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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50화 (150/202)

# 150

나 혼자 10만 대군 150화

44장 악마사선(4)

악마들은 강하다.

물론 내가 만난 악마들은 크세즈베트와 엘리고르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SS급 괴수 정도는 우습게 이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바로 악마였다.

그렇기에 나는 내심 엘리고르와 전투를 짧은 공방을 주고받으며 깨달았다.

그저 크세즈베트의 신체 능력을 얻은 것만으로는 엘리고르와 비등해질 수는 있어도, 엘리고르를 찍어 누를 수 없다는 것을.

순간 내가 무엇인가를 준비한다는 것을 깨달은 엘리고르가 급하게 몸을 움직여 땅을 박찬다.

분명 5m는 떨어져 있는 거리를 눈 깜짝할 새에 줄인 엘리고르는 곧바로 자신의 창을 휘둘렀지만.

쿠구궁-

[흉내 내기가 활성화됩니다. 현재 가져온 그림자의 대상은 ‘이은별’입니다.]

이미 능력은 발동되었다.

“……!?”

나는 엘리고르가 휘두르는 창을 그대로 받아치며 몸을 틀었고, 몸을 틀자마자 엘리고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 위에 떠오른 검은 달을 바라보았다.

일식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그저 하늘 한가운데 검은 구멍이 뚫린 듯한 검은 달.

“저건……!!”

엘리고르는 검은 달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저 위에 떠 있는 달은 엘리고르가 알고 있는 신격 각성이 아니었다.

신격 각성은 선명하게 떠 있는 해를 가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저 위에 떠 있는 것은 그런 것도 없이 그저 허공에 나타났을 뿐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리고르를 보며 나는 말했다.

“확실히 크세즈베트의 신체 능력만을 가지고선 너를 이길 수 없지.”

“…….”

“그렇지만 내가 크세즈베트의 마력을 활용한다면 어떨까?”

“……뭐?”

크세즈베트의 마력.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엘리고르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나는 웃음 지었다.

“뭐, 우선 한번 경험해 봐.”

나는 그 말과 함께 내 길드원이자 ‘스타 폴’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이은별의 능력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상황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묵빛의 달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내가 서 있던 지반과 대기가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엘리고르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간다.

크세즈베트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

원래 회귀 전 내가 얻었던 능력인 이 흉내 내기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리 좋은 스킬이 아니었다.

다른 헌터의 능력을 일시적이지만 복사해 올 수 있는 능력.

물론 흉내 내기라는 스킬의 능력 자체는 그냥 두고 보기만 한다면 굉장히 사기적이었지만, 이 스킬에는 굉장히 큰 제약이 있었다.

그건 바로 능력을 사용하는 내가 흉내를 낼 대상과 비슷할 정도의 경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탐식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김서윤의 경우 그녀보다 신체 능력이 비슷하거나 높아야만 흉내 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스타 폴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은별의 경우에는 이은별과 비슷할 정도의 마력이 있어야만 흉내 내기를 사용해 이은별의 능력을 사용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스킬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자주 사용하지 못했다.

회귀 전의 나는 신체 능력이든 마력이든 그저 S급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왕의 무덤에서 얻었던 물약과 도깨비 던전에서 얻은 동화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 그리고 크세즈베트의 마력은 내가 이은별의 능력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도록 커버해 주고 있었다.

검은색의 유성이 어느 순간 공중에서 멈춘다.

그와 함께 거대한 하나의 유성에서 작은 돌조각들로 변하기 시작하는 유성은, 삽시간에 엘리고르와 내가 있던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 그 어디를 쳐다봐도 보이는 것은 검은색 오오라로 감싸진 유성 조각뿐,

나는 이은별이 능력을 사용했을 때와 같이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색의 오오라를 확인하며 핸디드를 들어 올리고 엘리고르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꽝!

내 몸이 다시 한번 튀어 나갔다.

다시 한번 시작된 공방.

엘리고르의 창이 찔러 들어오고, 그 창을 받아치며 공방을 이어 나간다.

단 수 초 만에 수십 번의 공방.

공격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지만, 그 한 번, 한 번의 공격은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한 번이라도 맞게 되면 곧바로 전투에 차질이 생길 정도의 공격.

숨을 한 번 쉬기도 전에 벌어지는 수십번의 공방은 얼핏 보면 마력을 사용하기 이전과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였지만.

“큭……!”

대기 중에 떠 있는 검은 유성들은 그 짧은 공방의 사이에도 확실하게 엘리고르의 몸을 타격하고 있었다.

검은 유성 조각이 창을 휘두르려는 엘리고르의 팔에 쏘아진다.

그로 인해 비틀린 경로.

평범한 싸움의 흐름으로 봤을 때 그 사소한 움직임의 차이는 별 볼 일 없는 것이었지만.

까드드득!

“끄으윽!?”

이렇게 한 번의 공격이 위험한 지금의 상황에서 사소한 실수는 엄청난 격차로 다가왔다.

창의 경로가 흔들림에 따라 나는 곧바로 팔을 역수로 휘둘러 엘리고르의 몸에 핸디드를 휘둘렀다.

엘리고르는 오른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아무래도 형세가 뒤집힌 것 같은데?”

엘리고르의 오른팔은 핸디드를 막아낸 탓에 붉은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딱 보기만 해도 심각한 부상.

엘리고르는 왼손에 쥐어져 있던 창으로 나를 뿌리치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번 잡은 승기를 그렇게 쉽게 놓칠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내 의지에 따라 검은 유성 조각들이 움직임이 둔해진 엘리고르를 타격하기 위해 쏘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핸디드를 휘둘렀다.

* * *

쾅!

알리오스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오른손으로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며 날뛰는 인간을 보았다.

아니.

저게 인간일까?

아니.

아니다.

저건 괴물이었다.

3지구에서 봤던 그 어느 존재보다도 눈앞에 보이는 인간은 괴물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같은 드래곤도 상대하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던 본 드래곤을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린 여자는, 그 뒤를 이어 언데드를 박살 냈다.

한 번의 주먹질로 수십의 언데드 병사를 쓸어 담는다.

언데드 중에서도 최하위라고 불리는 좀비도.

반대고 언데드 중에서는 거의 최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는 데스나이트도 그녀의 앞에서는 그저 똑같은 언데드였다.

쾅! 쾅! 쾅!

아니, 똑같은 찌꺼기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이놈은 또 뭐야?”

“끄…… 억……!??”

그리고 알리오스가 있는 곳으로 합류하기 위해 도시를 가로질러 온 32군단장도 눈앞의 괴물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존재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온몸을 벌레의 갑각으로 둘러싼 32군단장 버틀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배에 뚫린 구멍을 확인했지만, 붉은 괴물은 그런 버틀의 모습을 기다려 줄 것도 없다는 듯 그의 얼굴을 향해 발을 올려 찼다.

푸화아아악!

발을 올려치는 것만으로 머리가 터져 나가며 뒤로 쓰러지는 버틀의 모습.

언데드의 주변으로 버틀의 군단인 벌레들이 합류했지만 그런데도 상황은 별 다를 바 없었다.

벌레가 추가되며 다시 병사의 숫자는 이 땅을 가득 메울 정도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붉은 괴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그그, 그그그그극!!!

붉은 괴물이 머리가 파괴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본 드래곤의 꼬리를 잡고 들어 올린다.

마치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너무도 쉽게 들어 올려지는 본 드래곤의 사체는 곧 군단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무기가 되어 돌아왔다.

콰가가가가가가각!!!

붉은 괴물, 탐식 김서윤은 들고 있던 본 드래곤의 시체를 한 번 털어 높게 들어 올리고, 그 순간 몰려오는 군단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그와 함께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굉음을 내며 무너짐과 동시에 몰려오던 군단들이 본 드래곤의 시체에 맞아 생을 마감한다.

“허…….”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수백은 되어 보이는 군단을 쓸어버린 김서윤은 이내 곧바로 몸을 움직여 알리오스의 앞에 나타났다.

“역시 네가 대장이지?”

조금 전에 그 엄청난 힘을 사용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서윤은 알리오스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어쩔 거지?”

“죽여야지.”

“미안하지만 넌 나를 죽일 수 없다. 조금 전에도 확인했을 텐데?”

알리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김서윤을 보았다.

실제로 김서윤은 조금 전 알리오스를 뼈 하나 남김없이 완전히 박살 내버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언데드이자 불멸자. 내 몸은 계속해서 재생한다. 과연 네가 불멸자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알리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재생되고 있는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분명 뼈 하나 남기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졌던 알리오스의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뼈의 형태가 재구성되고 그 아래로 죽은 혈관들이 재생된다.

그 뒤에는 근육과 조직이 재구성되고, 마침내 혈색 없는 피부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알리오스.

하나 김서윤은 그런 알리오스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듯 황금빛 눈동자로 알리오스를 볼 뿐이었다.

잠시의 침묵.

김서윤은 뒤에서 몰려오는 언데드와 벌레들을 쳐 내고는 마침내 자신의 주먹을 알리오스에게 내려찍었다.

“네가 끊임없이 재생한다면.”

알리오스의 골통이 터져 나감과 함께 그녀가 중얼거렸다.

“계속 부숴줄게.”

* * *

“끅…….”

앞에 보이는 엘리고르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 상태였다.

첫 상처를 입었던 오른팔이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엘리고르의 배에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거대한 주먹이 뚫려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엘리고르가 순간순간 기지를 보여서 휘두른 창을 피하려다 전부 피하지 못해 생긴 상처뿐.

누가 봐도 상태의 차이는 명확했다.

“쿨럭.”

엘리고르의 입에서 검은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며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이미 엘리고르가 잔뜩 소환했던 가고일은 내가 소환한 그림자 영체에게 차근차근 정리되어 이제 가고일의 숫자는 언뜻 보기에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어 있었다.

“네가 졌다, 엘리고르.”

다시 시선을 돌린 나는 엘리고르를 보며 그리 말했고, 그녀는 검은 피를 한참이나 토해내고 난 뒤에야 웃음을 지었다.

“네가 이긴 것 같아?”

“넌 선택을 잘못했어. 나를 이기고 싶다면 크세즈베트까지 데리고 왔어야지.”

내 말에 그녀는 흐흐 하는 웃음을 지었다.

“뭐, 결국 나는 너한테 진 것 같지만…… 과연 네가 이다음에도 막아낼 수 있을까?”

“그건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야.”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악마들이 올 거다. 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말이야.”

키득키득.

웃을 힘이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나를 조롱하기 위해 힘없이 키득거린 엘리고르는 입을 열었다.

“과연 네가 이 세계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 응? 아니, 어쩌…… 컥!?”

그리고 나는 입을 나불대는 엘리고르의 입안에 핸디드를 꽂아 넣었다.

한순간 커지는 엘리고르의 눈.

백내장이 걸린 것 같은 회백색의 눈동자가 그 힘을 잃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주지.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푸우우욱!

나는 핸디드를 더욱 세게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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