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
나 혼자 10만 대군 168화
51장 방법(2)
동양풍의 거대한 장원 건물.
그중에서도 중앙에 있는 거대한 건물 안에 들어간 남자는 앞에 보이는 거대한 석상 앞에 조심히 무릎을 꿇었다.
그가 석상 앞에 무릎을 꿇음과 함께 주변의 켜져 있던 촛불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
[일은 제대로 해결했나?]
그저 돌로 만들어졌을 뿐인 석상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월명대천 님. 말씀하신 대로 제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그들을 다른 이계로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무엇을 말하는 거지?]
“그 마교의 악마 놈들을 잠시 동안 봉인하느라 저는 당분간 월명대천 님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악마 놈들이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남자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목소리는 괜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이계로 간 악마가 돌아올 일은 없을 테니.]
“정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너는 이전처럼 남은 악마만 잘 막아내면 된다.]
“……? 남은 악마라니요?”
[……?]
남자의 물음에 석상은, 아니, 그 성상을 빌어 자신의 계승자를 바라보고 있던 로만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말했다.
[남은 악마가 있지 않더냐, 지금 네 능력을 전면으로 막고 있어서 제대로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악마 말이다.]
로만의 말에 남자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 악마들은 이계로 빨려 들어갔는…… 데?”
[뭐!?]
계승자의 말에 로만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었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계승자는 로만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석상을 바라보았다.
[그 악마 두 놈이 전부 이계로 빨려 들어갔단 말이냐!?]
“예, 아니, 그런데…… 분명 저번에 제게 하사품을 내리시며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장신구를 사용해 악마를 이계로 보내라고…….”
[…….]
계승자의 말에 로만은 한숨을 내쉬며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악마를 최대한 이계로 보내라고,
하지만 두 악마를 한 번에 이계로 밀어 넣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다.’
조금 더 확실하게 말해줬어야 했는데, 악마 진영에 벨리알이라는 악마가 참여하며 전세가 파죽지세로 밀리고 있어, 자신의 계승자에게 급하게 물건을 넘긴 것이 실수가 되었다.
‘어떻게 하지?’
로만이 자신의 신전에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할 때쯤, 계승자도 그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무엇인가를 우물거리다가 말했다.
“그런데, 월명대천 님이 주신 장신구를 사용할 때 뭔가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습니다.”
[뭐……?]
“사실, 처음 모여 있는 악마들을 묶어두고 장신구를 던졌을 때 제가 장신구를 사용하는 것이 미흡에 위치선정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원래는 장신구에 가까이 있는 벨리알이라는 악마 놈만이 그 이계에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였는데…….”
계승자는 거기까지 말하고, 아직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하며 석상을 몇 번이고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장신구를 통해 열린 그 균열 속에서 손이 튀어나와 두 명의 악마를 모두 끌고 들어갔습니다.”
[뭐?]
‘……차원 문에서 손이 나와 악마를 끌고 갔다고?’
로만은 계승자가 한 말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제가 잘못 본 건가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손이었습니다.”
계승자의 답변에 로만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지만,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알았다. 우선 너는 오늘부터 5일까지 계속해서 운기조식을 행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로만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마력을 사용해 은빛의 마력으로 자신을 감싸 자신이 요즘 자주 들르는 곳 중 하나인 고풍스러운 도서관으로 몸을 이동했다.
“왔어?”
고풍스러운 도서관으로 몸을 이동하자마자 그 도서관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로우레테는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읽으며 느긋하게 인사해 왔고 로만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문제가 생겼어.”
“……문제?”
“지금 네 계약자. 3지구에 가 있지?”
로만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로만은 무척 심각한 표정으로 로우레테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3지구에 악마가 들어갔어.”
로만의 말에 로우레테는 그녀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네가 말했던 거잖아?”
“……두 명이나 들어갔어.”
“……뭐?”
“지금 5지구에 있던 악마들 2명이 전부 3지구에 있다고.”
로만의 말에 로우레테는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로?”
“그래, 그러니까 지금 당장 네 계약자를 이곳으로 빼 오지 않으면 네 계약자가 위험할지도 몰라.”
그녀의 말에 로우레테는 굳은 표정으로 로만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
조금 전까지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로우레테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로만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고, 로우레테는 다시 한번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 * *
모든 것이 잿빛이 된 세계에는 일식이 떠 올라 있었다.
하늘은 다시 옛날의 푸른빛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탁해져 있었고, 지상은 마른 나무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눈에 걸리는 것은 회색빛의 돌무더기뿐이었다.
그 모든 풍경은 잿빛 하늘에 떠오른 일식 덕분에 더욱 어둡고 칙칙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꽝!
“꺄아아악!”
파이몬은 잿빛 대지에 처박힌 채 이어서 날아오는 검은 마력탄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컥!”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파이몬의 소리와 함께 검은 마력탄이 터져나가며 회색빛 지반을 박살 냈다.
먼지 구덩이가 가득한 지반 안에서 파이몬은 끄으으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푸확!!
“끄아아아아……!!”
파이몬은 자신의 어깻죽지에 꽂힌 검은 창을 보며 비명을 질렀고, 나는 파이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약하네?”
내 물음에도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어깻죽지에 박혀 있는 창을 부여잡고 있었다.
무척이나 애처로운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어깻죽지에 있는 창을 붙잡고 있는 파이몬.
혹여나 마음이 약한 사람이 본다면 저도 모르게 쥐고 있는 창의 힘을 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끄드드득! 푸확!
“끅?!”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창을 움직여 어깻죽지에 꽂힌 창을 그대로 내부에서 비틀었고, 파이몬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목울대에 공기구멍을 만들어주었다.
꺽꺽거리며 피를 토해내는 파이몬.
서서히 초점이 희미해지고 있는 파이몬을 뒤로한 채, 나는 시선을 돌려 몸을 일으키고 있는 악마를 바라봤다.
“큭…….”
잿빛 잔해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벨리알을 보며 나는 창을 휘어잡고 그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 로우레테에게 3지구에 악마들이 나타난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녀석들이 소환될 좌표에 미리 가 있던 나는 곧 차원문이 열리는 모습을 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차원문에서 나오지 않는 악마들을 억지로 3지구로 끌어내렸다.
다만 거기서 생긴 문제라면 한 명의 악마를 끌고 나오는 도중, 내가 발을 잡았던 그 악마가 옆에 서 있던 다른 악마를 붙잡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악마가 한 명 더 추가된 것이었다.
“쯧…….”
솔직히 처음에는 두 명의 악마를 한 번에 상대하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부담이 있었지만 악마들은 생각보다 약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악마보다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게 옳을 것이다.
분명 로우레테에게 들었을 때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다를 뿐이고, 그 전체적인 능력 자체는 동급이라고 들었으니까.
“네 녀석은 대체……!”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에서 검을 들고 서 있는 벨리알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의 상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묵색과 회색빛으로 치장된 갑옷은 이미 여기저기가 깨져 나가 있었고, 들고 있는 붉은 검도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날이 나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비참해 보이는 악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묘한 허탈감이 들었다.
……악마를 이렇게 쥐어 팰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는데도, 아직도 나는 더 강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이 묘한 허탈감을 만들어주었다.
“왜, 자기가 강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깨지니까 당황스러워?”
나는 느긋하게 웃으며 벨리알을 바라봤고, 벨리알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별안간 무엇인가를 알아챈 듯 입을 열었다.
“네 녀석, 엘리고르와 크세즈베트를 죽인 녀석이냐?”
벨리알의 물음에 나는 느긋하게 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걸 이제 알았냐, 멍청아?”
노골적인 조롱에 벨리알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손에 넣은 거지?”
벨리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검을 들어 올리며 물었고, 나는 그런 벨리알의 말에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인 뒤 곧바로 그의 앞으로 도약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크레이터가 생기며 지반이 울린다.
벨리알은 내 도약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지만 유감스럽게도 벨리알의 검은 내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까지지직! 카챵!
붉은 검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가고, 벨리알의 검을 박살 낸 내 발이 벨리알의 얼굴을 걷어찬다.
“크악!”
순간적으로 높은 하이톤의 비명이 들리며 벨리알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고, 나는 곧바로 벨리알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창을 벨리알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콤마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짧은 찰나의 움직임.
하나 그것으로 벨리알은 회생불능의 피해를 입고 회색빛의 지상을 떨어져 내렸다.
쿵!
육중한 소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벨리알.
나는 그의 앞에 착지했고 창과 함께 땅바닥에 박힌 벨리알은 파이몬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심장에 꽂힌 창을 뽑아내려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했다.
“한낱 인간이, 그것도 계승자도 아닌 인간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너희는 꼭 만나기만 하면 인간을 쓰레기 취급하더라?”
“끄으으윽!”
악마의 중얼거림에 나는 그의 몸에 박힌 창을 깊숙이 밀어 넣었고 그는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악마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허무한 죽음.
나는 벨리알의 두 눈가에 생기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창을 뽑아냈다.
푸확!
창을 뽑아내자마자 벨리알의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무심하게 바라본 나는 이내 벨리알의 심장 속에 있는 거무튀튀한 마정석과 파이몬에 몸에서 나온 마정석을 모두 챙겼다.
“…….”
그렇게 하고 나서 신격 각성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나는 망설임 없이 주머니 안에 있던 푸른 구슬을 움켜쥐었다.
구슬을 움켜쥐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 앞쪽에 생겨난 차원문을 보며 나는 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