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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94화 (94/202)

# 94

나 혼자 10만 대군 094화

28장 전 세계의 이변(1)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릭과 알리샤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하…….”

터져 나오는 릭의 한숨 소리에 알리샤가 릭을 바라봤고, 그도 알리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야. 우리 진짜 병신 같은 거 알지?”

“…….”

알리샤가 대답하지 않고 릭을 빤히 쳐다보자 릭은 이내 성질을 내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냥 그림자 왕이건, 뭐건 그 새끼 처음부터 내가 가서 죽여 버렸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어떻게 된 게 그 새끼 한 명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일 전부 말아 먹었잖아!”

릭의 목소리에 슬쩍 인상을 찌푸린 알리샤는 그대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도 몰랐잖아?”

“뭘 알아! 뭘!”

“그림자 왕이 상정 외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이야. ‘변이체’의 세포를 이식한 ‘차오롱’은 그렇다 쳐도, 그분한테 조건을 들어 능력 각성까지 끝낸 ‘마프로스’를 이길 정도라고는 솔직히 너도 생각하지 않았잖아?”

알리샤의 말에 일순 말을 잇지 못했던 릭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그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내가 하려는 말은 어디까지나 ‘그림자 왕’이 항상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함을 보여줬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거야. 솔직히 너도 결국 내 말을 따랐던 건 마프로스가 그림자 왕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따른 것 아니었어?”

알리샤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은 릭은 자리에 앉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꼈고, 알리샤는 그런 릭을 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마프로스가 죽어도 계획 실행에는 큰 차질이 없으니까.”

“뭐가 차질이 없어? 너 지금 우리 상황 알면서 그런 이야기 하는 거지?”

릭은 그렇게 말하며 눈앞에 있는 책상을 쿵! 소리 나게 치곤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저격 왕을 살해하느라, 내 얼굴이 전 세계에 기사화돼서 퍼져 나가고 있어. 마프로스 그 등신 새끼는 그림자 왕한테 뒤져버린 데다가,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끌고 간 변이체들 200개체는 그 그림자 왕한테 모조리 박살 났어! 알아!?”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온다고!?”

“걱정하지 마, 혹시 모를 대비책은 남아 있으니까.”

“뭐?”

릭의 물음을 무시한 채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알리샤는 이내 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놓았다.

“……이건?”

두 개의 보석,

“하이브 마정석이야.”

“……??”

릭은 하이브 마정석을 꺼내놓은 알리샤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너 전에 하이브 마정석 다 썼다고 말하지 않았어……?”

“맞아, 전부 사용했지. ‘원래’ 우리가 사용해야 할 마정석들은 말이야.”

“……뭐라고?”

알리샤는 릭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지금 보여준 건, 우리가 ‘그분’을 소환할 때 쓰려고 따로 빼놓았던 마정석이야. 게다가 이 두 개는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그 어느 하이브 마정석보다도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어.”

그녀는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굳이 비교해 보자면 ‘북한’의 하이브 사태와 규모는 비슷하겠지만, 하이브에서 나오는 괴수와 몬스터의 질이 달라지겠지. 이걸 터뜨리면 최소 A급, 그 이상으로는 S급 괴수와 몬스터까지 나올 수도 있어.”

“……그래서? 지금 네 말을 들어보면 결국 그건 쓸 수 없는 거 아니야?”

릭의 말에 알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원래라면 그랬지.”

“……원래라면?”

릭의 물음. 알리샤는 곧바로 대답했다.

“마프로스가 넘겨주었던 SSS급 헌터 ‘슈비츠’로 만든 변이체를 포함해서 내 능력으로 포획해 놨던 SS급 괴수 2마리, 거기에 지금 만들어놓은 변이체들을 모두 능력의 소재로 갈아 넣는다면 그분을 불러낼 힘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어.”

“아니, 그럼 또 지금 만들어놨던 변이체들을 모두 갈아버리자는 거야?”

릭의 말에 알리샤는 또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당장은 아니야. 우리가 변이체를 재물로 바치는 건 영국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난 뒤에 하면 그만이야. 내 능력이면 변이체를 소재로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아니, 그럼 왜 진즉에 말 안 했어?!”

“이건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생각한 거니까.”

알리샤의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찾아온 방.

곧 조용히 생각하던 릭의 입이 열렸다.

* * *

“이게…… 뭔가요, 길드장님?”

꽤 이른 시간, 나는 생각보다도 빨리 사무실에 출근한 이은별에게 ‘푸른 달의 정기’를 넘겨주었다.

푸른 빛을 내는 ‘푸른 달의 정기’를 넘겨주자 이은별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선물이야.”

“선물…… 이요?”

내 말을 듣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석을 바라보는 이은별.

사실 처음 푸른 달의 정기를 얻을 때만 해도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월터의 도움으로 인해 귀국할 때 별생각 없이 그 아이템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불현듯 김서윤의 말이 떠올랐다.

‘하이브의 핵’을 먹는 것으로 각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던 김서윤의 그 말이.

……뭐 솔직히 말해서 이은별이 김서윤과 같은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긴 했지만, 저 보석의 설명을 읽어보면 묘하게 이은별의 능력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림자 요새’의 보스인 실베르트가 말했던 것이 상당히 마음에 걸렸다.

그분의 잔재가 묻어 있다던 실베르트의 말.

그리고 실베르트에게서 들었던 ‘크루아 크루아흐’의 이름.

나는 곧바로 한국에 돌아와 크루아 크루아흐에 대해 조사해 보았고, 거기서도 이은별이 가진 능력 명과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을 찾을 수 있었다.

크루아 크루아흐의 켈트 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달’과 관련된 이름이었다.

뭐, 관련되어 있다는 게 ‘푸른 달’이 아니라 ‘붉은 달’이긴 했지만.

“이거…… 정말 제가 받아도 되는 건가요? 아이템 설명을 읽어보니까 던전에서 나온 것 같은데.”

이은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사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결국 김서윤의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어설픈 추측으로 벌이는 일이지만, 뭐 어떤가?

만약 진짜 내가 준 ‘푸른 달의 정기’가 이은별에게 무슨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만약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괜찮다.

그냥 열심히 하는 길드원에게 적당한 선물 하나를 쥐여줬다고 생각하면 편하니까.

“길드장님이 그러시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무척이나 소중한 것을 받은 듯 보석을 받아 든 이은별을 보며 어깨를 으쓱일 무렵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어? 은별 언니 오늘 엄청 빨리 왔네요? 아저씨도?”

“그래, 오늘은 좀 일찍 왔지. 그보다 머리 위에 솟아올라 있던 뿔이……. 어째 좀 작아진 것 같다?”

김서윤의 인사를 받는 것도 잠시 나는 롱 패딩을 벗고 있는 김서윤에게 물었고, 그녀는 뭔가 기분이 좋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쵸!? 저도 요즘 그렇게 생각 중이라니까요? 분명 어제 퇴원하기까지만 해도 분명 내 이마 끄트머리는 가볍게 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더 줄어서 이제는 제 이마 끄트머리쯤에 있다니까요?”

마치 그것이 자랑이라는 듯 자신의 머리를 보여주는 김서윤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 엄청 좋아한다?”

“당연하죠! 제가 병원에 있으면서 이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 고생할 만한 게 있어?”

“당연하죠!”

그러면서 김서윤은 말을 이어갔다.

“우선 뿔이 거슬려서 왼쪽으로 눕지도 못하고, 처음에는 머리 위에 있는 난간에 뿔이 걸려서 일부러 베개를 내려서 자야 했다니까요? 그 이외에도 이런 거나 저런…….”

“알았으니까 진정해…….”

마치 그동안 쌓아놓은 불만을 한 번에 털어놓듯 입을 여는 김서윤을 제지한 뒤 사무실 소파에 앉았다.

곧 사무실에 들어온 하리남과 이로하, 그리고 이번에 새로 길드에 들어오게 된 에단까지 포함해 나는 간만에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오늘을 끝으로 나는 다시 한번 한국을 떠나 이번에는 영국에 가야 했다.

왜냐하면 SSS급 헌터, 저격 왕의 죽음으로 알려진 ‘릭’의 모습이 영국에서 발견되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정보의 발신지는 T. 월터.

LA 사건 이후로 급격하게 나와의 거리를 좁힌 월터는 각국의 정보기관과 연계해 ‘릭’에 대해 정보를 조사하고 있었고, 나는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월터가 내게 넘겨주는 정보는 내가 그동안 혼자서 찾아 헤맸던 정보보다도 무척이나 자세하고 또 짜임새 있게 작성된 것이, 역시 제대로 된 정보기관은 달랐다.

뭐, 그렇다고 해도 결국 정보는 월터의 손을 거쳐 내게 넘어오는 것이기에 온전한 정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월터가 내게 넘겨주는 정보는 하나같이 내가 원하는 것 이상의 정보였다.

아무튼, 월터가 내게 넘겨준 정보에 따라 나는 ‘릭’이 현재 영국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악마’가 만들어놓은 마지막 트리거를 손수 박살 내버리기 위해 영국으로 가야만 했다.

그리고 아마 영국에서 릭을 찾아 손수 없앨 때까지 내가 한국에 돌아오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을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안 그래도 길드원들에게 따로 말을 하려고 했었으니까.

“아저씨!”

“응?”

그렇게 생각을 하던 도중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는 길드원들이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내 말에 순간 김서윤이 나를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이내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저씨, 에단은 왜 데리고 왔어요?”

“……? 무슨 소리야, 왜 데리고 왔냐니? 당연히 길드원으로 영입한 거지.”

“아니,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 에단의 능력이요!”

“……능력?”

“네!”

김서윤이 그렇게 대답하자, 옆에 있던 이은별이 입을 열었다.

“처음에 길드장님이 제게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 그림자를 통해서 그 사람의 미래를 조금이지만 볼 수 있다고.”

……아.

이은별의 이야기를 듣자, 정말 예전, 이은별을 데려왔던 초기에 나를 의심하는 이은별을 진정시키려고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꺼낸 것이 생각났다.

“아니, 뭐…….”

에단의 능력이야 당연히 알고 있기는 했지만…….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에단을 바라보았다.

뭔가 무척이나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에단, 확실히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하겠지.

뭐, 말해줘도 상관없으려나?

부우우우우웅!

뭔가 잔뜩 기대하는 듯한 표정의 길드원들에게 적당히 둘러대려던 나는 이내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런 중요한 때……!“

묘하게 안타깝다는 듯 말하는 하리남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마트폰의 꺼내 든 나는 곧 해외통화라고 떠 있는 발신자를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고.

-김우현 헌터!

“이 목소리는…… 이사벨라 씨?”

나는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영국 왕실의 둘째 딸이자, 왕실 길드의 길드장인 이사벨라.

그녀는 스마트폰 너머로 무척이나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영국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무슨 일이시죠?”

내 물음에 곧바로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사단의 본거지를 드디어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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