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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48화 (148/202)

# 148

나 혼자 10만 대군 148화

44장 악마 사선(2)

잿빛으로 뒤덮여 있는 세상에 홀로 서 있는 검은 외성의 앞에는 엄청난 양의 언데드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끄에에에!

수백?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언데드 군단이 잿빛의 세계를 좀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언데드 군단의 앞에, 한 남자가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는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고르의 휘하에 있는 제일 강한 3명의 군단장 중 한 명이자 제1군단장이라고 불리는 알리오스.

그는 검푸른색으로 빛나는 전신 갑주를 입은 채 시선을 돌려 자신을 따르는 언데드 군단과 각각 2군단장과 3군단장이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마력을 확인하곤 생각했다.

‘이제 시작인가.’

자신의 주인인 엘리고르가 그토록 염원하던 2지구의 침략.

비록 그 과정에서 60개의 군단이 8개 군단으로 바뀌었지만, 비록 그 정도로 줄었다고 해도 엘리고르의 주 전력인 1, 2, 3군단장은 죽지 않았다.

게다가 하위 군단장들은 어차피 소모품.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군단장들이 아무리 죽더라도 시간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 채울 수 있는 게 하위 군단장들이었다.

‘10번대 군단장들이 죽은 건 전력의 손실이 있지만.’

그것도 2지구를 멸망시키고 난 뒤 찬찬히 시간을 들여 복구하면 될 일이지.

알리오스는 짧게 생각한 뒤, 이제는 완전히 열린 거대한 균열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알리오스가 몸을 움직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뒤에 서 있던 수많은 종류의 언데드들이 알리오스의 뒤를 따랐다.

그중에는 언데드 중 제일 등급이 낮은 좀비들도 있었고, 구울이나 좀비, 스켈레톤도 포함해 2지구의 던전에서도 엔간하면 볼 수 없는 언데드인 데스나이트 그리고…….

-쿠워어어어어어!!

언데드 중에서는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본 드래곤도 그사이에 껴 있었다.

수많은 언데드가 알리오스의 뒤를 따라 균열로 몸을 던지고, 곧 균열에서 빠져나온 알리오스는 풍경을 보았다.

보이는 것은 3지구와는 전혀 다른 인간들의 건축 양식.

높은 빌라가 이리저리 얽혀 있었고, 녹빛의 산 대신 회색빛의 거대한 육면체들이 그 배경을 대신하고 있었다.

일리오스가 나타나고, 그 뒤에 언데드들이 나타나자마자 그 주변에 보이던 인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언데드가 나타난 반대편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 알리오스는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가 잘못됐다.’

알리오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균열을 통과하면 엘리고르 님의 근처로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여기에서는 엘리고르 님의 마력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진다. 좌표가 잘못 찍힌 건가?’

‘게다가 이곳에는 엘리고르 님이 풀어놓는다고 했던 상위 종의 느낌도 들지 않는다.’

한순간 얼굴을 찡그린 알리오스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그는 고래를 젓고는 도망치는 인간들을 바라봤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인간들.

알리오스는 빠르게 판단하고 손을 내저었다.

-키에에엑!

알리오스가 손을 내젓자마자 언데드 들은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가 인간들과 그들이 이룩해 놓은 도시를 짓밟기 시작했고, 알리오스는 달려 나가고 있는 언데드들을 보며 차분하게 생각했다.

‘만약 나만 소환이 잘못된 거라면 2군단장과 3군단장은 엘리고르 님의 옆에 도달했을 터. 그러니 나는 지금부터 엘리고르 님의 사전 명령에 따라 이곳에서 생명 말살을 시작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검을 뽑은 채 도망치고 있는 인간들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끼에에에에에에엑!

“……!?”

하늘을 날다 갑작스럽게 땅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본 드래곤을 보며 알리오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날개를 뒤로 꺾고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본 드래곤, 하나 곧 알리오스는 어떠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꽝!

‘추락하는 게…….’

꽝!!!

‘아니다!’

꽝!!!!

본 드래곤이 그냥 추락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본 드래곤이 추락할 때마다 들리는 거대한 폭음, 그리고 그 폭음에 맞춰서 본 드래곤은 계속해서 땅바닥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언데드 중 최강이라고 하는 본 드래곤의 두개골에 거대한 금이 가고, 이윽고 뼈 파편을 튀기며 사방으로 깨져 나간다.

그와 함께 어떻게든 날아보려고 날갯짓을 하던 본 드래곤은, 힘을 잃은 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쿠구구구구구구!!

본 드래곤이 곤두박질치는 것만으로도 지상이 마치 지진이 울리듯 덜덜 떨어댔고, 알리오스는 완전히 박살 나버린 그 본 드래곤의 두개골 위에 서 있는 하나의 인영을 보았다.

붉은 피부.

양 이마에 나 있는 거대한 뿔과 그 이마 아래로 나 있는 잔뿔.

마치 상어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이빨.

하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런 이미지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정말 황금처럼 빛나고 있는 금색의 눈.

“이 언데드들은 또 어디서 나온 거야.”

본 드래곤의 두개골을 파괴한 여자, 탐식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김서윤은 사방에서 인간들과 도시를 공격하고 있는 언데드들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곤, 이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알리오스를 보았다.

“네가 보스냐?”

김서윤의 물음.

알리오스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무기인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김서윤은 말없이 검을 들어 올린 알리오스를 한 번 바라보고 피식 웃은 뒤.

“……!?”

“대답을 하라-!”

꽈아아아앙!

“고!”

알리오스의 앞으로 짓쳐들어 와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 * *

일본, 신주쿠.

엘리고르의 부하이자 제 2군단장이락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락샤는 사방에서 불길에 타올라 사라지고 있는 자신의 부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뒤, 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인간을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육중해 보이는 방패를 들어 올린 채 검은 아지랑이를 뿜어내며 방어막을 만들어내고 있는 한 남자과 그의 뒤에서 푸른 눈으로 사방에 있는 몬스터를 태우고 있는 여자.

“하등한 인간 새끼들 감히……!”

락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무기인 클로에 마력을 집어넣은 채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여자에게 공격을 가했지만.

카가가가가각!

그녀의 공격은 먹히지 않고 그저 남자가 생성한 하얀 방어막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화르륵!

그와 함께 락샤의 몸에 불이 붙으며 살갗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물렸다.

‘도대체 저 방어막은 뭐야!’

그는 짜증을 내며 눈앞의 방어막을 보았다.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방어막.

기본적인 일반 공격부터 시작해서 몬스터들이 내뱉는 각종 산성 침이나 마법 그리고 마력을 이용한 공격까지.

저 방어막은 그 어느 것이든 전부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그 공격들을 전부 차단해 내면서도 그 방어막을 유지하고 있는 남자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묵묵히 자신의 방패를 들고 있었다.

한순간 차라리 저 남자를 무시하고 지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남자의 뒤에 서 있는 여자 때문에 불가능했다.

푸른 눈을 가지고 있는 여자.

그 여자는 딱히 별다른 마력을 사용하지도 않고 그저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수하들을 푸른 불꽃으로 태워 버렸다.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그녀의 시선이 닿으면 자신의 수하들은 녹아내렸다.

심지어 자신마저도.

락샤는 조금 전 자신의 손에 생긴 화상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엘리고르의 마력을 하사받은 자신은 본질적인 저항력과 재생력이 겸비되어 있어 저 불을 장기간 맞지 않는 이상 위협이 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그저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재가 되어버리는 몬스터들.

-끄엑!

저 멀리 달려가고 있던 몬스터가 푸른 재로 산화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제대로 좌표가 설정되지 않은 거지?’

락샤는 분명 알리오스에게 설명을 들었을 때 균열을 넘어가면 상위 종들이 이미 침략을 시작하고 있고 주변에 엘리고르 님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한데 지금 상황은?

‘엘리고르 님의 마력이 느껴지긴 하지만 저 멀리에 있다. 게다가 이 도시에 상위 종은 보이지 않아.’

상위 종.

군단장들이 이곳으로 오기 이전 엘리고르가 알리샤를 이용해 이 2지구에 풀어놓으려고 했던 몬스터는 그 어디를 찾아봐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락샤가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자신의 부하들을 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쿵!

“……!?”

지금까지 방패를 들고 묵묵히 서 있던 남자가 자신의 방패를 아래로 내리찍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저 사람 한 명이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락샤는 곧바로 몸을 긴장시키며 자신의 손에 낀 클로에 마력을 집어넣었고 그 순간.

촤아아악!

방패를 쥐고 있던 남자, 하리남이 들고 있는 검이 가로로 그어졌다.

* * *

어두운 먹구름이 낀 서울의 풍경을 나쁘지 않게 말해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엘리고르가 나타남과 동시에 그 주변의 마법진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가고일이 나타나고 있었고 엘리고르는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자신 있게 굴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텐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공중에서 내려와 내 앞에 마주 섰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사용하는 기술에 일종의 쿨타임이 있다는 걸 말이야.”

엘리고르의 말이 맞았다.

신격 각성에는 쿨타임이 있다.

“그래서?”

“흐응, 허세를 부리는 거야? 아니면 진짜 오만한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이겼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띠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도취에 빠져 있는 엘리고를 보곤 피식 웃은 뒤 말했다.

“아니, 아니야.”

“뭐가?”

“네가 한 말. 전부 틀렸다고.”

“그래? 그럼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볼 때 너는 내가 소환한 가고일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데?”

키득키득.

나는 웃는 엘리고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내 허리춤에 묶여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열어 그대로 휘둘렀다.

툭! 투툭!

아공간 주머니를 열자마자 주머니 안쪽에서 튀어나오는 마정석들.

엘리고르의 표정이 한순간 묘하게 변했을 때,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가고일을 상대할 녀석들은 이미 전부 준비해 놨으니까.”

그와 함께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마정석들을 보며 외쳤다.

“그림자 영체.”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수인 아리쉬’]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어인 아틀라’]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나이트 모후무’]

…….

…….

“이건……!”

“내가 네 군단장들을 그냥 죽이고 끝냈을 거라 생각했어?”

내 등 뒤에 소환되기 시작하는 엘리고르의 군단장이었던 이들을 보며 나는 미소 지었고, 엘리고르의 표정이 상대적으로 굳어가기 시작했다.

“흥,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래 봤자 네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결국 그 녀석들은 내 휘하의 군단장들이야. 그 녀석들이 전부 덤벼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고!”

“걱정 마. 이 녀석들은 저 머리 위에 떠 있는 녀석들을 상대할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곧이어 손에 들려 있는 마정석을 엘리고르에게 보여줬다.

엘리고르가 나타난 그 순간부터 이공간 주머니 안에서 그림자 영체에 등록하기 위해 마정석을 먹어 치우게 했던 마정석.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는 고맙다고 말해도 모자랄 정도라니까?”

“……!!!”

내 말에 엘리고르는 뒤늦게 내 손에 들려 있는 마정석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채고 몸을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2차전을 시작하지.”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악마 크세즈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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