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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10화 (110/202)

# 110

나 혼자 10만 대군 110화

32장 군단의 악마(3)

길드 사무소의 2층 휴게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로우레테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크세즈베트가 소멸하지 않은 한 엘리고르가 제대로 힘을 쓸 수는 없다는 소리라는 거지?”

“뭐, 한마디로 간단하게 축약하면 그렇게 되는군.”

“근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지? 네가 말한 대로면 엘리고르와 크세즈베트는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결국 동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거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봉인당해 있는 크세즈베트가 더 약할 텐데?”

내 물음에 로우레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다.”

“……? 그렇다면 어떻게 이 세계에서 날뛰는 엘리고르를 제재한다는 거야?”

“그건…….”

로우레테는 입을 열려다가 내 모습을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슬쩍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말해줄 수 없다.”

“……응?”

“이 이상 듣고 싶으면 마정석을 추가로 지불해라.”

“…….”

로우레테의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묘하게 불만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지금 풀어놓은 정보만 해도 네 궁금증을 해소한 대가로는 꽤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래.”

확실히 그녀는 정보를 파는 정보상과 같은 느낌이기는 했다.

“그래서, 지불할 마정석은 있나?

“마음만 같아서는 조금 더 물어보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더 이상은 마정석이 없어.”

유감스럽게도 이 이상 투자할 수 있는 마정석이 내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엘리고르 때문에 그림자 영체로 만들려고 했던 S급 마정석도 전부 그녀에게 줘버렸으니까.

“그런가.”

로우레테는 짧게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횃불이 있는 책상 쪽으로 다가가 자신의 횃불을 만지려다 말고 이내 슬쩍 몸을 돌려 말했다.

“이 정도는 말해주도록 하지.”

“……?”

“악마들에게는 제약이 있다.”

화륵-!

그 말과 동시에 로우레테는 내가 질문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곧바로 자신이 할 말만을 던진 채 들어가 버렸다.

나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횃불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물론 대강의 상황은 이해했다.

얼마 전에 나타난 악마인 엘리고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그녀는 결코 크세즈베트가 살아 있는 한 이곳에서 자신의 힘을 휘두르지 못한다는 것까지 이해했다.

문제는 이다음.

도대체 왜?

“……신경 끄자.”

한참 동안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정보가 없는 마당에 막연하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나는 결국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는 결국 저번에 봤던 ‘엘리고르’가 지금 당장 이 지구에서 날뛰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게 더 중요한 사실이었으니까.

“크세즈베트…….”

그 악마가 현세에 강림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아무리 길어봤자 1년.

하나 악마가 무슨 수작을 해놓았을 가정까지 계산한다면 아마 크세즈베트가 강림하는 것은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더 빠를 수 있었다.

아니, 아마 빠르겠지.

“후…….”

나는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했다.

상황이 조금 변하기는 했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각성 아이템을 찾아 길드원들의 능력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악마가 강림하기 전까지 최대한 가진 능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생각을 끝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1층에 있는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본격적인 계획을 짤 시간이었다.

* * *

어두운 대 공동 안.

크세즈베트는 앞에 보이는 엘리고르에게 입을 열었다.

“엘리고르”

“왜?”

“분명히 내가 말했을 텐데? 쓸데없는 수작은 부리지 말라고.”

“그게 무슨 소리일까? 나는 쓸데없는 수작 같은 건 부린 적이 없는데……?”

엘리고르의 요염한 미소, 하나 크세즈베트의 얼굴은 그녀의 미소와는 다르게 점점 굳어져만 가고 있었다.

“설마,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길래?”

쾅!

엘리고르의 느긋한 말투와 동시에 크세즈베트의 도약했다.

그의 몸이 순간 사라지며 엘리고르의 앞에 나타났고, 주먹으로 엘리고르의 얼굴을 가격하려 했다.

하지만 크세즈베트의 주먹은 엘리고르의 손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진득한 살기로 가득 채워지는 공간에서 크세즈베트는 입을 열었다.

“그 간사한 아가리 닥쳐라.”

“왜 갑자기 그렇게 격정적으로 변했어?”

여전히 키득거리며 크세즈베트의 대화를 받는 그녀는 여유롭게 그가 내지른 주먹을 쳐 냈고 크세즈베트는 입을 열었다.

“이미 멸망시킨 제3지구를 테라포밍하기 위해 귀환하지 않고 멸망한 세계에 남아 있다는 변명을 믿을 것 같나?”

“왜?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순간 엘리고르의 눈이 슬쩍 휘어지며 크세즈베트에게 말했다.

“네가 믿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와 동시에 무섭도록 정적이 찾아오는 공동 안.

크세즈베트는 자신만만하게 이야한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귀환하려 한다면 나는 ‘위’에 보고 하면 될 뿐이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자신에게 배정된 지역 이외의 다른 지역을 노리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 된다는 것쯤은.”

크세즈베트의 말에 일순 엘리고르는 인상을 좁히는 듯했으나, 이내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야 나도 당연히 잘 알고 있지~ 근데 네가 뭘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2지구’가 아니라 내가 담당하는 ‘3지구’에 테라포밍을 하겠다고 한 거잖아? 응?”

엘리고르는 그렇게 말한 뒤 크세즈베트를 지나쳐 말라 버린 시체 더미를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내가 담당하는 구역을 내가 멋대로 하겠다는데, 그게 어때서?”

“그러니까 그건!”

“그걸 증명할 방법은?”

“뭐?”

엘리고르는 크세즈베트를 바라보며 말이 이어나갔다.

“나는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지만, 만약 내가 그런 생각이 있다고 치면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있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크세즈베트의 모습에 그녀는 이내 자신의 몸에 보라색 마력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키득 웃는 엘리고르를 본 크세즈베트는 살기등등한 모습을 지우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만약 네 녀석이 수작을 부리는 것이 걸린다면 쉽게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크세즈베트의 말에 가벼운 미소를 보여준 엘리고르는 곧바로 마력을 이용해 크세즈베트가 있던 던전에서 빠져나와 어느 한 공간 안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기는 했지만, 이걸로 밑밥은 전부 뿌렸으니 상관없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두운 공간을 걸어가기 시작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저만치에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알리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알리샤는 엘리고르가 오자마자 무엇인가를 잔뜩 적고 있던 노트에서 시선을 떼고 그녀를 바라봤다.

엘리고르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야?”

엘리고르의 물음에 알리샤는 자신이 적고 있던 노트를 슬쩍 보고는 입을 열었다.

“만약 그분을 소환할 수 있을 정도의 매개체가 존재한다면 1달 안쪽으로 다시 한번 그분을 소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지만, 만약 매개체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매개체를 모아야 해.”

“그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알리샤.

그런 알리샤를 보며 엘리고르는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 준비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준비해 놔. 매개체는 내 쪽에서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씩 웃는 엘리고르의 모습을 보며 알리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하리남을 보며 나는 말했다.

“그래, 아마 대만에 도착하면 그쪽에서 너를 안내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쥐고 있던 명함을 하리남에게 넘겨주었다.

“이건?”

“대만에 가고 나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너를 안내해 줄 사람을 마주치지 못하면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만약 혹시라도 그 녀석에게서 ‘검은 뿔’이 드랍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녀석의 시체를 뒤져봐. 만약 시체를 뒤져서도 안 나오면 다른 녀석을 죽여보고.”

내 말에 하리남은 웃으며 대답했다.

“형님 걱정하지 마십쇼. 잘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내 대답을 끝으로 다시금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길드 사무소 앞에 있던 차량에 탑승한 하리남을 본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그 뒤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탔다.

사실 원래라면 하리남과 같이 대만으로 가 로우레테가 찍어주었던 A급 개방형 던전인 ‘투기장’을 같이 클리어하려 했지만, 어차피 하리남이 클리어하러 가는 던전의 등급은 A급.

하리남 혼자서도 충분할 것이었다.

나는 차를 타고 이동하며 빠르게 루트를 점검했다.

로우레테에게서 엘리고르에 대한 정보를 들은 지도 3일.

나는 그 뒤로부터 서서히 계획을 세워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각성 아이템의 불 확실성 때문에 언제고 뒤바뀔 수 있는 계획이기는 했지만, 언제나 지표는 필요한 법이니까.

지금부터 이계화까지 남은 시간은 약 5달 정도였다.

그리고 이계화가 이루어지는 시간까지 남은 5달 동안 내가 참가할 만한 일들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바로 일본에서 출현하는 SS급 대형 던전.

두 번째는 그 뒤 곧바로 북한쪽에서 일어나는 SS급 대형괴수 사건

세 번째는 이계화가 시작되기 직전 독일에서 시작되는 44괴수 사건

이렇게 총 세 가지가 이계화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큰일들이었고,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그 이외에도 마정석을 얻어서 길드원들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필수에 가까울 정도였다.

“……엘리고르.”

60개의 군단을 지휘한다고 알려진 엘리고르를 상대하려면 이쪽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아군은 무조건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에 빠져든 지 얼마나 되었을까.

“도착했습니다.”

앞에 있던 운전수의 말에 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문을 열었고, 나는 곧바로 눈 앞으로 보이는 던전의 입구를 바라봤다.

“아! 저기 협회측의 차량을 타고 김우현 헌터가 던전에 도착했습니다.”

“현재시간 2시, 한국에서는 첫 번째로 등장한 S급 ‘개방형’ 던전 클리어를 위해 김우현 헌터가 남산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김우현 헌터의 던전 클리어를 중계하는 곳은 바로 고구려 길드 소속이라고 합니다.”

“듣기로는 저번 SS급 던전을 양도할 때, 제안했던 조건 중 하나라는 소리가 있기도 합니다.”

사방에서 떠드는 목소리와 함께 셔터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시선을 돌려 슬금슬금 이쪽으로 오고 있는 고구려 길드 소속의 카메라 감독을 바라본 뒤,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한순간 검은 영역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그림자들이 생겨나는 것을 필두로 나는 망설임 없이 던전 안으로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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