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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73화 (173/202)

# 173

나 혼자 10만 대군 173화

53장 계승자(1)

미국 샌디에이고 쪽에 나타난 S급 개방형 던전 ‘별이 잠드는 곳’은 갑자기 이번 분기에 일어나고 있는 던전 증폭 현상 중에 나타난 던전 중 하나였다.

던전의 이름과는 다르게 던전 안에는 갖가지 뱀과 관련된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보스인 바실리스크는 S급 이상의 헌터라도 쉽사리 사냥하지 못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덩치와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보스였다.

그 이외에도 별이 잠드는 곳은 필드가 밀림으로 꾸며져 있기에 S급 이상의 헌터들도 은근히 꺼리는 던전이었다.

콰가가가각!

끼에에에에엑!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라색 유성에 맞은 거대한 바실리스크가 그 몸체를 사방으로 움직이며 밀림을 박살 냈지만, 바실리스크 위에 떨어져 내리는 유성은 멈추지 않았다.

초록색 숲을 요사스러운 보랏빛으로 물들인 보랏빛 달은 지상을 향해 수십, 수백 개의 유성우를 쏟아냈고, 유성우가 지상의 충돌하는 것만으로도 던전 내의 지형은 뒤바뀌고 있었다.

초록색의 밀림으로 가득하던 지형은 유성우가 떨어짐에 따라 초록빛을 잃어갔다.

SS급 헌터의 능력도 막을 정도로 방어력이 강한 바실리스크의 몸뚱어리는 떨어져 내리는 유성우를 막지 못하고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

고통스러워하는 바실리스크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려는 듯 이은별을 향해 몸을 튼다.

까지지직!

바실리스크가 몸을 뒤틀자마자 순식간에 무너져 가는 숲.

하나 바실리스크가 몸을 틀어 이은별에게 몸을 향했을 때.

쿠구구구구구궁-

이미 그 녀석의 위에는 바실리스크의 몸의 절반을 덮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유성우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후폭풍이 던전 일대에 몰아쳤다.

“후…….”

그로부터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아래에서 움직임을 멈춘 바실리스크를 보며 한숨을 내쉰 이은별은 능력을 해제했다.

이은별이 능력을 해제하자마자 하늘에 떠오른 보라색 달이 자취를 감췄다.

보라색 달이 사라진 지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녹색의 밀림이 가득했던 던전은 더 이상 원래의 상태가 아니었다.

보이는 것은 녹색의 식물들이 아닌 황토색 토지뿐이었고, 그 사이사이로 크고 작은 몬스터의 사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이은별은 거대한 바실리스크의 머리 위에 박힌 검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바실리스크의 머리 위에 박혀 있는 검이 아닌, 그 검에 걸려 있는 푸른색의 보석을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얻을 수 있었네.’

그리고 이은별은 자신의 손 위에 올려진 푸른색의 보석을 집어 들며 생각했다.

원래라면 미국까지 오는 데만 하루 이상이 걸렸겠지만, 에단의 도움으로 이은별은 무척이나 빠르게 미국에 올 수 있었다.

그 결과 김우현에게 정보를 받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각성 아이템을 얻었다.

“이번에는 언제쯤 또 각성할 수 있으려나.”

이은별을 혼잣말을 하며 푸른 보석을 바라봤다.

아이템을 얻은 것만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각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은별이기에 그녀는 한동안 푸른 보석을 든 채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우선 가지고 있다 보면 어떻게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전 얻었던 보석을 품에 집어넣었고, 곧바로 그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 그녀는 자신의 주변이 푸르게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리고 곧 이은별은 자신의 머리 위에 뜬 푸른 달을 볼 수 있었다.

절대 일반적인 달로는 보이지 않는, 이 주변을 전부 푸른색으로 뒤덮은 푸른 달.

이은별은 본능적으로 머리 위에 떠 있는 달이 평범한 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곧 그녀의 앞에 무엇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푸른 달에 비쳐 있는 그림자와 비슷한 무엇인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림자였던 그것은 점점 커지기 제 형태를 되찾기 시작했다.

분명 검은색의 제대로 된 형태도 없던 그것은, 푸른 달의 빛을 빨아들이듯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고, 그림자가 푸른빛을 머금을 때마다 그 형태는 확실해져 갔다.

그리고.

[이곳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곳까지 오다니.]

낮으면서도 넓게 퍼지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은별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것을 정체를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드, 래곤?”

푸른 드래곤.

조금 전 자신이 찍어 눌렀던 바실리스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용이, 그저 머리만을 내려서 이은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쯧, 그런 하등한 피조물의 명칭으로 나를 부르지 마라.]

이은별이 낸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그는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듯 크르륵 거리는 소리를 냈다.

단순히 크르륵거리는 소리만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거대한 소리를 낸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잘 기억해 둬라, 예비 계승자. 내 이름은 ‘크루아 크루아흐’. 피를 부르는 달을 가진 존재이자 달을 가두는 자이다. 그리고…….]

자신을 크루아 크루아흐라고 소개한 드래곤은 푸른 안광을 내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네가 계승자에 걸맞은지 시험을 치르겠다.]

* * *

붉은색의 막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

쿵!

그 속에서 김서윤은 아귀신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읏!”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다가온 아귀신의 주먹이 김서윤의 복부를 강타하기 위해 움직였다.

김서윤은 다리를 움직여 그의 공격을 피한 뒤 주먹을 휘둘렀다.

꽝!

무언가가 터지는 폭음소리.

하지만 그런 엄청난 공격에도 아귀신은 멀쩡하게 김서윤의 공격을 막아내고 발을 움직였다.

“끅!?”

공격에 사용한 오른손이 잡힌 상태로 아귀신의 오른발에 채인 김서윤은 헛바람을 들이켜며 뒤로 날아갔다.

곧바로 쫓아온 아귀신의 모습을 본 김서윤은 곧바로 자세를 잡고 아귀신의 공격을 막았지만…….

후욱! 꿍! 꽈지지직!

“윽!”

그의 공격을 미처 전부 받아내지 못한 김서윤은 그대로 뒤로 밀려나며 붉은 바닥을 갈아버렸다.

그와 함께 거리가 벌어지며 생긴 시간에 김서윤은 다시 자세를 잡고 아귀신을 바라보았다.

처음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있는 그를 보며 김서윤은 이를 악물었다.

‘공격이 단 하나도 안 통해……!’

본격적으로 헌터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얻었던 모든 기술이 눈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몬스터를 상대하며 배웠던 노하우도.

조금 더 신체를 잘 활용하기 위해 배웠던 갖가지 무술도.

전부 통하지 않았다.

[벌써 끝이야?]

‘진짜 괴물이잖아……!!’

게다가 지치지도 않는 것인지 무척이나 여유롭게 입을 여는 아귀신의 모습을 보며 김서윤은 막막함을 느꼈다.

‘분명 별다른 기술 같은 건 없는데.’

특별한 무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어떤 신묘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귀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엄청날 정도로 강력한 신체 능력뿐.

하지만 그 신체 능력의 차이는 가히 압도적일 정도였다.

아무리 기술을 쓰고 기교를 부려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듯, 아귀신은 아무런 기술도 없이 그저 신체 능력만으로 자신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김서윤이 여전히 인상만 찌푸릴 뿐, 그에게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자, 아귀신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지친 것 같으니까, 마지막 찬스를 주지.]

“……?”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무방비 상태로 자신의 양팔을 벌리더니 말했다.

[한 방, 딱 한 방만 맞아주마.]

“뭐라구요……?”

김서윤이 이상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자 아귀신은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그 한 방으로 네가 나를 기절시킬 수 있다면, 너를 계승자로 인정하도록 하지.]

갑작스럽게 바뀐 태도에 김서윤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팔을 벌리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회하지 마요.”

‘왜 갑자기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자세를 바로잡는다.

‘이건 기회다.’

양다리를 적당히 벌린 상태에서 오른쪽 다리를 뒤로 밀고, 그와 함께 오른팔을 어깻죽지까지 당긴다.

그와 함께 왼손은 마치 그를 조준하듯 앞으로 뻗으며 앞다리와 허리를 굽힌 김서윤의 몸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은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감긴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서윤의 몸이 한계까지 수축함에 따라 그녀가 밟고 있는 붉은 지반이 깨져 나가고, 그녀의 몸이 바닥에 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삐

[엇……?]

김서윤의 몸은 이미 아귀신의 앞에 와 있었고.

쿠구구구구구!!!!

그녀의 주먹은 이미 아귀신의 얼굴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

삐────

김서윤의 주먹이 아귀신의 얼굴에 닿자마자 한순간 사방이 진공상태처럼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김서윤은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넘어 이명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

김서윤은 자신의 주먹을 그대로 받아내고 서 있는 아귀신을 볼 수 있었다.

* * *

“끄으윽!”

강원도 삼척시에 다시 한번 일어난 이계화.

“야! 뒤로 빠져!”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시민들이!”

“어차피 삼척시 시민들 저번 이계화 때문에 전부 긴급 피난 명령 떨어진 상태라고! 지금 데리고 있는 사람들만 구해!”

여기저기 들리는 거친 말 속.

“으아아아악! 살려주새요!!!”

무너져 버린 삼척시 주변에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오우거를 보며 S급 헌터 오창진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왜 다시 이계화가 일어난 거야!?’

보통 이계화 던전은 한번 일어난 뒤에는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세간에 퍼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삼척으로 오며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이런 씨발, 진짜 재수는 X도 없네……!”

오창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오우거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한 뒤 곧바로 오른손에 끼고 있는 여자를 데리고 이계화가 일어나지 않은 안전 지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니, 좀 가만히 있어 봐요! 움직이는 데 방해되잖아!”

패닉이 온 것인지 자신을 잡은 팔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는 여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것도 잠시, 그는 곧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수많은 오우거 무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X발……!”

딱 봐도 최소 10마리는 오우거가 성을 내며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모습을 본 오창진은 절망감을 느꼈다.

혼자서 제대로 싸워야 오우거 5마리를 어떻게 잡아볼까 말까 한데, 패닉에 빠진 여자까지 지키면서 오우거와 싸운다는 것은 그냥 자살하겠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오창진은 분명 뛰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는 오우거를 보며 절망감을 느꼈다.

쿠어어어어어어!!!

“이런 썅!!”

마침내 자신의 근처까지 온 오우거가 몽둥이를 크게 들어 올렸을 때…….

꽝!!!

“……어?”

오우거의 머리가 터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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