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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31화 (131/202)

# 131

나 혼자 10만 대군 131화

39장 일식의 경계(1)

씨커 길드 사무소의 2층 휴게실.

김서윤은 휴게실 2층에 배치된 사무소의 천장을 건드릴 정도로 거대한 마정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아아~ 이거 먹어보고 싶다아…….”

“형님이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지 않았나?”

“그러니까 못 먹고 있는 거라구요…….”

하리남의 말에 김서윤은 한숨을 내쉬고는 마정석에서 시선을 떼며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은 김서윤은 이은별의 어깨에 기대며 툴툴거렸다.

“그래도 두 개인데, 한입만 맛보게 해주면 좋을 텐데…….”

정말로 아쉽다는 듯 몇 번이고 SS급 괴수에게서 얻은 마정석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김서윤에게 이은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서윤아 너 S급 마정석 받았잖아?”

“그렇긴 한데에…… S급 마정석이랑 SS급 마정석은 다르잖아요, 언니이…….”

묘하게 투정을 부리는 듯 엉겨오는 김서윤을 어쩔 수 없이 받아주면서도 이은별은 말했다.

“그래도 SS급 마정석에는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길드장님도 분명 어딘가 쓸 데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으니까.”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냥 아쉬워서 그런 거지.”

김서윤은 한숨을 내쉰 뒤,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은별은 그런 김서윤을 한 번 보더니 들고 있던 수첩에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하던 도중,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에단이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근데, 형, 누나들은 왜 다 여기에 모여 있는 거예요?”

“응? 왜 모여 있냐니?”

“아니, 그…… 우현이 형한테 들었을 때는 분명히 형, 누나들이 휴가를 받았으니까 2~3일 동안은 사무소에서 안 보일 거라고 했거든요.”

에단의 말에 조금 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후카이 이로하는 대답했다.

“……뭐, 집에 있어 봤자 할 것도 없고.”

“아, 그거 언니도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친구들은 벌써 고3이라서 다들 공부한다고 하다 보니 저도 할 게 없더라고요.”

이로하의 말에 김서윤이 맞장구를 쳤고,

“나는 약속이 있기는 한데…… 뭐 결국 밤에 있는 약속이고 이 근처에서 보기로 한 거니까 겸사겸사 나와 있는 거지.”

“나도 마찬가지야.”

하리남과 이은별이 적당히 대꾸하자 에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보통 휴가를 받으면 쉬지 않나?’

그런 생각이 일순 에단의 머릿속을 돌아다녔지만 이내 에단은 고개를 절레거렸다.

‘뭐 형 누나들이 휴가를 어떻게 쓰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게다가 여기도 있다 보면 편하고.’

에단은 휴게실 한가운데 놓인 소파에 앉아 각각 할 일을 하는 길드원들을 보았다.

김서윤은 이은별의 어깨에 기대 스마트폰을 하고 있고, 어깨를 빌려준 이은별은 조그마한 수첩에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하리남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 앉아 있던 이로하는 TV를 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마치 제집에 온 것 같이 편안하게 행동하는 길드원들을 한 차례 둘러보던 에단은 이내 시선을 돌려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영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렇게 보면 영락없이 그냥 편한 형 누나들인데……’

에단이 보고 있는 영상에서는 SS급 괴수가 4명의 헌터들에게 불쌍할 정도로 처맞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김서윤이 자신의 몸보다 수십 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괴수의 머리통을 발로 차자 괴수의 머리가 마치 어퍼컷을 맞은 듯 올라가고, 그 괴수의 머리를 향해 유성우가 떨어져 내린다.

그 유성우를 맞으며 괴수는 어떻게든 헌터를 공격하기 위해 팔을 휘두르지만, 괴수 앞에 나타난 검은 벽에 의해 괴수의 팔은 제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

괴수의 몸이 여기저기 움푹 들어가고, 어떨 때는 푸른 불꽃에 휩싸이며, 또 어떤 경우에는 유성우에 깔린다.

“…….”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차가운 땅바닥에 거대한 소음을 흘리며 무너져 내린 괴수.

에단은 시선을 돌려 느긋하게 쉬고 있는 길드원들을 바라보고, 다시 시선을 돌려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본다.

미국에서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지워버렸다는 SS급 괴수는 에단과 함께 있는 헌터들에게 40분 정도를 얻어맞다 죽어버렸다.

-헌터무새무새: SS급 괴수: 않이 저기…… 그……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찾아왔네요.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기모리: 김서윤: 하하하하하, 괴수야! 꼴 떨지 말고 내 주먹맛을 쬐끔만 보거라!!

└흠이건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상 한 줄 요약. 진짜 이거밖에 없다, 이게 진짜다.

└내가바로S급: 팩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말고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림자왕은웁니다: 뉴스 뜬 거 봤냐? 미국에서 도시하나 통째로 날리고 겨우 잡은 SS급 괴수 씨커 길드가 두 마리 그냥 상대해 버렸죠? 그냥 사람이 아니죠?

└인정하는부분: 봐라. 내가 비유해 줄게. 자, ‘김우현=SS급괴수’, ‘씨커 길드 4명=SS급 괴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기슈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다. SSS급 괴수 나오면 그냥 씨커 길드=SSS급 괴수 하면 될 것 같다.

└뽁뽁뽁뽁빡빡빡: 흠,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SS급 괴수는 지금까지 세상에 단 한 번밖에 안 나왔고 SSS급 괴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제뱔 그렇게 지레짐작하지 말아주십시오. SSS급 괴수는 ‘겁나’ 셀 겁니다.

└내가누구냐고: 오타. 뱔 X, 발 그리고, 혼자서 굉장히 불타고 계십니다. 누가 여기에다가 소화기 좀 가져다주세요.

그 이외에도 온통 씨커 길드에 대한 칭찬 일색의 댓글들이 달린 것을 본 에단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지었다.

분명 칭찬받는 건 자신이 아닌데도 왠지 자신의 어깨가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받은 에단의 기분은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 * *

“명심해라. 네가 거기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이다.”

“알았어.”

“만약 두 시간이 넘어가는 것 같으면 곧바로 나와라. 계획이 조금 미뤄지겠지만, 네 몸이 무사해야 계획이든 뭐든 할 테니까.”

나는 로우레테의 묘한 걱정이 담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푸르게 물들어 있는 균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내 푸른 균열로 들어가자마자 시야가 점멸한 듯한 느낌과 동시에 내가 있던 곳이 바뀌었다.

고풍스러운 도서관의 풍경을 가지고 있었던 주변은 어느새 묘한 분위기의 건물 안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응?”

그리고 나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 의문을 느꼈다.

“내가 각성 아이템을 얻는 던전 중에 이런 던전이 있었나?”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낡디낡은 대리석판들과 여기저기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견디지 못해 풍화되어 버린 장식품들.

그리고 마치 중세 건축양식을 본떠서 만들어진 건물 같았다.

“……왕성?”

아니, 왕성과는 조금 달랐다.

신전…… 인가?

잠시간 고민한 나는 이곳이 왕성이 아닌 신전의 내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 신전 내부에 완전히 풍화되지 않은 석상들을 보면 마치 신을 형상화해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아차, 이렇게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곧바로 현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우선 내가 모르고 있던 던전이라고 해도 로우레테가 말하기를 이곳에는 분명히 내 각성 아이템이 있다고 말했다.

“동화.”

그러니 우선은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어둠의 영역이 신전 내부로 뻗어 나감과 동시에 그림자들이 빠져나오고, 그 눈가에 붉은 안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각성.”

“영체 합일.”

동화에 이어서 계속해서 사용한 스킬들.

검은 오오라가 내 주변을 감싸고, 내 몸의 절반이 스켈레톤의 그것과 같이 변해 버린 것을 확인하며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신전의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풍화된 장식품이 많은 곳을 지나자 얼마 있지 않아 이 던전의 몬스터로 추정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마치 ‘그림자’ 던전에서 본 것처럼 일렁거리는 그림자들.

슬라임처럼 일렁거리던 그림자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형체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땅을 박차 형체를 바꾸고 있는 그림자들에게로 뛰어들었다.

……!!!

핸디드를 찔러 넣자마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마치 그림자가 사라지듯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몬스터.

이 정도라면 소환된 언데드와 그림자들에게 맡겨도 충분했겠지만, 내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신전의 내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이 신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에게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각성 던전에 있던 몬스터들……?”

던전의 안쪽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몬스터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렁거리는 그림자만 나왔고, 그다음에는 맨 처음 ‘영역’을 얻었던 곳의 몬스터인 키메라와 좀비들이 등장했다.

점점 더 깊이 들어가자 그다음에는 가장 최근 그림자 요새에서 보았던 다크스킨들이 보였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더 많이 보이는 몬스터들, 하지만 내가 던전을 공략하는 데는 거침이 없었다.

만약 처음 보는 몬스터라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며 조심했겠지만, 눈앞에 봤던 몬스터는 이미 한 번씩은 전부 상대해 봤던 몬스터였다.

아니.

한 번씩은 전부 학살해 봤던 몬스터들이었다.

그렇게 그림자들을 소환해 몬스터들을 학살한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후욱…… 더럽게 넓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중간 정도 크기에 몬스터들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건지, 앞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엄청난 양의 몬스터가 나왔다.

그래 봤자 그림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지 못했지만,

얼마나 더 들어갔을까.

10분?

20분?

몬스터를 죽이면서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가져온 아날로그 시계를 꺼내어 보자 시계는 이제 막 내가 들어온 지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쯧.”

그렇게 혀를 차며 들고 있던 시계를 집어넣고 몸을 움직여 몬스터를 죽였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막다른 길 앞에 앉아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이제야 왔군.”

온몸에 검은 옷을 두른 남자.

그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머리카락은 빛 한 점 통과하지 못할 듯 검었고, 나를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 또한 홍채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흑안이었다.

그는 나를 보며 무엇을 이야기할지 고민하는 듯 자신의 턱을 매만지는 듯하더니, 이내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일식의 경계에 온 것을 환영해, 파편.”

남자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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