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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37화 (137/202)

# 137

나 혼자 10만 대군 137화

40장 건드렸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3)

저녁, 평소 생활하던 오피스텔에서 늦은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던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TV 위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11시 20분.

상당히 늦은 시간.

-사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저도 굉장히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하나 SS급 괴수 토벌에 참여한 현무 길드의 SSS급 헌터 왕위홍의 요청 끝에 저희는…….

-중국 측과 마찬가지로 저희 쪽에서도 이런 일로 이슈가 붉어지는 것을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만, 그래도 저희 국적의 SSS급 헌터인 아냐가 자신이 한 만큼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건 아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을 키우는 그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우물-

햄버거의 마지막 조각을 입안으로 집어넣고 삼킨 나는 질리지도 않는지 반복해서 방송되고 있는 씨커 길드 이슈 특집을 봤다.

그러던 중.

“형, 저 왔어요.”

“왔어?”

뒤쪽에서 느껴지는 풍압과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에단이 나를 보며 서 있었다.

“음, 능력을 사용해서 온 거지?”

“네, 형 말대로 최대한 주변에 들키지 않게 능력을 사용해서 왔어요.”

에단의 말에 미소를 지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시간 전, 길드 사무소 휴게실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를 처음 보고 난 뒤 나는 에단을 불렀었다.

지금부터 나를 건드린 저 녀석들을 확실하게 조져 버리기 위해서는 에단의 능력이 꼭 필요하니까.

그럼, 에단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듯한 뉘앙스를 취하자 에단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형.”

“응?”

“그 녀석들 혼내주러 가는 거죠?”

에단은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후드를 슬쩍 들어 올렸다.

그 안에서 보이는 묘한 기대의 눈빛,

“아.”

생각해 보면 에단은 내 다른 모습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지난 이야기지만, 크세즈베트가 이 세계를 파멸의 길로 이끌겠다며 여기저기 깔아놓은 트리거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했던 ‘어벤져’의 모습.

에단은 그 모습을 알고 있었다.

“맞아, 그리고 내가 그 녀석들을 확실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네가 필요해.”

그렇기에 나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에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얼굴에 미소까지 지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저를 찾을 때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형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기대에 가득 차서 나를 바라보는 에단.

뭐, ‘어벤져’가 진정한 모습은 아니지만, 내가 어벤져라는 것을 아는 건 에단밖에 없었다.

마치 공유하는 비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충만한 것 같은 에단.

뭐,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우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는 들키지 않고 중국에 갔다가, 곧바로 러시아까지 가야 해. 가능해?”

회귀 전에 만났던 에단은 그 정도 거리는 10분도 안 돼서 왕복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성장해 있었다.

그때는 능력의 노하우를 깨우친 상태라서 가능했겠지만, 아마 지금의 에단은 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에단은 능력을 각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뭐, 그래도 결국 에단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별로 다를 게 없지만.

“가능해요!”

“그래?”

“음, 사실 지금 점퍼 한계치가 1㎞ 정도라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단의 능력을 사용하는 편이 오히려 내가 날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한번 시작해 볼까?

나는 에단에게 본격적인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우선 한국 언론도 어느 정도 장악한 상태입니다.”

“그래? 생각보다 빠르군.”

장저우에 있는 호화로운 저택.

그곳에서 글라스에 담긴 와인을 슬쩍 흔들고 있던 순셴은 뒤에 선 남자의 보고에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한국 언론계는 조금만 자본을 푸니 금방 느슨해지더군요.”

“그래? 그렇다면 조금 더 풀어, 아니, 이왕이면 최대한 판을 크게 벌여라.”

‘어차피 그렇게 판을 크게 벌여서 그 녀석에게 SS급 괴수의 부산물을 조금이라도 받아낸다면 그게 더 이득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진득하게 웃었다.

SS급 괴수의 부산물, 그건 부르는 게 값일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SS급 괴수의 부산물을 아주 조금이라도 얻는 그 순간……!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순셴의 표정이 마치 음모를 꾸미는 모략가처럼 사악한 웃음을 머금었다.

최근 잦은 하이브 사태와 중국에서 활동하던 ‘어벤져’ 덕분에 정부가 길드들을 누르고 그들을 올가미 안에 가두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중국의 고위 간부가 될 수 없었다.

그것보다 더욱 큰 한 방.

그 한 방이 필요했다.

그리고 ‘SS괴수의 부산물’은 자신을 더 위로 보내주기에 더 없이 이상적인 아이템이었다.

“나가봐.”

“알겠습니다.”

남자의 대답을 듣고 순셴은 눈앞에서 방송되고 있는 뉴스를 보며 와인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슈우우욱!

그때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풍압에 그는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꽈직!

“끄…… 아아아아악!?!”

순셴은 자신의 팔에서 올라오는 격통에 팔을 움켜쥐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끄럽다.”

그 순간 가래가 낀 듯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셴은 고개를 돌려 끔찍한 목소리의 근원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괴물이 있었다.

“아, 아아……!”

괴물, 아니, 괴물이 아니다.

순셴은 눈앞에 있는 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중국의 길드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무너뜨리고, 길드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살해한 도살자.

“어, 어, 어벤…… 져!”

순셴은 말을 더듬으며 팔의 격통도 잊은 채 그를 어벤져를 올려다봤다.

이윽고 어벤져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 * *

퍽!

“죄, 죄송하…… 으악!”

퍼걱!

“사, 살려주!”

꾸드득!

“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소를 지었다.

순셴은 그야말로 비참한 꼴이었다.

에단의 능력으로 잡혀 나올 때는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반나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운이 찢어져 있었다.

그는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처박고 제발 살려달라며 빌었다.

TV에서 보던 때와는 다른, 무척이나 추한 모습.

“걱정하지 마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저, 정말이십니까?”

한순간 그의 얼굴에 희망이 서린다.

내게 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 와중에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악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 죽이지는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앞에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뿌렸다.

대충 봐도 50장은 훌쩍 넘어 보이는 서류들이 순셴의 주변에 뿌려졌다.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떨어진 서류 중 한 장을 주워 들었다.

“이, 이건……!”

서류를 보자마자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나는 미소를 머금고는 변조된 음성으로 말했다.

“왜? 그저 네가 정보를 말소한다고 해서 이런 것까지 전부 지워졌을 것 같나? 길드를 이용한 청부 살인부터 시작해서 러시아로 노예를 사고팔고, 거기에다 인체실험에 도움까지 줬지.”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쇼! 제발! 제발! 제발!!”

내가 서류를 한 장씩 들고, 그 내용을 읊자, 그제야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기 시작했는지, 그는 내 다리에 달라붙어 목숨을 구걸했다.

“말했잖아? 살려는 준다니까? 다만…….”

나는 서류를 그의 앞에 들이대며 말했다.

“이 서류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게 되면 오히려 네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겠지. 지금처럼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발악하는 게 아니라.”

나는 변조되어 칙칙하고 음침한 특유의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히려 죽여달라고 발악하지 않을까?”

“으, 아, 안 돼. 안 돼!! 안 돼!!!!”

키득키득.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기절한 순셴을 보며, 나는 말했다.

“러시아로 가자.”

“이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나와 같이 그림자로 온몸을 가린 에단의 물음.

“집 앞에 데려다 놔. 어떻게 하는지 보게.”

“알겠어요.”

에단은 내 말에 수긍하며 녀석과 함께 사라졌다.

“쯧.”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슬쩍 혀를 차며 순셴의 주변에 떨어진 서류들을 훑어봤다.

이전에 규륜이 만들어놓은 트리거를 박살 내기 위해 하나하나 모아놓은, 별로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구석에 처박아놓았던 자료들.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형, 저 왔어요.”

“곧바로 러시아로 가자.”

“네, 알았어요.”

에단은 곧바로 나를 잡고 능력을 사용했고, 매 순간 주변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나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순셴은 내가 건드리지 않더라도 곧 중국 정부 쪽에서 처리할 것이다.

사실, 애초에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어도 일은 무난하게 끝낼 수 있었다.

지금 내 손에는 순셴과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방장관인 볼코프 세르게이와 관련된 정보도 다수 있었다.

그냥 이 정보를 슬쩍 흘리며 경고를 주는 것만으로도 아마 그들은 자신들이 키워놓았던 이슈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굳이 움직이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는 명언 아닌 명언 때문이었다.

“…….”

상대가 아무 이유도 없이 너를 먹이려 한다면, 너를 먹이려 하는 그 X 같은 이유를 하나 만들어줘라.

뭐, 내가 그 X 같은 이유를 만들어주는 그 순간, 녀석들은 그 이상 나를 공격할 수 없겠지만.

나는 씩 웃으며 품 안에 있는 종이뭉치를 슬쩍 두드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볼코프 세르게이’가 머물고 있는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많이도 깔아놨군.”

볼코프 세르게이의 저택의 사방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깔려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일반적인 경비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혹시나’에 대비해 저렇게 군인을 깔아놓은 것 같았다.

“참…….”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설마 고작 저런 방범으로 내가 쳐들어온다는, ‘혹시나’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 아마 아니겠지.

그래도 러시아의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건 내게 별 의미가 없었다.

“에단, 부탁할게.”

에단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할 일을 확인했다.

“네, 형. TV에서 봤던 그 녀석을 여기로 끌고 오면 되는 거죠?”

“그래, 들켜도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 빠르게. 아, 그리고.”

나는 종이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서류뭉치를 슬쩍 땅에다 내려놓고는 에단에게 말했다.

“그 녀석 여기로 데려오고 나서 이것 좀 러시아 곳곳에 뿌려줄래?”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에단은 곧바로 사라졌고, 곧 잠옷 차림의 볼코프 세르게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이게 무, 커억!?”

그리고 나는 어리둥절하는 볼코프 세르게이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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