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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51화 (151/202)

# 151

나 혼자 10만 대군 151화

45장 불편한 진실(1)

처음 장면은 온몸이 붉게 변한 김서윤이 프랑스에 나타난 언데드들을 무참히 박살 내는 영상이었다.

카메라는 제대로 찍지도 못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김서윤이 몇 번이고 주먹을 휘두르는 제스처를 보이면 그와 함께 언데드가 수십 마리씩 분해된다.

하늘을 날고 있는 거대한 언데드들을 몇 마리고 연속으로 부숴 버리고, 언데드의 보스로 보이는 엘리고르의 군단장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파고들어 가 완전히 박살을 내놓는다.

영상에서 보이는 김서윤의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략 병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김서윤의 찍힌 영상이 진행되다 넘어간 뒤에는 곧바로 이로하와 하리남의 모습이 나왔다.

달려들고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클로를 들고 달려드는 군단장을 몇 번이고 카운터로 베어 결국에는 이기는 모습.

분명 군단장의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은 그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하리남이 카운터로 군단장을 베었을 때쯤, 군단장의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은 그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푸른 불꽃에 먹혀 재도 남기지 못했다.

그리고 보이는 그다음 영상.

이번에는 영상의 네임 카드 아래에 ‘국제 헌터 협회 에밀리 cam’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으로 봐서는 헌터 협회의 헌터가 찍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고, 영상은 처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에밀리라는 헌터가 자신의 파티와 함께 미국에 나타난 키메라를 막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그 모습마저도 기괴하게 생긴 키메라를 막는 것까지.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도시로 몰려드는 키메라를 막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헌터들 측에서 사상자들이 속출하며 키메라한테 밀리는 모습이 영상으로 찍혔고.

쿠그그그그그극!!

이은별이 출현해 말도 안 되는 크기의 유성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또 영상으로 찍혔다.

하나라도 지상에 떨어진다면 말 그대로 핵을 맞은 것과 비슷한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유성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엘리고르의 군단장이 어떻게든 막아낸 운석의 위로 다시 한번 더 유성을 떨어뜨린다.

유성이 떨어짐과 함께 순간적으로 카메라가 소리를 잡지 못해 그저 지지직거리는 잡음만이 잡히고 난 뒤, 카메라에 찍힌 것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주변의 지반이었다.

키메라들은 토사에 휩쓸렸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운석을 막았던 군단장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카메라 앞에서 보라색 오오라를 흩뿌리며 오연히 서 있는 이은별뿐.

그리고 그다음으로 영상이 넘어간 뒤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은 가고일들이 보이는 서울과 한가운데서 엘리고르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일전을 치른 내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전부 찍어서 이렇게 유튜브에 올린 거야?”

물론 짜깁기 영상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엘리고르가 마법진을 이용해 가고일을 소환한 장면부터 시작해서 내가 그림자 영체를 만들어내는 것, 그 이후에 검은 달을 이용해 이은별과 같은 힘을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침내 엘리고르를 죽인 것까지.

영상에는 싸우는 장면만 제대로 찍히지 않았을 뿐이지 대체로 찍힐 만한 건 전부 찍혀 있었다.

이 영상을 찍은 이에게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리며 마우스의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다른 영상과 같이 난장판이 되어 있는 댓글이 보였다.

-나는기분이좋다: 와…… 진짜 이건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씨커 길드는 그냥 길드가 아니야…… 이건 그냥 어벤쟈스임…… ㅋㅋㅋㅋㅋ 그냥 길드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냐?

└4학티: 이거 진짜다…… 씨커 길드는 내가 볼 때 그냥 길드라고 보는 게 아닌 것 같음 .이건 길드라고 보기에는 너무 좀 다름…… 많이 다름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위에 말한 것처럼 히어로 전대라고 생각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하다.

└앙기모티: 내가 봐도 그게 맞는 것 같다 22222222222222222222

-무공기수식: 아, 아앗, 아…… 은별이 누나…… 너무, 너무 예쁘잖아요!!!!!! 저, 저!!

└카르튼: 아, 이거 각도기 애- 매하네 ㅋㅋㅋ

└삼마:??? 근데 좀 미묘하긴 하네 ㅋㅋㅋㅋㅋ 각도기 약간 깰 듯 안깰 듯 깰 것 같네 ㅋㅋㅋㅋㅋ

└아이덴티티: 다 필요없다, 하악.

-뿔성애자: 서윤이 누나 뿔 너무나도 좋은 거시에오. 뿔 한 번만 잡아봤으면 좋겠는 거시에오. 뿔 양쪽으로 잡아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 거시에요…….

└빡빡빡: 애들아, 그만해라……. 각도기 나온다. PDF 저장 간다, 애들아.

└하이루: 또또또!! 선 넘죠? 떽!

-레드카드: ㅋㅋㅋㅋ 은별이 승승장구하네 ㅋㅋㅋ 쟤, 옛날에 나랑 그 헌터 인력 사무소에서 같이 노가다 뛸 때 알았던 애인데 나랑 좀 친함 ㅋㅋ 썸도 좀 탔었음 ㅋㅋㅋㅋ 아~ 오랜만에 연락이나 해볼까.

└병신을 보면 짖는 개: 월! 와르르르르 아르르르! 월월!!!월! 와르르르르 아르르르! 월월!!!월! 와르르르르 아르르르! 월월!!!월! 와르르르르 아르르르! 월월!!!월! 와르르르르 아르르르! 월월!!!월! 와르르르르 아르르르! 월월!!!

└재림: 병먹금 모르세요? 병신한테 먹이를 주지 맙시다, 제발요……이상한 새끼 존나 많네, 진짜.

이 이외에도 일본어나 영어로 작성된 댓글이 있기도 하고 가끔가다 보기에 좀 선을 넘은 댓글들이 있기는 했지만, 나는 이내 피식 웃은 뒤 노트북을 닫았다.

3월도 슬슬 끝나가 추위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휴게실은 히터를 약하게 틀어놨는데도 불구하고 훈훈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후…….”

의자에 등을 기대자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느긋하게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크세즈베트와 엘리고르가 내 손에 죽음을 맞이한 지도 이제 4일째.

하나 그런데도 이 기분 좋은 청량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회귀 전에 세상을 멸망시켰던 크세즈베트, 처음 돌아왔을 때는 크세즈베트도 같이 회귀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회귀한 뒤 규륜을 만나서 크세즈베트가 같이 회귀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내 정신은 편한 적이 없었다.

“그 녀석을 죽인 것만으로도 이렇게 편해지다니.”

하나 크세즈베트를 죽이고, 크세즈베트 대신 이곳을 노리려고 했던 엘리고르까지 죽인 지금은?

“음~”

편하다.

너무 편하다.

그동안 골치를 썩이던 문젯거리를 완전히 처리해 버리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직 모든 문제가 전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문제는 남아 있다.

엘리고르가 죽기 직전에 말한 것과 로우레테가 내게 해줬던 말처럼, 지금 당장은 악마들을 죽였지만, 어차피 제2의 크세즈베트나 엘리고르가 나올 거라는 말.

그리고 이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악마들의 정상에 서 있는 ‘사탄’이라는 녀석을 죽여야 하는 문제까지.

한마디로, 악마들을 죽이기는 했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뭐, 그래도.”

우선 큰 건은 하나 끝내놨으니 1주일 정도는 느긋하게 쉬자는 취지로 길드원들에게 휴가를 주었다.

뭐 그리고 나도 이참에 1주일 정도는 쉬자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고.

사실 크세즈베트를 내 손으로 죽인 터라 던전 침식…… 그러니까 이계화에 대한 부담도 조금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여유기는 했다.

만약 크세즈베트가 한참 이계화가 진행 중일 때 강림했다면 이계화에서 몬스터를 끌고 나와 분명 어느 정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테니까.

“…….”

물론 엘리고르와 그 군단장들 덕분에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몇몇 개가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건 결코 회귀 전 크세즈베트가 병력을 이끌고 세계 멸망을 주도했을 때의 피해와 비교할 수 없었다.

지금 일어난 일은 아무리 커도 도시 하나가 반파된 정도였지만, 크세즈베트가 몬스터를 끌고 다닐 때는 하루를 자고 일어나면 나라 하나가 지워져 있는 일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우선은 조금 쉬자.

나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

* * *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소고깃집.

“와, 그, 하리남 씨 맞으신가요?”

“아, 예.”

“와! 진짜래 저, 저기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알바생의 눈망울을 보며 하리남은 넉살 좋게 대답하며 그녀가 넘겨 준 공책과 펜을 받아 들고는 사인을 해주었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네, 그리고 그……제가 여기 왔다는 건 그 숨겨주실 수 있을까요? 사적인 자리라서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하리남의 말에 알바생은 당연하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방문을 열고 나갔고 하리남은 알바생이 나가자마자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티가 나나?”

하리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바라봤다.

요즘 유행하고 있다는 골렘 가면.

“후…….”

하리남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가면을 쓰고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역시 괜히 왔나.’

하리남은 괜스레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을 만지작거리면서 생각했다.

이런 비싼 개인 룸이 있는 소고깃집에 온 이유.

그것은 바로 하리남이 처음 헌터가 되고 나서부터 꾸준히 들어갔던 채팅방에서 정모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히토미 씨가 꺼낸 정모 이야기.

처음에는 다들 정모는 조금…… 이라는 말로 고개를 부정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채팅에 거의 마지막으로 합류한 히토미는 한 번이라도 얼굴 보면서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강렬하게 어필했고.

……결국, 이런저런 타협을 거치고 또 거친 뒤 채팅방의 인원들은 결국 가면을 쓰고 정모를 하기로 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묘한 정모.

‘아니, 이럴 거면 애초에 정모…… 하는 의미가 있나?’

하리남은 애초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놀아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이렇게 만나는 게 굉장히 어색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지금 모이는 정모에 대해 고찰하며 미리 나온 물을 홀짝이고 있을 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사람이 들어왔다.

“그, 안녕하세요?”

“아, 예.”

“그…… 최강지존 님이세요?”

“네, 그쪽은 붉은악마…… 씨죠?”

“아, 예…….”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검은색 후드 티를 입은 붉은악마는 어색하게 인사하며 하리남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

그리고 하리남은, 눈앞에 앉아 있는 붉은 악마를 보며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 소리가 아닌가?’

아니, 착각인가?

닉네임처럼 붉은색의 악마가 그려져 있는 가면을 쓰고 온 그녀를 보며 하리남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붉은악마 가면을 쓰고 있는 김서윤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린데?’

하리남의 적당히 굵직한 목소리를 들으며 김서윤은 굉장히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푸른색 별가면을 쓴 사람이 들어왔다.

“그…….”

“아, 그 푸른달빛 님?”

“아, 네…….”

‘‘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아니,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인데)?’’

푸른달빛이 인사를 하자 하리남과 김서윤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고, 그것은 조금 전 방 안에 들어왔던 이은별도 마찬가지였다.

‘어?’

“그, 우선 앉으세요.”

“아, 네.”

최강지존의 말에 이은별이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기묘한 침묵이 자리 잡은 가운데.

“그, 안녕하세요?”

문이 열리며 마지막 일행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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