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나 혼자 10만 대군 156화
47장 SSS급 헌터 아냐(1)
헌터 협회 한국 지부.
“와…… 아프겠다.”
정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우석은 모니터 영상 속에 보이는 장면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쫘아아악!]
[끅! 잠깐만!]
영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3일 전 국제 헌터 협회에서 SS급 이상의 헌터들을 초청해 그들과의 친분을 다지려고 만든 헌터 모임에서 찍힌 영상이었다.
[그, 그만!]
[쫘아아아아악!]
“와, 쟤 보여요? 완전 턱 돌아간 거 아니에요?”
“저거 진짜 살아 있나? 소리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라 무슨 북 터뜨리는 소리 같은데.”
“그래도 뉴스 보면 살아 있다고는 하니 살아 있겠지.”
정보부 쪽 인원들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거대한 모니터 근처에 모여, 미국의 SSS급 헌터로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강령술사 드레이스가, 탐식 김서윤에게 일방적으로 뺨을 얻어맞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드레이스는 강령술을 쓰며 덤벼들었지만, 김서윤이 드레이스의 팔을 잡고 연속으로 따귀를 때리는 것과 그 따귀를 맞고 기절하는 드레이스를 찍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와, 그나저나 이건 어떻게 선명하게 찍힌 거예요?”
“헌터 모임에서 뭔가 주워 먹을 건더기가 있나 하고 기자가 들어가서 대기하다가 나오는 시점에 찍었다나 봐, 그 기자는 횡재한 거지.”
“떼돈 벌었겠네.”
정보부원 중 한 명은 저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바로 앞에 있는 마우스의 스크롤을 내려 난장판이 되어 있는 댓글 중 몇 개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트락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생각인데 솔직히 저 정도쯤 되면 드레이스 이제 말 못 하지 않을까? 턱 360도로 돌아간 거 아님?
└앙기모티: 진짜 엄청 심각해 보이기는 함, 무슨 뺨 때릴 때마다 대포 터지는 소리 ㅋㅋㅋㅋㅋㅋ 내가 볼 때 이제 밥 먹을 때 음식 주르륵 흘릴 듯.
-롤스로이스: 개이득이네. 이제 턱 빠져서 엄청 두꺼운 햄버거 한입에 씹을 수 있을 듯 이득 ㅇㅈ?
└서윤누나싸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ㅇㅈ 거의 개이득인 부분. 맨날 햄버거만 먹자너 ㅋㅋㅋㅋ
└드레기: 맞다 ㄹㅇ ㅋㅋㅋㅋㅋㅋ 가나다 파이 일자로 세워서 3개까지 넣을 수 있게 서윤 누나가 손수 튜닝해 줬네. 넘나 착한 것 ㅇㅈ?
진지무새: 근데 저 상황이 무슨 상황인가요? 밑에 보면 영어로 쓰여 있어서 해석이 안 되는데 뭐 때문에 탐식이 드레이스 뺨따귀 때리고 있는 거임? 저건 너무 폭력이 심한 거 아닌가……?
└ 설명충스피드웨건: 이제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씨커 길드는 3일 전에 국제 헌터 협회에서 추최하는 헌터 모임에 초청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드레이스라는 미국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꽤 유명한 SSS급 헌터가 탐식한테 시비를 걸었다네요. 그래서 저 상황이 된 겁니다.
└ A급헌터: 진짜로? 미친ㅋㅋㅋㅋ 드레이스 미쳤네, 비비는 거 보소. 근데 김서윤이 저렇게 두들겨 팬 거 보면 드레이스가 ㄹㅇ 부모 욕이라도 한 거 아닌가?
└ 설명충스피드웨건: 이건 그냥 찌라시인데, 듣기로는 드레이스가 탐식한테 길드원 흉을 엄청 봤다고 합니다. 그냥 들은 거라 이건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서 말하지 않았음.
“진짜 씨커 길드는 어떻게 영상 하나 올라올 때마다 이렇게 큰 사건을 하나씩 들고 오냐. 좀 신기하지 않냐?”
“그러게요.”
“그나저나 이제 또 그 헛소리 하던 놈들은 다 사라졌겠네?”
“누구 말하는 거예요?”
“걔들 있잖아? 최근에 새로 생긴 SSS급 헌터들이랑 씨커 길드랑 싸움 붙이는 키보드 워리어들.”
“아, 맞아. 요즘 보니까 여기저기에서 그런 걸로 키배 많이 뜬다고 하던데, 확실히 사라지겠네요.”
정보부원들은 저마다 이야기하며 댓글을 구경했고, 곧 그 뒤쪽에 있던 김우석은 입을 열었다.
“자자, 이제 다 확인했으면 슬슬 일하러 가. 요번 분기 길드 던전 할당량 전부 조사하고, 내가 어제부터 이야기했던 거 있지? 러시아 쪽 반응도 계속해서 주시해.”
김우성 부장의 말에 모니터 앞에 있던 이들은 어슬렁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고, 그런 정보부원들의 모습을 본 그는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유튜브를 닫고서는 제자리에 앉아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알아봤어?
“그래.”
김우석은 한때 자신의 동기이자 인사부장이었던 강형찬 이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답했고 곧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저번에 러시아 국방장관 볼코프 세르게이가 잡히면서 루머가 하나 돌았잖아?”
-루머? ……설마 그 국방장관이 SSS급 헌터의 약점을 잡고 있다는 그거?
전화기 속에서 들린 목소리에 김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 맞아. 우리가 조사하기에는 아무래도 그 루머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소리인 것 같아서.”
-……근거는?
“지금 러시아 협회 쪽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잖아? 녀석들은 사태를 크게 키우려고 하지 않고 있어. 그러니까 SSS급 헌터가 망명 요청을 해도 난리도 안 치고 사람만 조용히 보내는 거 아니겠어?”
-그거야, 그냥 SSS급 헌터가 망명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어느 정도 손실이 가서 그런 거 아니야?
“그것도 있겠지만, 러시아 쪽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SSS급 헌터를 빼앗길 판인데 그렇게 소극적으로 나올까? 분명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그리 소극적으로 나오는 거지. 되도록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서 말이야.”
김우석의 말에 강형찬은 말을 멈췄고,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우선 알았어, 우선 러시아 쪽에서는 곧 있으면 러시아 지부 쪽 사람이 온다고 아니까 그쪽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너는 혹시 모르니까 이런저런 정보 좀 더 찾아주고.
강형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우석은 전화를 끊었고, 곧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 *
헌터 협회 한국 지부 지하에 있는 회의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의 SSS급 헌터 아냐를 속히 본국으로 귀국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헌터 협회 러시아 지부 리디야의 말에 강형찬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러시아 지부 쪽에서도 알다시피 우리 한국 지부 쪽에서는 아냐 헌터의 망명을 거부할 만한 힘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협회 측에서 처리할 수 없는 문제고요.”
“아닐 텐데요? 분명 헌터의 망명신청은 각 헌터 협회 지부 쪽으로 먼저 신청하게 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최종 결정은 저희 쪽에서 하는 게 아닙니다.”
강형찬의 정중한 말투에 리디야는 한순간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강형찬 이사님, 그렇게 계속 말을 돌리실 생각입니까?”
“예?”
“이사님도 알고 있을 텐데요?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문제가 절대로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리디야는 그렇게 말하곤 이내 자신의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말하기 시작했다.
“뭐 S급 헌터 정도가 망명을 신청했다면 그건 그리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 망명신청을 한 헌터는 SSS급 헌터입니다. 그것도 러시아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예요.”
“…….”
“강형찬 이사님도 잘 알고 계시겠죠? 한 국가에서 SSS급 헌터가 가지는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그녀의 말에 강형찬도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 입장에서 SSS급 헌터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최근 정세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한국이 씨커 길드의 존재로 인해 요즘 들어 은근히 견제를 당하거나, 오히려 친교를 맺으려는 강대국들이 생기는 것만 봐도 그것은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강형찬이 가만히 있자 리디야는 그런 그를 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만약 한국 측에서 아냐의 망명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아마 한·러의 외교는…….”
“……협박하시는 겁니까?”
“아뇨? 저는 언제까지나 만약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리디야의 말에 강형찬은 인상을 굳혔다.
‘만약의 일은 개뿔.’
리디야의 말은 단순한 협박이었다.
지금 아냐의 망명신청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한·러 관계가 무척이나 나빠질 수 있다는 협박.
물론 아냐까지 빠져나가면 러시아 측에서는 SSS급 헌터가 단 한 명도 없을 테니 나름대로 필사적인 것 같았다.
한국 측에서도 당장 아냐를 받아먹으면 SSS급 헌터를 한 명 더 확보할 수 있을 테니 틀림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로 인해 한러의 외교가 나빠지는 것을 감수하기에는 좀 애매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이미 SSS급 헌터를 5명이나 보유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그냥 SSS급 헌터가 아닌 전 세계에서 제일 강하다고 알려진 5명의 SSS급 헌터들을 말이다.
‘어떻게 할까.’
사실 이곳에서 당장 거절한다고 해도, 러시아는 SSS급 헌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한국과 드잡이질할 확률이 높았다.
도대체 왜 공개적으로 드잡이질하지 않고 지금 이렇게 조용히 찾아와 망명취소를 요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강형찬이 생각하고 있을 때.
-끼이익
문이 열렸다.
* * *
나는 시선을 돌려 내 옆에 앉아 있는 강형찬과 그 앞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내가 보자마자 흠칫 떨며 은근슬쩍 시선을 돌리는 여자.
“아.”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다 싶어서 자세히 생각해 봤더니 그제야 기억이 났다.
저번 SS급 대형괴수를 잡았을 때, 볼코프 세르게이의 뒤에 있던 여자.
볼코프의 근처에 있는 것을 봤을 때는 그냥 비서 정도라고 생각했건만, 알고 보니 헌터 협회 러시아 지부의 이사였다.
뭐, 그건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그쪽은 아냐 헌터의 망명을 거부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오신 겁니까?”
내 말에 리디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아냐는 저희 정부에 소속된 SSS급 헌터입니다. 그녀는 제대로 된 퇴직 명령도 받지 않고 한국에 망명을 신청했고요.”
“…….”
내가 더 말해보라는 듯 입을 다물고 있자 리디야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김우현 헌터 본인이 SSS급 헌터라서 잘 아시겠지만 각 국가에서 한 명의 SSS급 헌터가 가지는 의미는 무척이나 거대합니다.”
“네, 계속 말씀하세요.”
“음,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아냐 헌터의 의지로 그녀가 한국에 망명신청을 했다고 해도 한국 측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아냐 헌터의 망명을 거부해 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슬쩍 턱을 괴고 고개를 끄덕였다.
“쯧.”
사실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SSS급 헌터 아냐가 망명 사유 중에 하나로 씨커 길드 쪽으로 이적한다는 사유를 써놓았기에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아냐를 만나보려고 했었던 것뿐이다.
하나 우선 아냐의 말을 들어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녀석을 먼저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요?”
“네?”
“제가 들어야 하는 말은 그게 끝입니까?”
“아니, 그게…….”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와서인지 슬쩍 당황하고 있는 리디야를 보며 나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 분명 그때 있지 않았습니까?”
“네?”
“그때요. 이제는 어디서 뒤졌는지 모를 당신 상관이랑 저랑 만나지 않았습니까?”
“아, 그, 그때.”
“그때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나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곤 말했다.
“협박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