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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14화 (114/202)

# 114

나 혼자 10만 대군 114화

34장 계약을 위해(1)

고풍스러운 도서관.

클래식한 감각이 느껴지는 샹들리에의 아래에 있는 고풍스러운 책상과 의자.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붉은 카펫을 기준으로 하여 양쪽으로 퍼져 있는 엄청난 숫자의 책장에는 빈 곳 하나 없이 빽빽하게 책이 들어서 있었다.

“…….”

그리고 레드카펫 한가운데 위치한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는 로우레테는 눈앞에 있는 책을 읽어 내리며 입을 열었다.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 말고 나오는 게 어때?”

“아, 들켰어?”

“네가 이 공간에 들어온 그때부터 알고 있었어.”

“흠, 역시 이 공간 안에서는 어떻게 해도 네게 들킬 수밖에 없구나?”

고운 미성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빠져나온 여성, 한쪽 눈은 기묘한 음각이 되어 있는 안대로 가리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은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작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이어진 침묵.

줄곧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로우레테는 이내 시선을 올려 앞에 앉아 있는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 공간에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로만’”

로우레테의 말에 로만이라 불린 남자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기는? 그냥 한번 오랜 친우를 볼까 싶어서 온 거지.”

“안 그래도 악마와 싸우고 있는 외신 중 한 명인 네가 쓸데없는 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아주 잘 알고 있어.”

로우레테의 말에 일순 웃고 있던 로만의 얼굴에 금이 간 듯했지만, 이내 그는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이것 참. 느긋하게 이야기를 좀 하면서 어떻게 살살 꼬셔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네.”

로만이라 불린 남자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자신의 은발을 긁적였지만 이내 그는 입을 열었다.

“뭐 우선 이야기는 들어봐 내가 볼 때 너도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이야기니까. 지금 ‘5지구’에 있는 녀석 중에 우리의 파편이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계승한 녀석이 나와…….”

“계약자를 말하는 거라면 됐어.”

로우레테의 거절에 로만은 순간 놀란 눈이 되더니 물었다.

“왜?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네 도움만 있으면 ‘외신’이 되기에는 충분한 녀석인데? 게다가 이 녀석은 외신의 능력을 제대로 계승한 ‘계승자’라니까?”

“그래도 됐어.”

“아니, 진짜로? 이 녀석하고 계약하면 네가 죽이지 못해서 발악하던 ‘사탄’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로만이 ‘사탄’을 언급하자 일순 로우레테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절레거리면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거절할게.”

“아니, 대체 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여는 로만을 보며 로우레테는 입을 열었다.

“이미 계약자는 구했으니까.”

“……계약자를 구했다고? 네가?”

“그래.”

“어디에 있는 녀석인데? 1지구? 아니, 거기는 이미 개박살이 나버린 상태고…… 3지구? 아니, 거기는 이미 멸망했지…… 그럼 2지구야?”

로만의 말에 로우레테는 순간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저도 모르게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너 갑자기 왜 그래?”

“뭐가?”

“아니, 너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2지구라고 하면 지금 제일 시스템의 개화도가 낮은 곳 아니야?”

“맞아.”

“근데 2지구에 있는 녀석이랑 계약했다고?”

마치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은 듯 입을 여는 로만의 말을 들으며 로우레테는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네가 걱정하지 내 복수는 내가 알아서 해.”

로우레테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일순 로만은 입을 다물었지만, 그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혹시 네가 정했다는 계약자, ‘계승자’야?”

“아니, ‘파편’이야.”

“계승자도 아니고 ‘파편’이라고?”

무척이나 허망해 보이는 로만의 표정을 보며 로우레테는 말했다.

“하지만 내가 고른 녀석은 평범한 외신의 파편이 아니야.”

로우레테의 말에 로만은 얼굴에 가득 찬 허망한 감정을 지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평범한 외신의 파편이 아니라고? 그래 봤자 결국 ‘파편’이잖아? 너도 ‘파편’은 결국 악마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아니, 그 녀석은 달라.”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

로만의 물음에 로우레테는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형체가 없는 자’의 파편이니까.”

로우레테의 말이 끝난 그 순간-남자의 표정이 일변했다.

“뭐, 라고……?”

무섭게 굳은 로만의 얼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녀석?”

“그래.”

“어둠을 기리는 자?”

“맞아.”

“일식을 일으키는 괴물?”

로우레테가 더 이상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돼! 그 녀석의 파편이 있다고?!”

“나도 처음에 그 녀석을 봤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녀석의 ‘시스템’을 확인하고 몇 번이나 이 서고에서 책을 뒤져본 결과 확신할 수 있게 됐어.”

“진짜로……?”

“그래. 그 녀석은 ‘그’의 파편이다.”

“미친…….”

로만의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욕지거리를 주워 담을 생각도 하지 않고 책상에 팔을 기대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입을 열었다.

“계약은 했어?”

“아직, 하지만 이제 곧 할 거야.”

“……이것 참, 내가 너무 작은 패를 들고 와버렸네.”

로만은 로우레테의 말을 들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거렸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만약 네 말대로 그 녀석이 진짜 ‘형체가 없는 자’의 파편이라면 일반적인 ‘계승자’가 비비지 못할 정도기는 하지.”

로만은 그렇게 말하며 붉은 카펫을 따라 걸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 ‘현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로만은 은빛 마력을 흩날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로우레테는 로만이 사라진 자리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쥐고 있던 책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 * *

일본 사이타마 현.

“반갑습니다.”

“예, 저도 반갑습니다.”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는 남자의 손을 마주 잡았고, 그는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의 3대 길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쿄를 대표하는 길드인 ‘오로치’ 길드의 길드장 ‘아사토라 카가시’는 내게 입을 열었다.

“우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사토라 카가시는 그렇게 나와 길드원들을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안내했고, 나는 곧바로 차량 위에 올라탔다.

“와, 이거 엄청 고급스러운데요?”

“그러게, 이거 엄청 고급스럽다.”

김서윤과 하리남이 리무진 안으로 들어오자 감탄을 내뱉으며 차량 내부를 바라봤다.

이은별은 생각보다 넓은 차량 내부의 모습에 놀랐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손으로 차량의 크기를 짐작하듯 손을 이리저리 놀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길드원들을 뒤로한 채 나와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에 탑승한 아사토라 카가시를 바라봤다.

로우레테가 내게 계약에 대해 말한 지도 5일.

그녀는 한참 엘리고르의 밑에서 들어가 몬스터를 소환하고 있는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고 내게 계약를 제안해 왔다.

계약.

“…….”

그녀에게서 들었던 계약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계약을 하는 순간 나는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을 별도의 마정석을 지불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게 되고, 그 대신 나는 그녀의 비원을 하나 이루어주어야 했다.

……뭐, 로우레테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난 다음 자신과 계약할 마음이 있다면 S급 이상의 마정석을 많이 준비해 오라는 말과 함께 횃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제일 중요한 그녀의 비원을 알려주지 않고 횃불 안으로 들어가 버린 그녀를 보며 멍을 때린 것도 잠시,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저울질할까 했으나, 그녀가 내게 요구하는 게 대체 무엇인지 모르는 이상 저울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의 지식을 아무런 대가 없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그녀의 지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일이 있던 뒤 5일이 지나, 현재 나는 일본 헌터 협회의 지원 요청에 따라 일본의 사이타마 현에 와 있었다.

일본에서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바로 이번에 일본에서 일어나는 SS급 대형 던전 때문이었다.

일본 헌터 협회는 대형 던전의 등급이 S급을 넘어간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한국 헌터 협회를 통해 내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그 요청에 응했다.

뭐 나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우선 상황은…….”

차량이 출발하자마자 입을 열기 시작하는 아사토라 카가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원래라면 딱히 일본 협회 측에서 굳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이번에 열리는 SS급 대형 던전에 참가할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에 일본에서 일어나는 SS급 대형 던전에는 ‘왕가의 무덤’과 같이 ‘아티팩트’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구조의 대형 던전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로우레테가 요구했던 S급 마정석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좋은 아이템과 마정석이 떨어지는 것에 비례해 그 안에서 빠져나오는 몬스터는 상당히 강했고, 그 수도 많았지만 그건 지금의 나에게 딱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내게 있어서 SS급 대형 던전은 혼자서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체감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 나와 함께 일본으로 넘어온 이은별과 김서윤, 그리고 하리남도 이제 SS급 대형 던전에서는 나름대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봤을 때 지금 저희 쪽에서 파견한 것은 대형 던전의 위치와 입구가 열리는 시간 정도입니다. 아, 도착했습니다.”

아사토라 카가시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차하는 차량.

우리는 곧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고, 이내 곧 거대하게 파인 폐광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진을 치고 있는 헌터들을 발견했다.

“와…….”

김서윤은 질서 정연하게 대형 던전을 막기 위해 방파제를 만들고 있는 헌터들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이은별과 하리남은 말없이 주변을 구경하며 카가시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어…… 어!”

이변이 시작되었다.

“뭐, 뭐야!? 왜 벌써 시작해?”

“대형 던전이 발현하기까지는 아직 2시간도 더 남았을 텐데!?”

혼란스러워하는 일본 헌터들의 목소리가 번역되어 귓가에 꽂히고, 헌터들이 진을 치고 있는 중심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주변,

아사토라 카가시는 곧바로 뛰어나가 헌터들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놀라 어중간하게 머뭇거리고 있는 헌터들을 본 나는 입을 열었다.

“애들아 내가 비행기에서 한 말 안 까먹었지?”

“아, 그…… 그냥 장신구 같은 게 나오면 전부 챙기라는 말이요?”

“그래, 그거.”

김서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점점 균열이 커지며, 거대한 바람이 일고 있는 중심부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빨리 끝내자.”

내 말과 함께, 길드원들은 능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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