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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16화 (116/202)

# 116

나 혼자 10만 대군 116화

34장 계약을 위해(3)

공동 안에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굉음이 울려 퍼진다.

-크에에에에에에에엑!

귀가 멀어버리는 것을 넘어 이명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비명을 질러대는 드래곤의 위에 몇 개나 되는 운석들이 떨어진다.

순식간에 기울어지는 드래곤, 하나 공격은 아직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드래곤의 무너지고 있는 몸 근처로 이동한 김서윤은 드래곤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타이밍에 맞춰 자신의 주먹을 있는 힘껏 뒤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곧 역동적으로 응축된 그녀의 몸은 드래곤의 머리가 땅에 닿기 직전, 쏘아져 나갔다.

꽈아아아아아앙! 꽈지지직!

귓가에 꽂히는 굉음과 동시에 드래곤의 머리에 있던 뿔이 터져 나가고, 드래곤의 얼굴과 목이 크게 들썩이는 것을 끝으로, 조금 전까지 굉음을 토해냈던 드래곤은 더 이상 괴성을 지르지 않았다.

완전한 침묵.

“……참.”

나는 죽어버린 드래곤의 동체를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쓸데없는 걱정을 한 스스로가 조금 바보 같았다는 느낌이 들고 있을 무렵, 조금 전까지 방패를 앞으로 들고 있던 하리남은 고개를 돌려 내가 온 것을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형님 오셨어요?”

“어? 아저씨 이제 왔어요? 아저씨가 제일 꼴찌네?”

“오셨어요? 길드장님.”

하리남이 인사를 하자마자 저마다 고개를 돌려 인사하는 길드원들.

“이야~ 아저씨가 저희보다 늦을 때도 있네요?”

김서윤이 다가오며 무척이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자 옆에 있던 하리남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고 이은별은 자신의 주변에 피어오르던 보라색 오오라를 잠재우며 내게 다가왔다.

“뭐, 이것저것 창고를 뒤지고 있었거든. 그보다 너희들도 내 말대로 아티팩트는 전부 챙겼어?”

내 말에 이은별이 말했다.

“아뇨, 분명 오는 길에 아이템이 모여 있는 장소가 있기는 했는데…… 아티팩트랑 무기가 너무 많아서 전부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형님. 중간에 찾기는 했는데 아이템이 너무 많아서 들고 올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맞아, 나도 엄청 많았는데……그거 다 들고 가려면 용달차가 와야 할 것 같은데요? 그것도 대형 트럭으로요.”

하리남의 대답과 동시에 김서윤도 하리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고 나는 피식 웃었다.

뭐 아티팩트나 무기를 챙기라고 했었지만, 역시 창고 안에 있는 엄청난 양의 아티팩트와 무기들을 전부 챙길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열려 있는 출구 게이트를 봤다.

원래라면 대형 던전을 끝냈으니 밖으로 나가는 게 맞지만, 아직 우리가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나는 아까 전 창고에서 발견했던 3개의 아공간 주머니를 길드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이건 뭐…… 헉?”

김서윤은 내가 준 가죽 주머니를 받아들고 내게 묻다가 이내 시선 위로 떠오른 시스템창에 헉 소리를 내었다.

나는 주머니를 받아 든 김서윤과 이은별, 하리남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대형 던전을 클리어했으니까. 이제 전리품을 챙겨야지.”

* * *

-신화수의재림: ???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4 콜라보레이션 뭐냐? 만화냐? ㅋㅋㅋㅋㅋ 그동안 다 따로따로 등장하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세트로 등장하는 영상 보니까 완전 개지리네 무슨 영화 보는 기분임 ㅋㅋㅋㅋ

└그림자성애자: ㄹㅇ이다, 이거 나는 무슨 어반저스 보는 줄 ㅋㅋㅋㅋㅋㅋ 진짜 개간지 난다.

└헌필여고생쟝: 하와와. 너무나도 간지가 나는 거시에요. ㄷㄷㄷㄷ…… 영상을 지금 몇 번째 돌려본 거신지 모르겠는 거시에요…… 심쿵 최대치인 거시에요.

└일침무새: 진짜 위에 새끼 이런 식으로 컨셉질 하지 마라 진짜 대체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냐? 씨커 길드 관련 댓글 보면 추천 댓글이 무조건 이 새끼 있네 ㅋㅋㅋ 환장잼

-인생이힘들다: ‘0:34’ 여기 부분 봐라…… 이거 실화냐? 갑자기 김서윤 카메라 근처에 있다가 사라지더니 저 멀리에 용인 때려 죽이고 있음 ㄷㄷㄷㄷ 저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냐?

└피카츄는애정이다: 와 ㅋㅋㅋㅋㅋㅋㅋ 야 ‘0:34’, ‘0:35’ ㅋㅋㅋㅋㅋ 영상으로는 단 1초 차이밖에 안 남 ㅋㅋㅋㅋㅋ 1초 만에 100m는 되어 보이는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한 거임? 시발 ㅋㅋㅋ 올림픽 달리기 선수들 억울해 뒤진다~

└서윤누나: 서윤이 누나…… 아……. 아앗 싸…… 싼다!

└바른시민조무사: ?????????? 이 새끼, 각도기 날카롭게 세워서 한 번에 깨버리네, PDA 바로 캡쳐했다~ TRF

└병신을보면지저귀는새: 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짹! 짹짹! 짹짹짹!!!

-이거실화임: 그냥 영상 하나만 봐도 이거는 나와 버렸다. 각이 나와버린 거야. ‘씨커’ 길드는 그냥 단순한 ‘길드’가 아니다. 그냥 ‘세.계.최.강’이라는 간판을 당당하게 달 수 있는 길드라는 것을 입증해 버렸다.

└병신을보면짖는개: 멍! 멍…… 멍? ……?????

└일침무새: 하, 제발 이런 것 좀 쓰지 마라. 영상 보고 간지 나서 뽕 확 차다가 이런 글만 보면 뽕이 확 식어버림 ㅋㅋㅋㅋㅋ 얘들 지능 안티 아니냐 ㅋㅋ

“이건 도대체 언제 찍은 거야?”

“그러게요, 이거 언제 찍은 거지? 분명 거기에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 없었던 것 같은데.”

일본에 열려 있던 SS급 대형 던전 ‘드래곤 레어’를 클리어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나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확인했다.

“분명 헌터 말고도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래요?”

김서윤의 되물음을 들으며 나는 순간 생각에 빠졌다.

기자들이 찍은 걸까?

……뭐 딱히 이런 모습이 찍혔다고 해서 상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너는 왜 휴게실에 올라와 있냐?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오늘은 왜 이리 빨리 출근했어?”

내 물음에 그녀는 슬쩍 어깨를 으쓱이더니 소파 쪽으로 걸어가 몸을 뉘며 입을 열었다.

“오늘도 착각했거든요.”

“……? 뭘?”

“오늘도 방과 후 나가야 하는 줄 알고 나갔는데, 오늘은 또 아니래요. 방과 후 끝났다던데요.”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더니 ‘짜증 나아~’라고 말을 늘이며 소파에서 기지개를 켰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너…… 저번에도 그러지 않았냐?”

내 물음에 김서윤은 슬쩍 피하고는 이내 중얼거렸다.

“아니, 근데 이게 진짜 학교를 제대로 안 다니고 있으면 잘 모르겠다니까요? 막 헷갈려요.”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김서윤을 한번 바라본 뒤, 이내 시선을 돌려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을 보았다.

바로 어제, 일본에서 드래곤 레어를 완전히 클리어 한 우리 길드는 ‘아공간 주머니’를 이용해 안에 있던 아이템을 완전히 휩쓸어 담을 수 있었다.

용인들이 떨어뜨린 A급에서부터 S급 마정석부터 시작해서 창고 안에 있는 아티팩트와 무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래곤 레어의 보스인 ‘드래곤’을 죽이고 얻은 SS급 마정석까지.

그야말로 그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부 얻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우리는 4개의 아공간 주머니를 꽉꽉 채워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뒤, 나는 조금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티팩트들과 무기는 따로 모아서 오로치 길드를 포함해 이 대형 던전을 수성하기 위해 참가한 일본 길드에게 전달했다.

뭐, 결론적으로 그들이 한 건 없었지만 어차피 들고 있어 봤자 별 쓸모도 없을 무기나 아티팩트를 주는 것이다 보니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곧 시간이 지나 김서윤이 소파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그만두고 훈련실로 내려갔을 때, 나는 횃불을 사용해 로우레테를 불러냈다.

“계약에 관해서인가?”

로우레테는 나를 보자마자 자신의 고깔모자를 슬쩍 뒤로 눌러쓰며 입을 열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우레테의 앞에 드래곤 레어에서 얻은 마정석 중 일부를 쏟아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마정석을 보는 것도 잠시, 로우레테는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나와 계약을 하기에는 충분하겠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입을 열었다.

“그전에 그때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었군.”

내가 말하자 그녀는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리고는, 이내 어디서부터 이야기할지를 가늠하는 듯 고깔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리다 입을 열었다.

“우선, 전에 설명해 주었던 내용은 다 알아들었겠지?”

“너와 계약을 하게 되면 별도로 마정석을 지불하지 않고 네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거?”

“좋은 것만 들었군.”

“아니, 애초에 네가 자신의 ‘비원’을 이루어주어야 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애초에 그 비원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잖아?”

“내가 말해주었던 계약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는 모양이군.”

“…….”

로우레테는 그렇게 말하며 이내 소파에 앉아 입을 열었다.

“그럼 계약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이 됐으니 저번에 했던 이야기의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나는 로우레테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앉은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고, 그녀는 내가 소파에 앉은 것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나 시간의 대현자 ‘로우레테 크로노스’와 계약을 하게 될 시 네가 맡게 될 과업은, 바로 악마들을 통솔하는 대악마이자 ‘떨어진 별’이라고도 불리는 사탄을 죽이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대악마 사탄?

“……혹시 그 대악마라고 불리는 녀석은 지금 내가 상대해야 하는 ‘크세즈베트’나 ‘엘리고르’ 같은 녀석을 말하는 거야?”

내 물음에 로우레테는 고개를 절레 젓더니 말했다.

“다르다. 내가 말한 녀석은 네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크세즈베트’나‘엘리고르’같은 그냥 ‘악마’와는 다른, 그들을 통솔하는 ‘대악마’를 말하고 있는 거다.”

“대악마…… 라고?”

“그래.”

그녀의 긍정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크세즈베트나 엘리고르를 통솔하는, 악마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악마를 상대해야 한다고?

지금 당장 크세즈베트를 죽이는 것도 힘들 판에?

내가 얼굴을 굳히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한가지 말해두자면, 네가 이 세계를 지키려고 한다면 내가 말한 ‘사탄’과는 언젠가는 싸워야 할 거다.”

“……뭐라고?”

회귀 전에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적은 없었다.

크세즈베트가 깨어나고 이계화라고 불리는 ‘던전 침식’이 일어났을 때도 사탄이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

“……역시 그런가.”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마정석을 받아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네 이해를 돕기 위해 해주도록 하겠다.”

로우레테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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