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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42화 (1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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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 142화

42장 빈집 털이(2)

이제 막 점심시간이 된 천호 로데오 거리 한복판.

후웅!

배를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그 거리의 중간에 웅웅 거리는 풍압 소리와 함께 나타난 이들 덕분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일순 멈추었다.

“와, 에단 진짜 능력 너무 좋은 거 아니야?”

“누나만 할까요……?”

“그래도! 네 능력은 얼마나 편해? 그냥 여기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다 데리고 올 수 있잖아?”

로데오 거리 한가운데 나타난 이들은 바로 김우현을 제외한 씨커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와, 저 사람 김서윤 아니야?”

“미친, 왜 갑자기 여기에 온 거지?”

“와, 방금 뭐였어? 없었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

“그, 요번에 씨커 길드에 새롭게 들어왔던 애 있잖아…… 에단이라고.”

“아.”

그리 조용하지도 않았지만 씨커 길드가 등장함에 따라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점점 웅성거림이 커지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길드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입을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은별 언니가 가자고 했던 곳은 어디예요?”

이로하의 물음에 이은별은 손가락을 골목 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이야.”

“근데 라멘이 맛있나?”

“저는 라멘 좋아해요! 전에 홍대에 있는 라멘 집 어쩌다 갔는데 맛있더라구요?”

“저는 안 먹어봐서…….”

하리남 김서윤, 그리고 에단이 차례로 입을 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이은별은 먼저 걸어가기 시작하며 말했다.

“우선 점심시간이니까 빨리 가봐요. 잘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요, 언니. 아! 그리고 다들 오늘 할 일 없으면 라멘 먹고 근처 들러서 놀까? 어차피 던전 할당량은 전부 끝났잖아?”

“어? 그럴까요? 노래방 좋아하는 사람?”

“저는 상관없어요.”

“나도.”

길드원들은 그렇게 떠들며 이은별이 말했던 라멘 맛집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잿빛의 대지 위, 뼈로 지어진 저택 안.

[쯧, 그딴 식으로 도망칠 줄이야.]

모후무는 자신의 검을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리찍으며 칙칙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맞은편에 앉은 7군단장 이레이스도 동감한다는 듯 자신의 지팡이를 툭툭 건드리곤 말했다.

[뭐, 도망친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마 그 녀석도 이제 섣부르게 공격하지는 못할 겁니다.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군단장만 5명이니까요.]

간사함이 섞인 7군단장의 말에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4군단장이자 파괴의 이리쉬라고도 불리는 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록 10군단장과 9군단장을 그렇게 만든 녀석이라도 이제는 조심스러워지겠지. 우리가 뭉쳐 있는 것을 알 테니까.]

4군단장의 말에 다른 군단장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5군단장 심해의 아틀라스는 모여 있는 군단장들을 보고는 짧게 혀를 찼다.

그는 곧 마치 어인과 비슷한 자신의 입을 벌름거리며 음울한 음성을 토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가 고작 인간 한 명 때문에 모여 있어야 한다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틀라스. 하지만 그 인간이 가진 그 힘은 확실히 규격 외의 것이다. 너도 보지 않았나? 9군단장이 제대로 힘조차 쓰지 못하고 쓰러지는 걸.]

[나는 그 녀석처럼 허약하지 않다.]

[그럼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나?]

4군단장 이리쉬의 말에 순간 뻐끔거리던 아틀라스의 입이 닫혔다.

그는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리는 아틀라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미 1군단장 알리오스에게는 말해둔 상태다. 우리는 지금부터 엘리고르 님이 따로 명령하시기 전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한다.]

이리쉬의 말에 뼈로 장식된 원형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군단장들 사이에서 6군단장 모후무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1군단장부터 3군단장은 어디에 있지?]

[그들은 현재 엘리고르 님의 임시 거처인 검은 외성에 있다고 하는군.]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거라면 우리도 그쪽으로 옮기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아?]

그동안 잠자코 있던 8군단장 리자드 킹 쟈드가 이리쉬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 인간 하나 때문에 군단장들이 외성으로 집결했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엘리고르 님이 ‘위’로부터 의심받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쯧…….]

이리쉬에 말에 쟈드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고, 이리쉬는 나머지 이들을 보며 재차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도록 하지. 모든 군단장은 이곳에서 필요 이상으로 멀리 가지 말고 대기해라. 그리고 혹여 그 녀석이 나타난다면 공격할 생각은 버리고, 그 녀석의 쓰는 이상한 기술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방어에 전념해라.]

이상!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리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고풍스러운 도서관.

“그래서 지금은 군단장들이 전부 모여 있다, 이 말이지?”

고개를 끄덕인 로우레테는 일이 복잡하게 되었다는 듯 자신의 챙모자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원래 엘리고르의 군단장들은 그 넘버가 낮으면 낮을수록 제각각의 성격과 특성이 달라서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도 저런 식으로 연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비어버린 바나나 우유의 용기를 책상에 툭툭 쳤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럼 1군단장부터 8군단장까지 전부 모여 있다는 거야?”

내 말에 로우레테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다.”

“그럼?”

“모여 있는 것은 4군단장부터 8군단장까지일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내 물음에 로우레테는 설명을 시작했고, 나는 그녀가 한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테라포밍하는 척하기 위해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래, 아주 낮은 확률로 다른 군단장들도 모여 있을 확률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니지.”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로우레테는 나를 슬쩍 보곤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어떻게 할거냐니?”

“내가 말해주지 않았나. 지금 그 녀석들은 네게 공격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모여 있는 상태다. 물론 네가 이번에 얻은 힘 덕분에 다른 군단장들을 월등히 상회하는 힘을 얻은 건 알겠지만…….”

로우레테는 염려된다는 듯 나를 보았다.

“너도 알다시피 군단장은 그 넘버가 낮으면 낮을수록 녀석들은 강해진다.”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다. 지금 모여 있는 녀석들이 20번대, 아니, 10번대라고 해도 딱히 걱정하지 않겠지만, 지금 모여 있는 녀석들은 1번대다. 엘리고르의 군단장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녀석들이라는 소리다.”

“뭐, 그건 맞는 말이기는 하지.”

물론 그 녀석들을 이길 수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신격 각성이 있는 한 나는 분명히 군단장들 압도할 수 있겠지.

다만 로우레테가 걱정하는 건 바로 내 신격 각성에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 때문일 터.

아무리 재봐도 대략 5분 정도에서 10분이 넘지 않는 짧은 시간은 확실히 내 약점과도 같았다.

만약 그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서 싸우는 도중에 신격 각성이 끝나 버린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으음.”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리며 고민하다 물었다.

“이제 엘리고르가 그곳에서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제 2일 남았나?”

“대략 그 정도는 될 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수치다. 그 악마가 정확히 언제쯤 그 공간에서 빠져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다.”

……역시 이렇게 생각이나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

“……별다른 대책도 없이 곧바로 갈 생각인가?”

“아니, 대책이라면 이미 생각해 놨어. 뭐, 이건 대책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애매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있어 봤자 되는 일이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

내 말에 그녀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고는 이내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이제 남은 구동 시간은 2시간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어차피 30분이 넘지 않을 테니까.”

로우레테는 곧바로 차원 이동 장치의 마법진에 무언가 새겨 넣기 시작했고, 곧 푸른 균열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푸른 균열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 * *

잿빛밖에 보이지 않는 그 어두컴컴한 대지, 그 대지에는 무척이나 많은 어인들이 있었다.

손과 발에는 물갈퀴가 있고, 귀가 있어야 할 곳에는 귀 대신에 아가미가,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곳에는 맨들맨들한 머리가 있는 어인들.

그리고 그 외형과 생김새도 제각각인 어인들의 중심에, 다른 어인들과는 다르게 인간형에 가까운 어인이 있었다.

엘리고르의 제5군단장이자, 어인들을 이끄는 자 아틀라스는 얼굴에서 짜증을 숨기지 않고 회색빛 지반을 발로 내리쳤다.

꽈가가가강!

그저 짜증스럽게 발을 내리친 것만으로도 지반이 움푹 패어 들어가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어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고작 그딴 열등한 인간 때문에 이딴 식으로 모여 있어야 한다니……!’

그는 자꾸만 몰려드는 짜증에 몇 번이고 잿빛 대지를 깨부쉈지만, 여전히 화는 풀리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 녀석과 붙었다면……!]

무조건 혼자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열등한 인간이 한순간 월등한 힘을 낸다고 해도 고작 그뿐이다.]

다른 군단장들에게는 없는, 오로지 어인인 자신에게만 허락된 경이로울 정도의 초 재생능력.

아틀라스는 팔다리가 박살 나는 건 우습고, 설령 머리가 날아갔더라도 10초 정도면 회복할 수 있는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틀라스는 열등한 인간이 한순간 자신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해도 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오히려 그 녀석의 힘이 빠질 때까지 버티다가 최후의 최후가 되면 결국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5군단장인 아틀라스가 입을 열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최상석에 앉아 있던 그 때문이었다.

[이리쉬…….]

제4군단장 이리쉬.

엘리고르의 실질적인 수족이라고 불리는 1, 2, 3군단장에 제일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는 군단장.

[젠장……!]

이리쉬가 더 이상 분란을 만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아틀라스는 결국 입을 열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은 이리쉬를 이길 수 없을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아틀라스는 분하다는 듯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삼지창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 순간.

검은 인영이 아틀라스의 눈앞에 나타났다.

[……!?]

“안녕?”

그의 주변에 있는 어인들은 당연하게도 반응하지 못했고, 아틀라스마저도 순간적으로 나타난 인영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끄어어억!]

꽈가가가가가가가강!

말도 안 될 정도의 거력이 담긴 주먹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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