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02화 (102/202)

# 102

나 혼자 10만 대군 102화

30장 각성 키워드(3)

미국 LA 근처에 위치한 ‘그림자 요새’.

“‘크루아 크루아흐’ 님에 대해 알려달라고?”

“그래.”

상황은 전과 같았다.

그림자 요새에 남아 있는 것은 다크엘프를 비롯한 몬스터들의 시체뿐이었고, 그 위용을 자랑하던 몬스터의 요새는 그림자들에 의해 완전히 박살 나 더 이상 요새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망가진 요새 안에서는 마치 내가 처음 봤을 때와 같이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대감을 만지작거리는 실베르트의 모습이 보였다.

“네가 어떻게 그분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뭐, 좋다. 내 군대를 혼자서 뚫고 온 자네에게 경의를 표하는 부분에서 몇 가지 질문을 받아주려 했으니 자네의 대답에 답해주도록 하지.”

그는 곧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자신의 대검을 툭툭 건드리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는 그분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지?”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다.”

내 말에 실베르트는 슬쩍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크루아 크루아흐’. 그 분은 우리 어둠의 일족을 돌보는 신 중 한 분이시지.”

“어둠의 일족?”

내 되물음에 실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 어둠의 일족. 자네는 아마 자세히 몰라서 설명하기가 좀 어렵기는 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종족들의 신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군.”

검은 피부를 가진 종족들의 신이라고?

내가 슬쩍 의문이 드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역시 실베르트는 거기까지 설명해 줄 만큼 친절하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입을 열기는 했지만, 거기에서 딱히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 뒤에 실베르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내게 있어서 그리 쓸모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크루아 크루아흐’가 알지도 못하는 대륙 12신 중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거나, 또 어떤 힘을 가지고 어둠의 일족들을 보호했고……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서서히 실베르트가 말하고 있는 ‘크루아 크루아흐’에 흥미가 떨어지고 있을 무렵, 실베르트는 내뱉은 말은 식어가고 있는 내 흥미를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어둠의 종족 중에서도 대표 격인 우리 ‘다크엘프’에게 자신의 힘 중 일부인 ‘푸른 달’ 이용해 3개의 신물을 만들어 각각 북쪽을 지키는 다크엘프에게 주었지.”

“푸른 달을 이용해 만든 3개의 신물이라고?”

내 되물음에 실베르트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기형적인 대검을 쥐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시작하도록 하지. 그냥 간단한 대답만 해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시간을 많이 끌었군.”

……?

아니, 이제야 조금 들을 만한 정보가 나오는 것 같았는데?

“잠깐, 푸른 달을 이용해 3개의 신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조금 자세히 듣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

쯧.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어차피 실베르트가 싸울 의지를 가지기 시작하면 그에게 질문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아무리 질문해 봤자 실베르트는 대답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망설임 없이 핸디드에 있던 검은 검신을 꺼내 들었고, 이내 그는 검은 검신을 바라보고는 이내 슥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하도록 하지.”

실베르트의 말과 함께 그가 쥐고 있던 기형적인 대검이 일순 하늘로 높이 들어 올려졌지만, 저번에도 그랬고,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베르트가 쥐고 있는 대검이 휘둘러지는 일은 없었다.

* * *

“그래서 그 ‘알리샤’라는 여자는 찾았습니까?”

국제 헌터 협회 3층에 있는 상위 위원장실, ‘그림자 요새’를 빠르게 클리어한 뒤, 나는 그림자 요새의 선점권을 잡아준 월터에게 감사를 표할 겸, 그리고 또 최근 들리는 정보들을 들을 겸 국제 헌터 협회에 와 있었다.

“아뇨,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T. 월터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앞에 있는 한 여자의 사진을 바라봤다.

눈 밑에 짙게 껴 있는 다크서클, 이리저리 산발이 되어 있는 머리.

바로 지금 이 사진에 찍혀 있는 것이 바로 결사단의 마지막 멤버 중 한 명인 알리샤라는 여자였다.

혹시나 이 여자도 헌터 킬러 중 한 명인가 하고 회귀 전에 기억을 뒤져봤지만, 적어도 이 여자는 내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뭐, 애초에 내가 그렇게 일일이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 좋은 머리를 가진 건 아니지만.

사진을 보고 있자 월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그래도 서서히 그녀의 꼬리가 밟히기 시작했으니, 그녀의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기만 한다면 그녀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말씀은 잘 알겠지만, 너무 이 사진 속에 나와 있는 여자를 얕보지는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여자도 분명 상당히 위험할 테니까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측에서는 이번 임무에 당장 국제 협회 소속의 SSS급 헌터를 파견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런 월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고, 그도 나처럼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월터의 시선을 따라 창문 너머를 보자 한참 매연과 중장비들로 가득한 LA의 거리가 보였다.

“그래도 상당히 회복이 빠른 편인 것 같군요.”

얼마 전 일어난 하이브 사태로 인해 LA의 남부 쪽은 완전히 박살 났었다.

물론 지금 풍경에서도 딱히 LA가 멀쩡하게 복구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고작 1주 정도가 지났다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LA는 복구되고 있었다.

“뭐, 자재와 헌터들이 충분한 덕분이죠. ‘국제 헌터 협회’에는 건축 관련 능력을 가지고 있는 헌터들도 있으니까요.”

나는 월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네, 할 일이 좀 많아서…….”

사실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알리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으니까.

뭐, 솔직히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악마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판에 마냥 놀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는 당장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았고, 또 내 전력을 나름대로 강화시켜 두기도 해야 했다.

지금까지 모아놨던 전력은 포식자 릭과의 싸움에서 죄다 사용해 버렸으니까.

“제 비서가 공항까지 배웅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다시 한번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내 인사치레를 받으며 월터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그런 월터에게 슬쩍 고개를 숙인 뒤 나는 곧 상위위원실을 빠져나왔다.

* * *

새롭게 옮긴 길드 사무실의 2층의 휴게실, 그곳에는 김서윤이 있었다.

소파에 누워 묘하게 홍조 띤 얼굴로 시선을 스마트폰에 두고 있는 김서윤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스크롤을 내렸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후…….”

김서윤은 묘하게 달뜬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저도 모르게 꼭 쥐곤 자신의 가슴 쪽에 가져다 대더니 이내 끼야아아악! 하는 비명 아닌 비명을 질렀다.

“너무 재미있잖아아아아아!!”

김서윤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어제 막 올라와 다시 한번 카페 최상단의 추천란을 독보적으로 달리고 있는 글 제목을 읽어 내려갔다.

‘애틋하게 뜨겁게 50화.’

49화를 기점으로 5달 가까이 나오지 않았던 ‘애틋하게 따뜻하게’의 신작이 드디어 나온 것이었다.

김서윤은 저도 모르게 이제라도 와줘서 감사하다는 뉘앙스의 댓글들을 보며 무척이나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댓글을 읽던 그녀는 어느 순간 스크롤을 내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릴 수 없었다.

최신 편에 달린, 반대가 1만 개를 넘고 있는 하나의 댓글 때문에.

-어둠속에서: 음, 너무 자극적인 것 같은데 이런 건 안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만약 이 팬픽에 나온 당사자들이 본다면 불편해할 것 같은데…….

└우현옵하: ㅁㅊ ㅋㅋㅋㅋㅋ 싫으면 보지 마세요. 왜 갑자기 와서 꼰대질이시죠?

└갑분싸를아는남자: 아니, 그걸 어떻게 님이 아시는데요? 개 어이없네? 아니, 이런 글을 쓰든 말든 님이 뭔 상관이죠? 그냥 안 보시면 되는 거지.

└은별이누나애껴욧: 아, 제발 이러지 말자 작가님 이제 돌아왔는데, 이 글 보고 또 잠수 타면 어떻게 하냐……. 제발, 제발 그러지 마. 이제 중요한 씬이란 말이야! 제발!!!

└이로하스: ㄹㅇ 이로하 이제 중요한 부분에서 갑자기 갑분띠 댓글 오져 버렸죠? 딱 보니까 게시글 하나도 없고, 댓글 하나 없고, 출석조차도 5회밖에 안 되는데……분탕질이잖아요? 관심 주지 맙시다.

└붉은핸들로가버렷: ㄹㅇ 왜 이 졸라 중요한 부분에서 이렇게 극딜을 거는 건지……. 짜증 ㅋㅋㅋ 이제 김서윤 아이스크림 같이 먹으면서 애정 루트 바로 타버리자너~

└이로하스: ?

└은별이누나애껴욧: ??? 왜 헛소리지?

└리남이절대근육: 흠…….

대댓글의 숫자만 자그마치 3,000개.

“와, 화력 엄청나다.”

분명 이 댓글이 올라온 시간은 5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그마치 이 댓글에 달린 대댓글만 3,000개가 넘어가는 것을 보니 새삼스레 자신이 보고 있는 글의 인기도가 실감이 났다.

김서윤은 슬쩍 스크롤을 올려 이미 분탕 댓글이라고 확정이 난 댓글을 다시 한번 읽어봤다.

‘당사자들이 본다면 불쾌할 것 같다고?‘

……뭐, 불편하다기보다는 뭔가 묘하게 당황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서윤은 최근 올라오는 화를 보고 있자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는 기분을 가끔가다 느끼고는 했다.

김서윤은 그렇게 ‘애틋하게 뜨겁게’에 달려 있는 댓글들을 몇 개 확인한 뒤, 이내 스마트폰 위에 떠 있는 시간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일하러 가야지.”

김서윤은 가볍게 몸을 풀며 휴게실 왼쪽에 붙어 있는 이번 분기의 던전 할당량을 바라봤다.

씨커 길드에게 할당된 던전은 총 30개,

“이 정도는 껌이지.”

김서윤은 씩 웃으며 휴게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 * *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국제선 비행기 안.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5시간 정도가 더 남아 있는 상황.

위이이이잉!

“…….”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미친…….”

나는 내 손 안에서 쉴 새 없이 떨어대고 있는 스마트폰을 서둘러 꺼내 무음으로 바꾸기 위해 잠금을 해제했지만…….

[새 알림이 떴습니다! 여기를 터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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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알림이 떴습니다! 여기를 터치해 주세요!]

…….

…….

“아니, 이런 미친.”

나는 눈앞에 쉴새 없이 뜨고 있는 새 알림을 보며 저도 모르게 왠지 모를 공포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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