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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93화 (93/202)

# 93

나 혼자 10만 대군 093화

27장 그림자 요새(3)

“컥…… 큭……!”

나를 보자마자 주변으로 안개를 퍼뜨린 마프로스.

이전 ‘도플갱어의 늪’에서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눈 앞을 가리는 끈적한 안개로 인해 내 눈앞은 몇 초도 되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려졌다.

감탄해도 될 만큼 빠른 능력의 전개.

확실히 마프로스의 선택은 옳았다.

어차피 마프로스가 정면에서 나를 이길 확률을 제로에 수렴했으니까.

거기에 더불어 마프로스는 내가 있는 외곽 쪽을 향해 안개를 펼친 것이 아닌, 국제 헌터 협회 쪽에 안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내가 ‘도플갱어의 늪’에서 썼던 공격법을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만약 ‘도플갱어의 늪’ 때의 나라면 마프로스의 대처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겠지.

도플갱어의 늪과는 다르게 이곳은 지켜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당장 국제 헌터 협회 안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설령 마프로스가 이곳에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LA 거리를 전부 때려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사령 술사 리치’]

이번에 나온 S급 던전 ‘그림자 요새’를 클리어하고 얻은 스킬인 ‘영체 합일’.

스킬의 효과는 간단했다.

그림자 영체로 만들어두었던 괴수의 능력을 ‘전부’ 가져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림자 영체의 스킬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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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스켈레톤 소환 ▼상위스킬 열람

-구울 소환 ▼상위스킬 열람

-헤비 실드 ▼상위스킬 열람

-에너지 드레인(스킬 단계 부족)

-데스 체인(스킬 단계 부족)

-데스 아이(스킬 단계 부족)

…….

-자동 복합 스켈레톤 소환 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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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술사 리치의 수많은 스킬이 내 스킬 목록을 가득 채웠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사령 술사의 스킬이 아니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사령 술사 리치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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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언데드

-사자를 구분하는 눈

-신체 고정

-마력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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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령술사 리치의 특성에 있는 ‘사자를 구분하는 눈’은 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마치 냉온 동물처럼 살아 있는 사람들을 구분해 낼 수 있었다.

나는 단숨에 몸을 움직여 안개 속에서 검을 쥐고 움직이고 있는 마프로스의 목을 잡아챘다.

“도…… 대체 어떻게……!”

경악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외치는 마프로스를 보며 나는 씩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이 눈은 네 모습이 보이거든.”

내 말과 함께 마프로스는 이를 악물고는 곧바로 자신의 검을 역수로 쥐고는 내 몸에 칼을 박아 넣었다.

내 몸으로 밀려 들어가는 마프로스의 장검, 그 모습에 마프로스의 얼굴이 일순 밝아지는 듯했지만, 이내 그는 멀쩡한 내 모습을 보며 위화감을 느낀 듯 인상을 굳혔다.

나는 그런 마프로스를 보며 씩 웃은 뒤 말했다.

“유감스럽지만 네가 찌른 곳은 비어 있는 곳이야.”

“뭐라고……? 헉……!”

마프로로스는 의문 어린 목소리와 함께 시선을 내렸고, 곧 그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찌른 곳은 ‘영체 합일’을 통해 리치와 동화되어 있는 심장 쪽이었다.

본디 스켈레톤의 외형을 가지고 있는 리치는 자상에는 면역이 있었고, 그 특성이 ‘영체 합일’을 통해 구현된 것이었지만, 마프로스는 마치 못 볼 것 보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마프로스가 내 몸으로부터 검을 빼기 위해 손을 움직이는 순간.

콰득!

“끄아아아아아악!”

내 쪽으로 다가온 보랏빛 광채를 내뿜는 스켈레톤이 마프로스의 팔을 씹어 뜯었다.

순식간에 울려 퍼지는 비명과 동시에 마프로스의 팔이 저만치 떨어져 나가고, 집중이 깨진 듯 마프로스가 펼쳐 놓았던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펼쳐질 때 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지는 안개.

안개가 사라지자마자 나는 조금 더 명확하게 주변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쯧.”

건물 안은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부서져 있는 가구들의 잔해와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시체들.

분명 이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심한 장면도 몇 번이고 봐왔지만, 역시 좋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 자네는…….!”

그런 시체들 속에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던 헌터 협회 사람들과 내 손에 잡힌 마프로스의 외견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짧지만 뒤로 넘긴 머리는 어느새 완전히 풀어져 있었고, 그의 오른쪽 눈에 쓰고 있던 외눈 안경은 이미 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짜부라져 있었다.

안개가 사라지자마자 헬기의 조명이 건물 안을 비추기 시작했고, 나는 슬쩍 눈이 부시는 것을 느끼며 마프로스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우드드, 우드드득!

순간 동공에 힘이 사라지며 옆으로 꺾이는 마프로스의 목.

처음에는 마프로스를 잡아서 결사단에 대해 정보를 캐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마 본인의 얼굴을 까고 이 정도로 독하게 일을 벌일 정도면, 정보를 얻겠다고 살려줬다가, 정보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땅바닥에 쓰러진 마프로스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 * *

그림자와 언데드가 LA의 거리를 행진했다.

보랏빛 오라를 내뱉는 검은 스켈레톤이 마치 병사들처럼 열을 맞춰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그 주변으로 구울과 목 없는 기사가 스켈레톤의 행진에 맞춰 걸음을 옮긴다.

그 뒤에는 붉은 안광을 가진 그림자들이 언데드들을 따라 길을 걷거나 빌라의 옥상 사이를 넘어다니며 주변을 정찰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데드 군단은 LA 사거리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변이체를 만났고, 곧 전투를 치렀다.

전투라고 하는 게 옳을까?

아니, 영상에서 나오는 모습은 ‘전투’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

영상에서 보여주는 언데드 군단과 변이체의 싸움은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과 같았다.

전열을 갖춘 스켈레톤이 일제히 창을 내리고 돌격하고, 그 뒤로 유령 군마를 타고 있는 듀라한이 그 스켈레톤의 뒤를 쫓아간다.

구울 들이 빌라의 벽을 타고 사방에서 몰려들고, 빌라의 옥상에서 그림자들이 떨어져 내린다.

분명 언론에서는 한 명, 한 명이 최소 S급 헌터 이상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된 변이체들이 마음이 안정될 정도로 잘 정렬된 스켈레톤들의 랜스 차징과 듀라한의 공격에 무너져 내리고, 구울과 그림자의 공격에 묵사발이 나버린다.

화질도 좋지 않은 카메라에 담긴 영상인데도 불구하고, 그 너머로 위압감이 느껴졌고,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났다.

-이태원프리덤: 와……. 김우현, 그는 대체 뭐죠? 솔직히 김우현 미친 수준이 아니라, 쟤는 무슨 히어로냐? 진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무슨 사건 사고 터지면 나가서 혼자 다 막아버리네. 진짜 저게 진짜 히어로구나. 미쳤다, 미쳤어.

└진정하십쇼: 진정하십시오. 너무 뽕을 거하게 들이마셨는지 문장이 이상하네…… ㅋ

-내가바로SSS급헌터다: 와…… 진짜 X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림자 왕이 조종하는 스켈레톤 간지 왜 이렇게 터짐? 진짜 X나 멋있는데? 저거 약간 컨셉 샷 같아;;; 무슨 렌스 차징 하고 구울들 벽 타고 달려 나가는 거 X간지다…….

└이게팩트: ㄹㅇ이다. 나 전투영상 무새인데, 진짜 김우현 영상은 진짜 잘 찍은 거든, 못 찍은 거든 전투 자체에 간지가 팍팍 터져 나간다……. 진짜 팬이다……. 방송하면 바로 후원금 쏠 것 같다.

└생각무새: 내 생각인데, 이건 그림자 왕의 전투 스타일이 약간 뽕 스타일이라 그런 듯. 기본적으로 물량으로 오지게 불려서 다구리 오지게 쳐서 이겨 버리자나? 게다가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 본인도 X나 세서 애들 다 두들겨 패고 다니고,

-프로중세러: 와, 저거 김우현이 직접 조종한 거지? 김우현 병법서 같은 것도 공부했나 본데? 저거 막 진형 짜고 그런 거 아니냐? 난 알못이라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지금도 센데,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 보이니까 진짜 개멋있다.

└아이리스: 아아 그림자 왕, 당신은 도덕책…….

└닉값해라: 이 새끼, 닉언 불일치 개웃기네 ㅋㅋㅋㅋ

-의심론자: 여러분 제가 저번에 글 쓴 것 같은데,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어떻게 그림자 왕이 저렇게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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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치팬치 : 이 새끼,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선을 넘어버리죠? 뚝배기를 깨버려야 하는데,

└병신을보면짖는개: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왕왕왕 월월

└B급헌터김윤원: 얘는 정지 못 시킴? 진짜 어그로 개쩌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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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개나 달린 댓글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이 뻣뻣해져 순간 사무실의 천장을 보며 멍하니 생각에 빠져들었다.

LA에서 마프로스를 죽인 지 2일,

마프로스를 죽이고 난 뒤, 지금 찍힌 영상처럼 ‘영체 합일’을 실험해 볼 겸 스켈레톤과 그림자의 힘으로 변이체들을 죽이고 다닌 나는, 확실히 만족감을 느꼈다.

내 생각대로 ‘영체 합일’을 쓴 상태에서 소환한 스켈레톤과 구울, 그 이외의 언데드들은 보통의 언데드 보다도 강했다.

몇 배? 아니, 어쩌면 몇십 배 정도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일까?

물론 수백 마리가 달라붙기는 했지만, 고작 스켈레톤들로만 변이체를 이겼다는 것은 원래라면 말이 안 되는 결과니까.

회귀 전에는 무엇인가를 소환하는 몬스터를 영체로 가지고 있지 않아 실험하지 못했었는데, 확실히 이렇게 실험을 해보니, 역시 ‘영체 합일’과 궁합이 잘 맞는 것은 ‘소환’ 관련 스킬이 있는 영체인 것 같았다.

설령 ‘영체 합일’을 하는 몬스터가 그저 A급 대형 던전에 나오는 리치라도, 내 몸과 합일을 하는 순간부터는 그 강한 정도가 달라지니까.

“…….”

뭐, 그렇게 능력의 강함을 시험 하는 것 이외에도 LA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은 상당히 많았다.

“……뭐.”

분명 상당히 많기는 했다.

우선 어찌 됐든 나는 그때 당시에는 불법 입국자고 그에 따라 좀 골치 아픈 일이 생기나 했지만, 다행히도 월터는 나에게 관련된 일들을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무척이나 빠르게 처리했다.

[그림자 왕은 ‘마프로스’의 ‘기행’을 미리 알아차린 자신이 몰래 불러왔다.]

정도의 자기 이미지를 살리는 쪽으로 이야기를 바꾼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뭐 결국 윈윈이라는 느낌이니 딱히 월터의 말에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뭐, 덤으로 이것저것 지원도 두둑하게 받기로 했으니까.

“…….”

하지만 내 일이 무난하게 해결됐지만, 독일에서는 무척이나 유감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SSS급 헌터의 사망 소식.

SSS급 헌터 ‘저격왕’ 볼프강 슈타우터의 사망.

하지만 그의 사망보다도 내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바로 볼프강 슈타우터의 전투 장면에 찍힌 남자의 얼굴이었다.

“포식자 ‘릭’”

그 녀석의 얼굴이 뉴스의 메인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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