돈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몇 주 전부터 갑작스럽게 던전은 끝도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몇몇 던전은 이계화 사태를 일으켜, 그 주변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고, 그 덕분에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헌터들의 숫자가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이계화 사태를 안전하게 막아내기에는 여전해 S급 이상의 헌터들이 부족했다.
“생각해 보니까 리남 오빠랑 은별 언니 그리고 이로하 언니랑 아냐 언니도 각성 아이템 때문에 해외에 나갔다가 이계화 사태 해결하고 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랬을걸? 아, 은별 누나는 잘 모르겠네.”
“아, 그거 봤어요. 지금 그 영상 유튜X 실시간 1위 영상인 거 아시죠?”
그렇게 말한 에단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에는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첫 번째는 하리남이 능력을 사용해 무척이나 거대한 늑대를 베어 넘기는 영상이었다.
두 번째는 이로하가 자신의 능력으로 이계화가 일어났던 곳들을 모조리 태워 버리는 영상.
그다음은 이번에 씨커 길드에 합류한 아냐가 에단과 함께 협동하여, 거대한 몬스터를 얼음 틀 안에 가두는 영상이었다.
“근데 가끔가다 보면 정말 신기한 게 이건 어떻게 이렇게 찍는 거지?”
“뭐, 한 사람이 찍은 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거야 그렇겠지. 딱 봐도 짜깁기한 것 같긴 한데…….”
하리남은 에단에게 스마트폰을 넘겨받은 후, 손가락 움직여 댓글창으로 스크롤을 내렸고, 아니나 다를까 댓글창은 난리가 나 있었다.
-아혼자살고싶다: 제발, 이 간나 새끼야. 이 새끼는 어떻게 볼 때마다 이렇게 남의 영상 짜깁기해서 이렇게 베스트 오르냐? 이 새끼 안 자르냐 ㅅㅂ????
└인정하는부분: 그러게. 아니, 얘는 저번에도 이렇게 짜깁기로 조회 수 빨더니, 이번에도 짜깁기로 1위 올라왔네? 이거 수익 인정되잖아 ㅅㅂ 이 나쁜 새끼야
└오로로롱: 그러게 이 새끼 순 나쁜 새끼네, 이거.
-그림자왕: 으음, 좋군요. 우리 애들이 이렇게 잘 크다니
└병신을 보면 짖는 개: 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 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으르르르르르를!!! 컹컹! 왈! 컹!
└제발이런: 너는 이 댓글 쓰면서 자괴감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한 것 같구나!
└삼마: 진짜 이런 애들은 볼 때마다 느끼는 거기는 한데, 안 쪽팔리냐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는 내가 쪽팔린다, 보는 내가 쪽팔려.
-애니캐릭닮은아냐: 아냐…… 나의 귀여운 캐릭터랑 너무 닯은 아냐쨩…… 허억허억
└킹리적갓심: 어우…… 이건 좀 너무 심하다…… 왜 그러고 사세요?
└각도기: 삐! 삐비비빅! 삑! 각도기가 깨졌습니다! PDF 저장 중…… PDF 저장 완료! 바로 경찰서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삐비비비빅!
└무지하고싶다: 진짜 무지한 ㅅㅋ들 드럽게 많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수준 보인다.
-아이러니: 아, 쟤들은 저렇게 주변 기물 다 부수고, 몬스터 처잡으면서 억씩 벌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헌터 개꿀직업인 듯.
└흐음으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선생님. 평생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도록 하겠습니다.
└빡대가리: 다른 헌터는 모르겠는데 씨커 길드 소속 헌터들은 다들 저 정도는 받아갈 자격 있다고 본다.
“……개판이군.”
에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준 하리남은 고개를 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그 영상을 같이 보고 있던 김서윤은 뭔가 떠오른 듯 의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까 아냐 언니랑 이로하 언니 그리고 은별이 언니 어디 있어요? 평소 이때쯤이면 벌써 여기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김서윤은 내가 찾지 못했나 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고, 하리남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금 지하 훈련장에 있을걸?”
“네? 왠 훈련장?”
“그…… 아냐는 이번에 자기가 얻은 능력 실험해 보겠다고 갔어. 보니까 뭐 얼음으로 막 조형하고 그러던데?”
“……?? 얼음으로 조형을 한다구요?”
“응, 막 원하는 모양 만들고 그러더라.”
“……그건 그렇다 치고 다른 언니들은요?”
“글쎄, 이로하 누나 같은 경우에는 무슨 내면의 수련? 뭐 그런 걸 해야 한다고 하고, 은별 누나는…… 뭔가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내려가길래 못 물어봤어.”
“……? 심각한 표정?”
“그래, 듣기로는 각성 아이템은 얻었다고 하는데, 아마 제대로 아이템을 사용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리남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훈련실 좀 내려갔다 올게요.”
* * *
-끄르륵…….
그림자에게 둘러싸여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던 육중한 덩치의 마수, 발락이 그림자들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쿵!
바닥에 쓰러지는 것만으로 나는 육중한 소리.
나는 완전히 목숨을 잃은 발락에게 다가가 그의 거대한 뿔 아래에 있는 검은 돌조각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
손 위에 검은색 돌조각을 올려놓자마자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빨려 들어가는 돌조각을 본 나는 곧바로 능력치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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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70,000] [3.5/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측정 불가]
[평가 잠재력: 측정 불가]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MASTER)
영역(MASTER)
집약(MASTER)
그림자 영체(MASTER)
영체 합일(3/4)
각성(0/40,000)
그림자 흡수
신격 각성
[그림자 영체 12/15]
-사령술사 리치
-SS급 몬스터 드래곤
-악마 크세즈베트
-악마 엘리고르
-악마 벨리알
-악마 파이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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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능력치창을 확인한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스킬을 얻지 못하고 기존의 능력들이 강화되는 것으로 끝났다.
뭐, 사실 로우레테가 내게 알려준 던전의 이름이 ‘심연’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깨닫고 있었지만.
“빨리 이다음 각성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회귀 전에서도 이 던전에서 나오는 검은 돌은 내게 별다른 능력을 주지 않고, 그저 능력의 등급을 한 단계 올려주기만 했다.
검은 돌을 아이템으로 비교해 보자면 0.5 검은 돌 정도 될까?
“그래도 이거라도 빨리 찾은 게 어디야.”
원래라면 이 각성 아이템은 회귀하기 전, 크세즈베트와 싸우기 직전에 얻은 돌 중 하나였다.
시기로 따지자면 지금으로부터 3년 뒤쯤에 얻는 물건.
생각보다 빠르게 사건이 일어나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아이템을 이렇게 빨리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득이었으나, 솔직히 좀 아쉬웠다.
“심연 말고 ‘그림자 빛’을 찾았다면 좋았을 텐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뭐, 로우레테가 노력해 보겠다고 했으니 조만간 찾을 수 있겠지.
게다가 이렇게 고민해 봤자 딱히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그 자리에서 그림자들을 불러들이고 몸을 돌려 포탈이 있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
그러던 중 나는 문득 어제 로우레테가 말했던 계승자에 대해 생각했다.
“계승자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라”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내 능력의 본질을 가졌던 신은 이미 소멸했다.
물론 보통 신이 소멸하면 능력도 소멸하는데, 내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요점은 내가 계승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쯧.”
사실 계승자가 되지 못해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계승자가 되면 얻을 수 있는 건 신격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지금 나에게는 그 공간을 대체할 스킬이 있으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신에게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전수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딱히 지금도 내가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더 좋은 가르침의 기회를 놓치는 게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
사실 정해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이렇게 생각해 봤자 별의미 없는 생각일 뿐이다.
그런 잡생각을 하며 걸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는 저 앞에 열려 있는 푸른 균열을 바라보며 곧바로 생각을 털어냈다.
계승자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마 다음 각성 아이템을 찾으면 확실하게 밝혀지겠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푸른 균열 안으로 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