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
나 혼자 10만 대군 135화
40장 건드렸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1)
“와앙!”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탐식을 사용한 상태로 눈앞에 불쑥 나타난 김서윤을 보며 나는 말했다.
“……뭐 하냐?”
“응? 안 놀라네?”
“와, 형님 담력 엄청난데요?”
김서윤이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뒤에 있던 하리남도 마찬가지로 나를 바라보며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이외에 휴게실에 있는 이로하와 에단도 마찬가지.
“진짜 안 놀랐어요? 네?”
김서윤의 이상하다는 듯한 물음.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당연히 안 놀랐지. 너 같으면 그런 거 가지고 놀라겠냐?”
“아니, 진짜로 안 놀랐다고?”
“……분명 에단이랑 리남 오빠한테 할 때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내가 김서윤의 뒤에 있던 소파에 자리를 잡은 뒤 묻자 김서윤은 자신의 손에 들어내게 보여줬다.
그녀의 손에 장착된 붉은빛을 두르고 있는 건틀렛.
“아, 벌써 나왔어?”
“네! 원래 1달은 걸린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있었는데 어제 협회 쪽에서 연락이 오더니 찾아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다른 애들 건?”
“아직 만드는 중이래요.”
김서윤의 손을 감싸고 있는 붉은 건틀렛을 보았다.
이전에 SS급 대형괴수를 잡고 나서 그 부산물과 SS급 마정석 하나를 사용해 제작을 의뢰했던 SS급 무기와 방어구.
……근데 보통 이렇게 빨리 만들어지나?
생각해 보면 옛날 SSS급 헌터 중 한 명인 차가운 빛 레이나가 쓰던 SS급 무기도 만드는 데 4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응? 왜?”
“그, 뭐였더라? 이 물건 받을 때 들은 건데, 월…… 뭐였더라? 월터 씨? 그분이 안부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하던데요?”
“아-”
나는 그제야 김서윤의 무기가 왜 이렇게 빨리 만들어진 것인지 깨달았다.
아마 요즘 국제 헌터 협회를 꽉 잡는 데 성공한 월터가 우리 길드를 위해 조금 힘써준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들어오자마자 그랬던 이유는?”
“이 건틀렛 능력 때문에요. 한번 실험해 보려고요.”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끼고 있던 건틀렛을 넘겨줬고, 나는 곧바로 앞에 뜨는 시스템 창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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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다 죽음
등급: SS
SS급 제작 장인이 SS급 괴수 ‘아스토리안’의 뼈와 SS급 괴수 ‘코트리안’의 가죽을 이용해 만든 건틀렛이다.
SS급 제작 장인의 능력으로 인해 SS급 괴수 ‘아스토리안’의 능력인 ‘특수 공포 유발’의 특성과 SS급 괴수 ‘코트리안’의 ‘압도적인 괴력’의 특성이 잠들어 있다.
착용자가 건틀렛을 사용하면 ‘특수 공포 유발’과 ‘압도적인 괴력’의 특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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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공포 유발?”
“네, 그것 때문에 실험해 본 건데…… 이상하게 아저씨한테는 안 먹히네…….”
나는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던 건틀렛을 김서윤에게 돌려주었고, 그녀는 건틀렛을 돌려받고는 왠지 모를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저씨 놀라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저는 카메라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이로하가 저도 모르게 김서윤의 말에 맞장구치다가 아차 싶어 급하게 입을 닫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오는 사람들한테 전부 그러고 있었던 거야?”
“음…… 제가 제일 처음에 왔으니까 그렇죠? 그보다 생각해 보니까 아저씨는 오늘 좀 늦었네요?”
“그런가?”
“그리고 또 그건 뭐예요?”
김서윤은 내가 책상 위에 올려둔 봉투를 보며 입을 열었고, 나는 가져온 봉투를 슬쩍 흔들며 말했다.
“과자.”
“과자? 저 주시게요?”
“네가 아니라 그냥 나눠 먹으라고 사 온 거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봉투 안에 있던 과자들을 꺼내놓았다.
“전부 파이류네요?”
이로하가 내가 봉투에서 꺼내놓은 것들을 보며 말했고, 김서윤도 뒤늦게 책상으로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그러네…… 가나다 파이에 초콜릿 파이에…… 뭉쉘? 거기에다가 크리미 파이…… 아저씨 이런 과자 좋아해요?”
김서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절레거린 뒤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니고, 저기에 있는 녀석이 좋아하지.”
나는 슬쩍 목으로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횃불을 가리켰고, 그제야 이로하와 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린 애라면 좋아할 만도 하죠. 저도 어릴 때는 초콜릿 파이 엄청 먹었는데.”
로우레테가 들었으면 왠지 꽤 불편하다고 티를 냈을 만한 말을 하며 내가 꺼내놓은 초콜릿 파이의 껍질을 깐 김서윤이 안에 있는 파이를 꺼내 에단에게 권했다.
“저는 됐어요.”
“응? 에단, 너는 이런 거 싫어해?”
“저는 단 게 입맛에 안 맞아서…… 제 동생은 좋아하는데 요즘 밥도 안 먹고 그것만 먹어서 문제예요.”
“그렇구나.”
그렇게 떠들고 있는 길드원들을 보며 나는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또 그 횃불 안으로 들어가게요?”
내가 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곧바로 물어오는 김서윤.
“할 일이 있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며 횃불에 손을 댔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고풍스러운 도서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왔나?”
도서관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보며 입을 여는 로우레테를 보며 피식 웃는 것도 잠시, 나는 들고 있던 봉투를 인사 대신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그러자 슬쩍 눈이 변해 곧바로 봉투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로우레테.
“오오! 이번에도 새로운 포장이구나! 저번에 먹었던 것도 있고!”
봉투 안을 한번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얼굴에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분명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위엄있는 모습,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점잖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렇게 과자를 받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면 그냥 평범한 학생 같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가져와야 할 건?”
내가 묻자 크리미 파이의 포장을 뜯고 있던 로우레테가 뒤늦게 아차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흠흠 거리며 목소리를 정리하더니 이내 자신의 고깔모자를 앞으로 눌러썼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 모자의 챙으로 얼굴을 가리는 그녀를 보며 웃는 것도 잠시 로우레테는 입을 열었다.
“으, 음…… 잘 맞춰 왔다.”
“오늘 내가 구해 와야 하는 게 마지막 물건이지?”
“맞다. 우선 오늘 구해야 하는 ‘사각수의 뿔’까지만 구하고 나면 더 이상 구해야 할 물건은 없다.”
“사각수의 뿔?”
내가 되물었다.
“그래, 이제 곧 미리 발동시켜 놓은 균열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너는 ‘각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각수?”
“으음, 뭐 대충 설명하자면 몸에 뿔이 있는 녀석들을 각수라고 부른다. 대충 지금 네 세계에 나타나는 몬스터 같은 존재라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군.”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그래서, 그 안에서 게네를 죽이고 ‘사각수의 뿔’을 가지고 오면 된다 이거지?”
“맞다. 그리고 사각수는 딱히 특정한 외형이 잡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뿔이 4개 있는 녀석을 잡기만 하면 된다. 뭐, 사각수 자체가 그리 많이 없어서 찾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네 능력’이라면 어느 정도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거다.”
로우레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슬 열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균열을 바라보고는 이내 시스템 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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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30,000] [2/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측정 불가(새롭게 측정 중)]
[평가 잠재력: 새롭게 측정 중 / 새롭게 측정 중]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3/4)
영역(3/4)
집약(2/4)
그림자 영체(2/4)
영체 합일(1/4)
각성(0/10,000)
신격 각성
[그림자 영체 3/8]
-사령술사 리치
-SS급 몬스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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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회귀 전에 보지 못했던 ‘일식의 경계’에서 존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남자에게 능력을 받은 지도 이제 2주째.
그동안 나는 남자에게서 배웠던 신격 각성을 사용해 필요한 재료를 모았다.
“쯧.”
신격 각성은 확실히 좋은 능력이었다.
내 능력의 본질을 아주 잠시 동안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은 나를 포함해서 내가 만든 그림자들에게 무척이나 무한할 정도의 힘을 주었다.
고작 몇 분 정도밖에 되지 않고, 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곧바로 반작용이 와서 몸에 진득할 정도의 피로를 느꼈지만, 그 효과는 발군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다른 파편을 다 모으지 못한 지금 상태에서도 신격 각성을 사용하고 나면 악마와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남자가 했던 말.
“성장형 능력.”
지금 내가 받은 신격 각성은 성장형 능력이라고 말했다.
각성 상태 안에서 악마나 괴신을 죽이고, 심지어 그 안에서 몬스터를 죽이더라도, 능력은 조금씩 성장할 거라는 그의 말.
확실히 조금이기는 하지만 각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기는 했다.
뭐, 그렇게 각성 상태를 사용하고 나면 머리가 깨질 듯 아파지는 건 싫지만.
나는 어느새 완전히 열려 있는 푸른 균열을 보며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다녀올게.”
“우물…… 다녀와라.”
크리미 파이를 씹다 급하게 대답하는 티가 나는 로우레테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균열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균열 안으로 몸을 집어넣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숲이었다.
어둑어둑한 숲.
여기저기에 사람이 열댓 명을 모은 것보다 두꺼워 보이는 고목이 자라 있고, 거기에 잔뜩 자란 나뭇잎으로 인해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축축한 느낌이 드는 그곳에서…….
크르르르르!
“……균열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이렇게 만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괴물을 보았다.
마치 오우거의 몸뚱이처럼 빡빡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회색빛 피부를 가진 괴물은 자신의 머리 위에 거대한 4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제각각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는 괴물들이 있었다.
그 괴물은 두 개의 뿔을 달고 마치 늑대와 같은 외양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인간형이지만 두 팔이 기형적으로 큰 녀석들도 있었다.
제각각 형태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뿔도 다른 녀석들을 보며 나는 씩 웃었다.
“아낄 필요 없어서 좋네.”
사실 로우레테가 사각수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사실 이곳에서 신격 각성을 쓰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분명 능력을 상승시켜야 하는 건 맞았지만, 능력을 사용한 뒤에 몬스터를 못 찾으면 말짱 꽝이니까.
다만 이렇게 내가 찾기도 전에 이렇게 와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나는 씩 웃으며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상상하기 시작했다.
일식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분명 햇살 한 줌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높은 고목이 있던 숲속은…….
“빨리빨리 끝내자.”
일식이 진행 중인 대지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