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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55화 (155/202)

# 155

나 혼자 10만 대군 155화

46장 어그로(2)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네, 뭐 그 정도야.”

정장을 입은 중년인이 건넨 종이와 펜을 들고 간단하게 사인해 준 뒤 그에게 돌려주자, 그는 내가 내민 종이를 받아 들고는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바쁘신데 감사합니다. 제 아들놈이 김우현 헌터를 정말 좋아해서 말입니다. 저한테 몇 번이고 당부하더군요. 꼭 김우현 헌터의 사인을 받아달라구요.”

“그렇군요.”

“아, 혹시 김우현 헌터님은 따로 즐기는 취미가 있으십니까?”

“저 같은 경우는…….”

그 뒤로 중년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그는 얼마 있지 않아 이야기를 끝내고 내게 인사한 뒤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 헌터 모임에 참여한 것은 불과 3시간 전.

워싱턴행 비행기를 타고 오자마자 헌터 협회에서 준비해 놓은 차를 타고 움직인 나와 길드원들은 무척이나 빠르게 헌터 협회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곧바로 열리고 있는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다.

“…….”

슬쩍 시선을 돌린다.

보이는 것은 북적이는 사람들과 그 사이사이에 배치된 음식들과 주류.

다만 웃긴 건 분명 월터에게 들었을 때, 이 모임은 최근 SS급 이상의 헌터가 많아지면서 그런 헌터들과 친교를 다지기 위해 만든 헌터 모임이라고 들었는데…….

“흠…….”

그런 헌터들보다는 그냥 헌터 협회 내의 관계자들이 훨씬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뭐, 대충 이런 자리가 될 것은 예상했고 월터가 왜 나를 이곳에 불렀는지도 대충 예상했지만, 역시 그리 달가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한가하지, 처음 월터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 때문에 진이 빠질 정도였다.

“으으, 죽을 것 같은데요 형님……?”

내가 주류 쪽으로 걸어가 잔에 담겨 있는 위스키 한잔을 집어 들자 옆에서 다가온 하리남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아니, 좀 생각한 거랑 달라서…….”

“그래?”

“저는 사실 여기 참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미국 좀 돌아보고 싶었거든요. 일본이나 중국은 가봤는데, 미국은 처음이니까…….”

하리남은 그렇게 진이 빠진 말투로 중얼거리며 내 옆에 있던 위스키 잔을 집어 들었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뒤 말했다.

“뭐, 적어도 2일 정도는 머물다 갈 거니까 오늘 끝나고 내일은 애들이랑 쇼핑하러 돌아다녀.”

내 말에 하리남은 위스키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북적북적한 연회장을 돌아보았다.

헌터들의 질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라…….

나는 월터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지난 5개월 동안 생긴 SSS급 헌터가 25명.

최근 들어서 뉴스를 볼 시간도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닌 터라 딱히 헌터 업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지는 못했는데, 확실히 SSS급 헌터가 5개월 만에 25명이나 늘어난 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확실히 회귀 전에도 대충 이 시기에 고작 20명밖에 존재하지 않던 SSS급 헌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많이 늘어났던 것은 아니었다.

늘어났다고 해도 8명 정도?

하지만 지금 늘어난 SSS급 헌터의 숫자는 회귀 전에 늘어났던 SSS급 헌터의 숫자의 3배 가까이 되는 수치였다.

“뭐…….”

사실 ‘이계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SSS급 헌터가 늘어나는 것은 나로서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씨커 길드 전체를 합쳐도 총인원은 나를 포함해 6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이계화가 일어나는 곳은 지구 전체.

SSS급 헌터가 있으면 있을수록 이계화를 막는 건 쉬워진다.

솔직히 지금에 와서는 괴신이라는 요소 때문에 SSS급 헌터가 있더라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헌터들의 질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내게 있어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홀짝.

오히려 좋은 소식이라면 좋은 소식이지.

그렇게 위스키의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느끼던 도중.

쫘아아앙!!

“……!?!?”

나는 연회장 한가운데서 나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능력을 사용한 김서윤이 처음 보는 남자의 뺨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 * *

SSS급 헌터 강령술사 드레이스.

세간에서 알려진 그의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떠오르는 키워드를 한가지 떠올려 보자면 바로 그가 굉장히 오만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 S급 헌터가 되자마자 다른 S급 헌터들을 비난하고,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이외에도 그가 찍어 올리는 SNS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뿐이었고, 그것은 그가 SNS에 올리는 글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S급일 때까지만 해도 드레이스는 오만하다기보다는 그냥 퍽 눈에 띄는 S급 헌터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다.

하나 그의 등급이 SS급으로 올랐을 때, 그리고 그의 등급이 SS급을 넘어 SSS급이 되었을 때부터 그는 자신의 계정에 다른 SSS급 헌터들을 비아냥대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번 타깃을 바꿔가며 글을 쓰고 공식 석상에서 실제로 그 말을 지껄이기도 하며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몇몇 SSS급 헌터들과 싸우기도 하며 어느 의미로는 미국의 트러블 메이커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하나, 그것은 전부 드레이스가 의도해서 만들어낸 상황이었다.

세간에서 오만하다고 알려진 그는 실제로 굉장히 계산적이고 타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S급 헌터가 되며 해왔던 일들은 전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하는 일이었다.

처음 S급 헌터가 되고 난 뒤 다른 S급 헌터들을 비난할 때도 그는 꼭 그 헌터를 알아보고 자신과 저울질해 본 뒤, 비난했다.

그렇게 해서 다른 헌터를 깔아뭉개고 자신이 위에 올라가면 자신의 몸값이 오르니까.

물론 그의 능력과 실력은 그가 이런 짓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위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는 되었으나, 드레이스는 거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SS급 헌터로 올라와도, 또 SSS급 헌터로 올라와도 오만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행동하는 오만은 다른 헌터를 짓밟고 자신을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주었으니까.

그저 드레이스는 자신과 헌터를 비교해서 대충 이길 수 있거나 평수를 이룰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그저 비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었다.

헌터의 몸값을 매기는 기준에는 능력도 있었지만, 세간의 평가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헌터에게는 예의보다는 능력이 더 중요하기에 그가 연기하는 오만함은 결코 그의 몸값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그렇게 행동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현재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SSS급 헌터 중 한 명인 김서윤을 타깃으로 잡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드레이스가 김서윤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드레이스가 이번에 노렸던 것은 단순한 소란.

김서윤이 헌터 모임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그 헌터 모임에서 김서윤과의 가벼운 소란 정도의 이슈를 원했다.

그저 몇 마디 말싸움하는 것.

그래.

드레이스에게는 그 사실이 필요했다.

‘S헌터 모임 도중, SS급 헌터 중 제일 강하다고 평가되는 탐식 김서윤과 강령술사 드레이스 사이에서 트러블이 일어나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라는 이슈가 필요했다.

‘고작 그런 이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매일 이슈에 목말라 있는 기자들은 고작 이 사소한 소란을 무척이나 과대 포장해서 세간에 뿌릴 것이고.

그것은 곧 자신의 몸값상승으로 이루어질 것을 드레이스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드레이스는 자기 생각대로 헌터 모임 참석한 탐식에게 다가가 김서윤이 적당히 열 받게 입을 털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소개하는 것부터 해서, 그녀가 싫어하는 것들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조사해 온 그에게 김서윤을 살짝 열 받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서윤은 상당히 직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다만.

쫘아아악!

“끄악!?”

드레이스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하나를 모르고 있었다.

“자…… 잠!”

쾅!

급하게 말을 내뱉던 드레이스의 몸이 순식간에 붕 떠서 식탁을 박살 내며 연회장 한구석에 처박힌다.

식탁 위에 있던 음식 그릇들이 사방으로 비산해 레드카펫 위에 떨어지고 드레이스가 바닥을 굴렀다.

김서윤의 끓는 점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드레이스는 간과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연회장에서 갑자기 공격을……!!’

드레이스는 능력으로 자신의 몸에 영혼을 모으며 인상을 찌푸렸고, 부서진 식탁을 발로 차버리며 탐식을 사용한 김서윤이 걸어 나왔다.

드레이스는 만약 지금 김서윤에게 무너지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미 완전히 활성화된 능력으로 자신의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증폭시켜 김서윤에게 뛰어들었지만.

턱!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냐?”

드레이스는 제대로 된 타격도 입히지 못하고 김서윤에게 주먹을 붙잡혔고, 김서윤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드레이스의 뺨을 후려쳤다!

짝!

“악!”

굵은 비명, 하나 김서윤은 멈추지 않았다.

짝!

“끅!”

“내가!”

짜악!

“끄아아악!”

“호구로!”

짜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보이냐고, 이 개새끼야!”

김서윤은 신경질을 내며 드레이스의 뺨을 후려쳤고, 그는 김서윤에게 팔이 붙잡힌 채 입에서는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몸을 늘어뜨렸다.

쿵! 철퍼덕.

김서윤은 힘이 빠진 드레이스의 몸을 저 멀리 날려 버렸고,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조용히 디저트 먹고 있는데 와서 신경 건드리고 지랄이야.”

김서윤은 부서진 벽 사이에 볼품없이 자빠진 드레이스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린 뒤 조금 전까지 디저트를 먹고 있던 식탁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곧 연회장 내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챠그그극!

“뭘 봐요? 구경났어요?”

김서윤이 탐식을 풀지 않은 채 날카로운 이빨을 갈며 입을 열자, 김서윤과 드레이스를 바라보던 그들은 합이라도 맞춘 듯 김서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김서윤은 그 상태에서 자리에 앉아 남아 있던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 * *

모스크바에 위치한 헌터 협회 러시아 지부의 꼭대기.

“……그래서, 아냐가 한국으로 망명 의사를 내비치고 도망갔다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남자의 말에 그 말을 듣고 있던 여자, 라디야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국 지부에 연락은 해봤어?”

“예, 우선 아냐 헌터가 망명 신청을 하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그 순간부터 우선 바로 연락하기는 했는데…….”

“했는데? 그쪽에서도 무슨 답이 있을 거 아니야? SSS급 헌터부터는 국가에서 움직여야 하는 문제라서 그쪽도 분명 빠르게 답을 줄 수밖에 없을 텐데?”

“그, 그게…… 아무래도 아냐 헌터가 씨커 길드에 이적 신청을 한 것 같아서…….”

“……뭐?”

라디야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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