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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65화 (165/202)

# 165

나 혼자 10만 대군 165화

50장 악마 사냥(1)

씨커 길드 사무소 2층의 휴게실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럼 언니도 결국 못 이긴 거예요?”

김서윤의 물음에 이은별은 자신의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무리 공격해도 통하지 않더라고, 마치 공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그녀의 말에 김서윤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제 공격에 거의 대미지를 입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 오우거가 갑자기 신격이니 뭐니 하면서 돌아가지만 않았어도 아마 제가 졌을 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머리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흔들고는 이로하와 하리남을 보았다.

“이로하 언니랑 하리남 오빠는 어땠어요?”

“글쎄……? 나는 그런 이상한 녀석들은 안 나와서 바로 끝낼 수는 있었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김서윤의 물음에 답한 하리남과 이로하는 뭔가 미묘하다는 듯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근데, 정말이야? 은별 누나도 그렇고 서윤이, 네가 전력으로 상대해도 이기지 못할 정도의 보스 몬스터라니…….”

하리남이 그렇게 말하며 둘을 돌아보자 김서윤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저희 아저씨 빼고는 전부 이길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진짜 그렇게 강한 녀석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디.

그때 1인 소파에 앉아 있던 에단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 겨우 몇십 초밖에 안 되긴 하는데 서윤이 누나가 싸운 영상이 올라와 있기는 한데요?”

“……?”

그 말에 김서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에단이 켜놓은 영상을 바라보았다.

영상 안에서는 부서진 잔해 속에서 걸어 나오는 김서윤과 그런 김서윤은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오우거가 나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던 김서윤과 오우거는 이내 싸움을 시작했다.

“……뭐야 고장 났나?”

“아뇨? 여기 주변 건물 터져 나가는 거 보면 딱히 멈춘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아, 그러네. 슬쩍슬쩍 오우거랑 싸우는 게 보이기는 하네.”

“……그냥 너무 빨라서 카메라가 못 잡는 거 아닐까요?”

“그런 것 같네.”

하리남과 에단이 말을 주고받으며 잔상과 기괴한 폭음밖에 나지 않는 영상을 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끝났네…….”

“이건 뭐, 제대로 찍히지도 않았네요.”

김서윤과 SSS급 오우거 전투 장면이라는 어그로랑은 맞지 않게, 영상은 결국 김서윤과 오크의 모습이 여기저기 흐릿하게 나오는 것을 끝으로 끝났다.

에단이 손가락만을 이용해 스크롤을 내려보자 그곳에는 제목 어그로에 대한 반작용인지 욕설 댓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바이러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뭐냐, 시발. 네가 편집한 거냐? 이걸 무슨 시발 전투 장면이라고 올려놨냐? 그리고 SSS급 오우거라는데, 저거 협회에서 아직 판단도 안 됐잖아 ㅋㅋㅋㅋㅋㅋ 사기 치네

└아이비: 0:22 여기 한번 보셈, 아주 흐릿하긴 하지만 잔상이 보이기는 하네요…… 는 개뿔.

└누나정말좋앙: 근데 솔직히 이번에 김서윤이 삼척 쪽 이계화 사태 막으러 간 건 맞는 듯 기사 뜬 거 보니까…… 근데 솔직히 이 영상은, 흠…….

-내가누군지아냐?: 이 영상이 욕 처먹는 이유는 영상을 짜깁기해서도 아니고 팩트를 잘못 올린 것 때문도 아니다. 이 영상이 욕 처먹는 이유는 카메라에 제대로 찍힐 수 없을 정도로 전투를 펼치는 서윤 느님과 오우거의 영상을 처올린 다음에 어그로를 끈 것 때문이다.

└흠터레스팅: 솔직히 네 언어력이 좀 이상한 것 같음. 그냥 간단하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되잖아? 그냥 ‘싸우는 건 맞는데, 제목 어그로 끌어서 욕 처먹고 있는 거다.’ 이렇게, 뭘 이렇게 어렵게 써놨어? ㅋㅋㅋㅋ

└ 앙리모티: ㅋ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요즘이온: 근데 요즘 김서윤 전투 영상 보면 전부 이런 식인 것 같기는 함. 최근에 전투 영상 뜬 것도 봤는데 카메라가 못 따라가는 건지 아니면 끊기는 건지, 모습이 잘 안 보이긴 하더라, 스타 폴이나 그림자 왕도 잘 보이는데 유독 김서윤만 그럼.

└기모리리: 뭐, 근데 솔직히 이건 당연한 거라고 본다. 애초에 김서윤은 전투 스타일이 그냥 근접 박투 스타일이라 그런 능력이 상당히 강해진 거겠지, 그에 비해 그림자 왕은 존나 세긴 하지만, 물량빨이고 이은별은 마법사니까.

└회사말안들음: 이거 솔직히 맞는 말,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아나키즘: 여기에 서윤 느님 나옴.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0:32 …… 더보기.

“……개판이네.”

에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껐고, 하리남은 다시 이은별과 김서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서윤이, 네가 말했던 건 뭐야?”

“……? 뭐가요?”

“그, 말했었잖아? 갑자기 너랑 싸우던 보스 몬스터가 사라졌다고. 보통 이계화는 보스 몬스터를 죽이거나 입구 측의 핵을 파괴해야 사라지는 거 아니었어?”

하리남의 물음에 김서윤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슬쩍 자신의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도 그걸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때는 공격이 하나도 안 통해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녀석이 ‘오늘은 여기까지다’라고 하더니 사라졌어요.”

“……? 사라졌다고?”

“정확히는 사라졌다기보다는 어딘가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팍! 하고 사라지던데요……?”

“나도 마찬가지야.”

김서윤의 말에 이은별이 동조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 같은 경우도 한창 방책에 있던 헌터들과 나를 공격하다가 갑자기, ‘이 이상 하면 신격이 부족해진다.’ 뭐, 이런 말을 반복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이은별은 그렇게 말한 뒤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사색에 잠겼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리남은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그보다 형님은? 분명 아까 러시아에서 돌아오셨다고 한 것 같은데.”

“우현이 형 횃불 안에 들어가 있어요.”

“……또?”

김서윤은 김우현의 전용 책상 위에 올려진 횃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나는 못 들어가나?”

“전에 우리 다 시도해 보지 않았어요? 우현이 형 들어가 있을 때 한번 들어가 보려고.”

“그랬지.”

“……아아아!!!”

에단과 하리남의 대화에 김서윤은 괜히 소파 위에서 몸을 뒤틀더니 원망스럽게 횃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씨잉, 우울할 때 나와 있으면 좀 좋아!”

“뭐, 조금만 기다리면 나오지 않을까요? 보통 들어가고 나서 1~2시간 뒤에는 무조건 나오시던데,”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횃불을 바라봤다.

* * *

고풍스러운 도서관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자리 잡고 있었다.

로우레테는 아까부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지 자신의 고깔모자 챙을 잡고 무엇인가를 계속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로우레테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역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엘리고르와 크세즈베트를 잡으며 저도 모르게 자만에 빠져 있었나?

아마 그랬던 것 같다.

회귀 전에는 크세즈베트가 이 세계를 멸망시켰던 장본인이었다 보니, 그 녀석을 죽이고 나니까 ‘이제 어떻게든 잘 굴러가겠지’라는 헛된 망상에 빠져 있던 것 같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폈다. 역시 아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로우레테가 말했던 사탄을 죽이기 전까지 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흠,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냥 그런 괴신들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밖에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손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

생각하던 중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려 로우레테를 바라봤다.

“내가 괴신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나?”

“어, 분명히 듣기는 했지. 상호 보완이었나?”

지난번, 그녀가 내게 이계화 사태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말해줬었다.

이계화 사태가 일어나는 이유와 덤으로 괴신들이 빠져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솔직히 나로서는 왜 회귀 전과 다르게 이계화 사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괴신들까지 같이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지금에 와서는 그걸 신경 쓰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이미 회귀 전과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으니까.

“그런데 그게 왜?”

“내가 말했듯이 괴신들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5개 지구의 상호 보완이 망가지고 파편들이 늘어나서, 지금 네가 살고 있는 2지구가 그 리스크를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뭐, 그렇지?”

“그리고 지금 네가 문제는 네 성장도에 비례해서 네가 이길 수 없을 정도의 적이 나타난다는 거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일어나는 이계화 사태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그것이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태와는 다르게 이번 이계화 사태에서는 아무리 강한 상대가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싸워야만 했다.

한마디로 던전처럼 자신의 실력에 맞는 곳에 들어가 실력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확실히 내가 원하는 대로 나와 비슷하거나 약한 괴신들과 싸워서 신격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면 좋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지 않아?”

내 물음에 로우레테는 말했다.

“가능하다면?”

“……? 가능해?”

“솔직히 말해서 확신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시도해 볼 만한 게 있기는 하다.”

“정말로……?”

내가 되묻자 로우레테는 자신의 고깔모자를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

“만약 이게 성공한다고 하면 아마 너는 이전처럼 괴신을 골라서 사냥하는 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다만 만약 이게 성공한다고 쳐도 단점이 하나 생기지.”

“그게 뭔데?”

“그동안 잠잠했던 악마들이, 다시 2지구에 와서 날뛰기 시작할 거다.”

“악마들……? 아, 그러고 보니.”

생각해 보면 내게 죽음을 맞이한 엘리고르의 말이나, 로우레테의 말처럼 ‘사탄’이 존재하는 한 악마가 계속해서 왔어야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엘리고르가 죽고 난 뒤 거의 1달에 가까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악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새삼스럽게 깨달은 표정으로 로우레테를 쳐다보자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악마들은 2지구에 이 리스크가 적용되는 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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