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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11화 (111/202)

# 111

나 혼자 10만 대군 111화

33장 침공(1)

태양에 의해 뜨겁게 달궈진 모래.

그리고 그런 모래 위로 세워져 있는 거대한 콜로세움.

대만에 있는 A급 개방형 던전 ‘투기장’의 전경을 눈에 담으며 하리남은 앞에 대치하고 있는 한 몬스터를 바라봤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고, 머리에는 마치 소처럼 굵고 높게 솟아오른 뿔을 가진 몬스터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두 개의 도끼를 난폭하게 쥐어 잡고는 이내 하리남을 보며 괴성을 질렀다.

커아아아아악!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면 너도나도 귀를 막았을 정도로 거대한 괴성이었지만 하리남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도 느긋해 보이는 하리남의 표정에 일순 괴성을 지르던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크게 회전하며 하리남에게 날아갔고.

깡!

눈 깜짝할 새에 하리남의 앞에 도착한 도끼는 이내 하리남의 ‘절대 방어’에 의해 그의 몸에 닿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파삭!

도끼가 땅에 떨어진 그 직후, 미노타우르스는 곧바로 모래를 박차고 하리남에게 뛰어들어 남아 있던 도까 한 자루를 휘둘렀지만…….

깡!

미노타우르스가 휘두른 도끼도 마찬가지로 하리남의 능력에 막혀 일정 부분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리남은 그런 미노타우르스의 훤히 보이는 뱃가죽에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둘렀다.

촤악-!

미노타우르스의 배에서 붉은색의 피가 터져 나오며 노란 모래를 붉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지만, 그런데도 미노타우르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카직! 카직! 깡! 깡! 깡! 깡!

오히려 미노타우르스는 광기 어린 안광을 번뜩이며 몇 번이고 하리남의 절대 방어를 뚫기 위해 공격을 가했지만-

촤악! 촤아악!

결국 미노타우르스는 하리남이 휘두를 검에 의해 몸이 2등분으로 나뉘어 죽음을 맞이했다.

조금 전까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던 몬스터의 죽음이라기에는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

하지만 하리남은 오히려 그런 상황이 익숙한 듯 양분된 몬스터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고, 이내 미노타우르스의 상체에서 원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거겠지?”

하리남의 손에 있는 것은 바로 ‘검은 뿔’이었다.

‘분명 그때 형님이 소환했던 그 꼬마애한테 들었던 거로는 내 각성 아이템이 ‘검은 뿔’이라고 했으니까…….’

하리남은 몇 번이고 검은 뿔을 이리저리 돌려본 뒤, 이내 그것을 챙긴 뒤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선 마정석도 챙겨가야 하나?”

하리남은 미노타우르스의 시체 뒤로 보이는 수많은 몬스터의 시체를 보며 중얼거렸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너무 많다.’

이 투기장에 있는 녀석들의 마정석을 일일이 회수하는 게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느낀 그는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마정석에 대해 완전히 생각을 꺼버렸다.

설령 들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만약 한국까지 들고 가려면 또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테니까.

‘게다가 애초에 마정석 때문에 온 것도 아니니까.’

하리남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은 뿔을 꾹 쥐었다.

자신이 굳이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타지에 와서 던전을 클리어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손에 쥐어진 아이템 때문이었다.

‘각성 아이템’

자신의 ‘절대 방어’를 한 단계 더 진일보시켜 줄 수 있는 이 아이템 때문에, 하리남은 이곳까지 왔다.

‘이걸로 나도, 서윤이나 은별이랑 비슷해질 수 있을까?’

분명 처음에는 거의 다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

하리남은 씨커 길드에 들어온 순간부터 어떻게든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성장은 하리남의 눈에 보일 정도로 띄었다.

몇 번 막지 못했던 김서윤의 공격을 조금은 힘들지만, 계속해서 막을 수 있었고.

이은별의 공격도 마찬가지로 좀 더 긴 시간 막아낼 수 있게 되었다.

김우현에게 S급 검을 선물 받은 이후부터는 개인적으로 검술을 조금 더 연마하기도 하고 직접 던전에 들어가 실전을 쌓으며 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하리남은 분명 김서윤과 이은별을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래.

김서윤과 이은별이 각성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던 그 둘이 각성을 함으로써 저 멀리,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 가버린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하리남을 찾아온 묘한 허탈감은 그의 정신을 피곤하게 했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물론 어떤 식으로 각성 아이템을 사용해야 할지 하리남은 그 감조차 잡지 못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리남은 그저 검은 뿔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은근히 괴롭게 했던 그 허탈감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후.”

어느새 던전의 입구에 도착한 하리남은 미리 던전의 입구에 놔두었던 백팩에 검은 뿔을 집어넣은 뒤 망설임 없이 던전의 입구를 나섰고…….

곧 도시의 풍경을 볼…….

“어?”

……수 없었다.

“뭐야?”

화마가 덮친 도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은 잿빛 연기에 의해 시커멓게 뒤덮여 있었다.

그 아래로 보이는 것은 불타고 있는 건물과 차량, 그리고 여기저기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는 사람들.

하리남이 던전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본 것은 엉망진창으로 박살 나고 있는 도시의 풍경이었다.

“꺄아아악”

하리남은 박살 나고 있는 대만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들리는 비명에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며 시선을 돌렸고, 괴물에게 습격당한 여성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리남의 몸에서 하얀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모를 어두운 공간.

빛마저 새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꽉꽉 막힌 공간 안에는 보랏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 앞에서 알리샤는 의자에 앉아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 내고 있었다.

“상당히 힘이 드나 보네.”

“…….”

그러던 중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마법진의 반대편에서 엘리고르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알리샤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이 소환 마법진이 ‘그분’의 소환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거지?”

알리샤의 물음에 엘리고르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네가 말했잖아? 크세즈베트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마법진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 밑밥을 까는 중이지.”

“밑밥?”

“그래, 밑밥. 저번에 크세즈베트의 봉인을 푸는 데 실패한 원인은 결국 다른 곳에서 방해가 들어왔기 때문이잖아?”

“…….”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없게 전 세계에 전체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해 주는 거야. 이런 식으로 몬스터들을 소환해서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엘리고르는 손에서 보라색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보라색 마력은 곧 거울처럼 투명해지며 무엇인가를 비추기 시작했다.

“…….”

“어때? 네가 고작 힘들 정도의 마법진을 유지해서 전 세계는 지금 위기에 빠졌지.”

화마가 덮친 도시들.

엘리고르가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녀는 알리샤가 마력 속에 담긴 도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실 내가 원래대로 힘을 사용할 수 있으면 이런 짓을 할 이유도 없겠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이곳에서는 내 힘을 사용하지 못해, 그래서 마법진도 네가 직접 그리라고 한 거고, 지금 마법진을 발동하고 있는 것도 너잖아?”

“…….”

‘뭐, 그냥 크세즈베트에게 걸리지 않기 위한 구실이기는 하지만.’

엘리고르는 입을 다물고 있는 알리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리 자신의 휘하에 있는 괴물들이라고 해도 지금 이 세계에 풀려 있는 괴물들은 하위급의 괴물이다.

게다가 마법진도 마력도 자신이 아닌 알리샤가 그렸기 때문에 혹여나 크세즈베트가 이 일을 알아차리고 보고를 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나저나.’

엘리고르는 조금 전 알리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열었던 마력 영상을 보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여기는 외신의 파편 말고는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없는 것 같은데?’

엘리고르가 굳이 하위 마물들을 준비해 이 세계에 뿌려놓은 이유는 이 3지구의 전체적인 ‘질’을 평가해 보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이곳이 ‘먹을 가치’가 있는 땅인지 없는 땅인지 체크해 보기 위한 작업.

‘쯧…….’

하나 알리샤는 조금 전 영상을 보며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급작스러운 등장이기는 했지만, 고작 하위의 괴물들도 제대로 막지 못해 도시가 전복하는 것을 보자니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나 곧 엘리고르는 뚱한 표정을 지우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뭐, 그래도 외신의 파편을 가진 인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지구는 먹어치울 가치가 있지만.’

엘리고르는 마력 영상으로 시선을 주며 생각했다.

‘자, 그럼. 외신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나 구경이나 해볼까?’

* * *

깡마른 팔다리.

머리 위에는 슬라임의 점액질과 같은 무엇인가가 덮여 있고, 몸에는 마치 인간의 갈비뼈 같은 것이 이리저리 튀어나와 있었다.

몬스터를 인공적으로 합쳐놓은 키메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미묘하고,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생겨난 몬스터라고 생각하기에도 전체적으로 언밸런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형의 괴물은…….

꽈직!

현재 붉은 안광을 가지고 있는 그림자들에게 학살을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가, 감사합니다!”

“우선 이 건물 안으로 대피해 계세요.”

“네, 네, 감사합니다!”

나는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여성을 뒤에 있는 건물로 인도한 뒤, 여기저기 날뛰고 있는 몬스터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이 녀석들을 몬스터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도대체 이 녀석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울 한복판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녀석들은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박살 나고 있었다.

슬라임처럼 점액질로 가득한 머리는 그림자의 주먹에 터져나가고.

몸통을 삐져나온 갈비뼈는 그림자의 붉은 안광조차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그림자가 들고 있는 검에 맞아 죽었다.

그야말로 학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일방적인 전투.

하나 김우현이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후.”

서울 한복판에 날뛰기 시작한 몬스터를 처리하러 오기 전에 강형찬에게 들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대만, 미국, 오사카, 영국, 러시아, 일본에서, 지금 이것과 같은 일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라.”

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이럴 때…….”

지금 하리남은 대만에 가 있었다.

그리고 하리남이 대만에 간 지 하루가 지나 이로하는 잠시 일본에 볼일이 있다며 떠났고, 이은별도 두 번째 각성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자, 각성 아이템을 얻었던 곳을 갔다 온다고 말하며 ‘그림자 요새’가 있는 LA로 떠났다.

“쯧.”

나는 짧게 혀를 차며 눈앞에 몬스터를 베어냈고, 그와 함께…….

위이이잉.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는 귀에 끼고 있는 이어폰으로 통화를 받았고.

-김우현 헌터님!

“예.”

들려온 강형찬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추가로 확인된 것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해서 연락했습니다.

“네, 혹시 다른 일이 터졌습니까?”

내 물음에 강형찬 부장은 바로 입을 열었다.

-하리남 헌터 덕분에 대만에 있는 몬스터 사태는 조금 전에 진압이 끝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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