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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36화 (136/202)

# 136

나 혼자 10만 대군 136화

40장 건드렸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2)

러시아의 국방장관이자 현 정권의 최 우측에 선 남자 세르게이 볼코프.

그리고 현재 청룡단과 주작홍이 무너지며, 중국의 공산정부와 현무 길드의 힘을 이용해 헌터들을 중국 협회의 틀에 가둔 협회장 순셴.

그 둘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에 가까운 허강시의 한 지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국을 치자는 말이요?”

중국 헌터 협회장 순셴의 말에 볼코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직접적으로 치자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를 흔들자는 겁니다.”

볼코프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위로 들어 올렸고, 볼코프의 옆에 있던 비서는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듯이 그의 손에 시가를 하나 들려주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시가를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본 뒤 입에 물고는 입을 열었다.

“영상은 아직 가지고 있습니까?”

“당연히 가지고는 있지.”

“그걸 이용하는 겁니다.”

“……미쳤소? 그때 그림자 왕의 경고를 들었잖소”

순셴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볼코프를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당연히 들었죠. 솔직히…… 그 당시에는 소름이 돋더군요. 분명 등 뒤에 SSS급 헌터가 두 명이나 있어도 느껴지는 그 압박감이란…….”

볼코프는 고개를 절레 저으면서 인상을 찌푸렸고, 순셴도 그때의 일을 떠올렸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느꼈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순셴의 말을 간단히 일축한 볼코프는 시가를 한 모금 빨아드리고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당신도 흥미가 있으니까 제가 부른 자리에 와 있는 것 아닙니까? 저도 당신을 설득하려고 이렇게 남의 나라까지 온 거고.”

볼코프의 말에 순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흔들자는 거요?”

“뭐, 내용은 그대로요. 우리가 가진 영상으로 씨커 길드에게 조그마한 부산물을 요구하는 거지.”

“정말로 될 거로 생각하오?”

순셴의 말에 볼코프는 씩 웃더니 입을 열었다.

“당연히 되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요?”

“씨커 길드가 아무리 말도 안 되게 강한 전투력을 가진 길드라고 해도, 결국 본질을 따지면 길드입니다. 아니, 어찌 보면 길드라고도 할 수 없죠. 그들의 총원은 그림자 왕을 포함하더라도 고작 6명밖에 안 되니까.”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아들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우리 국가의 헌터가 SS급 헌터에 입힌 대미지는 그리 큰 게 아니지만 결국 필요한 건 대중들에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영상을 보면 우리 길드원들이 꽤 그럴듯하게 괴수를 공격하지 않습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 영상을 퍼뜨리면서 대충 이슈를 한두 개 정도만 만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고작 그걸로?”

“고작 이걸로도 시민들의 시선을 바꾸기에는 충분하다는 소립니다. 어차피 시민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으니까요. 아무튼…….”

그는 시가를 다시 한 모금 마저 태우고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가를 땅바닥에 버렸다.

“그렇게 이슈를 하나 정도 만들면 김우현은 괜히 일이 귀찮아지는 게 싫어서 우리한테 아주 조금이라도 부산물을 떼어 줄 겁니다.”

“혹시 그 녀석이 복수라도 하려 한다면……?”

순셴의 조심스러운 추측에 볼코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복수? 어떻게? 우리가 그 이슈를 퍼뜨리고 나면 시선은 우리에게 모일 겁니다. 그 상태에서 저희에게 복수를?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 녀석은 복수보다는 그냥 부산물을 주는 걸 선택할 겁니다.”

“왜?”

“귀찮으니까. 어차피 그 녀석이야 수많은 부산물 중에 소량을 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부산물을 줘도 자신에게 남는 건 많을 테니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고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볼코프는 그렇게 말했고, 그런 볼코프의 말에 순셴은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럼, 언제 뿌리는 게 좋겠소?”

순셴은 그렇게 말하며 볼코프를 바라봤고, 볼코프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아니면 지금 바로 뿌리는 것도 괜찮겠죠. 저희는 준비를 이미 충분히 끝내놨으니까요.”

* * *

고풍스러운 도서관 안.

“자, 여기.”

“오늘도 사용한 건가?”

로우레테의 물음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대체로 1시간 정도, 욱신거림이 지속되었다.

물론 30분을 기점으로 서서히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 30분까지 버티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성장시키려면 꾸준히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니까 별수 없이 사용했지만.

“그래서 이제 모아야 하는 건 이걸로 끝이야?”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모아야 하는 건 이걸로 끝. 이제 악마를 가둘 아이템을 제작해야 한다.”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글쎄…….”

그녀는 눈앞에 잔뜩 늘어진 아이템을 보았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대충 3~4일 정도?”

“그렇게 오래 안 걸리네?”

내 말에 로우레테는 자랑스러운 듯 자신의 어깨를 펴고는 입을 열었다.

“당연하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차원 이동 장치를 만들 때는 그런 물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오래 걸렸지만, 연금술은 나의 특기 분야다.”

“그러면 잘됬네. 그럼 그때까지 나는 쉬고 있으면 되는 건가?”

“음, 뭐 다른 군단들을 잡으러 다녀도 되지만, 말했다시피 그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으니, 당분간은 좀 쉬어도 될 것 같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긴 요즘 이런 일 저런 일 터지는 것도 많고, 수습해야 할 일도 많다 보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뭐, 사실 이 일을 안 한다고 해서 제대로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 그전에.”

“응?”

“내 연금 장비 좀 같이 옮겨주고 가면 안 되겠나? 내가 혼자 들기에는 좀 무겁거든.”

자신의 고깔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리며 말하는 로우레테를 보며 나는 피식 웃은 뒤 말했다.

“알았어.”

“그리고 되도록 쉬는 동안에 꾸준히 들려라.”

“응? 그건 왜?”

로우레테를 바라보자 그녀는 슬쩍 챙을 만지고 있던 자신의 손을 슬쩍 내리며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 그냥 구경하러 오라는 거다. 이왕이면 그, 다과를 사 와도 괜찮고.”

“아…….”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곧 로우레테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초콜릿 파이 말하는 거지?”

“…….”

“걱정하지 마. 꼭 사다 줄 테니까.”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그제야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 걸어가는 로우레테를 따라 나는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를 따라 연금술 장비를 옮긴 나는 내일 오겠다는 말과 함께 횃불 밖으로 빠져나갔고.

“길드장님! T V좀 보세요!”

길드 휴게실로 빠져나오자마자 나를 보며 TV를 가리키는 이은별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휴게실에는 나를 제외한 다른 길드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가장 앞에 자리를 잡은 이은별부터 시작해서 에단까지, 모든 길드원이 소파에 앉아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나오길래……?”

나는 슬슬 완화되기 시작하는 두통을 느끼며 시선을 돌려 TV를 보았다.

그리고 TV에는 ‘씨커 길드 SS급 괴수 독점 의문?’이라는 네임 카드와 함께 어느 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왕위홍이 SS급 괴수의 등을 베는 장면.

그리고 내가 거의 다 잡은 SS급 괴수의 몸에 아냐가 얼음 송곳을 꽂는 장면.

어림잡아 1분 정도 시간이 지난 영상이 끝난 뒤, 나온 앵커는 입을 열었다.

-오늘 오전 6시를 기점으로 퍼진 이 영상은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해외 영상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 여론은 이전에 공개된 영상에 따라 중국 길드와 러시아 길드가 씨커 길드가 잡고 있던 괴수를 막타 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고, 러시아 정부 측과 중국 헌터 협회 쪽에서는 씨커 길드에게 소정의 보상을 요구한다며 현지 시각 12시 30분경에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아…… 왠지 저 새끼들이 슬쩍 와서 괴수 한 대 칠 때부터 느낌이 싸하다 했는데……!”

김서윤이 제 화를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면 화를 냈고, 그 옆에 앉아 있던 하리남도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야, 영상 찍어놓은 것 보니까 아주 그냥 혼자 다 잡았네, 혼자 다 잡았어.”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하다니.”

이은별과 이로하가 심각한 얼굴로 계속되는 뉴스를 쳐다보는 것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내가 분명히 경고했던 것 같은데?

……분명히 경고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후…….”

아마 그들 입장에서 SS급 괴수의 부산물은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었던 것 같았다.

뭐, 언론이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나는 대충 중국과 러시아가 생각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시민들을 이용해 나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아주 조금의 부산물에 혹해서.

뭐,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나는 길드는 SS급 괴수의 부산물을 100% 전부 챙겨 먹었고, 그 상태에서 자신들과 싸우는 것보다는 ‘그냥 귀찮아서 부산물을 조금 넘겨주고 말 것이다’라는 생각을.

확실히 저렇게 먼저 선동질을 시작해 버린 입장에서는 결국 씨커 길드가 SS급 괴수를 거의 잡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말이 튀어나올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한국 언론사는 자국 길드의 편이 아니라 언제든 새로운 ‘이슈’의 편이기에 저렇게 떠오른 영상을 가지고 물타기를 하고 있었고, 아마 다른 해외의 언론사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참.”

내가 얼마나 개 호구로 보였으면 분명 손수 경고까지 했는데도 이렇게 훅 들어오는 걸까?

뭐, 보나 마나 뻔하겠지만, ‘아마 이렇게 이슈화를 시키면 내가 직접 복수하지는 않겠지’ 하면서 마음을 놓고 있을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하지만, 녀석들이 한 가지 착각하는 것이 있었다.

“에단.”

“네? 형님.”

내가 그를 부르자 곧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에단. 그의 눈에 묘한 기대감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 이따가 나 좀 보자.”

“예……!”

나는 씩씩하게 대답하는 에단의 모습을 본 뒤 다시 뉴스에 시선을 돌렸다.

뉴스에서는 아직도 네임 카드에 SS급 괴수 관련 사건을 달아놓고는 무슨 전문가를 데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녀석들은 내가 시민의 눈 때문에 일을 벌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씩 웃었다.

아무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놈들을 좀 개 패듯 패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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