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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38화 (138/202)

# 138

나 혼자 10만 대군 138화

40장 건드렸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4)

퍽!

“네, 네 녀석! 그, 그림자왕! 그림자 왕이구나! 이 자식, 이…… 커억! 켁!”

내 주먹에 맞아 눈밭을 구른 볼코프 세르게이는 신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한쪽 눈은 부어올라 있었고, 쌍코피는 기본, 거기에 이빨도 몇 개 빠진 듯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 김우현! 이러고도 네 녀석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몇 번이고 맞아서 얼굴이 완전 피떡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볼코프 세르게이를 보며 나는 조소를 지었다.

“응, 무사할 것 같은데?”

“뭐, 뭐라고!?”

황당하다는 표정.

나는 순셴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앞에 에단에게 준 것과는 또 다른 종이 서류를 뿌려주었다.

“지금 내가 뿌린 게 뭔 줄 알아?”

“뭐, 뭐?”

“니 목숨 줄이야.”

내 말에 일순 표정이 굳은 그는 곧바로 떨어진 서류 중 하나를 들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 고작 이런 걸로 나를 어떻게 해볼 생각이냐? 나는 이 러시아의 우방에 서 있는 남자다! 고작 이딴 횡령이나 인체 실험 루머로 나를 끌어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소리다!”

그는 피떡이 된 얼굴로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들고 있던 서류를 눈밭에 패대기쳤다.

뭔가 하나라도 이겼다는 만족감을 느낀 것인지, 그는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히려 네가 함정에 빠진 꼴이 되었군.”

“뭐?”

“네 녀석은 분명 이걸 들고 와서 나를 협박할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너는 나를 협박할 생각에 오히려 자신의 정체까지 스스로 까발렸군.”

“……그래서?”

“이건 넘어가 주지. 물론 네가 내 조건을 들어준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계속 말해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고, 그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SS급 괴수의 사체를 넘겨라. ‘부산물’이 아니라 사체! 그렇게 한다면 내 넓은 아량으로 이 일은 조용히 넘어가 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세르게이 볼코프.

“허.”

……이 새끼가 지금 돌았나?

나는 아직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뭐지, 도대체?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의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는 새끼가 자신의 처지도 제대로 모르고 날뛰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빨리 대답해라. 나는 관대하지만…….”

콰드득!

“끄아아악!?”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그의 안면에 다시 한번 주먹을 꽂아 넣었다.

최대한으로 약하게 힘을 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볼코프 세르게이는 일순 붕 떠 눈밭에 처박힌다.

“네, 네 녀석!”

“너, 대가리도 제대로 안 돌아가지?”

“뭐, 뭣?!”

“지금 이 상황이 네가 나에게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무, 무슨 나는 네가 김우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림자 왕’ 김우현이 ‘어벤져’라는 걸 알고…….”

“그래서 어쩌라고?”

“뭐……?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걸 누가 알고 있는데?”

“내, 내가…….”

“너 말고는? 누가 내가 어벤져라는 걸 알고 있는데? 아, 혹시 지금부터 기자들 모아서 인터뷰하려고? 내가 어벤져한테 맞았는데 사실 그 어벤져가 김우현이었다! 이렇게?”

“……!”

물론 저 녀석이 그런 식으로 입을 털기 시작하면 하나둘 의심론자들이 나올 수도 있다.

하나 그건 말 그대로 의심.

그래, 의심일 뿐이었다.

나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볼코프 세르게이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켁, 켁.”

숨이 막히는지 켁켁 신음을 내는 그.

“그리고 만약 네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그런 말이 나올 일도 없겠지, 안 그래?”

그 말에 내 팔을 붙잡던 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제야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웃음을 지었다.

이 녀석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김우현이라고 해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인 자신을 죽일 리가 없을 거라고…….

뭐, 사실 진짜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

물론 죽이는 게 정말로 깔끔하고 편하지만, 그래도 죽이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녀석은 분명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호구로 여기고 건드렸으니까.

그 대가는 확실하게 치러야 한다.

“내가 가진 정보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나?”

“뭐, 뭐?”

“정말로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그것뿐이라고 생각해?”

손에 슬쩍 힘을 주자 괴로워하며 다시금 내 팔을 두드리는 세르게이 볼코프.

“그래, 다른 국가도 아니고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세금 횡령 정도로 끌어 내리는 건 힘들 거야. 하지만 그 횡령한 세금이 현 정권과 반대되는 다른 정권에 투자된 돈이라면?”

“……!?”

목이 졸려 괴로워하던 그의 몸이 멎었다.

마치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해주었다.

“이거 하나로도 너한테 가해지는 타격은 클 거야, 그치?”

꾸욱

“끄에에에엑-!!”

“근데 이거 어째? 나는 지금 말한 것 말고도 네가 한 일들을 무척이나 많이 알고 있는데.”

점점 얼굴이 굳어가는 세르게이 볼코프. 그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가는 것을 느낄 때쯤,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기대하고 있어라. 너는 분명히 오늘 내게 죽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테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르게이 볼코프는 눈을 뒤집고 기절했고, 한 번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샌가 돌아온 에단에게 말했다.

“에단, 이 녀석은 집 안에다가 놔둬.”

“알겠어요, 형. 그런데…….”

“응? 왜?”

“제가 그, 저 녀석을 찾으러 저택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좀 께름칙한 걸 봤는데.”

“께름칙한 거?”

“네, 한번 가서 보시는 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혹여 CCTV에 찍히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이다음 날이면 녀석들은 더 이상 지금의 위치에서 있을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래, 가보자.”

에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몸을 잡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에서…….

“살려주세요!”

나는 거대한 철창 안에 갇힌 여자를 볼 수 있었다.

* * *

러시아에 있는 SSS급 헌터 아냐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기묘한 기계음을 내며 터진 것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왜?’

미국에서 잡힌 SS급 과수가 출현했을 때 그 부산물로 같이 나왔던 목걸이.

그것은 볼코프 세르게이가 자신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족을 인질로 잡고서 자신에게 걸어놓은 족쇄였다.

이 목걸이를 착용한 순간부터 아냐는 자기 뜻대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볼코프 세르게이에게 통제당해 왔다.

SS급 괴수의 부산물로 만든 이 목걸이가 가진 마법적인 효과 중 하나인 ‘노예 각인’은 그런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S급 헌터일 당시 볼코프 세르게이의 협박에 의해 걸었던 목걸이 때문에 아냐는 SSS급 헌터가 된 지금도 그의 말에 복종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왜, 이게 갑자기 부서진 거지?”

그녀는 자신의 원룸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정확히 두 쪽으로 나누어져 완전히 박살 난 목걸이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능력도 사용할 수 있게 됐어.’

능력도 사용할 수 있었다.

‘……꿈은 아니겠지?’

아냐는 자신의 볼을 꼬집어봤지만, 볼에서 느껴지는 찌르르한 느낌은 현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무척이나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띵동-

“……?”

이 새벽에 울린 초인종 소리에 아냐는 왠지 긴장이 되었다.

‘혹시 이것 때문에?’

아냐는 조심스레 문 쪽으로 다가가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맞다.

지금의 자신은 다시 능력을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능력만 있으면 나 때문에 인질로 잡혔던 언니도…….’

구할 수 있었다.

아냐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오피스텔의 문의 손잡이를 붙잡았고, 다른 한 손에는 언제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냉기’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가 힘껏 문을 열었을 때.

“아냐!”

“언, 니?”

아냐는 눈앞의 여자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 나야!”

“저, 정말로? 나탈라 언니 맞아?”

“그래!”

아냐에게 나탈라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냐를 힘껏 껴안았다.

아냐는 차가우면서도 동시에 따뜻함을 느끼며 멍하니 말했다.

“어, 언니가 어떻게 여기에?”

“나도 믿기지 않아!”

“도대체 무슨……?”

“어벤져! 어벤져가 나를 구해줬어!”

“어벤져?”

아냐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헌터’인지 ‘괴물’인지 모를 존재.

온몸은 검은색의 무언가로 덮여 있으며, 주로 새벽에,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길드나 사회악이라고 규정될 만한 일을 벌이는 녀석들을 습격해 ‘법’이 아닌 ‘힘’으로 처벌하는 존재.

하나 그 존재는 반년 전, 미국에 나타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어벤져가 반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러시아에서 언니를 구해줬다고?

아냐는 순간 시선을 오피스텔의 밖으로 돌렸고, 그곳에서 빌라의 옥상에서 달을 등지고 서 있는 어벤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몸은 검은색의 무엇인가로 덮여 있었고, 얼굴은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뻥 뚫려 있었다.

팔과 다리는 마치 괴수나 몬스터의 팔다리를 연상시키게끔 길쭉하게 자라 있다.

그는 곧 확인할 것을 확인했다는 듯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귀신이 있다가 없어지는 것처럼 사라져 버리는 어벤져의 모습에 아냐는 자신을 껴안고 있는 나탈라와 어벤져가 사라진 곳을 번갈아 보았다.

* * *

그다음 날에도 여전히 씨커 길드의 이슈는 흘러나왔지만, 그 기세가 무척이나 확연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씨커 길드라는 글자가 박혀 있던 각 언론사의 네임 카드에는 중국의 헌터장 순셴과 러시아의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볼코프의 이름이 대신하게 되었다.

단 하루 만에 완벽하게 바뀌어 버린 언론.

길드원들은 내가 무슨 수를 쓴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나는 그저 한 번 웃음을 짓는 것으로 넘어갔다.

그로부터 이틀, 씨커 길드의 SS급 괴수 사체 관련 문제는 왕위홍과 아냐의 추가 인터뷰로 완전히 묻혀 버렸고, 순셴과 세르게이 볼코프가 대신해서 그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준비 끝났어?”

“끝났다.”

나는 로우레테가 넘겨준 푸른 보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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