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100화 (100/202)

# 100

나 혼자 10만 대군 100화

30장 각성 키워드(1)

영상 안에 비친 보라색의 달이 자신의 영롱함을 담아내듯 세상에 자수정 빛을 뿌려대는 것도 잠시.

분명 5초 전의 영상까지만 해도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던 달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유성우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보랏빛을 영롱하게 흩뿌리며 지상으로 추락하는 유성에 맞은 괴수들이 짓이겨 사라진다.

그렇게 명동에 풀려 있던 수천, 수만의 몬스터 무리가 떨어지는 유성우에 대비하지 못하고 목숨을 내어주었다.

고작 50초밖에 되지 않는 영상인데도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이 영상은 한순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아, 영상이 올라온 지 1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실시간 순위 1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국뽕맛좀보자: 이야~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추가요!

└아루루루: 222222 여기도 국뽕 한 사발 추가요!

└아재링: 국뽕 그냥 치사량까지 당긴다! 미친 이 영상은 몇 번을 봐도 소름이 가라앉지를 않네…….솔직히 이 정도 포텐이면 그냥 SSS급 주는 거 인정해야 하지 않냐?

-세계환경조무사: 와, 진짜 말도 안 되네, 그거 앎? 전 세계 기준으로, 지금 유튜브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부터 7위까지 전부 한국 씨커 길드 길드원 관련 영상임. 1위는 이은별 레드 폴 영상이고, 2위는 영국에서 김우현이랑 변이체랑 싸우는 거 그리고 3위랑 4위는 이로하랑 하리남이 명동에 있는 몬스터들 사냥하는 영상이고…… 5위가 김서윤이 A급 괴수 무기처럼 휘두르는 영상.

└너무피곤하군요: 엌ㅋㅋㅋㅋ 거의 씨커 길드가 세계를 재패해 버렸죠?

└진짜소름: 와 근데 진짜 씨커 길드 뭐냐……? 이게 바로 소설에서나 보던 그 소수정예의 군단이냐? 진짜 개 쩌네.

└그림자왕을사랑합니다.: 근데 진짜 개쩐다. 애초에 김우현은 요번에 SSS급으로 떡상했고, 김서윤이랑 이은별도 능력 측정 중이라는데? 내가 볼 때는 당연히 SSS급 나올 것 같고, 하리남이랑 후카이 이로하도 최소 SS급임 그리고 이 결과를 모아보면, 짜잔! 한 길드에 SSS급이 3명, SS급이 2명인 미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저세상사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세계에 18명밖에 없는 SSS급 헌터 중 세 명이 한국인에 그마저도 같은 길드 소속 ㅋㅋㅋㅋ 벨붕 터져 버렸자너~

-저기, 듣고 계시나요?

노트북 모니터를 보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네, 듣고 있습니다.”

내 말에 스마트폰에서는 다시 목소리가 들여오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때 일은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만약 그림자 왕이 구하러 와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이미…….

“아닙니다.”

통화음 너머에서 들리는 이자벨라의 목소리에 대답한 뒤, 마우스의 휠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내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혹시 그때 이자벨라 씨를 죽이려고 했던 그 녀석들의 신원은 어떻게…… 파악이 됐습니까?”

-아, 안 그래도 오늘 전화를 드린 것은 그 이야기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였습니다.

“뭔가 단서라도 발견했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뭔가 머뭇거리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이내 그녀는 입을 열었다.

-네, 런던 쪽에서는 그녀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왕실 쪽에 남아 있던 CCTV를 복구해 1주일 전 사망했던 헌터 킬러 그리고 그와 함께 다니던 동료의 얼굴이 찍혀서 신상을 파악하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네, 저희 쪽에서도 신상이 파악되는 대로 바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 그리고…….

“예?”

스마트폰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들려온 이자벨라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수화기를 들어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이내 그녀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묘하게 힘 빠지는 인사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동안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던 나는 스마트폰을 책상 한구석에다가 놔둔 뒤 한숨을 내쉬며 뻐근한 어깨를 주물렀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하이브 사태 그리고 런던에서 일어난 변이체 사태가 끝난 지도 어느덧 1주일이 지났다.

분명 1주일 전, 발견했을 때는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해 있던 이사벨라도 지금에 와서는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한 듯했다.

“그야말로 기적이구만…….”

처음 그녀를 부서진 왕궁에서 발견해 뒤늦게 도착한 협회 소속 의사에게 보여줬을 때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 의사의 판단도 잠시, 이사벨라는 그때 기적적으로 자신의 능력인 ‘버프’를 각성해 스스로에게 ‘버프’를 걸어 상태를 호전시켰다.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능력 개화 타이밍.

그리고 그렇게 이사벨라가 살아남은 덕분에 나는 그녀에게서 결사단의 남은 맴버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왕국 내의 CCTV를 복원해 확실한 그녀의 모습을 찾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아마 본격적으로 정보 기관에 그녀의 사진이 뿌려지기 시작하면 결사단의 마지막 맴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우스를 조작해 조금 전까지 떠 있던 유튜브의 사이트를 최소화시키고, 눈앞에 가득히 떠 있는 메인 뉴스를 찬찬히 읽었다.

[런던, 예전과 같은 모습 찾으려면 20년 이상 걸린다!’ 전문가 오창용]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씨커’ 길드!]

[러시아 정부 현재 시민들의 질타 받는 중, 정부는 무력 진압!?]

[중국, 일어난 하이브 사태에 다시 한번 삐끗, 하나 SSS급 헌터의 새로운 등장!]

[일반 던전 출현 횟수 급증! 저번 해와 비교해 100% 이상 상승!]

지난 1주일 동안 세계는 무척이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변이체 사태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다시피 한 런던은 국제 헌터 협회의 도움을 받아서 폭주 직전의 던전을 진정시키고, 어떻게든 런던을 재건하려는 것 같았지만…….

“뭐, 완전히 핵폭격 맞은 것처럼 날아가 버린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많이 필요하겠지.

그 이외에도 러시아는 하이브 사태를 막을 때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피해가 더 늘어나기 전에 하이브로 오염된 공간을 통째로 얼려서 박살 내버린 덕분에 정부와 시민 사이의 불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 소속 헌터들이 시위하러 나온 시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있다고 들었으니까, 조만간 러시아는 던전이 아니라 정부 헌터와 일반 헌터들 때문에 수도가 박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 봤자 러시아 정부 소속에는 SSS급 헌터가 있으니, 그냥 일반 헌터들이 지는 것은 뻔하지만,

……뭐, 그 이외에 LA나 이탈리아는 어떻게든 하이브 사태를 막아내고 피해를 복구하는 중이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이은별이 쏟아낸 유성우 덕분에 완전히 박살 난 명동을 재건하고 있었다.

전에 뉴스에서 보기로는 잔해가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차라리 건물을 재건하기에는 훨씬 편한 상황이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후…….”

그래도 악마가 남겨놓은 트리거는 이제 거의 다 박살 낸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주일 전에 잡지 못한 결사단의 마지막 맴버만 잡으면 악마가 세계 멸망을 위해 준비해 놨던 트리거는 전부 막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이계화’뿐인가.”

그리고 악마의 트리거를 전부 막고 나면, 이제 대비해야 할 것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 뒤에 일어나는 이계화 사태였다.

그리고 이계화 사태가 일어난 지 또 6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드디어 던전 안에 봉인되어 있던 ‘악마’가 깨어난다.

“뭐, 실제로 1년 뒤에 봉인이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미래는 달라졌다.

당장 1주일 전에 있던 ‘변이체 사태’만 해도 회귀 전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언제 악마가 봉인을 풀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

그러니까 그전에 최대한 강해져야 했다.

‘변이체 사태’는 결국 어떻게 해결했지만, 지금 당장 현실에 ‘악마’가 강림한다고 하면 지금 내 힘으로 이길 수 없었다.

그래, 지금 당장이라면.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점점 강해질 것이고, 내가 길드 내에 끌어모은 인원들도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을 찾았으니까.

각성.

물론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김서윤과 이은별은 각각 나처럼 특별한 매개체를 통해 각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만약 김서윤과 이은별이 이 이후에도 나처럼 특별한 매개체를 찾아서 계속해서 각성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을 넘어 지금 내 길드에 있는 길드원들의 능력이 전부 매개체로 각성할 수 있다면?

“가능해.”

악마를 초기에 잡아 죽이는 것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었다.

* * *

어두운 던전 안,

시체들의 산이 가득한 그곳에서 장영의 탈을 쓴 악마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계획이 틀어졌나 보군.’

분명 처음 본신의 봉인이 조금씩 풀릴 때만 해도 악마는 스스로가 이겼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봉인은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봉인이 풀리던 것이 완전히 멈춰져 있었다.

“젠장…….”

‘당했다.’

악마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밖의 상황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도 멀쩡하게 잘 풀려가던 계획에 갑작스레 차질이 생긴 원인을 짐작했다.

‘그림자 왕……!’

그림자 왕 김우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보나 마나 그 녀석이 소환 의식을 방해한 게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소환 의식이 멈춘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의식이 다시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보면, 회귀 전의 기억을 이용해 만들어놓은 ‘결사단’은 아마 그림자 왕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

“쯧.”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악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아니었던 것 같았다.

“뭐야, 이거?”

그리고 괜스레 시체의 산을 바라보며, 짜증을 내고 있던 악마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마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고, 그곳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있었다.

보라색의 피부, 두 눈은 마치 실명한 것처럼 진한 회백색을 띠고 있었고, 하얀빛을 띤 긴 머리는 그녀의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런 그녀가, 악마를 보며 말했다.

“인간……?이 아니라,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크세즈베트? 왜 먹을 거로 장난을 치고 있어?”

그녀의 말에 일순 놀라움으로 번졌던 악마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 입을 열어 그녀의 말에 응수했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엘리고스’.”

악마, 크세즈베트의 말에 그의 앞에 있던 그녀 엘리고스가 진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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