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
나 혼자 10만 대군 127화
38장 SS급 대형괴수가 놓고 간 것(2)
헌터로 들어차 있는 대회장의 문이 열리고 그림자 왕을 필두로 한 씨커 길드가 회장으로 들어왔다.
그림자 왕이 들어오자마자 부정적인 분위기로 흐르던 회장에는 금세 침묵이 자리했다.
마치 찬물을 뿌린 듯 조용한 회장 안.
김우현은 슬쩍 안에 모여 있는 길드들을 둘러보는 듯하더니 단상 위에 올라 있는 강형찬을 보곤 살짝 고개를 숙인 뒤 그대로 그에게 걸음을 옮겼다.
투두두두두둑.
김우현이 걸음을 옮기자마자 그의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자연스레 옆으로 물러나며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만들어지고, 김우현은 자연스럽게 그 사이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씨커 길드의 길드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탐식 김서윤.
스타 폴 이은별.
절대 방어 하리남.
태우는 자 후카이 이로하.
적어도 한국 헌터 업계에서, 아니, 한국 내에서 그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그들은 유명했다.
다른 길드처럼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나 방송을 전전하지도 않았고,
노골적인 기부와 봉사로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지도 않았다.
그저 몬스터의 토벌과 던전의 클리어.
그것만으로 길드원이 도합 6명밖에 되지 않는 씨커 길드는 그 누구도 가볍게 입을 열지 못할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내 뚜벅거리는 소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단상 앞에서 멍하니 마이크를 들고 서 있던 강형찬에게 다가간 김우현은 입을 열었다.
“제가 늦게 와서 그런데, 한 번만 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김우현의 말에 강형찬은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기회다……!’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진 여론을 바꿀 기회라고 생각하며 강형찬은 다시 한번 브리핑을 시작했다.
* * *
“SS급 괴수의 예상 출현이 두 마리, 그리고 S급 괴수가 추가로 5마리나 출현한다는 겁니까?”
“우선 저희 쪽에서 이변 파장을 검측한 결과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중국 협회나 러시아 협회도 똑같은 균열 파장을 봤다고 하고요.”
나는 강형찬 부장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생각에 빠져들었다.
저번에 SS급 대형 던전은 내가 예상하던 대로 흘러간다 싶어서, 더 이상 미래가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내가 알고 있던 미래와 바뀐 부분이 있었다.
회귀 전에 알고 있었던 이 사건에서는 그저 북한 쪽에 SS급 괴수가 한 마리 출현하는 것뿐이었다.
하나 지금은?
SS급 괴수가 두 마리.
거기에 덤으로 S급 괴수까지도 5마리나 출현한다고 한다.
“…….”
저도 모르게 턱을 만지작거렸다.
SS급 대형괴수는 던전에서 볼 수 있는 SS급 몬스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던전 안에 있는 SS급 몬스터도 괴물이지만, 이변을 통해 나오는 SS급 괴수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재앙이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끔찍한 녀석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SS급 몬스터 8마리 정도가 모여야 SS급 괴수와 비등비등함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몬스터’와 ‘괴수’의 차이는 거대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대형괴수를 못 잡는 것은 아니지만.
“흠…….”
짧은 고민.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뒤에 있던 길드원들을 훑어봤다.
그저 묵묵히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경청하려는 듯 나를 지켜보는 길드원들.
SS급 괴수 한 마리는 내가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에 두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SS급 대형괴수는 어찌 봤을 때 나와는 극 상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내가 한 마리의 SS급 괴수를 상대하는 동안 남은 한 마리의 괴수는 결국 우리 길드원들이 주가 되어 토벌해야 한다.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나름대로 결정을 내린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현재 지원 상황이나 출현 예상 시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물음에 강형찬 부장은 곧바로 답했다.
“우선 중국 협회와 러시아 협회에서는 각각 국가에 있는 길드들을 호출해 북한을 지원할 예정이고, 국제 헌터 협회의 도움으로 아마 SS급 대형괴수가 출현하는 때에 맞춰서 이탈리아의 국제 협회 쪽에서도 지원군이 올 것 같습니다.”
강형찬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며 말을 계속했다.
“그 이외에 균열이 감지된 곳은 북한의 함경북도의 칠보산 쪽으로 괴수들의 예상 출현시간은 지금으로부터 26시간 뒤인 오후 8시경 출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강형찬 부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곧바로 입을 열었다.
“SS급 괴수는 저희 씨커 길드에서 토벌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예?”
강형찬의 되물음과 순간적으로 웅성거리는 주변,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SS급 괴수는 저희 씨커 길드에서, 그리고 SS급 괴수와 함께 나오는 나머지 S급 괴수들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일순 강형찬의 입이 조금 벌려지고는 이내 우려스럽다는 듯 말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강형찬의 말을 들으며 줄곧 생각해 본 결과, 나는 길드원들이 SS급 괴수를 잡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씨커 길드에 있는 길드원들은 회귀 전에 내가 봣던 모습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해졌다.
게다가 하리남의 ‘절대 방어’가 있는 한 길드원들이 위험해지는 상황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우, 우선 각 협회에 그렇게 전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강형찬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헌터 협회의 회의실.
“그래서, 한국에서 그렇게 연락을 취해왔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회의실 최상석에 앉은 남자가 묻자 그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슬쩍 고개를 숙이고는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남자는 고민하는 듯 자신이 피우고 있던 시가를 슬쩍 깨물며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간의 침묵.
그 침묵을 깬 것은 보고한 남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여성이었다.
“볼코프 국방장관님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라디야 이사.”
남자, 세르게이 볼코프의 허락에 헌터 협회 러시아 지부에 소속되어 있는 라디야 이사는 슬쩍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저희 입장에서 씨커 길드가 SS급 괴수를 도맡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걸 몰라서 내가 고민하고 있겠나?”
볼코프의 말에 그녀는 슬쩍 고개를 숙이면서도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물론 장관님이 고민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SS급 괴수를 씨커 길드가 독점하게 되면 그 부산물이 그대로 씨커 길드에 넘어가기 때문이 아닌가요?”
라디야의 말에 볼코프는 눈썹을 슬쩍 으쓱했다.
한국에서 SS급 괴수를 도맡는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볼코프가 고민하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SS급 괴수의 부산물이 모조리 씨커 길드에 넘어가는 것은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씨커 길드가 없었다면 SS급 괴수의 부산물을 생각하기는커녕 살아 있는 재앙이었겠지만, 씨커 길드가 있다면 SS급 괴수는 살아 있는 재앙보다는 괴수로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볼코프는 탐욕이 났다.
이 세상에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았던 SS급 괴수.
그 SS급 괴수를 잡고 나온 부산물로 나온 무기는 SSS급 헌터들을 좀 더 말도 안 되는 경지를 끌어올려 주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볼코프는 알고 있었다.
당장 그의 직속 부하인 SSS급 헌터 아냐가 들고 있는 무기도 그 SS급 괴수의 부산물로 만든 무기였으니까.
짧게 생각을 마친 볼코프는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씨커 길드에게서 부산물을 빼앗아 올 방법이 있나?”
볼코프의 물음.
그 물음에 라디야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있어요.”
“어떤 방법이지?”
“저희 러시아의 SSS급 헌터인 아냐를 SS급 괴수 토벌에 참여시키면 되죠.”
“씨커 길드에서는 자신들이 단독으로 SS급 괴수를 처리하겠다고 우리에게 전해왔다. 아냐가 토벌에 참여하는 건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하는 건가?”
볼코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라디야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씨커 길드 몰래 토벌에 참여해야 합니다.”
“……뭐?”
볼코프의 되물음에 라디야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계획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 * *
그다음 날 오후 6시 30분,
“북한에 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와, 근데 진짜 같은 나라 맞아요? 차이가 엄청 심각한데요?”
“뭐, 같은 나라이기는 한데…… 거의 반백 년 동안 분단되어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차이가 좀 날 수밖에 없지.”
이로하의 말에 대답하는 하리남.
“근데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차이가 심하기는 해요…… 저번에 왔을 때도 그랬고. 안 그래요, 은별 언니?”
“아무래도 그렇기는 하지.”
김서윤은 주변을 둘러보고 이은별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녀는 김서윤의 말에 동조하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확실히 이런 풍경을 보면 그런 말이 절로 나오기는 한다.
나는 슬쩍 이변 파장이 관측된 주변을 풍경을 바라보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산.
산이 있고, 그 옆에도 산이 있고, 또 그 뒤에도 산이있고…….
그나마 이곳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산 밑에 있는 집뿐인데…….
그 집마저도 낡았다.
아니, 낡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세대의 집이라, 어쩌면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여 보존해 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낡은 초가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와…… 이런 거 유적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막 선사유적지 같은데,”
“……거기까지는 아니야, 서윤아.”
“아, 그래요?”
낡은 건물들을 보며 한가하게 떠드는 길드원들.
하지만 이런 길드원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곳곳에 위치한 긴급 협회 본부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하나같이 무척이나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헌터들.
“아, 그보다 에단은 잘하고 있으려나?”
“뭐, D급 던전인데, 게다가 헌터 협회 잔류 인원이랑 파티로 들어가 있으니까 불상사는 없을 거야.”
……길드원들이 너무 긴장이 풀려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뭐, 그럴 만했다.
김서윤을 포함한 씨커 길드의 길드원들은 강했으니까.
뭐, 차라리 오히려 긴장해서 굳어 있는 것보다는 저렇게 느긋하게 풀려 있는 게 낫겠지.
……너무 풀려 있는 건 좋지 않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의 시계를 확인한 나는 짧게 현 상황을 정리했다.
앞으로 SS급 괴수가 나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충 2시간 정도.
한국 지부를 비롯해 다른 헌터 지부는 씨커 길드가 SS급 괴수를 맡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뭐 애초에 별다른 이견을 낼 리가 없지.
SS급 괴수는 엔간한 헌터로는 절대로 감당해 낼 수 없는 재앙이었으니까.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이제 곧 있으면 SS급 괴수가 나타날 산지를 보며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