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03화 (103/202)

# 103

나 혼자 10만 대군 103화

30장 각성 키워드(4)

T. 월터의 비서인 에밀리에게 공항까지 배웅을 받은 뒤 남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나는, 어쩌다 보니 예전에 한 번 들어갔었던 씨커 길드의 팬카페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어차피 스마트폰으로는 딱히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시간이나 때우자 싶어 글을 둘러보던 도중, 나는 팬카페 제일 상단에 추천 글로 올라와 있는 소설을 볼 수 있었다.

‘애틋하게 뜨겁게’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을.

분명 예전에 팬카페에 들어왔을 때도 추천란에 있었던 것 같은 그 글은 아직도 카페 상단의 추천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궁금함에 나는 ‘애틋하게 뜨겁게’를 클릭했고, 곧 여러 의미로 엄청난 것을 봤다.

아니 뭐, 당연히 소설 중에는 여러 가지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처음 카페에서 저 글을 우연히 봤을 때만 해도 대충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도 더 본격적인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글을 자세히 읽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 그냥 거기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갔으면 상관없었겠지만, 내가 그 글에 댓글을 단 게 문제였다.

뭐, 사실 처음 댓글을 달고 있을 때만 해도 별생각은 없었다.

그냥 말 그대도 느낀 점을 그대로 댓글에 적어 넣었을 뿐이다.

그 뒤로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비행기에 오르고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터짐과 동시에 내 스마트폰은 진동이 멈추지 않게 되었다.

[새 알림이 떴습니다! 여기를 터치해 주세요!]

[새 알림이 떴습니다! 여기를 터치해 주세요!]

[새 알림이 떴습니다! 여기를 터치해 주세요!]

[새 알림이 떴습니다! 여기를 터치해 주세요!]

…….

…….

결국, 폰을 무음으로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눈앞에 뜨고 있는 새로운 알림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더욱 늘어나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게 온 알림 댓글 중 하나를 클릭해서 보니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비아냥과 동시에 나를 묘하게 조롱하는 듯한 댓글이 달려 있었다.

“…….”

그리고 그날, 나는 곧바로 다른 댓글들을 볼 필요도 없이, 댓글 알림들을 전부 차단해 버렸다.

왠지 모르게 다음부터는 그냥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 *

“다녀왔습니다.”

“저희 왔어요!”

“……? 꽤 빨리 왔네?”

길드 사무실 2층,

그곳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나는 내 생각보다도 빠르게 도착한 김서윤과 이은별을 보며 입을 열었고 내 말에 김서윤은 입을 열었다.

“뭐, A급 던전 정도야 저한테 걸리면 껌이죠~”

김서윤의 자신만만한 듯한 목소리에 나는 대답했다.

“그래, 그래. 그거야 잘 알지…… 그래서, 좀 신경 쓰이는 건 찾을 수 있었어?”

시선을 돌려 김서윤의 뒤에 있는 이은별을 바라보자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보스를 잡고 나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찾아보기는 했는데, 던전의 보스를 뒤져도 딱히 나오는 게 없더라구요.”

“그래?”

내가 LA에서 돌아온 지 3일 뒤, 나는 그림자 요새에서 만났던 실베르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나름대로 가설을 세웠다.

‘어둠의 종족.’

그런 어둠의 종족 중에서도 다크엘프 에게만 나누어 주었다는 ‘푸른 달의 정기’

들은 이야기는 무척이나 많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그 두 가지뿐이었고, 나는 그 두 가지를 가지고 나름대로 이은별의 각성 아이템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바로 한국에 있는 A급 던전인 ‘다크엘프의 성역’.

“역시 그렇게 간단하게 각성 아이템을 찾는 건 힘든가.”

뭐, 확실히 각성 아이템이 그렇게 찾기 쉬웠다면, 너도나도 각성했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크 엘프’가 몬스터로 출현한 던전 중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나?

실베르트의 말을 떠올려 보면 그는 분명 자신들이 섬기는 신 ‘크루아 크루아흐’가 북부를 지키고 있는 다크엘프 세 명에게 자신의 힘 중 하나인 ‘푸른 달의 정기’를 나누어주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하게 ‘다크 엘프’가 주력으로 나오는 던전 중에 이은별의 각성 아이템인 ‘푸른 달의 정기’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뭐, 아니면 오히려 지금 내 각성 던전처럼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

“으음…….”

역시 각성 아이템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다.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김서윤은 휴게실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근데 진짜 그 각성 아이템이라는 거 이렇게 찾을 수 있기는 한 거예요?”

김서윤의 물음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찾아?”

정보가 하나도 없는데 몸으로라도 뛰어야지.

나야 당장 회귀 전만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각성하기 위해 전 세계를 거의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었다.

각성 아이템인 ‘검은 돌’이 나올만한 분위기의 던전이 생겨났다고 하면 무조건 한 번은 가보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정보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김서윤이 저기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한 제츠처를 취하는 게 보였다.

이은별은 그런 김서윤 옆에 앉더니 자신의 보라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근데 확실히 서윤이 말에 살짝 동의하기는 해요. 이런다고 과연 찾을 수 있을지.”

“맞아. 뭔가 딱히 특별한 표식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쩝, 뭐 그렇기는 하지.”

내 대답에 김서윤은 이내 소파 손 걸이에 얼굴을 묻고는 이내 칭얼거렸다.

“아~ 그냥 아티팩트 중에서 뭐 그런 거 없나? 그냥 내가 원하는 물건 딱 상상하기만 하면 그런 거 어디 있는지 말해주고 그런 아티팩트…….”

김서윤의 말에 피식 웃은 나는 대답.

“나 참, 그런 게 있…….”

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왜 말을 끊어요?”

나를 바라보고 입을 여는 김서윤을 한번 바라본 나는 곧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확실히 회귀 전, 김서윤이 말한 것과 같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서윤이 말하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아티팩트가 세상에 한 번 나오기는 했다.

이름이 뭐였지?

에피……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이었나?

……뭐, 애초에 회귀 전에 그 횃불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혹시나 각성 던전을 조금이라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어떻게든 그걸 구해보려고 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나 유감스럽게도 그때 당시 그 횃불을 얻었던 건 그때 한참 SSS급 헌터로 올라선 고구려 길드의 이광천이었다.

그가 SS급 일반 던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은 고구려 길드에서 갑작스레 유실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실된 것이 아니라 한참 신천 길드와 치고박고 하는 도중 유실된 것 같지만, 그거야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그저 짐작할 뿐이다.

“저기요? 아저씨?”

“왜?”

“아니, 갑자기 말하다가 끊어서요, 갑자기 왜 그래요?”

“음, 잠깐 생각난 게 있어서.”

“생각난 거요?”

“응.”

고구려 길드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의 효과는 횃불 안에 있는 영체가 마정석을 투자한 만큼의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뭐, 어느 정보를 얻어내는 데 얼마나 마정석이 필요한지는 발표조차 되지 않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는 결국 그 횃불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혼자 각성 던전을 전부 찾았기 때문에 횃불에 관한 기억은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횃불은 결국 횃불은 제대로 사용된 적도 없이 그저 아이템의 효과만을 발표한 채 유실되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이제 슬슬.”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려 날짜를 확인한다.

날짜는 이제 막 1월 20일을 가르치고 있는 날짜.

분명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이 나온 SS급 일반 던전은 전 세계에 이계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출현했었다.

하지만 언제 일반 던전이 나오는지 정확한 날짜는 몰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 한편에 저장되어 있던 텍스트 본을 꺼내서 확인해 봤지만 역시 적혀 있지 않았다.

뭐, 애초에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이 있었다는 것도 김서윤의 말을 듣고서 알았는데, 내가 써놨을 리가 없기는 했다.

“쯧…….”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뭐, 내 생각처럼 일이 쉽게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되면 일반 던전이 발견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까?

원래 일반 던전은 처음 발견하는 헌터가 그 일반 던전의 선점 클리어권을 얻게 되지만,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이 나오는 던전은 무려 SS급 등급이다.

그리고 한국에는 지금 SS급 일반 던전을 안전하게 클리어할 만한 길드는 없었다.

그나마 클리어 가능성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던 고구려 길드의 이광천은 이전 하이브 사태와 연달아 터진 변이체 사태로 인해 아직 고구려 길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신천 길드 또한 길드장인 독문석과 길드의 고위 헌터들이 전부 사라진 뒤에는 완전히 그 위세를 잃었다.

물론 그 덕분에 지금 한국은 중형 길드들이 어떻게든 대형 길드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한국에는 SS급 던전을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지금 우리 ‘씨커’ 길드를 빼면,

나 혼자서도 클리어가 가능하고, 어쩌면 김서윤 혼자서도 클리어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마력으로 신체 능력을 대폭 올리는 스킬을 얻은 이은별도 가능할지 모른다.

……뭐, 결론적으로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어떻게든 기회는 올 것이다.

“흠…….”

그동안 마정석이라도 잔뜩 모아놓아야 하나?

내가 생각하고 있자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언니. 아저씨 왜 또 저래요?”

“나도 잘…….”

“그냥 또 갑자기 훅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 버리네……아저씨? 정신 차려요!”

“내가 말 했잖아 생각할 게 있었다니까?”

“흠…… 그래도 말하는 중에 갑자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버리는 건 좀…… 에바 아니에요?”

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한 김서윤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고, 나는 그런 김서윤의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기를 잠시, 김서윤은 이내 무엇인가가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그 이야기하려고 했었는데, 그거 들었어요?”

“그거라니?”

“그거요! SS급 던전!”

“……? SS급 던전?”

내가 되묻자 김서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조작하며 입을 열었다.

“네, SS급 던전이요. 이번에 고구려 길드에서 발견했는데, 조사 결과 SS급 던전이라고 나와서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던데요?”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넘겨주었고, 그녀의 스마트폰을 받은 나는 곧 스마트폰에 떠 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고구려 길드에서 발견한 일반 던전, 감정 평가를 받아보니 무려 SS급 던전!]

[한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SS등급 던전, 고구려 길드, 무리해서 던전 공략하나?]

[고구려 길드의 길드장 이광천 묵묵부답]

[한국에서 발견된 첫 SS급 일반 던전 ‘횃불의 초대’ 과연 어떤 길드가 공략 가능한가?]

김서윤의 스마트폰에 한가득 떠 있는 뉴스를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운이 좋은데?”

에피메테우스의 횃불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 타이밍 좋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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