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39화 (139/202)

# 139

나 혼자 10만 대군 139화

41장 악마 가두기(1)

“제한 시간이 늘어났다고 보면 되는 거야?”

내 말에 그녀는 슬쩍 고래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봐도 되겠지만, 정확히 말하면 차원 이동 장치를 한 번 껐다가 마음대로 다시 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로우레테의 이야기.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원래 차원 이동 장치를 구동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었는데, 장치를 임시로 꺼둘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균열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동안만 열면 최소 8시간 정도는 유지된다는 소리지?”

“그래, 그 말이다.”

“……차원 이동 장치는 언제 개조한 거야? 아니, 애초에 이렇게 개조할 수 있었으면…….”

“네가 가져온 물건 중 드래곤 하트의 여분과 해테의 가죽을 이용해 차원 이동 장치를 조금 더 완성형에 가깝게 만든 거다.”

아, 내가 가져왔던 아이템으로 강화 한 거였나?

저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는 들고 있던 가나다 파이의 봉지를 까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곤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할 일은?”

“어떻게 해도 좋다. 내가 말한 대로 상위 군단장들을 잡아서 엘리고르를 빠르게 불러 봉인해 버릴 수도 있고, 그냥 네가 잡다가 말았던 55군단장부터 차례대로 잡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찌 됐든 네가 통신용 박쥐만 죽이면 그 녀석들은 잘 모를 테니까.”

그녀가 파이를 우물거리며 말하는 동안 나는 짧게 고민했지만, 그것은 별로 오래가지 않았다.

“최대한 군단장을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어.”

내 말에 그녀는 슬쩍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그래?”

“응, 결국 어차피 죽여야 할 녀석들이라면 빠르게 정리하는 게 낫지. 그리고 엘리고르와 직접 마력이 연결되어 있다는 그 10군단장은 엘리고르를 봉인하고 나서 정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으니까.”

내 말에 로우레테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아마 10군단장부터는 다른 군단장들처럼 쉽게 죽이지는 못할 거다.”

우물우물-

“그 녀석들은 다른 군단장이랑은 다르니까.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엘리고르를 가두기 전에 10군단장을 정리하고, 그다음으로 짜증 나는 군단장들을 정리해서 엘리고르가 봉인되는 동안 핵심 전력만 없애는 것을 추천하지만…….”

우물우물.

“네가 자신이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입안에 있는 내용물을 삼켰다.

내 대답은 역시 같았다.

“그래도 맨 뒤부터 차근차근 처리하는 걸로.”

“뭐, 네가 정 그렇다면야…… 아, 그건 그렇고 내가 줬던 ‘아른의 눈물’의 사용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사용 방법?”

“……혹시 그냥 들고만 있으면 악마를 가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혹시 마법을 외운다거나 해야 해?”

내 물음에 로우레테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자리에 앉아 봉투 안에 있는 다른 박스를 꺼내며 말했다.

“너는 그 보석이 그저 엘리고르의 몸에 닿게만 하면 된다.”

“닿게만 하면 된다고?”

내 말에 로우레테는 끄덕거리곤 말했다.

“그래, 그 보석을 엘리고르의 몸에 닿게만 하면, 나머지는 내가 그 속에 새겨놓은 술식이 알아서 반응해 엘리고르를 이차원으로 잠시 끌어내릴 거다. 그리고 그때 너는 군단장들을 잡으면 되는 거지.”

엘리고르의 말.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얻은 각성으로 엘리고르를 죽이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지금의 ‘신격 각성’으로는 분명 엘리고르와는 대등하게 싸울 수는 있지만, 녀석을 압도하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무리해서 당장 엘리고르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

엘리고르가 오기 전까지 ‘신격 각성’을 최대한 성장시키고, 엘리고르를 봉인한 뒤에도 ‘신격 각성’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나면…….

나는 손안에 있는 푸른색의 보석을 꾹 움켜쥐었다.

그때는 아마 아직 얻지 못한 파편 없이 지금 있는 힘만으로도 악마인 엘리고르를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저건 언제 열리는데?”

“이제 곧 열릴 거다.”

그녀의 말과 함께 마법진의 중심으로 서서히 푸른 빛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본 나는 이내 로우레테에게 주기 위해 가져왔던 봉투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응? 그건 무엇인가?”

“바나나 우유.”

“바나나 우유?”

“응, 이걸 네가 먹고 있는 파이랑 먹으면 궁합이 잘 맞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바나나 우유의 꼭지 부분에 빨대를 꽂아 그녀에게 주었다.

로우레테는 무척이나 호기심이 동하는 표정으로 앞에 놓인 바나나 우유를 바라보았다.

“내가 꽂아준 부분 있지? 거기를 입으로 빨아들이면 내용물이 나와.”

내 말에 그녀의 눈빛에 있던 호기심과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지금 열리는 저 균열은 어디 쪽으로 열리는 거야?”

“55군단장이 있는 곳으로 열릴 것이다. 그리고 네가 넘어가고 나면 포탈은 닫힌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이내 내가 쥐고 있는 손을 가리켰다.

“다시 포탈을 여는 법은 아까 푸른색 구슬과 함께 줬던 보라색 구슬을 꾹 쥐기만 하면 된다. 네가 보라색 구슬을 쥐면 이쪽에서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포탈이 열릴 테니까.”

“그래?”

나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고 곧 꽤 많이 균열을 슬쩍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다녀올게.”

“다녀와라.”

그녀의 짧은 대답을 듣고, 나는 곧바로 균열을 향해 뛰어들었다.

…….

…….

그렇게 김우현이 사라지고 난 뒤의 고풍스러운 도서관 안에서 로우레테는 김우현이 먹어보라며 두고 간 ‘바나나 우유’를 집어 들었다.

“이건 도대체 뭐지……?”

겉면은 딱딱하다.

그리고 빨대라는 것이 꽂혀 있는 윗부분에는 초록색의 무언가가 입구로 보이는 곳을 틀어막고 있었다.

“흠…….”

‘가나다 파이랑 궁합이 잘 맞는다고?’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바나나 우유를 한번 바라보고는 잠시 바나나 우유를 내려놓은 후 조금 전까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가나다 파이의 포장을 찢었다.

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나다 파이의 포장지가 벗겨져 나간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향기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곧 가나다 파이를 입안에 집어넣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달달하고도 푹신한 맛에 다시 한번 미소 지었다.

자신이 원래 살았던 곳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맛.

그렇게 가나다 파이를 음미하고 있던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려 앞에 있는 바나나 우유를 집어 들었다.

‘이 부분을 이렇게 빨아먹는 거라고 했지?’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나나 우유의 빨대 부분을 입으러 가져가 그대로 들이켰다.

그리고…….

“……!!!”

바나나 우유가 빨대를 타고 로우레테의 입안으로 들어가며 로우레테는 저도 모르게 씹던 가다나 파이를 꿀꺽 삼키고 놀란 눈으로 바나나 우유를 바라봤다.

‘이건……!’

그녀는 가나다 파이를 먹지 않고 입안에 다시 한번 바나나 우유를 머금었다.

그와 동시에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느낌.

“맛있어……!!!”

그녀는 김우현 없는 고풍스러운 도서관에서 몸을 덜덜 떨며 바나나 우유를 바라봤다.

* * *

“이번에는 벌레야?”

눈앞에 가득한 벌레들의 천국.

물론 그냥 벌레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구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종류의, 그것도 내 몸뚱이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따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벌레들의 한가운데, 다른 벌레들보다 확연히 차이가 나 보이는 벌레가 한 마리 보였다.

전체적인 외향은 마치 지구에 있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와 비슷하게 생긴 것 같았지만, 벌레의 사방에 달린 촉수들과 외피에 돋아 있는 가시 덕분에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역겨운 벌레.

그리고 그 벌레 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박쥐.

“쯧.”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벌레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빠르고 깔끔하게 쓸어주지.”

나는 곧바로 영역을 넓히고 그 영역 안에서 그림자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에 가득 차오르는 그림자.

시스템도 딱히 변하지 않고 그저 느낌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신격 각성’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신격 각성 말고도 다른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내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그림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그 세를 불려가고 있었다.

……착각인가?

뭐, 내게 이 능력을 주었던 남자가 ‘신격 각성’을 사용한 곳 안에서 적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성장한다고 하기는 했으니까, 또 그렇게 착각 같지는 않았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나는 순식간에 군단을 이룰 정도로 많이 만들어진 그림자들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고, 나도 그 사이로 함께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곧 있어 그림자의 움직임을 파악한 벌레들이 다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림자들을 막기 위해 달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밝게 타오르는 태양을 가리는 검은색의 무엇인가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바뀌었다.

처음 신격 각성을 배울 때하고는 확연하게 달라진 발동 속도에 조용히 만족하며 나는 나와는 다르게 변해가는 그림자들을 바라봤다.

오우거와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그림자부터 시작해서 고블린처럼 작은 덩치를 가지고 있는 그림자.

애초에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끼지 못하는, 동물형을 가지고 있는 그림자와 그 어느 형태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괴악한 형태의 그림자들…….

그런 그들이 몰려오고 있는 벌레들과 부딪히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곧바로 그림자와 벌레들이 싸우고 있는 경계선을 넘어 저 멀리 날아가는 박쥐에게 핸디드를 쏘아 보냄과 동시에.

[하찮은 인간 따위가 이 무슨-!]

“닥쳐라, 벌레야.”

꽝!

등 뒤에 만들어진 그림자 주먹으로 가시가 나 있는 벌레 군단장의 등을 강타했다.

[크엑!]

지반이 사방으로 터져 나감과 동시에 들리는 괴물의 단말마.

“여기서 벌써 우는소리 하면 안 되지!”

허공에서 떨어지는 그 상태에서 등 뒤에 있는 그림자 주먹이 늘어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 한 개만 나와 있던 주먹이 10개를 넘어 20개를 넘어가는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벌레가 박힌 지반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꽝꽝꽝꽝꽝꽝!!!

그리고 폭음이 터져 나왔다.

* * *

검은 고성 안.

“전부 완성했습니다.”

알리오스의 말에 엘리고르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보내기만 하면 되는 건가?”

“예, 이제 그쪽에서 마법진을 통해 마정석을 소환하기만 하면 끝입니다.”

“좋아.”

그녀는 더 없이 만족했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곧바로 준비하도록 해. 나는 저쪽에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알리오스가 슬쩍 고개를 숙이는 것을 바라보며 엘리고르는 검은 외성 한쪽에 그려진 마법진 위에 쌓인 마정석을 보았다.

‘이제 내가 외신의 파편을 먹어치울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