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06화 (106/202)

# 106

나 혼자 10만 대군 106화

31장 에피메테우스의 횃불(2)

[‘SS급 일반 던전 횃불의 초대, 그림자 왕 4시간 만에 클리어!]

[SS급 일반 던전 전 세계 신기록! 4시간 03분 23초!!]

[고구려 길드에서 촬영한 클리어 영상! 12시에 유튜X 고구려 채널에 공개한다!]

[고구려 길드, 그림자 왕 김우현과 이어졌던 관계 끊어지지 않았다!]

“아저씨, 아이스크림 안 먹어요?

스마트폰에 가득 떠오른 뉴스를 보던 중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내 앞에는 김서윤이 분홍색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숟가락을 움직여 아직도 많이 남은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퍼 입에 가져다 넣었다.

“……맛있네.”

1월에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다.

“서윤아.”

“……? 왜요?”

“내가 아까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 겨울이잖아?”

“그쵸?”

“근데 왜 이런 한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한 거야?”

“……그냥?”

잠깐의 침묵 끝에 나온 김서윤의 말에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그마한 분홍색 숟가락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시 한번 입안에서 느껴지는 과하지 않은 단맛에 저도 모르게 숟가락을 다시 한번 움직일 무렵.

“저, 저기.”

“……?”

“그, 김우현 헌터 맞으시죠?”

숟가락을 아이스크림에 집어넣은 순간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무엇인가가 굉장히 수줍어하는 듯한 여성이 서 있었다.

나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여성의 손에 들려 있는 수첩과 펜을 보고 그녀가 어떤 의도로 내게 접근했는지 깨달았다.

“네, 맞습니다.”

“아! 그, 사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슬쩍 수첩을 내밀었고, 나는 무척이나 익숙하게 그녀의 수첩을 받아 사인을 해주었다.

수줍은 얼굴에서 한순간 무척이나 밝아지는 여성의 얼굴을 보며 나는 여성에게 사인을 넘겨주었다.

이내 그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몇 번이고 내게 인사를 한 뒤 걸음을 옮겼다.

“와! 애겁게에서 본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걸 볼 줄이야!!”

저 뒤로 떠나가는 여성의 모습과 함께 들린 목소리.

애겁게?

애겁게가 뭐지?

……뭐, 알게 뭔가.

나는 곧 들었던 내용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린 뒤 숟가락을 들어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

내가 숟가락을 두 번 움직일 동안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김서윤의 숟가락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너 뭐 하냐?”

“아, 아니. 그냥 좀…….”

왜인지 모르게 숟가락을 집은 체 묘하게 굳어 있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껴 무척이나 당황스럽다는 제스처를 온몸으로 보여주며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김서윤.

도대체 뭐 때문에……?

김서윤의 볼이 미묘하게 홍조를 띠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슬쩍 어깨를 으쓱이고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지만, 굳이 물어봐서 김서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 * *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고급 아파트.

관리비만 해도 월에 50은 가볍게 넘어가는 고급스러운 아파트 안에서 하리남은 침대에 누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너무 넓단 말이야.”

하리남은 무척이나 넓은 아파트의 풍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능력을 개화하고 S급 헌터가 되고 나서 벌어들이는 돈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난 터라 예전부터 하려던 자취를 하기 위해 부동산에 들른 건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지.

“말빨에 털려서 이런 집을 사게 될 줄이야.”

하리남은 정말 아무런 사전조사도 하지 않은 체 그저 돈만 들고 부동산을 찾았고, 그 결과 지금 있는 이 집을 사게 되었다.

평수만 해도 50평이 가볍게 넘어가는 거대한 집.

“…….”

‘분명 처음에는 이 정도는 좀 과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말 그대로 처음뿐이었고, 하리남은 그 뒤에 마치 신이 들린 것처럼 입을 놀리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넘어가 집을 사버렸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

돈은 별문제가 없었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은 방 때문에 계약을 무를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계약은 전부 끝나 있었다.

그 뒤에는 차라리 가족을 불러 이곳에서 살게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너무 큰 집이라 오히려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부모님에 말에 하리남은 결국 이 넓은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쩝…….”

‘너무 넓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은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도 잠시, 하리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별다른 가구가 놓여 있지 않아 더 넓어 보이는 방을 훑어본 뒤 이내 컴퓨터를 켜고 매일 한 번씩은 들어가는 채팅방에 들어갔다.

‘뭔가 안심된단 말이야.’

채팅방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에 미소 짓던 하리남은 이내 채팅을 쳤다.

[최강지존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최강지존: 안녕하세요.

푸른달빛: 최강지존 님, 안녕하세요~

붉은악마의미소: ㅎㅇㅎㅇ~ 맨날 들어오는 시간에 들어오시네여.

히토미꺼라: 안녕하세요~

‘전부 들어와 있네?’

원래부터 채팅방의 맴버였던 ‘푸른달빛’과 ‘붉은악마의미소’ 이외에 2개월 전부터 새롭게 들어온 ‘히토미꺼라’까지 기본적으로 채팅방에 들어오면 만날 수 있는 멤버가 전부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최강지존: 다들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요?

히토미꺼라: 아, 최강지존 님, 오늘 카페 추천글 1위 보셨어요?

촤강지존: 아니요, 아직 안 봤네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하리남은 딱히 팬카페의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냥 1주일을 기준으로 보면 2~3일에 한 번 들어가서 적당히 추천글을 탐방하다 나오는 정도?

그마저도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나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어차피 씨커 길드의 팬카페에 올라온 글들은 이미 대부분 길드 내에서 들은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리남은 카페 활동보다는 오히려 이곳에서 들어온 인원들과 느긋하게 대화를 하는 것을 더욱 선호했다.

히토미꺼라: www.never.co.kr/cafe/Seeker/1102933823 <<<<< 들가보세요.

최강지존: 뭐길래요?

히토미꺼라: 아, 맞아 최강지존 님, 애틋하게 뜨겁게 보셨나?

최강지존: 보기는 봤죠.

‘그렇게 자세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채팅방의 맴버인 푸른달빛’이 연재하는 팬픽 소설, ‘애틋하게 뜨겁게’는 팬카페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하리남은 딱히 그 글에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뭐…… 그냥 평범한 연애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일까?

히토미꺼라: 보시면 놀랄걸요? ㄹㅇ

최강지존: 그래요?

문득 ‘붉은악마의미소’와 ‘푸른달빛’이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하리남은 마우스를 이용해 ‘히토미꺼라’가 올려준 링크를 클릭했다.

곧 열린 인터넷 창에서 한 장의 사진이 나왔다.

“……길드장님이랑 서윤이잖아?”

그리고 그 사진에는 김서윤과 씨커 길드장의 길드장인 김우현이 사이좋게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게 왜 추천글 1위지?’

하리남은 저도 모르게 드는 생각에 마우스의 휠을 내렸고, 곧 댓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자유로운헌터: 와 애틋하게 뜨겁게 그냥 미래 사전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화에 나오는 김서윤 김우현 아이스크림 씬이 그대로 재현 됐자너? 엌ㅋㅋㅋㅋㅋ

ㄴ밥먹고싶다: ㄹㅇ 진짜 보고 깜짝 놀라 버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애겁게 ㄹㅇ 미래 사전임? 설마 1화부터 쓰여 있던 내용 전부 있는 예언의 내용이라고?

ㄴ그림자는빛으로: 그림자 왕 썸 타는 거 무엇???

-이거실화냐: 와, 이거 리얼이야? 이거 누가 끝까지 봤냐? 소설처럼 진짜 물빨 함?

ㄴ 하악하악: 흠흠……너무 가셨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고 하네요.

ㄴ 흠터레스팅: 아, 아쉽…….

ㄴ 헌터B급: ……? 도대체 뭘 아쉬워 하는 것이지?

리얼헌터가좋아요: 근데 은근히 김우현 묘하게 표정 굳어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ㄴ 군필여고생쟝: 응? 은근히 이 말 보고 사진 보니까,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ㄴ 산와와: 그냥 원래 표정이 저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생각해 보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네?

‘아, 최신화에 나왔던 장면이랑 똑같아서 지금 이게 1위를 찍고 있는 거구나?’

현재 팬 카페에서는 올렸다 하면 1주일은 기본으로 추천글에 올라와 있는 팬픽 ‘애틋하게 뜨겁게‘의 최신화에서는 확실히 이런 장면이 나오기는 했다.

‘확실히 그 팬픽을 봤으면 다들 묘하게 흥분할 떡밥이기는 한데…….’

하리남은 곧바로 채팅창을 올려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최강지존: 아 ㅋㅋ 이거 최신화에 나온 그 장면이랑 좀 겹치네요?

히토미켜라: 그쵸, 그쵸? 저도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최강지존: 근데 푸른달 님이랑 붉은미소 님은 어디 가셨나?

히토미켜라: 그르게요. 오늘은 이상하게 말이 없으시네 ㅎㅎ……

푸른달빛: 아, 잠깐 뭐 좀 하고 있어서요…… ㅎㅎ

붉은악마의미소: 저도 ㅋㅋ…….

최강지존: 요즘 다들 바쁘신가 보네요.

붉은악마의미소: 아뇨, 오늘 일은 다 끝냈는데 좀 피곤해서요 ㅋㅋ

히토미켜라: 아하…….

그 뒤로 갑작스레 조용해진 채팅방.

하리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평소에는 4명밖에 없어도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꽤나 조용한 방의 분위기에 묘한 느낌을 받은 하리남은 이 조용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조금 전 봤던 추천글의 댓글 중 하나를 긁어왔다.

최강지존: [근데 은근히 김우현 묘하게 표정 굳어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엌, 이 댓글 보고 있으니까 묘하게 진짜 그림자 왕 얼굴 굳어 있는 것 같네요 ㅋㅋ

히토미켜라: 아, 저도 그거 봤어요 ㅋㅋ 확실히 그 댓글 보고 보니까 약간? 그런 느낌 드는 것 같던데 ㅋㅋㅋ

푸른달빛: 아, 그거 ZZZ

하리남이 가져온 댓글 하나로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채팅방의 분위기를 느끼며 그가 열심히 채팅을 치고 있을 때였다.

붉은악마의미소: 아닌데.

푸른달빛: 네?

붉은악마의미소: 얼굴 안 굳어 있었거든요? 오히려 엄청 좋아했는데?

최강지존: ????

붉은악마의미소: ?

히토미켜라: ?

히토미켜라: 그걸 어떻게 알아요?

히토미켜라의 질문과 동시에 일순 침묵하는 채팅방.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붉은악마의미소: 아니, 제가 저기 있었거든요…… 그, 사인 받으려구요.

채팅이 올라왔다.

* * *

늦은 저녁.

씨커 길드의 사무실에서 나는 손에 쥐여 있는 아이템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을 바라봤다.

“음 이걸로 되려나.”

책상 앞에 놔둔 마정적 포댓자루를 본 나는 다시 한번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에피메테우스의 횃불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에는 스스로를 시간의 굴레에 밀어 넣어 지식을 탐구한 현자의 영혼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현자는 마정석을 매개로 해 현신할 수 있으며 또한 마정석을 매개로 해 사용자에게 지식을 줍니다.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은 ‘소환’이라는 명령어에 반응합니다.

--------------------------

“소환”

아이템의 설명을 읽은 나는 망설임 없이 명령어를 외쳤다.

그와 동시에 마치 등불 같은 모습을 한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의 심지에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곧 있어 횃불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