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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96화 (96/202)

# 96

나 혼자 10만 대군 096화

28장 전 세계의 이변(3)

능력을 사용함과 동시에 런던의 상공에서 그림자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내 등에서 솟아난 그림자 손이 비행기의 문을 뚫고 날아가 비행기의 날개에 달라붙어 있던 변이체의 몸을 잡아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이미 파괴될 대로 파괴된 비행기는 런던의 주택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짧게 혀를 찬 나는 곧바로 비행기의 비상문을 통째로 깨부순 뒤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직 고도는 높았지만, 그래도 비행기가 추락하는 속도를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이 고도는 절대 높지 않았다.

“영체 합일.”

비행기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와중에도 나는 곧바로 영체 합일을 사용했다.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S급 괴수 갈리티안’]

[스킬 정보가 새로 업데이트됩니다.]

[특성 정보가 새로 업데이트됩니다.]

갈리티안을 합일 대상으로 선택하자마자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내 몸에 검은 아지랑이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귓가를 스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잠식한 검은 아지랑이는 검은 어둠을 뿌려 런던의 상공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그때부터 검은 아지랑이들이 서서히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4차선 도로를 한 번에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발이 런던의 지반 위에 만들어지고, 그 위를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던 아지랑이들이 흡수되며, 북한산에서 보았던 괴수의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

괴수 ‘길라티안’의 형태를.

쿠우우웅!

묵빛으로 빛나는 길라티안의 육중한 발이 런던의 거리를 부수며 떨어지고 있는 비행기로 돌진한다.

어느새 지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높이로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에 힘껏 손을 뻗은 나는 비행기를 잡아챌 수 있었다.

S급 괴수와 영체 합일을 하니 지나치게 커진 육체에 이질감을 느낀 것도 잠시, 나는 어떻게든 잡을 수 있었던 비행기를 근처에 있는 넓은 공원에 조심스레 내려 두곤 그 뒤를 바라보았다.

“쯧.”

우선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를 받기 위해 영체 합일을 사용했지만, 지상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비행기를 받아내기 위해 몸을 움직인 결과 내가 지나왔던 곳은 그저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크레이터 너머를 넘어서 몰려오고 있는, 도시 전체에서 몰려오는 수많은 변이체를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동안 보아왔던 변이체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맨 처음 보았던 파란 피부를 가진 녀석부터 시작해서, 가장 마지막에 봤던 하얀 피부를 가진 변이체까지.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의 변이체들이 내가 서 있는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길라티안과의 영체 합일을 해제하고 곧바로 사령 술사 리치와 다시 영체 합일을 시도했다.

눈에는 몇 번이나 봤던 익숙한 시스템 창과 함께 내 몸이 점점 작아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동화.”

내 주변에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던 그림자의 눈가에 붉은 안광이 자리한다.

“각성.”

내 주변에 넓게 펼쳐졌던 영역에서 검은 아지랑이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와 내 몸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몸속에 느껴지는 고양 감과 함께 미리 띄워놨던, 시스템 창의 숫자가 가득히 채워지는 것을 보며 나는 앞에 몰려오는 변이체를 바라봤다.

낮은 시선에서 바라보니 그 숫자가 무척이나 많아 보이는 변이체들,

만약 나 혼자서 싸우는 거라면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변이체들은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고 있었다.

런던의 건물 사이사이를 빼곡하게 채우고, 내 시야 어디에서나 변이체들을 찾을 수 있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길라티안으로 영체 합일을 한 뒤에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영체 합일의 단계가 1단계밖에 안 되는 지금, 길라티안과 영체 합일을 해봤자 그저 피격면적이 넓어질 뿐이었다.

거기다 덤으로 이 끝도 없는 물량을 압도하려면 그저 그림자의 숫자뿐만 아니라.

그어어어……!

언데드도 필요할 것 같았다.

콘크리트 바닥을 마치 두부처럼 뚫고 올라오는 좀비들과 그림자들이 빠져나오는 영역 속에서 같이 빠져나오기 시작한 스켈레톤.

그리고 영역 안에 기이한 마법진과 함께 소환되는 목 없는 기사 ‘듀라한’까지.

어느새 내 주변에는 붉은 안광을 가진 그림자들을 포함해 몰려오고 있는 변이체의 숫자를 상대할 만할 정도의 ‘군단’이 모였다.

후두두두두!!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각각의 피부를 가진 변이체들이 땅을 박차 소환된 그림자에게 돌격하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나는 허리춤에 있는 핸디드의 손잡이를 쥐었다.

츠츠츠츳!

핸디드를 크게 휘두르자마자 검은 아지랑이가 사방으로 폭사하며 묵빛의 검신이 만들어지는 것을 끝으로 나는 가장 앞에 달려온 변이체를 향해 핸디드를 내려쳤다.

스겅! 쾅! 캉! 카직까지직!

사방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음들과 동시에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핸디드의 검신에서 뾰족한 그림자들이 터져 나와 돌격하는 변이체의 육체를 유린하고, 내 등 뒤에 솟아난 아지랑이들이 일제히 손으로 변해 사방으로 몰려드는 변이체들을 밀어낸다.

심연 속에서 기어 올라오는 스켈레톤들이 한 명의 변이체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두른다.

지붕의 벽을 타고 날아오른 구울 들이 목숨을 불사한 듯 변이체들에 뛰어들어 목을 물어뜯고, 좀비들은 변이체의 발을 묶는다.

듀라한은 자신의 검을 휘둘러 변이체와의 일전을 벌이고, 붉은 안광을 흩뿌리는 그림자들은 그런 언데드들 사이에 껴 변이체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검을 휘둘러 베어 죽이고.

핸디드의 능력을 이용해 꿰어 죽인다.

각성의 능력을 이용해 변이체들을 찍어 누르기도 하고.

챙겨 왔던 도깨비 방망이를 이용해 변이체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곳에 피할 수 없는 대범위 일격을 가하기도 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몰려오는 변이체들의 물결,

그리고 어느 순간.

“……!!”

내 앞으로 치고 들어오는 변이체의 일격을 피한 나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나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변이체를 봤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회색빛이 감도는 피부를 가진 변이체.

곧바로 다시 한번 변이체가 몸을 움직여 내 몸 안으로 파고들어 온다.

동시에 검은 아지랑이가 움직여 변이체의 진입을 막아내려 했지만, 변이체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아지랑이를 피해내고 다시 한번 내 앞까지 당도했다.

쾅!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공격.

“큭……!”

각성 상태임에도 배 쪽에서 울린 충격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을 감싼 그림자는 변이체의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 낸 것으로 모자라 변이체의 팔을 붙잡는 것까지 성공했다.

나는 곧바로 붙잡혀 있는 변이체를 향해 쥐고 있던 핸디드를 휘둘렀다.

* * *

쾅!

족히 3m는 넘어 보일 법한 오우거가 김서윤의 일격에 맞아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절명했다.

그 뒤로 달려드는 제각각의 모양새를 가진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

팡! 팡! 팡! 팡! 팡!

한 방에 한 마리씩, 달려드는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것을 넘어 완전히 터뜨려 버린 김서윤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 갑작스레 일어난 하이브 사태 덕분에 대한민국은 현재 비상사태를 넘어 완전히 개판이 되어버렸다.

헌터 협회와 정부는 하이브 사태가 발생한 지, 수 시간 만에 말도 안 될 정도로 늘어난 사상자들을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협회는 급하게 협회 소속의 헌터들과 한국의 헌터를 명동 지역에 파견했지만.

키에에엑!

“으아아아악!”

콰아아아앙!

“괜찮으세요!?”

이번 하이브 사태에서 튀어나온 몬스터와 괴수들의 질이, 지금까지 일어났던 하이브 사태와는 무척이나 달랐다.

전체적으로 높은 등급의 몬스터들과 괴수들.

아직 S급의 괴수나 몬스터는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 바로 아래 단계인 A급 몬스터와 괴수들은 명동을 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계속해서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이 뒤로 200m 정도 가면 고구려 길드의 파티가 모여 있을 거예요. 그쪽으로 합류하세요!”

이은별의 말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헌터는 자신의 무기인 검을 들고 이은별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은별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큰일이야…….’

앞에는 김서윤이 몰려오는 괴수와 몬스터를 보이는 대로 박살 내고 있어서 지금 당장 이쪽은 괜찮았지만…….

‘다른 구역이……!’

이은별은 이 방향뿐만이 아니라 사방에서 보이는 괴수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많아……!’

게다가 몬스터와 괴수들의 질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높았다.

쾅!

김서윤의 주먹에 의해 나가떨어지는 몬스터를 보며 이은별은 김서윤의 눈앞에 있는 거대하다 못해 무척이나 눈에 띄는 하이브의 ‘알’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김서윤과 이은별 모두 저 알을 파괴하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알은 파괴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파괴되었다.

‘……재생되어서 문제지.’

문제라면 김서윤과 이은별이 각각의 능력을 사용해 알을 부숴도 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재생했다.

‘뿌리까지 전부 없애야 하나?’

이은별은 명동 사방에 뿌려져 있는 뿌리를 바라보며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할 그것 같았다.

마력은 이미 아까 전 알을 파괴하기 위해 전부 사용한 터라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이 명동 거리 안에는 김서윤을 비롯한 헌터도 잔뜩 모여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상황은 다르지만, 언제가 봤던 똑같은 장면이, 이은별에게 반복되고 있었다.

크에에에에에에엑!

이은별이 인상을 찌푸리는 그 순간 들려온 거대한 목소리에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S급 괴수……!”

하이브 안에서 빠져나온, 엄청난 체구를 가진 S급 괴수를.

시선을 돌려 김서윤을 바라보니 김서윤은 눈앞에 몰려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중이었고, S급 괴수는 곧 몸을 움직일 것처럼 보였다.

‘우선은 막아야 해……!’

그리고 거기에서 이은별은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전에 사용해 마력이 없는 몸을 억지로 각성 상태로 바꾸자, 구토감과 동시에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데도 이은별은 억지로 ‘푸른 달’을 열…….

“우웨엑……!”

……지 못했다.

이미 이은별은 초반에 ‘알’을 공격할 때 마력을 다 쏟아부었고, 그 뒤에도 김서윤을 보조하거나 낙오된 헌터들을 구하기 위해 마력 탈진 현상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없는 마력을 끌어다 사용했다.

“윽…… 엑……!”

입으로부터 위액이 흘러나옴에 따라 이은별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왜 나는…….’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하지?

이은별은 자신이 한심하고 비참해지는 것을 느꼈다.

크에에에에에엒!

S급 괴수의 괴성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온몸을 타고 흐르는 무력감에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눈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그래, 그 정도의 의지라면 허락해 줄 만하지.]

“……!?”

[네 한계를 해제해 주마, ‘푸른 달’]

세상에 푸른 달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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