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
나 혼자 10만 대군 170화
52장 개판(1)
“와, 나 저 모습 언제 한번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김서윤이 멍하니 중얼거리자 그 옆에 있던 하리남과 이은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그들은 강남역 근처의 고층 빌딩에서 화마에 뒤덮인 강남을 바라봤다.
얼마 전에 지은 고층 건물들은 다시 이전과 같이 완전히 박살 난 상태로 화마에 뒤덮여 있었다.
그 사이로 헌터와 사람들이 강남역 외부로 몸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김서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 강남은 1년에 한 번씩 저렇게 되는 것 같은데?”
“음…… 뭐, 그래 봤자 작년부터 저렇게 된 거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은별은 대충 1년 전쯤 일어난 하이브 사태를 떠올렸다.
하리남과 김서윤도 그때를 떠올렸는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끄르르륵!
그리고 그들이 고층 빌딩에서 박살 나버린 강남역을 확인하고 있을 때, 이은별은 여기저기 박살 난 고층 빌딩를 타고 움직이는 거대한 전갈.
크기는 작지만 그 주변으로 엄청나게 퍼지고 있는 전갈들을 보며 이은별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며 말했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
이은별의 말에 하리남과 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곧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아냐를 불렀다.
“아냐 언니. 저 불, 혹시 능력으로 끌 수 있어요?”
김서윤의 물음에 아냐는 강남역을 덮치고 있는 화마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번 해볼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끅……!”
“아……!”
어제 막 협회에서 SSS급 헌터가 되었음을 정식으로 인정받은 이연화는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해외 경매에서 구한 S급 무기는 이미 전갈의 공격에 동강 나버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버렸고, 창을 들고 있던 오른팔도 뼈가 분질러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이연화는 고구려 길드의 길드장인 이광천의 배를 뚫고 나온 전갈을 꼬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으, 으아아아아!”
“미친! 야! 도망가면 어떻게 해!”
“사, 살려줘!”
“에, 에이 씨발 나도 몰라!!”
이광천의 배에 구멍이 뚫리자마자 패닉이 일어난 길드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레이드를 포기하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었다.
“끄아아아!”
“사, 살려줘! 살려달라고!!”
이연화의 귓가에 따그라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너머로는 길드원들의 비명이 들리고, 그녀의 시각에는 전갈들에게 포위당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있는 길드원이 보였다.
끼리릭!!
“읏!?”
그리고 곧 그녀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전갈을 보며 ‘홍염’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전갈의 몸.
이연화의 능력인 홍염은 한번 지정된 대상이 완전히 재만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사방으로 지랄을 떨어대며 발광하다 자빠진 전갈을 보며 이연화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때문이야.’
처음 고구려 길드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을 때, 갑작스레 강남역 한가운데에 나타난 거대한 전갈을 죽이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처음 홍염을 사용하고 전갈의 몸이 불타오르는 것을 보는 것까지는 좋았다.
고구려 길드원들은 대형 길드라는 이름값을 하는 듯 순식간에 거대 전갈을 포위했고, 이광천과 이연화는 타오르는 전갈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래, 작은 전갈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거대한 전갈이 어느 순간 타오르고 있는 몸에서 작은 전갈들을 뱉어냈고, 그 작은 전갈들은 사방으로 튀어나가며 강남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강남역이 불바다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와 몬스터를 피해 도망가는 아비규환이 되고, 그러던 중 이광천과 이연화는 전갈의 꼬리에 맞아 큰 피해를 입었다.
이광천은 전갈의 꼬리에 배가 뚫렸고, 이연화는 그런 이광천을 구하려 하다 전갈의 꼬리에 맞아 무기가 파손되고 손에 치명상을 입었다.
“으, 읏…….”
그녀는 완전히 으스러져 감감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자신을 앞에 있는 전갈을 마주봤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무력감.
곧 이연화는 전갈의 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고.
꽝!
“……?”
거대한 폭음이 그녀의 귀를 울렸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부여잡은 그 상태로 감았던 눈을 떴고, 곧 그녀는 전갈의 머리를 지반에 처박은 남자와 완전히 변해 있는 세계를 볼 수 있었다.
하늘에는 태양을 가리는 일식 현상이 일어나 있었고, 그 아래에는 온몸에 검은색의 오오라를 감고 있는 남자가 전갈의 머리를 밟고 있었다.
“그림자 왕…….”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몇 번이고 불렀던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 * *
제목: 이번에 씨커 길드 총출동한 강남역 이계화를 보며 느낀 씨커 길드와 다른 SSS급 헌터들의 차이(영상 찍은 본인이다)
작성자: 앙김티 (224.212)
내용:
반갑다.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이번에 강남역 이계화 사태를 실제로 겪어보고 혼자 병신같이 고층빌딩에 갇혀서 탈출도 못 하다가 고구려 길드의 전투 영상이랑 씨커 길드의 전투 영상을 둘 다 찍은 장본인이다.
우선 너희가 직접 보고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맨 아래에 있는 영상 누르면 바로 나오니까 영상 봐라. 영상 보면서 내 설명 듣는 것도 좋고.
이번에 이계화 사태에서 나타난 괴물을 처음 상대한 건 이번에 SSS급이 된 이연화랑 SS급인 이광천임.
근데 너희도 알다시피 이번에 이광천은 전갈 상대하다가 운명하셨고, 이연화도 팔이랑 갈비가 완전히 개박살 나서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더라.
내가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 이연화랑 이광천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 전부 포함해서 전갈하고 붙었는데 전갈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 걸로 보인다.
(중략)
영상 3분 11초 부분을 보면, 이광천과 이연화는 강남이 불바다가 될 때까지 전갈한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 했다는 게 딱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존나게 움직여서 싸운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지. 그에 비해 4분 11초를 봐라.
여기가 이제 고구려 길드들 전갈들한테 박살 나고 그림자 왕이랑 씨커 길드원들 도착하는 부분인데, 보이냐?
내가 위에서 찍은 거라 잘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전갈 대가리가 그림자왕 공격 한 번에 지반에 처박혀 있다.
그 뒤로도 김서윤이랑 하리남, 이은별 공격에 전갈은 정신도 못 차린다.
봐라, 이연화가 한 공격은 그냥 무시하고 덤비던 애가, 씨커 길드 애들이 달라붙으니까 일방적으로 처맞다가 꼬로록 한다.
그러니까 내 말은 씨커 길드는 이미 SSS급을 넘어섰다는 이야기지 ㅋㅋㅋ
아무튼, 한 줄 요약은 그거다.
씨커 길드에 있는 길드원들은 이미 SSS급을 넘어섰다.
[댓글 321개]
-ㅁㄴㅇㄹ: ㅋㅋㅋㅋㅋ 이 새끼, 뭐 글을 이렇게 난잡하게 써놨냐. 3줄 요약이나 해라. 그리고 무슨 씨커 길드가 SSS급을 넘어섰냐? 그냥 길드원이 전부 SSS급이라 다구리 치니까 그렇게 된 거지.
ㄴ빤스러운: 근데 솔직히 보다 보면 그런 생각 들 때 있음. 다른 SSS급이랑 씨커 길드원들 전투하는 영상 비교해 보면 진짜 압도적일 때 많기는 함.
ㄴ오소로이: ㅇㅈ 나도 영상 찾다 보면 느끼는 게, 확실히 씨커 길드는 뭔가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는 함.
-파스토르: 그, 이상한 헛소리 하지 마시고요. 제발 이런 똥글 좀 싸지르지 말아주세요.
ㄴ 제발: 읽지 마세요.
-으싐론자13단: 자, 여러분. 과연 그림자 왕만 저렇게 강한 게 일반적인 일일까요? 아니, 씨커 길드에 참여한 길드원들 전부 보세요. 왜 그들이 다른 SSS급 헌터보다 강할까요? 우린 여기에서도 의심해 봐야 합니다.
ㄴ 오토마타: 너 ㅅㅂ 유튜브에 그 새끼지? 어떻게 이 새끼는 씨커 길드 관련된 모든 댓글에 이렇게 존재하냐? 진짜 대단하다.
ㄴ 킹리젓갓직히: 솔직히 이 정도면 ㄹㅇ 팬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 아니냐? ㅋㅋㅋㅋ
ㄴ 병신을 보면 짓는 개: 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 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 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 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월! 와르르르르 알! 알알! 월! 으르르르르 컹컹!!
“뭐 보고 있어?”
김서윤의 물음에 에단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김서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이번에 신설된 헌터 커뮤니티 사이트의 익명 게시판인데 저희 이야기가 떠 있어서요.”
“우리 이야기?”
“네, 여기 말로는 저희 길드가 다른 타 SSS급 헌터들은 옛적에 뛰어넘었다고 하면서 글을 써놨길래 보는 중이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에단이 스마트폰을 넘기자 김서윤은 휴게실에 배치된 소파에서 에단의 스마트폰을 내리다 스마트폰을 그에게 넘겨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으, 지금 몇 시지?”
“이제 7시네요.”
“아저씨는?”
“아직 횃불 안에 있어요.”
에단의 말에 김서윤은 끄아아아아 하는 비명 비슷한 신음을 흘리더니 그대로 소파에 누워 이은별의 다리에 머리를 기댔다.
“아, 진짜 심심하당.”
김서윤의 중얼거림에 이은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은 뒤 말했다.
“그래도 기다려 봐야지.”
“그러게요. 원래 항상 가라고 했었잖아요?”
기본적으로 6시면 텅텅 비는 씨커 길드 사무소에 지금까지 길드원들이 있는 이유는 바로 씨커 길드의 길드장인 김우현의 말 때문이었다.
“횃불에서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고 들어간 건 좋은데……언제 나오냐구…….”
“뭐, 원래 길드장님이야 횃불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니까.”
이로하의 말에 김서윤은 힘없이 어깨를 으쓱였고, 조금 전까지 TV를 보고 있던 하리남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확실히 형님이 기다리라고 하니까 궁금해서 기다리게 되기는 하네.”
“그게, 무슨 소리?”
아냐가 묻자 하리남은 말했다.
“보통 형님은 우리가 어떻게 퇴근하든 신경도 안 쓰거든, 정시에 퇴근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좀 일찍 퇴근해도 뭐라 안 그래. 근데 그런 형님이 잠시 할 이야기가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니까…….”
하리남은 슬쩍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뭔가, 조금 색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 그거 나도 알 것 같다.”
“나도요.”
이로하와 김서윤이 대답하자 아냐는 묘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하리남은 ‘아무튼 기다리자’라고 말한 뒤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
화르륵!
무엇인가가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잠잠했던 횃불에서 거대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김우현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는 빠져나오자마자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