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나 혼자 10만 대군 115화
34장 계약을 위해(2)
석양이 지며, 주황색으로 물들었던 폐광에 보라색 달이 뜬다.
아직 해가 전부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떠오른 보라색의 달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폐광에 있는 모든 이들을 보라색 빛으로 물들였고, 그와 함께 이은별의 모습에서 보라색 오오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보라색 달이 떠오름과 동시에 폐광 앞에 생겼던 거대한 균열은 마침내 밝은 빛을 토해내며 열리기 시작했고…….
-크하아아악!
마침내 균열이 완전히 열리며 SS급 대형 던전인 ‘드래곤 레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절로 귀를 막게 할 정도로 거대한 괴성과 동시에 거대한 균열 안에서 뛰어나오는 ‘용인’들은 그 눈에는 맹목적인 적의를 가득 채운 채 방파제를 쌓고 있는 헌터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꽝!
선두로 달려오고 있는 용인의 몸뚱어리가 묵직한 폭음과 함께 터져 나갔다.
제대로 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분해 된 용인의 시체를 너머로 엄청난 숫자의 용인들이 그 기세를 자랑하며 뛰어오고 있었지만 그들의 앞에 서 있는 그녀 ‘김서윤’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움켜쥐었다.
보라색 빛이 폐광을 뒤덮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피부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고,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그 색을 빛내며 눈앞에 달려오고 있는 용인들을 바라보았다.
쿵!
그리고 용인들의 앞을 가로막은 김서윤을 넘어 달려가는 용인들의 앞에, 거대한 빛이 만들어졌다.
반구형으로 만들어진, 방파제의 뒤에 있는 헌터들을 전부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방패가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후…….”
조금 전까지 밝게 빛나던 플레이트 아머와 쥐고 있던 검은 검은 오오라에 의해 검게 변질되어 있었고, 흑백이 반전된 눈가에서 검은 안광과 귀 위에 달린 소의 것과 같은 뿔은 그 위용을 자랑하며 달려오는 용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림자가 용인들의 발밑이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주황색에서 보라색으로 물들었던 땅이 다시 한번 변화를 거친다.
이번에는 보라색에서 그 어떤 빛이라도 흡수할 것 같은 검은색으로.
그리고 그렇게 심연과 같은 어둠 속에서.
꽈직! 촤아악! 콰지지직!
그림자들이, 용인의 몸을 꿰뚫으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하리남이 친 방어막 뒤에서 보고 있던 남자, ‘아사토라 카가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관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 명령을 내려야 했다.
지금 이 틈에 보수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을 보수하고 조금 더 견고한 방파제를 쌓아야만 했다.
하나 그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깨닫고 있음이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눈에 담고만 있었다.
아사토라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허둥대던 헌터들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준비를 빨리 끝마쳐 달려오는 용인들을 요격할 준비를 하고 있던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멍하니 보았다.
붉은 피부를 가진 악마가 휘두르는 주먹에 용인들의 몸이 형체도 남기지 않고 파괴되는 것을.
심연에서 올라온 그림자들이 용인들의 몸을 마구잡이로 꿰뚫으며 그 수가 불어가고 있는 것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수백, 수천의 돌조각이 던전을 빠져나온 용인들을 꿰뚫는 모습을.
그리고.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검은 기사가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검을 휘둘러 용인들을 양단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허.”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도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무척이나 짧았던 한순간.
5분?
아니, 3분?
그것도 아니면 1분?
확실한 건 10분이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길드장님…….”
아사토라 카가시의 옆에 있던 남자가 그를 부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말이 됩니까?”
“허…….”
남자의 말에도 아사토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10분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눈앞에 벌어졌던 장관을 다시 한번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떠올렸고, 이내 그는 이 폐광 근처에 쌓여 있는 수많은 용인의 시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고작 4명으로…… 이 정도라니.”
아사토라 카가시는 산산조각이 나 있는 용인의 시체를 보며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처음에 아사토라 카가시 대형 던전에서 튀어나온 용인들을 상대하고 있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분노.
그다음에는 허탈감과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다음에 느껴진 것은 경외감이었다.
처음에 들었던 분노를 이어 느껴지는 허탈감과 공허감을 모두 없앨 정도로 느껴지는 거대한 경외감.
“……지금 들어갔던 길드원 중 길드장인 그림자 왕을 제외하고 3명이 SS급 헌터라고 했나?”
“아, 예, 저도 자세히 들은 건 아니지만 우선 그렇다고 알고 있기는 합니다.”
남자의 목소리에 아사토라 카가시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절대 아니다.”
“…….”
“지금 던전 안으로 들어간 씨커 길드의 길드원들은 절대로 SS급 헌터일 리가 없다. 아마 씨커 길드의 길드원들은 SS급이 아니라 SSS급일 거야.”
“예?”
남자의 되물음에 카가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이 들어간 대형던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SS급’으로는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낼 수는 없었다.
그도 S급 던전인 ‘냉각의 아귀’에서 ‘빙정’을 얻고 결국 SS 등급에 도달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SS급으로는 조금 전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마 지금 이곳에 온 씨커 길드원들은, 전부 SSS급 헌터임이 확실하다……!’
* * *
회귀 전 SS급 대형 던전 ‘드래곤 레어’는 일본에 엄청난 손해를 발생시켰지만, 반대로 그 던전 안에서 나온 ‘아티팩트’와 ‘아이템’은 일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
마력의 반지
등급: S
사용자의 마력을 무척이나 빠르게 전환해 주는 효과가 있는 반지입니다.
반지를 낀 착용자는 마력의 회복능력이 올라가고 반지는 대기 중에 퍼져 있는 마력을 빨아들여 사용자에게 전해주는 능력인 ‘흡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런 부가적인 반지부터 시작해서.
--------------------------
아제로스의 대검
등급: S+
대륙의 15대 검성 아제로스가 사용하던 대검입니다.
이 대검은 사용자의 능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발현시키는 습성이 있으며 마력을 주입하면 주입할수록 더 단단하고 견고해집니다.
--------------------------
무기, 그리고.
--------------------------
아공간 주머니 (중형)
대륙의 대마법사 ‘아인츠 하르그 베인’이 만든 이 아공간 주머니는 크기에 상관없이 총 3,000㎏까지의 물건을 저장하고 빼낼 수 있습니다.
※주의: 아공간 주머니의 외부가 명확하게 손상되면 아공간 주머니의 마법진이 해제되어 평범한 마법진으로 변하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찾았다.”
나는 손에 들린 아공간 주머니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굳이 이 대형 던전에 참가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아공간 주머니 때문이었다.
그 어떤 물건이든 3,000㎏까지는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아공간 주머니.
심지어 이 창고 안에는 내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아공간 주머니가 5개는 더 있었다.
들고 있던 아공간 주머니를 옆에 있던 그림자에게 넘겨주자 그림자는 곧바로 창고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아공간 주머니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도저히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대검이나 다른 물건들이 내 팔뚝 손바닥보다 3배 정도 큰 작은 가방에 전부 들어가는 것을 보니 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잠시 나는 시선을 돌려 던전 내의 상황을 파악했다.
창고의 밖에서는 아직 그림자와 용인이 뒤엉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무기를 휘둘러 그림자를 소멸시키는 용인들.
그 앞에서 용인들을 막아내고 있는 그림자와 언데드들.
사방에서 병장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용인들의 비명과 구울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용인들은 내 예상대로 어느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용인 한 명이 그림자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일까?
끄에에에엑!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팽팽하던 용인과 그림자의 싸움에서 용인들은 그림자에게 점점 밀리고 있었다.
용인들의 배에 그림자의 검이 쑤셔 들어가고, 용인의 양팔에 구울이 달라붙는 모습.
용인들 한 명 한 명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숫자는 이길 수 없었다.
숫자의 폭력.
지금 내 앞을 막고 있는 용인의 숫자는 언뜻 봐도 몇백은 넘어 보일 정도로 많은 숫자였지만, 내 그림자의 숫자는 눈앞에 있는 용인의 숫자보다 많았다.
그냥 많은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차이.
비슷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용인은 숫자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꽈지직!
괴성을 지르는 용인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고, 나는 용인들이 막고 있는 통로 쪽으로 다가가며 생각했다.
다른 애들은 괜찮으려나?
사실 김서윤과 하리남은 그렇게 걱정되지 않았다.
애초에 김서윤의 능력인 탐식은 각성한 이후에는 아주 심각한 상처라도 마정석만 먹으면 바로 회복되어 버리는 괴물 같은 능력으로 재탄생했다.
하리남도 마찬가지로 ‘절대 방어’ 이외에도 무척이나 강력한 스킬인 ‘카운터’를 얻었기에 딱히 걱정되지 않았다.
“…….”
걱정되는 건 ‘이은별’.
그녀의 능력은 확실히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근접전이나 방어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역시 데리고 왔어야 했나?”
처음 던전으로 들어 왔을 때, 4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길에서 김서윤과 하리남은 따로 보내는 데 딱히 거부감이 없었지만, 이은별 같은 경우는 조금 걱정이 되어 같이 가자고 권유했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거절.
이은별이 무척이나 자신 있어 하는 표정으로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기에 우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용인들을 처리하며 걷기 시작 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작아지는 용인의 숫자와 동시에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에 나는 본능적으로 나보다 다른 길드원들이 먼저 대형 던전에 끝에 도착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꽝!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한동안 있었던 넓은 통로를 빠져나갔고, 거기에서 곧 무척이나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이 대형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드래곤.’
엄청난 크기의 대공동 안에 있는 몬스터, 사람의 수백 배는 될만한 크기로 마치 판타지에나 나오는 마법을 사용하는 그 드래곤이 바로 이 대형 던전의 보스였다.
“……그렇지, 그렇긴 한데,”
나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미 나를 제외한 하리남과 이은별, 그리고 김서윤은 드래곤과 싸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으로 패고 있었다.
길드원들이.
끼에에에에에에엑!
드래곤을.
김서윤이 한순간 높이 점프해 입을 벌린 드래곤의 윗주둥이를 아래로 내리친다.
그와 함께 엄청난 크기의 머리한 한순간에 숙어지고, 드래곤은 곧바로 김서윤에게 반격하기 위해 마법을 난사했지만, 그 마법들은 이미 드래곤의 앞에 펼쳐져 있는 방어막에 막혔다.
쾅! 쾅! 콰아아아아아앙!
곧이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거대한 운석들이 드래곤의 몸통을 강타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폭력에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