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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29화 (129/202)

# 129

나 혼자 10만 대군 129화

38장 SS급 대형괴수가 놓고 간 것(4)

끼에에에! 에에에엑!!

SS급 괴수의 괴성이 들린다.

쾅!!

다시 한번 내리쳐지는 괴수의 머리.

“진짜 더럽게 안 죽네……!”

나는 슬슬 피로해지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으며 산모퉁이에 얼굴이 처박힌 SS급 괴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엉망진창으로 변한 SS급 괴수.

괴수의 몸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였던 위협적인 날개는 처음과는 다르게 완전히 망가져 있었고, 괴수의 몸 여기저기에는 내 핸디드에 당한 상처가 여기저기에 나 있었다.

“역시 통상적인 공격으로는 대미지를 주기가 힘드니까 더럽게 피곤하네.”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렸다.

SS급 괴수가 온몸에 두르고 있는 베리어는 그림자들의 공격을 거의 무효로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뒤늦게 거의 대부분의 그림자를 소모해 만든 그림자 거인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난 뒤 핸디드로 가한 공격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효타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끼에에에에엑!

“쯧.”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꽝! 꽝!

그림자 거인의 손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내 머리도 슬쩍슬쩍 울리는 게 아무래도 저렇게 거대한 거인을 집약체 스킬만으로 오래 유지하는 건 역시 좀 힘든 모양이었다.

“이제 슬슬 반응이 와야 하는데.”

시선을 돌려 땅바닥에 처박힌 채 쉴 새 없이 괴성을 지르는 괴수의 부리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부리의 안쪽으로 몸을 들이미는 그림자들이 보였다.

“분명 30분 전부터 밀어 넣었는데…….”

괴수의 몸에 베리어가 쳐져서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지 않기에 일부러 그림자를 괴수의 아가리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괴수는 아직 팔팔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께에에에에…… 엑! 끄에엑!!!

부리로부터 피를 토해내는 괴수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반응이 왔다.

한번 피를 토해니기 시작한 괴수의 부리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괴수의 반항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몸의 움직임이 확연히 줄어가는 괴수.

나는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 열려 있는 괴수의 부리 쪽을 향해 땅을 박찼다.

콰앙!

지반이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높이 떠오른 내 몸이 일 순 괴수의 머리 위로 이동한다.

나는 붉게 충혈된 괴수의 눈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은 오라를 두르고 있는 핸디드를 내리꽂았다.

끼에에에에엑!

다시 한번 크게 출렁이는 몸.

그리고.

“……?”

카차차창!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지는 무엇인가가 깨져 나가는 듯한 소리에 나는 피가 터져 나오고 있는 괴수의 몸에서 떨어지며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무척이나 거대한 얼음 조각들이 SS급 괴수의 몸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뭐야?”

저도 모르게 말하며 시선을 돌리자 조금 전까지 눈을 찔려 날뛰고 있던 괴수의 팔 위에 하나의 인영이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나는 얼마 있지 않아 그녀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러시아에 단 한 명밖에 없는 SSS급 헌터이자 블리자드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헌터.

아냐.

이런 광범위한 냉기 관련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헌터는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냐란 것을 자각하자마자 그다음에 떠오른 것은 ‘왜?’라는 심플한 질문이었다.

거의 다 잡아가는 SS급 괴수.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SS급 괴수가 출현하고 난 뒤 지금까지 괴수는 줄곧 내게 계속해서 일방적인 구타를 당해왔고, 지금은 그림자들이 내부에서 괴수의 몸을 파괴하고 있어 그 움직임이나 행동도 확연히 느려진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굳이 이 타이밍에 나타나서 갑작스레 공격을 가한다?

갑자기?

“허…….”

절로 나오는 웃음.

단번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넘겨짚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러시아의 SSS급 헌터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하나만을 의미했다.

“…….”

막타 넣기.

아니, 아마 러시아도 알고 있을 테고, 지금 이 능력을 사용하는 그녀도 알고 있겠지만, 그녀의 공격은 지금 괴수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노리는 것은, 마지막 공격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이 괴수를 죽인 뒤 나오는 소유권을 일부분이나마 주장하기 위한 밑밥을 뿌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녀의 공격이 별 피해가 없더라도, 지금 어딘가에서 있을 카메라에는 아마 그녀가 SS급 괴수를 잡는 데 확실한 도움을 준 것처럼 찍히고 있을 테지.

실제로 그녀의 능력은 범위 능력이다 보니 능력이 안 통하는데도 불구하고 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그녀가 ‘실제로 SS급 괴수를 잡는 데 도움을 되었는가?’가 아니라 ‘SS급 괴수를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장면이 찍혔느냐’일 테니까.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서서히 움직임을 멈춰가는 괴수에게 계속해서 능력을 흩뿌리는 아냐를 말없이 바라보다 나는 서서히 죽어가는 SS급 괴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입에서는 피를 토해내며 제대로 된 괴성도 내지르지 못하는 괴수.

불과 30분 만에 힘을 잃은 괴수가 완전히 침묵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우랴압!”

콰까가가가강!

S급 괴수의 몸이 한순간에 땅바닥에 내다 꽂힌다.

-크에에에에에엑!

칠보산에 가득 자라 있는 나무들을 모조리 박살 내며 바닥에 꽂힌 괴수의 위로 보라색의 달이 떠오르고, 엄청난 양의 유성우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떨어져 내리는 유성우.

“……후우.”

“언니 괜찮아요?”

“응, 아직까진 괜찮아.”

수많은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도 잠시.

김서윤은 피곤한 듯 크게 한숨을 내쉬는 이은별에게 서둘러 다가가며 안부를 물었고, 이은별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보다 다른 곳도 어떻게 잘 해결했으려나?”

김서윤은 조금 전까지 S급 괴수였던 시체가 유성에 파묻힌 것을 보며 말했고, 이은별은 슬쩍 나무 옆에 기대며 말했다.

“아마 지금쯤 다들 도착했을 거야.”

김서윤을 비롯한 이은별, 하리남 이로하는 SS급 괴수를 잡고 곧바로 다른 S급 괴수들을 잡는 곳으로 지원을 나갔다.

김서윤과 이은별은 다른 S급 괴수보다 덩치가 커서 아무리 능력을 사용해도 저지되지 않는 거대 괴수를 상대했다.

후카이 이로하는 끊임없이 피조물들을 소환하는 식물형 S급 괴수에게, 하리남은 공격 속도는 느리지만 한 번 공격할 때 무척이나 막강한 공격을 내뿜은 S급 괴수를 죽이러 갔다.

“씨, 씨커 길드가 왔어!”

“이, 이겼어!”

“이겼다…… 이겼어! 우와아아아!”

저 아래에서 조금 전까지 해왔던 전투를 멈추며 환호하는 헌터들을 내려다본 이은별은 이내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 걔는 대체 뭐였지?”

“걔……? 아, 아까 그놈이요?”

김서윤의 대답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응.”

“그러게요. 딱 봐도 이상한 녀석이었죠……?”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SS급 괴수를 잡을 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SS급 괴수를 거의 다 잡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했을 때, 그 녀석은 갑작스레 나타났다.

무슨 옛날에서나 볼 법한 삿갓을 쓰고, 검을 들고 나타난 녀석은 쓰러진 SS급 괴수의 등에 거대한 자상을 하나 남기고는 사라졌다.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은데…….”

이은별이 중얼거리자 김서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사실 그 녀석이 한 행동이 숟가락 얹기라는 것을 대부분의 헌터는 이해하겠지만 씨커 길드원들은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씨커 길드원들은 제대로 된 파티를 이루어 던전을 돌아본 적이 거의 없다.

이은별 같은 경우만 해도 김우현이 구해주기 이전에는 그저 헌터 인력 사무소에서 C급 괴수를 잡으며 사는 인생이었고, 김서윤은 애초에 김우현이 헌터 업계로 끌어드리기 전에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리남은 헌터가 되자마자 김우현에게 영입되었고, 그나마 정상적인헌터 생활을 해본 길드원은 후카이 이로하밖에 없었지만, 그녀마저도 ‘눈’의 능력이 너무 빨리 개화했기 때문에 숟가락 얹기를 당해보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길드원들은 그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딱히 그를 쫓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어떻게든 끝난 것 같네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폭음 소리가 서서히 멎어가는 것을 느끼며 김서윤이 이은별에게 말했다.

그녀는 나무에 기대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 * *

새벽 2시, 칠보산 근처에 임시로 만들어 둔 임시 헌터 협회 본부.

불과 3시간 전까지만 해도 특별히 큰 피해 없이 SS급 괴수를 비롯한 S급 괴수를 잡은 것 때문에 환호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던 협회 본부는 냉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눈앞에 있는 남자들과 바로 그 옆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 덕분에.

영상에서는 불과 5시간 전 찍혔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내가 SS급 괴수를 거의 다 죽인 순간 갑작스레 나타나 괴수에게 공격을 퍼붓던 러시아의 SSS급 헌터 아냐의 모습.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TV에서는 길드원이 거의 다 죽여놓은 SS급 괴수의 등에 거대한 자상을 만드는, 중국의 SSS급 헌터 ‘황위홍’.

“이건 사전에 이미 이야기가 다 된 것으로 압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강형찬이 입을 열자, 오른쪽에 러시아 협회의 이사와 SSS급 헌터인 아냐를 두고 있던 남자 ‘세르게이 볼코프’는 슬쩍 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맞네, 이건 사전에 전부 이야기가 된 것이지.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 않나?”

“도대체 뭐가 상황이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우현 헌터를 비롯한 씨커 길드는 SS급 괴수를 확실하게 처리했습니다.”

“이 영상이 보이지 않는 건가?”

“…….”

“물론 인정하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김우현 헌터와 그 길드원들이 SS급 괴수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말일세. 하지만!”

볼코프는 옆에 멈춰진 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곳에 보면 러시아 소속 헌터이자, SSS급 헌터인 ‘아냐’의 공도 조금이지만 들어가 있지 않냐는 걸세.”

볼코프의 말이 끝나자 그 옆에 있던 사내가 볼코프의 말을 이어받았다.

“우리 중국 측도 마찬가지일세. 우리 ‘현무성’의 헌터인 황위홍도 SS급 괴수를 토벌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부분이 있지. 증거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자신을 중국의 헌터 협회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리모컨으로 재생 버튼을 눌러 황위홍이 괴수의 등을 베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있고 말일세.”

그들을 그렇게 말하며 저마다 미소를 지었다.

내 옆에 앉은 강형찬은 어떻게든 이 사태를 뒤집어보려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그들은 강형찬의 논리적인 말은 전부 무시하고 그저 증거라고 찍어놓은 영상을 들이댔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콩고물 하나 얻어먹으려고 발광하는 모습.

그 모습이 퍽이나 웃기게 보였다.

“……쯧”

내가 짧게 혀를 찼고, 일순 시선이 모인다.

중국 협회장부터 이 방에 있는 두 명의 SSS급 헌터,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국방장관인가 뭔가 하는 녀석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야.”

“……지금 무슨…….”

“진짜 뒤지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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