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나 혼자 10만 대군 146화
43장 전조(3)
꽈가가가가가각!
쇠 긁는 소리가 난폭하게 주변을 찢는다.
꽝!
이어서 그림자 손이 내 의지에 따라 칼을 맞대고 있는 컨퍼마이즈의 몸을 내리찍기 위해 휘둘러졌고, 녀석도 마찬가지로 내 능력을 따라 해 그대로 검은 손을 만들어냈지만.
이미 늦었다.
꽝! 꽈르르륵! 꽝! 꽝!
녀석이 내 그림자 주먹을 방어하기 위해 하나의 그림자 손을 만들었을 때 이미 내 주위에는 제대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림자 손이 녀석의 몸을 난타하고 있었다.
능력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신체 능력도 비슷하다.
능력의 활용도 면에서도 내가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든 그대로 따라 해버리니 그리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순간적인 판단능력.
꽝꽝꽝꽝꽝꽝!!! 꽈지지직!
쉴 새 없이 쏘아져 나간 주먹들이 컨퍼마이즈를 난타하며 귀가 찢어질 듯한 폭음을 만들어냈다.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들고 있던 핸디드를 쏘아 보내 녀석이 있던 곳에 검은 칼날을 날렸고, 그것을 끝으로 나는 연타를 멈췄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가던 돌가루들이 서서히 사라지며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고.
“후…….”
평지였던 지역이 마치 크레이터가 패인 듯 움푹 들어간 것과 동시에, 나는 더 이상 재생하지 못한 채 몸이 흘러내리고 있는 커퍼마이즈를 볼 수 있었다.
남의 능력이면 그 무엇이든 따라 할 수 있는 커퍼마이즈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순간적인 피지컬 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피지컬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문제다.
나는 그냥 커퍼마이즈가 내 능력을 따라 하기도 전에 힘으로 찍어 누른 것뿐이니까.
커퍼 마이즈는 내 능력의 사용법부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까지, 전부 자신이 봐야만 능력을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녀석이 제대로 능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따라 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이용해 기습하면 녀석을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뭐 그 타이밍을 잡는 게 더럽게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림자와 싸우고 있던 다른 그림자들이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크레이터 안쪽으로 걸어 내려가 이제는 거의 녹아내려 그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녀석의 몸에서 검은 돌을 찾았다.
스르륵.
내 손에 닿자마자 피부를 타고 조용히 흡수되는 검은 돌을 보며 나는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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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50,000] [3/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측정 불가(새롭게 측정 중)]
[평가 잠재력: 새롭게 측정 중 / 새롭게 측정 중]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MASTER)
영역(MASTER)
집약(3/4)
그림자 영체(3/4)
영체 합일(2/4)
각성(0/20,000)
그림자 흡수
신격 각성
[그림자 영체 3/10]
-사령술사 리치
-SS급 몬스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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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나는 예상대로 새롭게 얻은 스킬을 본 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완전 동화와 영역은 이제 내가 회귀하기 직전과 같이 완벽하게 마스터가 되었고, 이제 내가 흡수해야 하는 검은 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상태 창을 끈 뒤 곧바로 붉은 구슬을 손에 쥐고 꾹 눌렀고, 그와 함께 나타난 균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겨 균열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고풍스러운 도서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굉장히 낯설었지만 이렇게 몇십번이고 다시 보다 보니 이 고풍스러운 풍경은 이제 평범하게 다가왔다.
“마침 딱 적당한 시기에 온 것 같군.”
“왜?”
그렇게 도서관의 풍경을 한 번 보고 나자 들리는 로우레테의 목소리에 나는 곧바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고, 그녀는 말했다.
“이제 곧 네가 있는 세계에 악마가 나올 거다.”
“……뭐?”
“뭘 그리 놀라나?”
“아니, 놀란 게 아니라 분명 나오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확실히 나는 지난 3일간 엘리고르의 군단장들을 죽이며 로우레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이렇게 엘리고르의 약을 올려놓으면 그 악마는 분명 내게 어떤 보복이라도 가하기 위해 움직일 거라고.
그렇기에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
다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는 거지.
“……그럼 엘리고르가 직접 나타나는 건가?”
“아니, 아니다. 그 악마는 아무리 너한테 엿을 먹었다고 해도 ‘위’의 압박을 생각해서 지금 당장 날뛰지는 못할 거다.”
로우레테는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챙모자를 뒤로 눌러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아마 녀석은 자신이 날뛸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서 크세즈베트를 먼저 소환할 거다.”
“……크세즈베트를?”
“그래, 내가 전에 말해준 적이 있듯이 그 녀석은 크세즈베트가 있는 한 이곳에서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까 크세즈베트를 소환해 죽이고, 자신이 이 세계에서 날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묘하게 턱을 툭툭 치며 고민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기는 한데…… 아마 엘리고르는 내가 생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동을 하겠지.”
“그럼 크세즈베트는 어디서 나오는데?”
“……솔직히 나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대충 네 지구에 둘러진 마력이 은밀하게 모여드는 곳을 생각해 봤을 때…….”
로우레테는 한번 말을 멈춘 뒤, 이윽고 이어서 중얼거렸다.
“아마도, 네가 살고 있는 곳인 한국에 강림할 확률이 높다.”
* * *
부패한 시체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공동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두침침했던 던전 안은 무척이나 밝게 빛나는 마법진으로 인해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부패되고 있는 몬스터 사체의 외관이 부각 되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장영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던 크세즈베트는 눈앞에 나타난 엘리고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엘리고르! 이 개년이!”
크세즈베트는 금방이라도 그녀를 죽여 버릴 듯 자신의 마력을 폭사시키고 있었지만, 그런 크세즈베트의 마력은 전부 환하게 빛나고 있는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고르는 그런 크세즈베트의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곤 말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네가 던전 안에 있는 게 힘들어 보여서 밖으로 내보내 주려고 하는 것뿐인데.”
“이 개년이! 도대체 어떻게 마법진을 만들어서 발동했지?”
크세즈베트의 물음에 엘리고르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법진 사이에 묶여 있는 크세즈베트를 바라봤고, 크세즈베트는 비명이라도 지르듯 외쳤다.
“이 일은 반드시 ‘위’에 보고하겠다! 반드시 너를 죽여 버리겠어!”
“어머, 그래? 도대체 무슨 수로?”
“네가 아무리 마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어딘가에 증거는 남아 있을 거다! 그 증거를 가져가기만 하면 네년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그렇지. 만약 위에서 걸리면 나도 무사하지 못하는 건 맞아……그런데…….”
크세즈베트의 비명 어린 목소리에 엘리고르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과연 네가 밖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뭐……?”
“내가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지금 너는 제대로 봉인이 풀리지도 않았잖아? 지금 이대로 나가봤자 원래 힘의 60%? 아니, 어떻게 하면 70%까지는 사용이 가능해 보이네.”
키득키득.
“그런데 원래의 힘조차 제대로 못 찾은 체 밖에 나가면…… 과연 ‘그림자 왕’이 너를 가만히 놔둘까?”
“네년……!!”
“아, 정~ 말 혹시라도 그림자 왕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 하지 마. 네가 그림자 왕과 마주치지 않을 일은 없으니까.”
“이…… 개 같은 년!!!”
“너는 아마 이렇게 소환되면 원래 네 던전이 있는 영국 위에 소환될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또 부하 중에 마법진에 조예가 깊은 애가 있잖아? 그래서 나름대로 공을 들여서 마법진을 새로 짰거든. 아마 이 마법진이 전부 발동되고 나면 내가 처음으로 보게 될 곳은…….”
키득키득.
“영국이 아니라 그림자 왕이 살고 있는 한국이 될 거야.”
“으아아아아, 이 개같은 년아!!!”
“잘 있어~”
크세즈베트가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지만 엘리고르는 들리지 않은다는 듯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 그 던전 안에서 빠져나왔고, 이내 그림자 왕이 있는 서울의 상공으로 빠져나와 아직까지 평화로운 서울의 풍경을 감상했다.
‘이제 얼마 뒤면 강제 소환된 크세즈베트가 이곳에 빠져나올 테고……그림자 왕이 크세즈베트를 죽이는 순간…….’
씨익-
‘그림자 왕은 내게 죽는다.’
엘리고르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 * *
“쯧.”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차며 급작스럽게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은 마치 비가 올 것처럼 어두워지고 있었고, 저 하늘의 위쪽에는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검은 마력이 넘실대고 있었다.
로우레테가 말해주기는 했지만 정말 실제로 크세즈베트가 소환되고 있는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었다.
회귀 전에 결국 이기기는 했지만 크세즈베트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을, 나는 막지 못했다.
“후…….”
물론 지금의 나는 회귀하기 전의 나와는 많이 달랐다.
회귀 전에는 각성 아이템을 모아 각성을 전부 끝냈었지만, 그런데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회귀 전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약했다.
넘실거리는 검은색의 마력이 일순 진해지며 어두운 하늘 위에 검은색의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심연과도 같은 검은색의 균열.
나는 검은색의 균열이 나타남과 동시에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림자 협곡에서 나온 검은 돌을 흡수함으로써 완벽해진 영역이 내 주변을 어둠으로 잠식해 들어갔고, 그와 함께 그림자들의 눈과 이마에 각각 붉은 안광과 뿔이 돋아 오른다.
등 뒤에는 넘실대는 검은색의 그림자가 달라붙기 시작했고, 내 손에 쥐고 있는 핸디드는 언제라도 공격이 가능하다는 듯 검은색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비록 길드원들은 제각각 능력을 각성하기 위해 각 나라에 퍼져 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적어도 지금 나는 홀로 싸워도 저 크세즈베트한테 지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슬쩍 도약의 자세를 잡고 기다리자 검은 균열에서는 잊지 못할 얼굴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회백색의 피부와 함께 온몸에는 검 붉은색의 로브를 쓰고 있었고, 양손은 마치 피에 절은 듯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피부색과 같은 회백색의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검푸른 눈.
꽈지지지직!
그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는 곧바로 도약했다.
콘크리트가 사방으로 터져나가고,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 있었던 크세즈베트의 모습이 한순간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나타난 내 모습에 당황한 크세즈베트가 그 푸른 눈을 크게 떴지만 이미 나는 손에 쥐어진 핸디드를 높게 들고는.
“반갑다, 이 개새끼야.”
그대로 내리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