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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23화 (123/202)

# 123

나 혼자 10만 대군 123화

36장 선빵 필승(4)

화르륵!

후카이 이로하의 눈앞까지 날아온 괴물의 창끝에서 청염이 타올랐다.

청염은 창을 타고 올라가 괴물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고, 괴물은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괴물이 이미 반쯤 녹아버린 창을 내던지고,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이로하에게로 휘둘렀지만…….

파아아악!

그 손은 이로하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형체를 잃었고, 결국 완전히 녹아 사라졌다.

“……!”

이로하에게로 뛰어가던 김서윤은 순식간에 녹아내린 괴물의 모습에 발을 멈추고 멍하니 이로하를 바라봤다.

이로하는 청색으로 변한 눈동자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 위에 날아다니는 괴물들.

어떤 괴물은 고층빌라의 유리를 파괴하고 있고, 몇몇 괴물은 함께 차를 들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또 어떤 괴물은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었고, 또 다른 괴물은 도망치는 일반인을 쫓으며 장난스레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괴물들의 모습이 이로하의 눈에 담겼다.

그 푸른 눈동자에 담겼다.

그리고…….

괴물들의 몸에 일제히 청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고층빌라의 유리를 파괴하던 괴물도, 헌터를 공격하는 괴물도, 도망치는 일반인을 공격하던 괴물마저도.

이로하의 시야에 들어온 모든 ‘적’에게 푸른색의 청염이 달라붙었다.

“와…….”

김서윤은 시선을 돌려 괴물들이 날아다니던 하늘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날아다니던 괴물들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던 하늘이 어느새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물들은 그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푸른 청염에 휩싸여 괴이쩍은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런 괴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던 마법진마저도 이로하의 청염에 의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 지역을 청아한 푸른빛으로 물들인 후카이 이로하는 이내 김서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서윤아!”

“……아, 네, 언니!”

“나 좀 데리고 저쪽으로 올려줄래?”

이로하는 김서윤이 자신을 보자마자 어느 곳으로 손가락질하며 입을 열었고, 김서윤은 이내 이로하가 가리키는 곳이 고층 빌딩이라는 것을 깨닫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김서윤의 몸이 움직였다.

쾅!

순식간에 이로하의 눈앞으로 다가간 김서윤은 이로하를 들쳐메고 곧바로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곧 고층 빌딩의 중간지점에 착지한 그녀는 빌라의 외면을 밟고 빌딩의 옥상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

빌딩의 외면이 가차 없이 깨져 나가며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지만 김서윤은 신경 쓰지 않고 고층 빌딩의 외면에 닿았다.

그 결과 김서윤은 이로하를 무척이나 빠르게 빌딩의 옥상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빌라 위에서 보이는 풍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

뻥 뚫린 하늘 그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괴물들과 마법진뿐이다.

분명 저 멀리 있는 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빽빽하게 몰려 있는 괴물들.

360도, 그 어디를 돌아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현재 서울에 인간보다 괴물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런 광경을 보는 것도 잠시, 이내 그녀는 검은 때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던 괴물들이 푸른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

먼지만큼이나 많았던 괴물들이 푸른 청염에 감염된 듯 일제히 타오른다.

괴물들로 인해 검게 물들었던 하늘이 이로하의 능력에 의해 다시 푸른 빛으로 돌아온다.

김서윤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도서관. 그곳에 놓인 테이블 앞에 앉아 있던 로우레테는 레드카펫 위에 열려 있는 푸른색의 균열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세 번이라…….”

로우레테가 이 공간 안에 만들어둔 차원 이동장치는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면 어느 한 곳이 불안한 물건.

어째서 지금 만들어진 차원 이동장치가 불완전한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의 지식까지 풀어야 하는지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요점은 하나였다.

푸른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는 차원 이동장치는 적어도 ‘지금은’ 불안정하다.

한 번 기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그리고 차원 이동장치가 한번 발동하기 시작하면, 그 균열이 열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그리고 그 2시간이 지나고 나면 차원 이동장치는 더 이상 균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차원 이동장치가 작동을 멈춘 후 24시간, 즉 하루가 지나서야 다시 가동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에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유지 시간 동안.

“……한 번에 3명의 군단장을 처리하다니.”

김우현은 균열의 좌표를 바꾸어가며 엘리고르의 휘하에 있는 60군단장과 59군단장을 처리하고, 58군단장을 죽이기 위해 균열에 들어간 상태였다.

“60군단을 잡는 데 걸린 시간이 12분, 59군단장을 잡는 데 걸린 시간이 25분…… 이라.”

물론 로우레테는 김우현이 60군단장을 못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59군단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로우레테가 짐작하지 못했던 것은 시간.

그녀는 엘리고르 휘하의 군단들이 얼마나 많은 괴물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김우현이 60군단장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 1시간으로 잡고 있었다.

아무리 약하더라도, 숫자는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

하나 그런 로우레테의 생각과는 다르게 김우현은 60군단장을 약 10분 만에 없애 버리고, 59군단장의 좌표를 찍어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59군단장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 김우현은 또 25분 만에 균열에서 빠져나와 그다음 군단장이 있는 좌표를 요구했다.

우우우웅!

순간 푸른빛의 균열이 크게 울렁임과 함께 안에서 하나의 인영이 빠져나왔다.

온몸에 칠흑의 코트를 걸친 김우현.

그 모습에 로우레테는 테이블 위에 있는 회중시계를 한 번 바라보고는 ‘허’ 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3개 군단을 박살 내는 데 걸린 시간이 1시간 10분이라…….”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

로우레테가 말없이 감탄하고 있을 무렵, 김우현은 균열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입을 열었다.

“57군단장이 있는 좌표 좀 찍어줘.”

“또 가려고?”

“뭐, 네가 말한 대로 그 녀석들의 통신체계는 무조건 먼저 처리하기는 했는데 엘리고르가 언제 알아챌지 모르는 이상…… 최대한 빠르게 숫자를 줄이는 게 좋지 않겠어?”

김우현의 말에 로우레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러면서도 입을 열었다.

“하지만 차원 이동장치의 기동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나 남았는데?”

“이제 48분 정도로군.”

로우레테의 말에 김우현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 * *

오후 7시, 겨울이라 그런지 완전히 어둠이 잠식한 밖을 한 번 둘러본 나는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길드원들에게서 오늘 오후에 일어났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네! 인터넷 한번 쳐보시라니까요? 저는 괴물들 상대하면서 도대체 아저씨는 어디 갔나 생각했다구요.”

“……맞아요. 저도 길드장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안 보이셔서 조금 걱정했어요.”

그런 일이 있었다고?

고작 5시간 남짓한 사이에?

“……진짜네.”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을 켜자마자 번듯하게 떠 있는 뉴스들을 보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기이한 마법진! 그 안에서 흘러나온 괴물들!]

[SS급 헌터 “던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몬스터.” 도대체 마법진에서 나온 몬스터는?]

[씨커 길드, 이번에도 서울을 지켜내다!]

[서울, 역대 최대 사상자. 시민들의 불안 고조.]

그중 하나를 클릭해서 보니 그곳에는 5시간 전 난장판이었던 서울의 사진을 무척이나 잘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 상공에 있는 마법진 사진부터 그 마법진 안에서 빠져나오는 가고일을 닮은 괴물들과 서울 상공을 돌아다니며 도시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사진까지.

무척이나 세세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 안 가고 있었던 거야? ……에단이랑 이로하는?”

“아, 그 둘은 피곤하다면서 먼저 갔어요…… 아,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모르죠?”

“뭘?”

“에단이 오늘 능력을 개화했어요. 그리고 이로하도 마찬가지구요.”

“뭐?”

뭐, 에단은 슬슬 능력개화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로하가 오늘 각성했다는 것은 조금 의외의 소식이었다.

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조작해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갔다.

접속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 오후에 찍힌 영상들이 벌써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1위는 ‘씨커 길드의 활약 엑기스’라는 영상이었고, 나는 곧바로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페이지가 로딩됨과 동시에 재생되기 시작하는 영상.

영상의 도입부에는 현재 씨커 길드의 팬카페에서 모인 영상들을 하나로 합쳤다는 말과 함께 영상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서울 상공에 마법진이 생겨난 것부터 시작해서 그 안에서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영상의 시작이었다.

그 뒤에는 이은별이 아직도 해가 쨍쨍한 때에 보라색 달을 소환해 악마들을 무더기로 쓸어내는 장면이었고, 그다음은 김서윤이 괴물들을 밟고 다니며 죽이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다음에는 내 예상대로 ‘점퍼’ 능력을 개화한 에단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다른 헌터들을 구하는 영상이 찍혀 있었다.

세밀하게 찍힌 영상에 저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어찌 이렇게 자세하게 영상을 찍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마침내 에단의 영상이 끝나고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뭐야, 이게?”

눈앞에 보인 건 그냥 푸른빛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터져 나오는 푸른 빛.

영상의 화질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장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푸른빛이 여기저기 터지는 것을 보고 있자 김서윤이 내 뒤로 와서 입을 열었다.

“아, 이거 화질이 안 좋아서 이렇게 찍힌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한 김서윤이 동영상 사이트의 설정 무엇인가를 조절한 듯 흐릿했던 초점이 천천히 맞아가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마침내 영상이 제대로 재생되기 시작하자 나는 그 푸른빛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청염?”

푸른색의 화염.

지금 이 영상에 찍혀 있는 것은 바로 하늘에 떠 있는 악마들을 불태우고 있는 푸른 화염이었다.

“저도 볼 때 깜짝 놀랐다니까요? 이로하 언니 능력을 알고 있기는 한데 저렇게 사거리가 긴지는 몰랐어요.”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서 악마들이 타오르는 모습을 구경했고, 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후카이 이로하의 새로운 능력을 멍하니 확인했다.

“아, 아저씨.”

그러던 중, 갑자기 들려온 김서윤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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