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21화 (121/202)

# 121

나 혼자 10만 대군 121화

36장 선빵 필승(2)

어두운 공간.

파직!

공간 안에 그려진 마법진이 거친 스파크를 내며 빛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마법진이 웅웅거리며 공명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엘리고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성공했네.”

“……이대로 유지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거야?”

“그래, 너는 그대로 유지만 하고 있으면 돼. 어차피 이곳으로 빠져나오는 건 나머지 녀석들이 알아서 할 거거든.”

엘리고르의 말을 들으며 알리샤는 입을 다물었지만, 곧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번에는 전 세계에 몬스터를 뿌리는 게 아니라 한국에만 집중해서 몬스터를 소환하는 거지?”

알리샤의 물음에 엘리고르는 슬쩍 시선을 돌려 알리샤를 바라봤고, 알리샤는 엘리고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나도 이 마법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소환물의 좌표를 보는 방법 정도는 알 수 있어. 그리고 지금 내가 그린 마법진은 ‘한국’ 쪽에만 몬스터의 좌표가 대부분 찍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알리샤의 말에 엘리고르는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알았지?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크세즈베트’가 알려준 봉인 해제 마법진밖에는 아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엘리고르의 눈이 순간 가늘어졌지만 이내 엘리고르는 느긋하게 웃었다.

‘뭐, 그걸 알아채든 말든 별로 상관은 없으니까.’

“그거? 아무래도 실력을 한번 보고 싶어서 말이야.”

“실력?”

“그래, 실력. 크세즈베트의 봉인을 방해한 녀석이 ‘그림자 왕’이라며?”

“……맞아.”

“그래서 이번에는 그 녀석의 실력을 보려고 한국에 몬스터를 집중시켰지. 이다음 봉인을 해제할 때 혹시 모를 방해를 막아두려면 미리 실력을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니까.”

‘사실 파편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떠보는 것뿐이지만.’

엘리고르는 그런 속마음을 숨기면서도 넉살 좋은 웃음으로 알리샤의 말을 맞받아치고는, 마력을 일으켜 몬스터가 떨어져 내리는 한국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엘리고르의 미소가 짙어졌다.

* * *

잿빛의 대지.

그 어느 생명 하나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완전히 멸망한 잿빛의 대지에 녹색 물감이 덧칠해지고 있었다.

기이하게 생긴 외형

생선과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생선의 아가미가 있어야 할 부분에는 기이하게 생긴 다리들이 튀어나와 있고, 물고기의 꼬리 부분은 마치 전갈의 꼬리와 같은 무언가가 솟아나 있었다.

그 이외에도 기이하게 생긴 외형을 가진 괴물들은 많았다.

마치 오크와 놀을 합쳐놓은 듯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마치 동물들을 이상하게 조합해 놓은 것 같은 녀석들도 있었다.

키메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그렇다고 괴물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인공물 같은 괴물들.

지금 그들은…….

-끼에에엑!

그림자 군단에 의해 학살당하고 있었다.

분명 숫자로만 따지면 그림자 군단보다도 많아 보이는 괴물들이었지만, 몰려드는 묵빛의 군단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 목숨을 내어주고 있었다.

기괴한 외형을 한 괴물들은 모조리 그림자가 휘두르는 칼에 찢겨 나가고.

좀비의 이빨에 뜯겨나간다.

듀라한이 휘두르는 일검에 5마리나 되는 괴물들이 나가떨어지고, 스켈레톤의 창에 2~3마리의 괴물들이 관통당한다.

전투라고도 할 수 없는 일방적인 학살이 이 잿빛의 대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콰직! 콰지지직!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잿빛의 대지에서는 병장기 소리와 괴물들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그런 그들의 가운데에 있는, 다른 이들보다 몇 배는 커 보이는 괴물을 보며 나는 손에 쥔 박쥐 닮은 괴물의 숨통을 끊었다.

까지직! 피슉!

손아귀에 힘을 주자마자 무척이나 간단하게 터져 나가며, 녹색의 피를 대지에 적시는 괴물을 저 멀리 던져 버리고 나자,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 녀석은 대체 뭐냐! 뭐냔 말이다!]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 그저 목소리를 한 번 들었을 뿐인데도, 절로 기분이 나빠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대답했다.

“짜증 나는 목소리군.”

내 말에 군단장의 몸이 일순 크게 우는 듯하더니 그는 쇠를 긁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녀석! 대체 누구냐! 누구냐고! 이…… 이 그림자는 대체 뭐냔 말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무엇으로도 변하지 않고, 마치 슬라임처럼 흐느적거리는 자신의 몸을 부르르 떨며 말하는 녀석.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꽝!

그림자로 휘감긴 다리가 땅을 박차고, 순식간의 녀석의 머리 위에 도착한 나는 망설임 없이 다리를 휘둘렀다.

뻥!

[크학!?]

다리를 휘두르자마자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과 동시에 군단장의 입에서는 비명과 같은 단말마가 울려 퍼졌지만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꽝!

그림자의 손이 군단장의 몸을 잡아채고 그와 동시에 내 등 뒤에서 빠져나온 검은 손들이 군단장의 머리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울리는 폭음 사이로 군단장의 비명이 내 귓가를 울렸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거의 30초 가까이 지속된 연타.

녹색 체액을 흘리던 군단장의 몸뚱이가 땅에 처박히는 것을 보며 나는 지상으로 내려왔지만, 그 정도의 공격에도 군단장의 목소리는 아직도 들려오고 있었다.

[네…… 네 녀서어억! 이 60군단장 ‘자쿠무’가 이 정도로 죽을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군단장의 몸에서 흘러내리던 체액이 마치 시간을 역행하는 것처럼 돌아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몸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자쿠무의 주변에 있던 괴물들이 일제히 자쿠무에게 달려들었다.

그림자를 상대하고 있던 괴물들부터 저 뒤에서 몰려오던 괴물들까지, 모든 괴물이 자쿠무에게 달려들자,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슬라임처럼 흐느적거리기만 하던 자쿠무는 자신의 몸에서 흐르고 있던 체액과 달려드는 몬스터를 흡수하며 그 외형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괴물 같은 목소리와 함께 서서히 커지는 자쿠무의 외형.

그것을 보며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 하늘로 뛰어올라 혹시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어 가지고 온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야, 너 병신이지?”

[뭐!?]

내 말과 함께 손에 들려 있던 도깨비 방망이가 그 크기를 더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넘어 집.

집을 넘어 빌라.

빌라를 넘어 그 이상의 크기로 거대해지는 도깨비 방망이.

[저…… 저게 무슨……!!]

“네가 그렇게 편안하게 변신하게 내가 기다려 줄 줄 알았냐?”

도깨비 방망이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나와 함께 뛰어올랐던 그림자들의 손에서 나와 같은 크기의 도깨비 방망이가 생겨나 자쿠무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안 돼……!!]

“돼, 이 새끼야……!”

내 말을 끝으로 도깨비 방망이가 괴물의 머리를 내리쳤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것 같은 폭음 소리가 잿빛 세상을 때린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몰아친 잔해들.

“후…….”

그 잔해가 전부 치워지고 난 뒤에 보이는 것은 완전히 박살 나 있는 자쿠무의 몸뚱이와 그 주변에 있던 괴물들의 시체였다.

그야말로 끝없이 펼쳐진 시체의 뒤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괴물들이 눈에 보인다.

이만큼의 시체가 깔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괴물들을 보며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중얼거렸다.

“영체 합일”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SS급 보스 몬스터 드래곤’]

[스킬 정보가 새로 업데이트됩니다.]

[특성 정보가 새로 업데이트됩니다.]

빨리 끝내자.

* * *

“아오, 진짜!”

김서윤은 하늘에 생긴 수많은 마법진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자신 쪽으로 날아오는 악마의 몸뚱이에 정권을 박아 넣었다.

뻥! 파지직!

순식간에 터져나가는 악마의 몸.

“도대체 이 녀석들 또 뭐야!? 은별 언니 저 마법진 안 사라져요?!”

김서윤은 확 하고 고개를 돌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악마들을 죽이고 있는 이은별에게 물었지만, 이은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안 사라져, 조금 전에 유성우를 떨어뜨려도 멀쩡한 걸 봐선 아마 저 마법진은 물리력에는 전혀 타격이 없는 것 같아.”

이은별의 말을 들은 김서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에 날아다니고 있는 괴물을 바라봤다.

마치 가고일을 닮은 듯한 외형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은 현재 서울 상공을 마구잡이로 날아다니며 있는 대로 서울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사방에서 비명이 난무하고 깨진 유리창과 돌파편들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김서윤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괴물들을 잡아 죽이는 모습을 지켜본 후카이 이로하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악마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는 괴물들.

“대체 왜……!”

하지만 온몸이 불에 타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들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는 듯했고, 오히려 이로하의 능력에 당한 괴물들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오히려 도시에 화마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직까지 밝은데도 불구하고 하늘에서는 보라색의 달이 떠올라 마치 돌 조각처럼 작은 유성우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기는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악마들을 잡는 것은 힘든 듯 돌조각들은 도심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마법진을 통해 나오고 있는 괴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었다.

분명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도 헌터들은 착실히 움직여 괴물들을 죽이고 있었지만 마법진을 통해 소환되는 숫자가 많은 듯, 괴물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아비규환의 상황.

그런 상황을 보며 후카이 이로하는 자신이 느끼는 무력감에 저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꾹 쥐고 있는 손을 바라봤다.

“…….”

얼마 전, 김우현과 함께 갔던 일본의 아마테라스 신전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각성 아이템.

하지만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호박색의 구슬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니, 처음 ‘아마테라스 신전’에서 이로하에게 들렸던 그 목소리를 제외하고 이 호박색의 구슬은 2주간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끄에에엑!

“언니 조심해요!”

이로하가 구슬을 바라보고 있을 때, 불현듯 들린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눈앞을 보았고, 이로하는 곧 창을 치켜들고 날아오는 괴물을 볼 수 있었다.

“아……!”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몸.

‘왜!?’

분명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로하의 몸은 마치 그 자리에 붙어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로하는 저 뒤에서 하늘에 떠 있는 김서윤이 괴물의 몸을 박차고 자신 쪽으로 뛰어오는 모습을 보았고, 이윽고 다가오는 검은색 창을 바라봤다.

마치 슬로우 모션에 걸린 것처럼 느려진 괴물을 동작을 볼 때쯤.

[모든 걸 잃을 각오는 생겼나?]

목소리가 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