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
나 혼자 10만 대군 143화
42장 빈집 털이(3)
자신의 입을 뻥긋 거리고 있는 어인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자 일순 어인의 얼굴이 무척이나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모습이 보인다.
두개골이 부서지며 붉은색이 아닌 녹색의 피가 사방으로 터져 나오고 주먹이 꽂혔던 얼굴이 함몰되듯 찌그러진다.
하나 그것도 잠시,
애초부터 공격을 받지 않았다는 듯 원래대로 재생되는 어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꽝!
주먹을 휘두르자마자 사방에서 튀어나온 그림자들이 몰려오는 어인들을 죽이고, 그때 아틀라스의 손이 순간적으로 내 쪽을 향해 뻗어져 왔지만
[끄아아아아악!]
어인의 손은 사방에 나타난 그림자 손에 그대로 공격을 받아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저 손을 내 뻗은 것만으로도 걸레짝이 되어 버린 아틀라스의 손.
하지만 몸이 터져나가는 그 상황에도 아틀라스는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재생했다.
몸통을 포함한 사지 그 어디를 박살 내도 몇 초 이내로 순식간에 재생해버리는 아틀라스의 재생력은 그 누가 보더라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했지만-
“이것 참.”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그림자 주먹이 쉴 새 없이 아틀라스의 몸을 난타한다.
파괴되고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육체.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불사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런 녀석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포식자 릭.’
물론 종족조차 다른 녀석이지만 그 녀석도 나한테 맞고 있는 이 어인과 비슷한 능력을가지고 있었다.
온몸을 완전히 박살 내도 그 상처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재생하는 ‘초 재생’.
그리고 그 녀석을 상대하며 나는 자연스레 ‘초 재생’을 가진 녀석을 죽이는 방법을 깨달았다.
쾅쾅쾅쾅!!
그건 바로 초 재생의 능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까지 녀석을 박살 내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무식하고 멍청한 방법 같았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심플한 방법.
그리고 ‘초 재생’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에게 이런저런 수작을 부리는 것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젠……자아아아앙!]
연타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던 도중, 아틀라스는 괴성과 함께 자신의 망가진 팔을 휘둘러 오지만 유감스럽게도 아틀라스의 팔은 내 몸에 닿지 않았다.
그저 아까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되었을 뿐,
시간이 점점 지나감에 따라 어인의 몸이 그 재생력을 잃고 점점 무력해지는게 느껴질 무렵.
[거기까지다!]
내 등 뒤로 거친 살기와 함께 검은 창이 날아왔다.
나는 곧바로 몸을 이동해 내게 날아온 창을 피해냈고, 이내 시선을 돌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군단장들과 그 뒤를 따라 달려오고 있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을 보고 피식 웃은 뒤, 느리게 재생되고 있는 아틀라스의 머리에 핸디드를 박아 넣고는 말했다.
“또 단체로 몰려왔네?”
내 이죽임에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포즈를 취하는 군단장들, 그 뒤에 있는 수천-아니, 수 만은 되어 보이는 몬스터도 군단장들의 전투 자세에 따라 제각각의 무기와 발톱을 보이고 있었다.
“엄청난데?”
[저번처럼 운 좋게 살아 돌아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저번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격정적인 느낌으로 온몸에 검은 안개를 잔뜩 흩뿌리는 6군단장 모후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했다.
“그래? 근데 이걸 어쩌나? 나는 내가 원하면 너희들이 내게 닿기도 전에 도망칠 수 있는데?”
나는 나 하나를 잡기 위해 몰려 있는 엄청난 숫자의 군단을 슬쩍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더럽게도 많기는 했다.
[네 녀석..!]
6군단장의 옆에 있던 7군단장 ‘이레이스’가 자신의 뒤에 유령기사들을 대동한 체 약이 바짝 오른 듯 자신의 지팡이를 거칠게 휘둘렀고, 나는 그를 보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지금 당장 도망갈 생각은 없으니까. 이렇게 내 목적대로 한 자리에 모여주셨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기회를 마다하고 돌아가겠어?”
[고작 나약한 인간 중에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 군.]
내 말에 반응한 것은 군단장들 사이에서도 중앙에 있는 수인이었다.
금방이라도 내 앞으로 튀어 나올 것만같은 느낌을 주는 야수형 수인은 이내 인상을 굳히고는 살짝 으르렁 거리며 말했다.
[과연 네가 그 이상한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를 전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수인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지금 내 능력으로 군단장을 전부 죽이는 건 무리였다.
‘신격 각성’의 유지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으니까.
“글세, 그건 못하겠지.”
수인의 말에 대답하며 그림자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퍼져 있는 심연과도 같은 영역에서 올라오는 그림자들.
“근데 내가 굳이 너희들을 ‘전부’ 죽여야 할 이유는 없는데?”
그림자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심연에서는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그림자들을 만들어내었고, 주변에 있던 어인들의 시체가 그림자들의 발에 산산히 짓밟힌다.
붉은 안광으로 군단장들과 그 몬스터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들.
그 앞에서, 나는 수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지금 이 싸움은 너희들이 절대 유리한 게 아니야. 그렇게 폼 잡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또 그 오만방자한 입을 놀리려는 거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내 충고에도 불구하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으르렁 거리는 군단장의 모습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실제로 지금 이 싸움은 군단장들에게 있어서 전혀 유리할 것이 없는 싸움이다.
그도 그럴 게 이 싸움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으니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싸움을 걸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언제 어느 시점에 몸을 빼야 할지까지도 나는 전부 내가 ‘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비해서 군단장들은 그저 내게 휘둘리며 억지로라도 싸움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군단장들이 연합을 맺은 건 변수였지만 로우레테의 걱정대로 상대하기가 조금 귀찮아졌을 뿐, 결국 변하는 것은 없다.
‘신격 각성’의 트리거인 일식을 사용하자마자 내 머리 위로 태양을 가리고 있는 검은 대지가 만들어 진다.
조금 전까지 있던 잿빛의 대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린 이 곳에서, 나는 서서히 변해가는 그림자들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내 입이 오만방자한지 어떤지는 네가 겪어보면 알거야.”
나는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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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안의 어두운 공동.
몬스터들의 시체는 이미 한참 전에 부패해서 끔찍한 악취를 흘리며 흙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크세즈베트는 던전 안에 나타난 ‘악마’를 바라봤다.
녹색 빛의 단발을 아무렇게나 흐트러 놓은 악마 ‘아가레스’는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는 ‘크세즈베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여러모로 일이 있었다.”
“……뭐, 물어봤자 딱히 대답해 줄 것 같지는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아가레스는 크세즈베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네가 날 여기까지 부른 용건을 들어보도록 하지. 자네가 깨어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호기심이 동해서 와본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나를 부른 이유가 정말 쓸 때 없는 조건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아가레스의 말에 일순 크세즈베트의 얼굴이 찌푸렸지만 이내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거래를 하고자 한다.”
“거래? 무슨 거래를 말하는 거지?”
“지금 3지구의 ‘관리’를 맡고 있는 엘리고르가 내 관리 지구인 2지구를 탐하고 있다. 그래서-”
“아니, 이야기는 거기까지 들으면 알만하군. 이야기의 흐름으로 봤을 때는 엘리고르가 장난질을 치는걸막아 달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나?”
“그래.”
“‘위’에는……이라는 말은 조금 멍청했군, 그 얍삽이는 ‘위’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장난질을 치고 있다는 거군.”
“그래, 맞다.”
크세즈베트의 동의에 아가레스는 분한 듯한 표정으로 이빨을 다물고 있는 그를 보다 이내 말했다.
“그렇다면 내게 돌아오는 것은? 너는 분명 ‘거래’라는 말을 썼으니 분명 내게 돌아오는게 있어야 할 텐데.”
아가레스의 말에 크세즈베트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내가 관리하는 지구에 있는 외신의 파편 중 절반을 넘겨주지.”
“……외신의 파편 중 절반이라고?”
“그래, 너도 이 곳에 왔을 때부터 느끼고 있겠지? 이 곳에는 외신의 파편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말이야.”
크세즈베트의 말에 아가레스는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이면서도 말했다.
“확실히 이 곳은 특이하게 다른 곳보다 시스템의 간섭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파편’이 많기는 하군.”
아가레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신이 머리를 몇 번 긁적이더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건은 네 봉인이 해제 될 때까지 ‘엘리고르’의 장난질을 막아주면 되는건가?”
그의 말에 크세즈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뭐, ‘알았다.’고 대답하고 싶기는 하지만 당장 확답은 해줄 수 없겠군.”
“……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슬쩍 편해졌다고 생각했던 크세즈베트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것을 보며 아가레스는 입을 열었다.
“만약 나도 엘리고르처럼 이미 세상을 정리했다면 나도 그렇게 해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내가 맡고 있는 5지구는 내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다.”
“뭐? 네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크세즈베트의 말에 아가레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계승자’가 나타났다.”
“……계승자가?”
아가레스의 말에 순간 놀란 듯 고개를 흠칫 떤 크세즈베트는 이내 아가레스에게 되물었고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무튼 그 덕분에 물론 내가 신경을 쓰기는 하겠지만 ‘엘리고르’처럼 무한한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소리지. 그래도 상관없나?”
아가레스는 그렇게 말하며 크세즈베트를 바라봤고, 크세즈베트는 한참이나 고민했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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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악!]
7군단장 이레이스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흘러 나왔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심장에 박아 넣었던 핸디드를 그대로 끌어 올려 이레이스의 머리를 두 개로 쪼개버렸다.
그와 동시에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휜색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이레이스를 보며 나는 웃었다.
“이제 두 마리 째.”
[이 하등종족 따위가!]
그와 함께 내 위로 뛰어오른 수인이 자신의 몸크기위 비슷한 정도의 도끼를 내려 찍었지만 나는 그 도끼와 뒤이어 찔러오는 모후무의 창격까지 피해내고 난 뒤, 이 끝 없는 전투의 연쇄가 일어나는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군단장들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군단장들.
그래도 처음 재생력을 잃었던 아틀라스가 죽었을 때는 그저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끝났던 녀석들이 ‘이레이스’를 죽이자마자 분노로 물드는 것을 보며 나는 의도적으로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푸른 구슬을 꺼내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어딜!]
순식간에 군단장들이 내 몸을 노리고 튀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푸른 균열은 만들어져 있었고,
“두 마리의 목숨은 잘 가져가마.”
[이 개새끼가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귀청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는 수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잿빛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