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
나 혼자 10만 대군 152화
45장 불편한 진실(2)
고풍스러운 도서관.
로우레테는 고풍스러운 도서관 내에 은빛 마력을 휘날리며 나타난 로만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와, 정말로 해낸 거야? 대단한데?”
로만은 그렇게 말하며 로우레테가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자신이 쥐고 있던 가나다 파이를 입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
로우레테의 물음에 로만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
“별로, 내가 뭐 별일이 있어야 오는 건 아니었잖아?”
로만은 자신이 단발을 만지작거리며 말했고 로우레테는 그런 그녀를 묘하게 바라보다 이내 가나다 파이가 있는 상자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저번에는 악마 덕분에 계승자를 지켜봐야 해서 바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뭐, 그거야 너희 쪽에서 악마를 처리했잖아? 그것도 두 마리나.”
“그렇긴 한데…… 그게 딱히 5지구에 별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할 텐데?”
로우레테의 로만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사실 겉으로 봤을 때 그리 큰 변론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2지구에서 한 번에 두 명의 악마가 죽어 나간 터라 지금 5지구에 있는 악마 녀석도 좀 주춤주춤하는 느낌이거든.”
“……? 5지구에 있는 악마가?”
로우레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빠져들려 했지만 로만은 그런 그녀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 흔한 일이잖아? 8명밖에 없는 동료 중에 2명이 죽어 나갔으니. 게다가 크세즈베트는 그렇다 치고 엘리고르는 악마 중에서도 꽤 전투력이 높은 편에 속했으니까 말이야.”
“…….”
“아무튼, 요점은 2지구에서 일어난 일 덕분에 악마들이 조금 술렁이고 있다나 봐…….”
“술렁이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로우레테와 로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하고 이내 말없이 웃음을 지은 로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하고 있었어?”
“어느 정도는.”
로우레테는 그녀의 말을 짧게 받아치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적어도 로우레테가 아는 한 고작 악마들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동료가 죽었다고 해서 절대 복수심이나 아쉬움을 불태우는 이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악마들은 이 상황에 박수를 칠 것이었다.
2지구에 악마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인간이 나타났다는 것에 대해서 박수를 칠 것이고,
또한, 두 명의 악마를 죽인 그림자 왕의 영혼을 어떻게든 취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녀석들도 많아질 것이었다.
강한 인간의 영혼을 가져가면 가져갈수록, 그 녀석들은 더욱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벨리알과 아몬이 움직인다는 소리가 있어.”
그렇게 로우레테가 생각을 이어가는 도중 들리는 로만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벨리알과 아몬이? 아니, 그것보다 그건 어디서 나온 정보야?”
“1지구의 외신 중 한 명인 헤르메스가 알아 온 정보야. 악마 진영 측을 염탐하던 도중에 알아낸 정보라던데?”
로만은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로우레테의 옆에 놓여 있는 가나다 파이의 상자에 손을 가져갔고.
탁!
로만이 손을 가져가자마자 귀신처럼 가나다 파이의 상자를 아래로 내린 로우레테.
그녀는 그런 로우레테를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벨리알과 아몬이 정확히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둘이 움직인다면…….”
툭, 툭.
“아마 이곳으로 올 확률이 제일 높을 것 같아서.”
로만은 손가락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고, 로우레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2지구는 아직 멸망하지도 않았고, 딱히 다른 악마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그 악마들의 우두머리인 사탄을 죽이지 않는 한, 그 8명의 악마를 전부 죽이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은 계속해서 2지구를 침략할 것이었다.
“이곳으로 온다고 해도 상관없어.”
“응? 진짜?”
그녀의 말에 로우레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사탄을 잡기 위한 힘을 쌓으려면 그 하위에 있는 악마들은 무조건 죽여야 할 테니까.”
로우레테의 말게 로만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네가 계약을 맺었던 인간은 ‘형체가 보이지 않는 자’의 파편이었지?”
“맞아.”
“……그렇다면 확실히 악마를 먹어 치우는 것으로도 성장할 수 있겠지만…… 악마들을 먹어치우는 거로 그 사탄을 상대할 수 있을까?”
로만은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듯 눈을 좌우로 굴리더니 이내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가볼게. 오늘 온건 너한테 벨리알과 아몬이 움직였다는 걸 이야기해 주려고 온 거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린 뒤,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 사라져 버렸다.
로우레테는 이내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벨리알과 아몬, 그리고 다른 악마들과 사탄.
로우레테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 * *
넓은 원룸 오피스텔.
반년 전을 기점으로 친가와 분가하게 된 김서윤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스마트폰에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시간은 이제 막 5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지만 김서윤은 저녁을 먹을 생각도 하지 않은 체 아까 있었던 일을 다시금 상기하고 있었다.
“…….”
오늘 처음으로 해봤던 소고깃집에서의 정모.
“끄아아아아아앙!”
그때를 생각하자 김서윤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며 괴성을 질렀다.
‘다 알았겠지? 진짜 전부 알았겠지?’
김서윤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생각했다.
같이 채팅 사이트에서 함께 놀던 히토미의 끊임없는 요구로 인해 결국 4명밖에 없었던 채팅방 인원은 어쩌다 보니 얼굴에 가면을 쓰고 만나는 정말 엄청나게 기묘한 정모를 하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최강지존 님은 하리남 오빠였고, 푸른달빛 님은 은별 언니…… 히토미는 이로하 언니…….’
물론 처음에는 몰랐다.
다들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저 첫 만남의 어색함에서 나오는 그런 특유의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애초에 머리에 어처구니없는 가면을 쓰고 만나다 보니 어색함은 그 배가 되는 거라고 김서윤은 애써 생각하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도 김서윤의 입장에서는 그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김서윤의 입장에서는 그 가면 속에 있는 얼굴들이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으니까.
“…….”
처음에는 그냥 넘겼다.
그냥 은근히 신경이 과민한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귀에 들리는 목소리와 가면 속에 있는 이들이 무척이나 익숙한 행동을 하기 시작할 때쯤에는 서서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을 때, 김서윤이 가지고 있는 의심은 확신이 되어 김서윤에게 돌아왔다.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이들은, 전부 씨커 길드의 길드원이라는 확신.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뒤에 김서윤은 또 다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가면을 쓰고 있는 4명 모두 서로의 존재를 깨닫고 있을 거라는 확신.
그 순간부터 그 4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조그마한 룸에는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소고기를 굽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가끔 들리는 목소리라고는 최강지존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리남 오빠가 난처한 목소리로 ‘소고기 좀 드실래요?’라는 말을 어색하게 되풀이하는 것뿐이었고, 은별 언니는 그 말에 어색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우리를 부른 히토미……, 그러니까 이로하 언니는 처음 인사할 때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이로하 언니는 아마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입을 열지 않은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로하의 오른손목에 있는 통역 팔찌는 눈알 가면을 쓰고 있는 상대가 씨커 길드의 후카이 이로하 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꺄아아앙, 어뜨케 해…….”
그녀는 다시 한번 베개에 얼굴을 묻고 비명을 질렀다.
김서윤의 머릿속으로 채팅방 인원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끄아아앙!”
그리고 저도 모르게 입안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에 김서윤은 한동안 베개에서 얼굴을 떼지 못했다.
……하나 얼마 뒤 김서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생각했다.
“어?”
김서윤은 그렇게 채팅방의 내용을 기억하며 이불킥을 하던 도중, 정말 새삼스러운 사실을 생각해 냈다.
“푸른달빛이 은별 언니면…….”
‘애틋하게 뜨겁게를 쓴 사람도……은별 언니라는 게 되는 거잖아?’
김서윤은 새삼스럽게 머릿속에 든 생각에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봤고, 이내 김서윤은 저도 모르게 묘한 탄성을 냈다.
“아…….”
김서윤의 마음에서 이은별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이제는 무척이나 익숙해진 고풍스러운 도서관의 풍경을 보며 나는 들고 있던 봉지를 로우레테가 있는 책상 앞에 놔두었다.
“오…….”
내가 봉지를 책상에 놔두자마자 서둘러 봉지 안을 확인하는 로우레테.
나는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바나나 우유도 3개 사 왔어.”
“오오오……!!”
말없이 그저 감탄을 내뱉으며 바나나 우유를 꺼낸 로우레테는 이내 익숙하게 봉지 안에서 하얀색의 빨대를 찾아 바나나 우유에 꽂았고, 이내 가나다 파이의 봉투를 까서 먹기 시작했다.
“으음~”
“그렇게 좋냐?”
“정말…… 이건 이렇게 먹을 때마다 질리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가나다 파이를 다시금 입에 가져갔고, 그렇게 한동안 그녀가 파이를 먹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물어볼 게 있어.”
“응? 무언가?”
고개를 돌리며 슬쩍 갸웃거리는 로우레테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괴신에 대해서 알아?”
“……괴신?”
로우레테의 되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로우테레가 열어준 좌표를 통해 각성 던전에 가서 내게 신격 각성이라는 스킬을 준 녀석을 만났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가 내게 신격 각성을 넘겨주며 해주었던 ‘괴신’의 이야기까지.
내 말을 들은 로우레테는 인상을 묘하게 좁히고는 바나나 우유를 책상 위에 놓고 자신의 고깔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그 던전 안에서 만났던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가? 2지구에 괴신이 출현한다고?”
“맞아.”
“그것도 한 개체가 아니고 여러 개체?”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한 나는 이내 로우레테를 바라봤고, 그녀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자신의 손을 챙에서 내려놓고는 말했다.
“우선 네가 말한 것처럼 괴신이 진짜로 출현한다고 하면 우리에게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로우레테는 의자에서 일어난 뒤 말했다.
“반대로 네가 살고 있는 2지구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닌 것 같군.”
“왜?”
내 물음에 그녀는 자신의 챙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만약 그 녀석이 말했다는 괴신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괴신이 맞다면…… 그 녀석들은 여러 의미로 골치 아픈 녀석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