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
나 혼자 10만 대군 167화
51장 방법(1)
“괴신들을 3지구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고?”
3일 뒤, 로우레테의 호출을 받고 찾아간 나는 그녀에게 괴신을 처리할 방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로우레테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괴신들을 3지구로 옮기는다는 말보다는 좌표를 바꿔 괴신들의 강림 구역을 3지구로 바꾼다는 게 맞는 것 같군.”
“……그게 가능해?”
괴신들이 2지구에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서 상호보완의 법칙이 깨져 그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다른 지구로 리스크를 넘길 수 있다고?
“음, 솔직히 말해서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기는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이론상으론?”
“그래, 이론상으론.”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손에 쥐어진 커피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로우레테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도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방법을 실행해 보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물론 지금도 이계화는 실시간을 일어나고 있었다.
당장 어제 홍천에서도 이계화가 일어나 하리남이 막으러 갔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괴신들이 튀어나오지 않고 그냥 이계화만 일어나고 있었지만, 만약 또 한 번 그 아틀락 나챠의 거미가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
아마 다른 괴신의 신격을 먹어치우지 않은 지금 상태라면 그 녀석을 이기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괴신들을 3지구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가 묻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했다.
“하지만 괴신들을 옮기기 전에 네가 해줘야 하는 일이 있다.”
“……? 내가 할 일?”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처럼 또 아이템을 모아야 하나?
사실 지금 시점에서 괴신 정도 급만 아니면 아이템을 모으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내가 할 일이 뭔데?”
“괴신이 강림하는 좌표를 옮기기 전에, 너는 악마를 죽여야만 한다.”
“……악마?”
“그래.”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곧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고, 잠시 가만히 로우레테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괴신들을 3지구로 옮기려면 신의 힘이 필요한데, 그 신의 힘을 빌리면 그 신이 골치 썩고 있는 악마를 죽여야 한다……뭐 대충 그런 소리지?”
“대충 맞다.”
“그럼 내가 그 신이 관리하고 있다는 5지구로 가야만 하는 거야?”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부정했다.
“아니, 네가 딱히 5지구로 갈 필요 없이 너는 3지구에 있으면 된다.”
“그럼 악마가 3지구로 오는 거야?”
“온다기보다는 5지구의 신들이 어떻게 해서든 악마를 3지구로 날려 버리겠지.”
“……굳이?”
“뭐가 ‘굳이’라는 거지?”
“아니, 내가 5지구로 가는 게 훨씬 편하지 않나 싶어서.”
“아, 그런 이야기였나.”
로우레테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뭐, 확실히 네가 5지구로 갈 수 있다면 확실히 부담은 작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는 5지구로 넘어갈 수 없다.”
“……? 왜? 저번에는 3지구도 갔었잖아”
“그거야 2지구와 3지구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차원이라 지금 저기에 있는 장치로 연결할 수 있었던 거고, 2지구에서 5지구로 넘어가려면 차원을 세 개나 넘어야 한다. 한마디로 굳이 넘어갈 수는 있지만, 효율이 썩 높지는 않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인 뒤 말했다.
“한마디로 네가 5지구로 가는 것보다 거기에 있는 신들이 자신의 힘을 모아서 악마를 3지구로 날려 보내는 게 훨씬 빠르다는 이야기다.”
로우레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악마는 언제 5지구에서 3지구로 넘어오는데?”
내 물음에 그녀는 말했다.
“글쎄, 우선 그쪽 입장에서는 네가 수락하면 곧바로 악마를 3지구 쪽으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아마 현실적으로 그렇게 빠르게 보내는 건 불가능하겠지.”
로우레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내 말했다.
“뭐, 우선은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고 해. 어차피 잡아야 할 악마라면 최대한 빨리 잡고 괴신들이 3지구 쪽으로 옮기는 게 이득이니까.”
“알았다.”
* * *
“이제 거의 끝났군.”
악마 벨리알은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마치 동양 중세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만 같은 건축물들은 전부 무너져 내려 그 편린만이 엿보이고 있었고, 그 건물들 사이사이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려 있었다.
“끅…….”
그리고 그러던 와중 들리는 자그마한 신음에 벨리알은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 노인 하나가 벨리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살아 있었나.”
“더러운…… 마교 놈들……! 네 녀석들은 진정 하늘이 무섭지 않…….”
촤아악!
“컥……!?”
“버러지가 말이 많군.”
벨리알은 노인이 다음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그의 몸을 두 동강 내어 입을 막았고, 곧 그런 벨리알의 뒤로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기본적으로인 인간형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등 뒤에 돋아나 있는 박쥐의 날개는 그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악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어머, 벌써 정협맹을 끝낸 건가요?”
등 뒤에서 나타난 악마의 말에 벨리알은 슬쩍 인상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파이몬, 도대체 너는 내가 올 때까지 뭘 하고 있던 거지? 이런 버러지들 하나 제대로 못 치우다니.”
벨리알의 타박에 파이몬이라고 불린 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유감스럽지만 저는 당장 거의 모든 마력을 ‘계승자’의 능력을 막는 데 쓰고 있으니까요.”
“쯧,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
“당신도 봤을 텐데요? 달의 계승자의 마력을 막지 않으면 지금 이곳에서 저를 포함한 마물들은 대부분은 마력 사용이 막힌다는 걸.”
“…….”
파이몬의 말에 벨리알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지금 5지구에 있는 ‘달의 계승자’는 악마를 포함한 마물들의 마력을 제한해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마력을 봉인한다고 해도 악마들은 강했지만, 이전처럼 압도적일 정도로 그들을 죽이는 것은 힘들었다.
“쯧, 역시 성가시군.”
벨리알이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털고서는 검을 아공간 안에 집어넣자 파이몬은 그의 옆으로 걸어와 완전히 부서진 정협맹의 건물들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도 벨리알이 도와줘서 곧 계승자를 잡을 수 있겠네요.”
“아직도 계승자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한 건가?”
벨리알의 물음에 파이몬은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말했듯이 당신이 이 5지구로 넘어온 뒤로 계승자와 이 세계에 중추가 되는 녀석들은 대륙에서 모습을 감췄어요.”
“쯧, 버러지들이 잘도 도망치는군.”
“어차피 인간들 입장에서는 달의 계승자만 죽지 않으면 저희가 5지구에 있는 영혼을 데리고 갈 수 없으니까, 어떻게든 계승자만은 지켜보겠다는 심보겠죠.”
파이몬의 말에 안 그래도 찌푸리던 인상을 더더욱 험악하게 찌푸린 그는 신경질을 내며 두 동강 난 노인의 시체를 발로 찼다.
콰드득!
가볍게 찼는데도 불구하고 상반신이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피를 흩뿌린 노인의 시체를 한 번 바라본 파이몬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너무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차피 우리가 일을 빨리 끝낸다고 해도 1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신계에 쳐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벨리알은 자신의 몸을 돌리려 했지만…….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나?]
갑작스레 자신의 뒤에 몰리는 격한 마력의 파동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온몸에 푸른색의 오오라를 감싼 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계승자?”
파이몬이 입을 열자마자 밝은 칙칙한 잿빛 구름이 있던 하늘이 사라지고, 푸른 밤이 찾아왔다.
어둠 주위에는 선명한 은하수가 찍혀 있고, 그 위에는 푸른색의 초승달이 자신의 뽐내며 자리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남자가 벨리알과 파이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지금까지 어떻게든 숨어다니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더니, 혼자서 이렇게 나오셔도 되겠어요?”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희들한테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파이몬의 걱정 섞인 비아냥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고, 벨리알은 말없이 검을 꺼내 들었지만…….
“……!?”
쫘아악!
검을 꺼내려 하는 벨리알의 팔에 무엇인가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팔뿐만이 아니었다.
푸른빛을 내는 오오라가 벨리알과 파이몬의 팔다리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벨리알은 뒤늦게 속박을 풀기 위해 몸을 뒤틀었지만 여의치 않은 듯 인상을 찌푸렸고, 파이몬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마지막 발악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당신이 이렇게 마력을 전부 쏟아부어서 저희를 속박해 봤자, 저희에게 유의미한 공격은 할 수 없을 텐데요?”
파이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내가 이렇게 속박하는 동안 나는 너희를 공격할 수는 없지.”
“…….”
남자의 쿨한 인정에, 되려 이상하다는 듯 계승자를 바라보는 파이몬은 슬쩍 인상을 찌푸렸고, 남자는 그런 파이몬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공격을 하러 온 게 아니라서 말이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계승자의 손에 잡혀 있는 푸른 큐브조각.
“……그건?”
“글쎄,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자랑스러운 ‘월명대천’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희에게 선물하라고 하시더라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푸른빛이 새고 있는 큐브를 악마에게로 던졌고, 파이몬과 벨리알은 푸른 오오라에 속박된 채 자신의 주변에 떨어진 푸른 큐브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푸른 큐브가 땅바닥에 떨어진 그 순간.
치직…… 찌지직!
큐브가 떨어진 땅이 깨져 나가며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차원 이동?”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하는 균열을 보며 벨리알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비웃음을 지으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설마 고작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날려 버리려고 그렇게 허세를 떤 거냐?”
“…….”
남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서 있자 벨리알은 더더욱 커지기 시작한 균열을 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입을 열었다.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보낸다고 해서 너희의 멸망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나? 어차피 너희가 나를 다른 차원으로 보낸다고 해도 나는 다시 차원을 넘어…….”
“아, 거 참 말 많네.”
그리고…….
열린 균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벨리알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균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만 떠들고 빨리 와.”
그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자신의 몸을 균열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