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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01화 (101/202)

# 101

나 혼자 10만 대군 101화

30장 각성 키워드(2)

“여기에는 무슨 일이지? 네가 맡은 곳은 분명 다른 곳일 텐데.”

크세즈베트의 말에 씨익 웃은 엘리고스는 자신의 하얀 백발을 손가락으로 꼬며 입을 열었다.

“아니, 뭐. 그냥 좀 이상해서.”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분명 아직 봉인이 풀릴 때도 아닌데 이 세계에 네 마력이 뿌려져 있는 것도 이상하고, 거기에 더해서 지금 네가 먹을 것의 탈을 쓰고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고.”

웃으며 ‘더 말해줘?’라고 말한 엘리고스는 시체의 산 한가운데에 앉았고, 크세즈베트는 그런 엘리고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닐 텐데, 엘리고스.”

“뭐, 당연히 네가 책임지고 있는 세계를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솔직히 좀 심심했거든.”

“……심심했다고?”

크세즈베트의 대답에 슬쩍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미 내가 맡은 세계는 깔끔하게 처리했으니까.”

“……벌써?”

“뭐, 오히려 예상보다는 늦었지. 원래 1년 정도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드래곤인가 뭔가 하는 녀석들이 나타나서 시간을 좀 많이 끌었거든. 뭐, 그래 봤자 이제 거의 이겼지만.”

엘리고르는 피식 웃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뭐, 그래서 이제 슬슬 일도 전부 끝났겠다, 심심하던 차에 아직 봉인되어 있어야 하는 녀석의 마력이 사방에 뿌려져 있길래, 궁금해서 와본 거지.”

“그래서, 볼일이 없으면 슬슬 사라져 줬으면 좋겠는데.”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고?”

“네 도움 따위 없어도 여기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그래?”

크세즈베트의 말에 엘리고르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닌 것 같던데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크세즈베트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엘리고르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내가 여기에 조금 일찍 왔거든. 근데 이곳을 보니까 이 세계에는 외신의 능력을 받은 녀석들이 상당히 많던데?”

“그래서?”

“게다가 그중에서는 벌써 외신의 힘을 제대로 받아들인 녀석들도 있는 것 같은데, 뭣하면 내가 도와…….”

“쓸데없는 참견은 필요 없다, 엘리고르.”

엘리고르의 말을 끊은 크세즈베트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게 도와주고 외신 헌터의 영혼을 전부 빼돌리려는 것, 모를 줄 아나?”

크세즈베트가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자, 엘리고르는 그런 크세즈베트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뭐, 확실히 ‘실적’을 좀 가져가긴 하겠지만, 외신의 능력을 받은 녀석들에게 꼴사납게 소멸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엘리고르의 말.

“꺼져라.”

그런 엘리고르의 말에 크세즈베트는 마침내 눈을 사납게 뜨며 엘리고르를 노려봤고, 그런 그를 마주 보던 그녀는 시체의 산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네.”

엘리고르는 뒤편으로 걸어가며 어깨를 크게 으쓱이고는 말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크세즈베트.”

그녀는 마지막으로 ‘무리하게 실적을 모으려다가 오히려 실적들에게 소멸당하지 말고’라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다는 듯.

엘리고르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크세즈베트가 조용히 인상을 찌푸렸다.

* * *

“와, 진짜 여기라구요?”

“그래,”

“……너무 큰 거 아니에요, 길드장님?”

이은별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전에 있었던 곳처럼 적당한 걸로 사려고 했는데, 막상 그런 매물을 찾아보니 없더라고…… 그렇다고 또 건물을 새로 짓거나 이전에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는 건 귀찮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눈앞에 보이는 6층짜리 빌라를 바라봤다.

처음 한국에 일어났던 하이브 사태에 사무실을 잃어버린 지도 반년.

그동안 이런저런 일에 치여 계속 미루고 있던 길드 사무소의 이전을 결정했고, 무척이나 빠르게 이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당장 매물을 찾고 또 구매하는 과정, 추가로 새롭게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까지 더하면, 고작 2주일 만에 이렇게 이사 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돈의 힘은 위대했다.

그래, 돈이라면 안 되는 게 없었다.

세상이 몬스터와 괴수들로 인해 당장 도시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돈으로 안 되는 게 없었다.

저 멀리 에단과 함께 길드 사무소로 들어가고 있는 김서윤과 하리남, 그리고 이로하를 보고 있자 옆에 서 있던 이은별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돈이 엄청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어.”

나는 슬쩍 이은별을 바라봤다.

각성한 이후, 이은별의 외모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뭐, 그렇다고 해서 원판이 달라진 건 아니었지만, 흑발이었던 그녀의 머리칼은 옅은 보랏빛을 띠게 되었다.

눈동자 또한 머리 색과 마찬가지로 자수정을 박아 넣은 듯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고작 머리 색과 눈 색이 바뀐 것뿐이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 이 차이는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이은별은 묘하게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 아니.”

어쩌다 보니까 너무 빤히 바라본 것 같았다.

조금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은별에게서 약간 시선을 돌린 나는 이내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재량 안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선이었으니까.”

뭐, 확실히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내가 지난 2주 동안 사용한 돈은, 일반인이 평생을 모아도 벌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돈이었다.

건물을 매입하는 것부터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단계까지.

게다가 귀찮은 건 빨리빨리 넘기기 위해 돈을 물 쓰듯 사용한 것까지 합하면 돈이 있는 갑부들도 조금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돈을 써댔다.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내게 있어 돈은 벌고자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는 것 중 하나였으니까.

뭐, 그리고 지금 당장은 딱히 돈을 아낄 단계는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제 몇 번이고 확인했던 길드 사무소의 내부를 다시 확인했다.

깔끔하게 되어 있는 인테리어.

나는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느낌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까지 합쳐 총 7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솔직히 말해서 고작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쓰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그래도 뭐, 아직 영입해야 하는 인재들은 몇 명 정도 남아 있었다.

사실 최근에는 나 이외에도 다른 헌터들이 ‘각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보다는 ‘각성’에 대해 정확히 알아내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건물의 계단을 올라 2층에 위치한 휴게실로 올라갔다.

“아, 아저씨! 왔어요?”

내가 올라오자마자 기운차게 대답하는 김서윤을 보며, 나는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휴게실의 모습을 한번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이전의 길드 사무소와 비슷하게 만들진 휴게실의 모습.

사실 위층을 제외하면 지금 이 길드 사무실은 내가 과거에 샀던 길드 사무실과 달라지지 않았다.

지하에는 거대한 훈련실이 있었고, 1층에는 업무를 볼 수 있는 집무실이 있었다.

그 이외에 2층은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과 같이 휴게실이 만들어져 있었고, 3층과 4층은 어떻게 인테리어 할까 하다가 그냥 5층까지 길드원들의 개인 숙소를 만들었다.

한 층에 3개씩 총 9개의 개인실.

뭐, 어차피 길드에서 야근할 일이 없으니, 사용할 기회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냥 만들었다.

어차피 적당히 놀릴 공간이었으니까.

나는 김서윤과 에단의 재잘거림에 적당히 대답해 주며 앞에 있는 소파의 의자에 앉았다.

눈앞에는 어느새 올라온 하리남과 이로하, 이은별이 김서윤과 에단의 대화에 껴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 * *

그다음 날.

“여기 어때요?”

“……프랑스에 있는 몬스터 카니발? 그래 여기는 느낌이 좀 비슷하긴 하네.”

내 말에 김서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개방형 던전 ‘몬스터 카니발’에 형광팬으로 밑줄을 그었다.

계속해서 끝없는 던전을 읽어나가는 듯했지만, 그녀는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손에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책상에 내던지며 찡얼거렸다.

“으아…… 이 많은 걸 도대체 언제 다 봐요!?”

“확실히 좀 많은 것 같기는 한데…….”

김서윤이 찡얼거리자 그 옆에 앉아 있던 이로하가 전공 서적과 비슷한 크기의 종이뭉치를 들며 동의했다.

지하에 내려가 하루빨리 능력을 개화하겠다고 훈련하고 있는 에단을 제외한 길드원 전원이 이 엄청나게 두꺼운 종이뭉치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뭐, 확실히…….”

더럽게 많기는 했다.

나는 손에 들려 있는 종이뭉치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길드 사무소로 이사를 온 뒤, 나는 인재 영입과 각성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저울추를 쟀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닌, 지금 있는 인원들의 각성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뭐,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많네.”

찾아볼 던전이 많았다.

너무 많았다.

그냥 더럽게 많았다.

김서윤과 이은별 같은 경우는 이미 각성을 한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떻게 분류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김서윤과 이은별 둘 다 딱히 던전을 특정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김서윤은 ‘하이브 핵’을 먹고 각성했고, 이은별의 경우는 오히려 내 그림자 요새에서 얻은 ‘푸른 달의 정기’로 각성을 하게 되었으니까.

한마디로 딱히 특정할 만한 무엇인가가 없었다.

“쯧…….”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뭐, 나도 회귀 전에 각성 던전을 찾아다닐 때 이것과 비슷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역시 빡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결국 손에 쥔 종이뭉치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이렇게 찾는 건 좀 힘들 것 같긴 하네.”

“그쵸!? 이건 노답 수준이라니까요?”

김서윤의 격한 긍정.

뭐, 나는 멘땅에 헤딩해서 결과물을 얻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있을 때나 해당한는 이야기였다.

지금같이 시간이 얼마 없을 때는 최대한 헛고생을 할 수 있는 변수를 줄이는 게 좋겠지.

“…….”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고민하던 나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래도 LA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형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각성 던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

‘그림자 요새’에 있는 실베르트를 생각하며 나는 하리남의 말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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