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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30화 (130/202)

# 130

나 혼자 10만 대군 130화

38장 SS급 대형괴수가 놓고 간 것(5)

공기가 얼어붙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소를 짓고 있던 그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왜,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말해줘야 돼?”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며 입을 열자마자 앞에 앉아 있던 세르게이 볼코프는 노호성을 터뜨렸다.

“자네, 지금 뭔가 굉장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는가?”

“뭐? 네가 누군지 아냐고? 당연히 알지~ 네 스스로 몇 번이고 소개했잖아? 나는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 뭐였더라? 세르…… 세르게이? 국방장관이라며?”

“잘 알고 있군, 그런데도 지금 내게 취하는 그 태도는 뭐지? 지금 자네는 이 나에게, 아니, 러시아를 협박하고 있는 건가!”

지랄하고 있네.

“협박하고 있는 거라면?”

“무…… 뭣!?”

“협박하고 있는 거라면 어쩔 건데?”

내 말과 함께 본부 아래의 타일이 검은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순간 당황하기 시작하는 그들의 주변으로 그림자가 기어 나온다.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공기 속에서 나는 경계 태세에 들어간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응? 말해보라니까? 어쩔 거냐고?”

당황으로 인해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하고 눈알을 굴리는 러시아의 국방장관과 중국의 헌터장을 보며 나는 인상을 굳혔다.

차라리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부산물을 산다고 했으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팔아 줄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하고 있던 하리남의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산물은 그리 많이 들지 않았고, 다른 이들의 방어구나 기타 악세사리를 제작한다고 해도 괴수의 부산물은 많이 남았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내게서, 정확히는 우리 씨커 길드가 잡은 SS급 괴수를 마지막에 와서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부산물을 조금이라도 뺏기 위해서.

“칼 꺼내면 진짜 뒤진다.”

중국 헌터장의 뒤에 있던 SSS급 헌터 ‘황위홍’이 조심스레 자신의 검에 손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말하자 일순 그의 몸이 굳었다.

조심스레 손을 떼는 황위홍.

그 와중에도 그림자는 어느새 이 막사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슬쩍 시선을 돌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강형찬에게 말했다.

“좀 나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 마디.

내 말에 강형찬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림자들이 터준 막사의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야, 너희 내가 만만해 보이냐?”

“아, 아니 우리는 그저 정당한 보상……!”

쾨지지지직!

내 손에 쥐어진 철제 책상이 단번에 우그러드는 것을 보며 말을 멈춘 중국의 헌터장.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너희 눈에는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 것 같은데, 나 그렇게 눈 뜨고 코 베이는 사람 아니야. 응?”

콰지직. 탕! 투르르륵…….

우그러뜨린 철제 책상을 저 멀리 던져 버리자 크게 떨리는 헌터장과 국방장관의 몸.

나는 피식 웃었다.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 짓거리를 저질렀냐? 응? SS급 괴수의 부산물이 그렇게 탐났어? 네 녀석 목숨까지 걸 정도로? 응?”

“모, 목숨이라니…… 우, 우리는 그럴 생각은……!”

눈치를 보며 말하는 국방장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서 노호성을 터뜨리던 남자는 더는 이 막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것은 그저 내 분노를 피하기 위해 목을 집어넣은 거북이 한 마리뿐.

“아, 그럼 목숨도 안 걸고 어떻게 우리 길드가 잡은 괴수 사체를 어떻게든 꿀꺽하려고 했다, 이거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녀석들.

내 앞에 앉아 있는 헌터장과 국방장관,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다른 이들까지 포함해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숨소리마저도 죽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내심 왕위홍이나 아냐가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날뛰어줬으면 했다.

세상에는 말로 해서는 못 알아먹는 녀석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마치 짐승처럼.

아쉽게도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왕위홍과 아냐는 내게 덤비지 않았다.

오히려 눈앞에 있는 이들과 같이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쾅! 와장창!

그것도 잠시, 나는 그들과 나 사이에 있던 철제 책상을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번듯한 책상에서 한순간 쓰레기가 되어버린 책상.

나는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가.

“끄, 윽!?”

“끄으으으윽!”

헌터장과 국방장관의 발을 밟았다.

눌린 신음을 흘리는 녀석들.

“나는 네 녀석들에게 SS급 괴수의 혈액 한 방울도 넘겨줄 생각 없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될 것 같고.”

꾸드드득!

“끄, 아아아악!”

“바, 바, 발! 발!”

“내가 이렇게까지 설명해 줬는데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뭐, 계속해 봐. 그 대신…….”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한 번씩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에 다시 한번 이것과 관련해서 너희에게서 말이 나온다면, 아니, 애초에 그냥 SS급 괴수 분배 문제로 말이 나온다면 말이야…….”

씩 웃었다.

“그다음 날 네가 맡는 건 아침밥 냄새가 아니라 병풍 뒤 향 냄새일 거야.”

그렇게 말한 나는 그들의 발을 밟고 있던 발을 치우고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그와 함께 앓는 듯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능력을 해제하며 막사 밖으로 나갔다.

‘너무 약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뭐, 이 정도라면 저 녀석들도 잘 알아먹었을 것이었다.

아직도 내심으로는 저 녀석들이 튀어나와서 좀 덤벼줬으면 싶었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겠지.

“……괜찮으십니까?”

막사 밖으로 나오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가오는 강형찬을 보며 나는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그, 일은……?”

“아, 그것도 무난하게 해결되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SS급 괴수를 운반하는 과정에 있어서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들이 정말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말이다.

나는 강형찬과 함께 한국 본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괜찮으십니까!?”

“빠, 빨리 메딕 불러와……!”

리디야의 말에 세르게이 볼코프가 억눌린 목소리로 입을 열자 리디야는 곧바로 막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들의 뒤에 있던 아냐는 이제야 숨이 트이는 듯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 헌터장의 옆에 있던 ‘왕위홍’은…….

‘……도대체 뭐지?’

조금 전 막사를 빠져나간 그림자 왕을 떠올리자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SSS급 헌터이자 ‘천마’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왕위홍의 능력은 바로 ‘천마 신공’.

그 어느 적과 만나도 왕위홍의 능력인 천마신공은 그 적에 맞게 이길 수 있는 무공을 알려주었고, 실제로 왕위홍은 천마 신공으로 A급 헌터가 되고 나서부터 그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천마 신공이…… 침묵했다.’

절대 이기지 못하는 적이라고 해도 그 방법을 알려주었던 ‘천마 신공’은 김우현이 능력을 발동했을 때, 침묵했다.

평소에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던 지식도 없었고.

천마가 알려주던 무공의 구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완전한 침묵.

‘저게…… 같은 SSS급 헌터라고?’

아니,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왕위홍은 부정했다.

SS급 괴수를 잡을 때 보여주었던 그의 힘은, 그리고 지금 여기서 살짝 엿본 그의 편린에 왕위홍은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고작 SSS급 헌터가 아니다.’

“괴물…… 괴물이다……!”

앞에 있던 헌터장이 중얼거림에 왕위홍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전 세계에서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는 그의 진정한 힘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괴물.

정말로 그는 괴물이었다.

이길 방법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괴물.

저 멀리에서 리디야와 메딕이 뛰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위홍의 눈은 김우현이 사라진 막사의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냠-

“이것도 맛있다!”

북한에서 일이 터진 그다음 날, 새벽까지 북한에 있었던 길드원들에게 대충 2~3일 정도 놀고 오라고 휴가를 내준 나는 현재 로우레테의 횃불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언제 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분위기.

클래식한 음악을 틀어놓으면 정말 중세시대의 도서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될 정도의 분위기가 차오르는 그곳에는 이질적인 물건이 있었다.

“이건 또 데코레이션이!”

“맛있어?”

“으음…… 그렇군. 초콜릿 파이랑 비교해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게 더 맛있는 것 같다.”

행복한 표정으로 초콜릿 파이의 경쟁상품인 가나다 파이를 먹는 로우레테를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고깔모자가 뒤로 넘어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망설임 없이 봉지를 까서 가나다 파이를 입에 집어넣는 로우레테의 모습은 상당히 색다른 모습이었다.

그래도 전에는 최대한…….

뭐라고 해야 하지?

기품?

그래, 기품 같은 것을 유지하며 먹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기품은 전부 책장 구석에 넣어두고 왔는지 마치 어린애처럼 양손에 과자 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던 것도 잠시.

그녀는 슬슬 자신의 행동을 자각했는지 괜히 얼굴을 붉히며 뒤로 넘어갔던 고깔모자를 다시 쓰고 깨작거리며 가나다 파이를 먹어 치운 뒤, 괜히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래서, 이번에 구할 물건은 뭐야?”

내가 묻자 로우레테는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구할 물건이 아니다.”

“응? 구할 물건이 아니라고? 이번에는 군단장을 잡으러 가는 거야?”

내 물음에 고개를 절레 저으며 부정하는 로우레테,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니다.”

“……그럼?”

내 물음에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찾았다.”

“찾았다고?”

“그래.”

‘뭘 찾았다는 거야?’라고 물으려던 나는 그녀가 다음으로 한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네 다음 각성 아이템이 있는 파편, 그러니까 던전의 좌표를 찾았다는 소리다.”

“정말?”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겠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와 함께 미소를 지었고, 나는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럼 지금 당장……!”

“그래, 지금 당장 가면 되지. 물론 저 장비가 켜지고 나서 말이야.”

내가 말하자 그녀는 곧바로 손가락을 올려 레드카펫 위에 있는 차원 이동 장치를 가리켰고 나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왠지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 물건을 사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캐치한 것인지 로우레테는 미소를 지은 체 내게 말했다.

“내가 항상 말했지 않나.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너는 어떻게 그 던전을 2시간 안에 클리어할지나 생각하고 있어라.”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원 이동 장치를 보았다.

“좋아.”

그 어떤 던전이 나오더라도 두 시간 안에 클리어해 주지.

나는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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