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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24화 (124/202)

# 124

나 혼자 10만 대군 124화

37장 악마를 가두는 법(1)

알리샤.

그녀는 어두운 공간 안에 그저 여기저기 망가져 있는 마법진의 앞에 서 있는 엘리고르를 바라봤다.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망가진 마법진을 여기저기 쳐다보고 있는 엘리고르.

엘리고르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어두운 공간에 울려 퍼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흐응, 이건 좀 의외네. ‘한국’에 공간 전이진을 통째로 파괴할 수 있는 녀석이 있다니, 이건 나름대로 놀라운 사실인걸?”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는 엘리고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잠시, 엘리샤가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여유롭지?”

“응? 왜?”

“실질적으로 이 작전은 실패했어, 애초에 괴물들을 서울에만 집중한 터라 다른 나라는 사실상 피해도 거의 없는데. 그나마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한국도 투자한 괴물에 비해 그리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어.”

“그렇긴 하지?”

엘리고르의 대답에 알리샤는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작전이 실패했는데 어째서 그렇게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냐고 묻는 거야.”

알리샤의 말이 끝나자, 일순 정적이 감도는 공간.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하나 그것은 엘리고르가 입을 엶과 동시에 깨졌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 작전이 실패한 건 아니야.”

“뭐?”

알리샤의 반문에 엘리고르는 완전히 박살 나 있는 마법진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입을 열었다.

“잊지 마, 우리가 처음 이 세계에 몬스터도 아닌 이형의 괴물들을 이곳으로 소환한 목적은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 아니라 괴물들을 상대하는 녀석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야.”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별 피해도 주지 못하고…….”

“아니, 괴물들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었는지는 상관없어, 중요한 건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야.”

엘리고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법진을 지나쳐 사무용 의자에 앉으며 알리샤에게 말했다.

“이쯤 말했으면 너도 알아들었겠지?”

엘리고르의 말에 알리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고르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뭐, 그리고 슬슬 간도 전부 봤으니까, 이제부터는 슬슬 크세즈베트의 봉인을 풀 준비를 시작할 거야.”

“……!”

엘리고르는 슬쩍 눈이 커지는 그녀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마력을 이용해 자신이 미리 준비해 놓은 문서를 알리샤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알리샤가 묻자 엘리고르는 말했다.

“크세즈베트를 부활시킬 마법진.”

“봉인을 해제하기 위한 마법진이라면 이미…….”

알리샤가 말하자 엘리고르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지금 네게 넘겨준 건 네가 알고 있는 마법진과는 전혀 다른 거야. 너는 지난번에 그림자 왕의 방해로 크세즈베트의 봉인을 푸는 데 실패했잖아?”

“…….”

알리샤가 침묵으로 동정하자 엘리고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마법진은 혹시라도 그럴 때를 위한 스페어 마법진이지.”

“……스페어 마법진이라고?”

“그래, 네게 건네준 마법진은 총 2개의 마법진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는 크세즈베트가 있는 그곳에 그릴 마법진이고, 또 하나는 바로 이곳에 그릴 마법진이지.”

엘리고르는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겠지? 만약 불의의 사고로 거기에 있는 마법진이 제 기능 못 하게 되더라도, 그곳에 마법진의 티끌이라도 남아 있으면 이곳에 그려놓은 마법진이 크세즈베트의 봉인을 해제해 줄 거야.”

“이게…….”

알리샤는 엘리고르가 넘겨준 쪽지에 그려진 마법진의 문양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엘리고르는 그런 알리샤를 한 번 바라보고는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잠시 갈 때가 있어서 가보도록 할게.”

그 말을 끝으로 엘리고르의 주변을 감싸는 보랏빛의 마력.

그와 함께 엘리고르는 알리샤와 함께 있던 어두운 공간에서 자신이 관리하는 세계인 3지구로 돌아왔다.

어두운 왕성.

“오셨습니까.”

엘리고르의 보랏빛 마력이 거둬지는 그 순간, 그 아래에 서 있던 1군단장 ‘알리오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주인을 맞았고, 엘리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문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현재까지 별문제는 없습니다.”

“그래? 저번처럼 또 인간들이 발견되었다거나 하는 일은?”

“우선 저번에 보고 드린 이후로 딱히 다른 곳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 전에 발견한 인간들은?”

“대륙 끝자락에 있는 지하 도시에 은신해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아직 발각되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리오스의 말에 그녀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말했다.

“뭐, 그냥 그대로 놔둬. 나중에 볼일이 끝나고 전부 처리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이외에 다른 특이한 점은 없다, 이거지?”

엘리고르의 물음에 알리오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없습니다. 그 어떠한 특이사항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좋아.”

알리오스의 말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그제야 뼈로 이루어진 왕좌에 자신의 몸을 파묻고 명을 내렸다.

“지금부터 마정석을 준비해. 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알겠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소환을 목표로 사용하시는 것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알리오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사용처가 조금 달라.”

엘리고르의 눈가가 슬쩍 휘어졌다.

* * *

길드 사무실 2층, 그곳에는 오래간만에 모든 길드원이 모여 있었다.

김서윤을 비롯해 이은별, 하리남, 이로하 그리고 이번에 능력을 개화한 에단까지.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게실에는 묘한 어색함이 흐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얼마 전 능력을 개화한 후카이 이로하 때문이었다.

“그, 죄송해요. 제 능력 때문에…….”

후카이 이로하가 부끄러운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우울하게 사과하자 김서윤이 무척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뭐 어쩔 수 없죠…… 그 각성의 부작용이잖아요?”

김서윤의 어색한 위로.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로하를 바라봤다.

얼마 전, 이로하는 각성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으.”

하지만 그 반동으로 후카이 이로하에게는 하나의 페널티가 걸렸다.

“……그나저나 신기하네, ‘각성’하면서 제약이 걸리는 타입도 있구나.”

“그러게.”

김서윤과 이은별이 말없이 담소를 주고받았고, 곧 하리남도 멍하니 중얼거렸다.

“……거짓말을 절대 할 수 없게 됐다니.”

하리남의 말을 들은 이로하의 고개가 숙어진다. 이에 김서윤이 하리남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오빠. 뭐 말을 그렇게 해요?”

“……응? 아, 아니, 나는 그냥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모습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다니…….

뭐, 그냥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리 큰 제약이 아닌 것 같았지만, 막상 그런 제약이 걸리게 되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많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게,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분명히 있으니까.

“근데 언니, 그럼 거짓말을 아예 못하는 거예요?”

“응…….”

“만약에 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김서윤이 묻자 이로하는 슬쩍 고개를 들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 바로 입에서 진실이 튀어나온다고 해야 하나…… 나는 절대 말하기 싫은데 그렇게 된다고나 할까.”

“헐…….”

그녀의 말을 듣은 김서윤은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

옆에 있던 이은별이 슬쩍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근데 저는 확실히 몰랐네요…… 이로하가 그렇게 방송 출현을 싫어할 줄이야.”

“아니, 그게…… 으…… 미안해요. 사실 남 앞에 서는 건 싫어서요.”

조금 전 상황이 어색해진 이유, 그것은 바로, 이거 해보는 게 어떠냐며 김서윤이 가져온 방송 출현 요청에 이로하가 무척이나 노골적인 거부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다들 성향은 다른 거니까.”

“길드장님…….”

내가 슬쩍 운을 떼자 살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로하.

나는 어깨를 으쓱인 뒤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제 슬슬 할 일 하러 가자. 오늘 던전 할당량 채워야 하는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어요~”

김서윤이 불퉁하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슬슬 진짜 가야겠네, 이번에 다수의 길드가 피해를 봐서 우리가 좀 더 도와주기로 했지?”

“그 대신 다음 할당제에서는 할당받는 던전을 없애기로 했죠.”

하리남과 이은별이 차례대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그 옆에 있던 김서윤이 기지개를 켜며 입을 열었다.

“뭐, 저희야 사실 던전이 얼마나 있든 딱히 상관없잖아요?”

김서윤의 말에 하리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애초에 우리 중 하나가 맘잡고 하루를 던전 도는 것에 투자하면 다른 길드 할당량은 한 번에 넘어버릴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길드원들을 보며 말했다.

“에단은…… 리남아, 너한테 맡겨도 되지?”

사실 에단의 공격 스타일을 보면 하리남보다는 김서윤을 따라다니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에단은 이제 막 능력을 각성했으니 무리를 시킬 필요 없겠지.

……뭐, 조금 무리시켜서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에단을 단기간에 훈련시켜서 다른 길드원처럼 만드는 건 거의 무리에 가까우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하리남은 자기만 믿으라며 호언장담을 하고는 에단을 데리고 나가 버렸고, 김서윤을 포함한 다른 길드원들도 할당된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화륵!

그녀들이 나가자마자 로우레테는 기다렸다는 듯 횃불 밖으로 빠져나왔다.

“……너는 어떻게 길드원들이 없을 때를 알고 나오는 거야?”

내 물음에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턱을 슬쩍 들고는 말했다.

“안에 있어도 밖의 풍경은 전부 볼 수 있다.”

“그래?”

“그렇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나도 슬쩍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은 언제쯤 군단장들을 잡으러 가면 되는데?”

내가 묻자 로우레테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군단장들을 잡으러 가지 않을 거다.”

“……왜?”

군단장들을 잡으러 가지 않는다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나?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딱히 별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그것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있어서 그런 것뿐이다.”

“……생각해야 할 것?”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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