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
나 혼자 10만 대군 175화
53장 계승자(3)
이은별은 푸른 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그를 바라봤고, 그는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시 한번 묻지. 너는 어째서 내 능력을 그저 ‘운석’을 떨어뜨리는 데만 사용하고 있지?]
푸른 용의 물음.
그 말에 이은별은 혼란을 느꼈다.
‘어째서 그렇게 능력을 쓰냐니…….’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은별의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내뱉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뱉지 못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가능성 때문에.
이은별이 확신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으로 푸른 용을 바라보자 그는 무척이나 탄식하며 말했다.
[하, 파편의 조각을 전부 모은 예비 계승자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능력의 본질조차도 모르고 있다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군.]
푸른 용, 크루아 크루아흐의 몸 주변에서 푸른 빛의 마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성격 같았으면 너 같은 놈이 파편을 전부 모았다고 해도 계승자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쯧.]
그는 진심으로 짜증 난다는 듯 혀를 차고는 말했다.
[계승식은 미루도록 하지. 그러니까 지금 잘 봐둬라.]
“……!!?!”
크루아 크루아흐가 그렇게 말하며 푸른 마력을 사방으로 퍼뜨리자마자 조금 전까지 하늘에 떠 있던 보라색 달빛은 푸른 달빛에 먹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이익!]
스펙티아는 크루아 크루아흐가 자신의 마력을 흩뿌리는 것을 보며 발악적으로 자신의 몸에서 무차별적으로 액체를 쏘아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공격은 그의 몸에는 닿지 않았다.
고조되고 있던 푸른 마력이 사방으로 잠식해 들어가며, 던전 안이 완전히 푸르게 변했다.
하늘에서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찬란한 푸른 달이 지상을 비췄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네 능력은 고작 돌덩어리나 떨어뜨리는 머저리 같은 능력이 아니다.]
그가 말함과 허공에서 푸른 마력이 타오르며 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푸른 마력을 연료로 삼는 듯 환하게 타오르는 검들이 사방에 만들어지고, 그 주변으로 지직거리는 소리를 구체가 생성된다.
[네 능력은…….]
그 뒤로도 푸른 마력은 타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전방위에 있던 푸른 마력이 타오르면서 붉게 타오르는 구체를 만들어진다.
땅 아래에 푸른 마력이 흘러 들어가며 폭발을 일으킨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크기의 주먹이 만들어진다.
“…….”
그리고 이은별은 자신의 머리 위에 만들어져 있는 수많은 마법을 바라봤다.
푸른 밤하늘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빽빽하게 만들어져 있는 엄청난 양의 마법들.
이은별이 허탈한 느낌의 한숨을 내쉴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달빛의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이다.]
이은별의 목소리에 웅웅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곧 수천, 수만 개의 마법이 슬라임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강원도 삼척시.
“허…….”
나는 앞에 보이는 풍경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전부 나무와 풀뿐.
이미 이곳이 삼척시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 수풀 속에 가려져 있는 삼척시의 표지판뿐이었다.
쿠어어어!
이 밀림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엄청난 숫자의 오우거는 인류의 흔적을 무척이나 빨리 지워 나가고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닥치는 대로 주변을 파괴하는 오우거들.
나는 곧바로 능력을 발동했다.
능력을 발동하기만 해도 순식간에 튀어나오는 그림자들이 오우거들을 죽이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순식간에 오우거들을 학살한다.
오우거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그림자를 쳐내기 위해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끄에에에에엑!
이미 내 그림자 하나하나는 오우거 정도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내 주변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와 주변으로 튀어나가는 그림자들.
꽈가가가강!
그림자들에 의해 오우거들이 정리되는 도중 들려온 굉음에, 나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이동했다.
땅을 한 번 박차자, 한순간 시야가 바뀌며, 굉음이 더더욱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다시 한번 땅을 박차자, 나는 굉음이 들린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
다른 오우거들과는 확연히 다른 덩치를 가진 오우거의 몸 위에 서 있는 김서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밟고 서 있는 오우거는 머리가 그대로 터져 버린 것 같았다.
오우거가 쓰러져 있는 곳에는 무척이나 진득해 보이는 녹색의 피가 보였고, 쓰러진 오우거를 보던 김서윤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어? 아저씨?”
나를 바라보는 김서윤.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분명 저번에 탐식을 사용할 때만 해도 손과 발이 마치 괴수의 그것처럼 변했던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지금 그녀는 분명 탐식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손톱이 약간 길어진 것뿐 평소의 상태와는 별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김서윤을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곧 순식간에 뛰어올라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보스를 잡았죠.”
“저 녀석?”
“네.”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를 가리키자마자 웃음을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인 김서윤.
실제로 그녀가 쓰러뜨린 오우거는 이계화를 일으킨 괴신이 맞았는지 밀림으로 가득 찼었던 삼척시는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역행하는 듯 자라났던 나무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차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자라 있던 수풀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마치 처음부터 밀림 같은 것은 없었다는 듯,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나무와 풀.
“…….”
“…….”
그렇게 나무와 풀이 사라진 삼척시의 풍경에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건 좀 심한데?”
“그러게요…… 나무랑 풀에 가려져 있어서 전혀 몰랐는데.”
삼척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세기말의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잿빛 연기가 솟아나고, 건물들은 하나같이 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없었다.
여기저기에는 나무가 자라난 흔적들이 보였고, 그 사이사이로 바닥이 터져 있는 콘크리트 바닥들이 보였다.
좀비 영화의 촬영지로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든 것도 잠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보다, 너 어떻게 여기에 있어? 분명히 각성 아이템이 있는 던전은 설악산에 있지 않았어?”
“벌써 갔다 왔죠!”
“……벌써?”
내 물음에 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거기다가 저도 아저씨랑 비슷한 기술도 얻었어요!”
“……나랑 비슷한 기술? 그게 뭐야?”
“으음, 그 일식 현상? 그거 생기는 거 있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건데…… 지금은 못 보여줄 것 같으니까,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뭐?”
신격 각성이랑 비슷한 능력을 얻었다고?
“아니, 그보다 그럼 너 능력을 얻고 곧바로 이곳까지 뛰어온 거야?”
내 물음에 김서윤은 슬쩍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음,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김서윤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고 나서 이야기해 드릴게요.”
* * *
고풍스러운 도서관.
“확실히 계승자가 된 것 같군.”
김서윤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사무실에 도착한 뒤, 다른 길드원들에게 연락해 안전하게 각성 아이템을 확보했다는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횃불 안으로 들어왔다.
횃불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나를 기다린 듯 책상에 앉아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김서윤에 관한 일을 말했다.
“그보다, 나는 오히려 그게 더 놀랍군.”
“뭐가?”
“네 길드원, 그러니까 김서윤이 바르거를 죽였다는 사실이 말이야.”
“……그 녀석이 그렇게 강해?”
내 물음에 로우레테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너와 부딪쳤던 그 거미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다르간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괴신이다.”
“그런 녀석을 서윤이가 잡았다고?”
“뭐, 사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신도 절대 약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 게다가 계승자가 되어 일시적이지만 신격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면…… 뭐, 바르거를 죽이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
로우레테는 그렇게 말하며 커피 우유를 홀짝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걸로 너는 이제부터 괴신 사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군.”
“……뭐, 어떻게 보면 그렇긴 하지.”
전화로 상황을 전해 듣기로는 아직 다른 길드원들은 계승자가 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지금 당장은 김서윤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괴신 사냥은 언제부터 하면 되는데?”
“나도 마음만 같아서는 바로 다음 날부터 괴신을 사냥하게 하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아, 강림 때문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괴신들이 강림하지 않는 이상 네가 가서 괴신들을 처리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네가 직접 그 괴신의 파편 안으로 쳐들어가서 괴신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뭐,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나도 내 나름대로 찾아볼 거지만…….”
로우레테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너는 지금 당장 괴신을 잡는 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있다.”
“해야 할 일?”
내가 되묻자 그녀는 내게 말없이 하나의 종이를 건네주었다.
“네 다음 각성 아이템이 있는 곳을 찾았다.”
“……벌써?”
“뭐, 이것도 리스크 때문에 파편들이 마구잡이로 2지구에 붙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뭐, 어차피 지금 당장 활성화되지는 않아서 들어가려면 차원 이동 장치를 이용해야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던 나는 종에 쓰인 좌표를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로우레테.”
“왜 그러나?”
“나도 이 각성 아이템을 다 모으면 내게 능력을 준 신을 만날 수 있는 거야?”
갑작스럽게 떠오른 의문에 나는 그녀에게 답을 구했고, 로우레테는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더니 말했다.
“뭐, 원래 파편을 다 모으고 계승자가 되고 난 다음에는 원래 그 능력을 가진 신을 만날 수 있지만……너는 모르겠군.”
“응? 왜? 다 똑같은 거 아니야?”
“뭐,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만 지금 네 능력을 사용하던 신은…… 이미 소멸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뭐? 소멸했다고?”
“그래.”
로우레테는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 널 봤을 때 굉장히 신기했다. 분명 이미 소멸해 버린 신의 파편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어? 그럼 내가 파편을 전부 모아도 계승자가 되는 건 어렵다는 거야?”
내 물음에 그녀는 또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건 또 아니다.”
나는 로우레테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