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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49화 (149/202)

# 149

나 혼자 10만 대군 149화

44장 악마 사선(3)

미국 워싱턴주.

‘분명 내가 그린 마법진은 완벽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스파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이 이룩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문명과 이곳으로 넘어오자마자 그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는 자신의 수하들뿐.

‘분명 내가 그린 마법진대로라면 엘리고르 님의 근처에 소환되는 게 맞았을 텐데…… 이곳에서 엘리고르 님의 마력은 터무니없이 멀게 느껴지는군.’

그는 곧 균열에서 빠져나온 자신의 군대가 생명의 문명을 쑥대밭으로 짓밟고 있는 것을 보며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미리 준비해 놨던 상위 종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좌표가 어긋난 것 같은데…… 알리오스와 락샤는 엘리고르 님의 근처로 전이한 건가?’

마력에 특히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스파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과 함께 엮여 있는 다른 군단장의 마력을 느끼기 위해 광범위한 디텍팅 마법을 사용했다.

‘쯧.’

그리고 곧 스파스는 다른 군단장들도 엘리고르의 근처가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전이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는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도 중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고, 스파스는 곧 자신의 수하들을 막아내는 헌터들을 볼 수 있었다.

“막아! 막으라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돌리고 도망쳤던 인간들과는 다르게 저 멀리 보이는 인간들은 제각각의 무기와 능력들을 사용해 키메라들을 막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이 세계의 병사들인가?’

스파스는 헌터들의 등장으로 인해 키메라가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차분하게 헌터들을 관찰했고.

‘역시 예상대로 그렇게 강한 것 같지는 않군. 능력 자체도 응용이 아닌 굉장히 1차원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그는 곧 판단을 내렸다.

‘저런 녀석들이 평균적인 수준이라면…… 지금 당장 엘리고르 님의 근처로 돌아갈 필요는 없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스파스는 곧바로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러 본격적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키메라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큭!?”

“뭐야?! 이 녀석들이 왜 갑자기……!”

스파스가 버프 마법을 걸어주고 본격적으로 키메라를 지휘하기 시작하자 뒤바뀌기 시작하는 전황.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원이 새롭게 충당되어 키메라를 밀어붙이고 있던 헌터 쪽은 급작스럽게 바뀐 키메라의 전투력에 당황하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어떻게든 밀려 들어오는 키메라를 막기 위해 능력을 쏟아부었지만, 헌터들이 아무리 화력을 내뿜는다고 해도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스파스는 그저 한순간 키메라를 지휘한 것만으로도 손쉽게 무너지는 헌터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곳은 어떤가 했더니 오히려 3지구보다도 허접한 녀석들이 있는 곳이었군.’

3지구에서는 그래도 썩 나쁘지 않은 인간들이 있었다.

그저 한순간이지만 자신과 엇비슷한 정도로 고차원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과 오히려 무를 극한으로 추구해 마력을 사용하던 검사들.

그리고 자신과 정면으로 붙어도 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까지.

‘광역으로 디텍팅 마법을 펼쳐도 강한 마력을 가진 녀석들은 걸리지 않는군.’

걸리는 것은 저 멀리에 있는 다른 군단장들뿐.

그렇기에 스파스는 내심 잡고 있던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군단장들을 죽인 녀석이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그 녀석은 아마 엘리고르 님이 붙었을 테니 문제가 없을 테고…… 역시 나는 이곳에서 인간들을 정리하면 될 것 같군.’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추가로 키메라에게 버프를 주기 위해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린 순간.

“……뭐야?”

스파스는 갑작스레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 사이로 어둑어둑한 석양을 보여주고 있던 하늘은 삽시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

하늘을 가리고 있던 구름들이 마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 듯 사라지고, 세상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던 석양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것은 푸른 달.

“저건 뭐지?”

스파스는 본능적으로 머리 위에 떠 있는 푸른 달이 정상적으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디텍팅 스킬을 사용했지만, 분명 상당한 크기의 푸른 달이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마력은 감지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키메라를 이용해 헌터들을 깡그리 죽이려고 했던 스파스는 디텍팅 마법으로조차 식별되지 않는 달을 보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에 방어막을 겹겹이 두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달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내뿜는 푸른빛으로 세상을 잠시나마 비추고 있던 달의 색이 보라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푸른 달 위에 보라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삽시간에 변해가는 달의 색.

그리고.

그, 그극…….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그, 그극…… 그그그극!

지반이 부들부들 떨리고, 대기가 덜덜 떨린다.

구구구구구구궁!!!

그리고 스파스는 곧 하늘에 떠 있는 보라색의 달을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파스가 보고 있던 것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보랏빛 달이 아닌, 그 아래에서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운석이었다.

“미…… 친……!”

스파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몸에 방어 마법을 두르는 것을 그만두고 블링크를 이용해 떨어지는 운석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뭐!? 블링크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스파스는 블링크 마법이 제대로 시전되지 않는 것을 깨달으며 뒤늦게 방어막을 겹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운석은 그의 머리 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쿵…… 콰아아아아아!!!

운석이 떨어져 내리자마자 귀가 멍해질 정도의 소음이 일어나고, 스파스의 주변에 있던 키메라들이 거대한 운석에 깔려 죽어 나갔다.

운석에 정통으로 맞은 지반들이 엉망진창으로 깨져 나가며 사방에 메마른 나무와 같은 상흔을 새겼고, 깨지고 부서진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튀며 거대한 먼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이런…… 씨발!”

스파스는 살아 있었다.

자신의 몸에 몇 겹이나 방어막을 겹치고 주변에 있는 키메라들을 전부 고기 방패로 내세우는 것으로 스파스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도대체 어째서 블링크 마법이 듣지를 않는 거지!?”

블링크 마법뿐만이 아니었다.

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전이 마법부터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까지 이동에 관련된 모든 마법은 마치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시전이 불가능한 상황.

그 덕분에 그는 부서져 있긴 했지만 엄청난 크기의 운석을 몇십 겹이나 되는 방어막으로 막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스파스의 앞으로 한 명의 인간이 빠져나왔다.

길게 휘날리고 있는 보랏빛의 머리카락.

자수정을 박아 넣은 듯한 눈.

이은별이, 운석을 들어 올리고 있는 스파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입을 열었다.

“소용없어.”

“뭐라고!?”

“네가 사용하고 있는 마법이 무엇이든, 그게 이동에 관련된 마법이라면,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스파스는 그와 함께 다시 한번 블링크를 사용하려 했지만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마법을 사용하려 하면 마력이 흩어지는 현상에 인상을 찌푸렸고, 곧 지팡이를 휘둘러 이은별을 겨냥하고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스파스의 주변에 모이기 시작한 검은 마력들.

스파스는 블링크를 시전하는 것 대신 이 상황을 일으킨 이은별을 죽이는 것으로 목적을 바꿨지만 정작 이은별은 자신에게 지팡이가 향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물었다.

“나를 공격하고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뭐?”

스파스의 물음에 이은별은 검지로 떠 있는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스파스가 저도 모르게 이은별의 손가락을 보는 순간.

“왜냐면.”

그녀는 말했다.

“하나 더 떨어지고 있거든.”

그와 함께 거대한 소음이 다시 워싱턴을 집어삼켰다.

* * *

내 등 뒤로, 엘리고르의 군단장이었던 이들이 하나둘 제대로 된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내게 맨 처음 죽임을 당했던 제5군단장 아틀란트부터, 내게 제일 마지막으로 죽임을 당했던 제4군단장 아리쉬까지.

그들은 형태가 전부 만들어지자마자 내 의지에 따라 제각각 움직이기 시작해 가고일이 소환되고 있는 마법진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영체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핸디드를 쥐고 엘리고르에게 달려들었다.

꽝!

엘리고르가 들고 있던 창과 핸디드가 맞부딪히며 폭음이 터지고, 그 뒤를 따라 수십 차례의 공방이 이어진다.

엘리고르의 창이 묵직하게 찔러오고 뱀처럼 휘어나기도 하며 내 몸을 노린다.

꽝! 꽝! 꽝!

무기가 격돌할 때마다 들리는 것은 쇳소리가 아닌 폭음.

몇 초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수십번의 공방이 이루어진다.

찌고 휘두르고 베고 치고,

한 번의 찌르기로 내 몸이 몇십 미터나 밀려나고, 양손으로 잡은 핸디드를 크게 휘두르는 것으로 엘리고르의 몸이 허공으로 밀려난다.

초마다?

아니, 그 이하.

초보다도 짧은 시간의 사이사이마다 싸우는 장소는 수시로 바뀌어 나갔다.

어떨 때는 우세한 지형에서.

또 어떨 때는 불리한 지형에서.

지상에서.

하늘에서.

그저 무기를 맞부딪치고 밀려나면 밀려나는 대로 공방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반대로 밀어내면 밀어낸 곳에서 공방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엘리고르의 창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내며 핸디드를 휘두르고, 한순간 마력을 이용해 내게 거리를 벌린 엘리고르의 몸에 핸디드의 칼날이 튀어 나갔다.

하나 엘리고르는 몸을 비트는 것으로 핸디드를 피해 다시 도약한다.

양보 없는 공방.

그리고.

꽝!!

어느 한순간을 기점으로 공방이 멎었다.

하늘은 아직까지도 내 영체와 가고일들이 싸우는 소리로 인해 시끄러웠지만 그런데도 지상은 조용했다.

“그래, 인정할 만해.”

그리고 눈이 침착하게 가라앉은 엘리고르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작 몇 달도 되지 않는 사이에 나와 이 정도로 차이를 좁힐 줄은 몰랐어.”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엘리고르는 자신의 창을 슬쩍 고쳐 쥐고는 말했다.

“분명 너는 그 능력으로 크세즈베트의 능력을 집어삼켜서 나와 비등해질 정도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너는 나한테 져.”

단호하게 판단하는 엘리고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럴 것 같군.”

엘리고르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크세즈베트의 힘을 이용해 엘리고르와 공방을 나눌 수 있게는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밀리고 있었다.

아주 근소하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근소한 차이는 훨씬 더 벌어지겠지.

그래, 이게 끝이라면.

“내가 만약 준비해 놓은 게 없다면 졌을 수도 있지.”

“뭐……?”

인상을 찌푸리는 엘리고르를 보며 나는 웃었다.

“그래, 내가 준비해 놓은 게 전혀 없었다면.”

그렇게 말하며 나는 능력을 발동했다.

“흉내 내기.”

그림자 협곡에서 얻었던 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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