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
나 혼자 10만 대군 092화
27장 그림자 요새(2)
요새의 안쪽.
몬스터들의 군세는 이미 그림자에게 모조리 처리당한 그 안에서, 실베르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심장에 꽂힌 검은 도신을 보고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군.”
전투는 길지 않았다.
1합?
아니, 1합이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핸디드가 실베르트의 심장에 꽂힐 때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실베르트와 검을 맞대지 않았으니까.
실베르트가 그 기형적인 대검을 들어 올려 휘두르기도 전에, 이미 내 검은 그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커헉…….”
쿵!
실베르트의 입에서 피가 튀어 흘러나온다. 그가 쥐고 있던 대검이 큰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내 생명의 불빛이 꺼져가는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본 실베르트는 곧 고개를 숙였다.
촤악-!
핸디드를 빼내자 힘을 잃은 실베르트의 신체가 맥없이 땅바닥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무척이나 허무하게 클리어된 S급 던전 ‘그림자 요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림자 요새’가 쉬운 던전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이 그림자 요새는 S급 헌터들 사이에서는 SS급 던전으로 취급해도 될 정도라는 말이 나오는, 그런 악명이 높은 던전이었다.
말도 안 되게 다양한 몬스터와 압도적인 숫자는 헌터들의 기를 죽였고.
보기만 해도 높고 두꺼워 보이는 몬스터들의 요새는 이 던전을 처음 접하는 헌터들에게는 악몽의 상징으로 남았다고 인터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가 이 던전을 이렇게 빨리 클리어한 이유는, 단순히 내가 강했기 때문이다.
나는 실베르트의 시체를 너무 그 뒤에 떨어져 있는 대검을 주워 들었다.
사람 한 명이 제대로 들고 휘두르지 못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대검을 주워 들고, 나는 곧 그 대검 손잡이 가운데에 박혀 있는 검은 돌을 빼냈다.
툭.
대검에 있는 검은 돌에 손을 대자마자, 곧바로 내 몸속에 흡수되는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대검에 박혀 있던 파란 보석이 힘을 잃은 듯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응?”
손바닥 크기만 한 푸른 보석,
나는 대검을 옆으로 던져 버린 뒤 몸을 숙여 파란 보석을 주워 들었고, 곧 내 눈앞에 간만에 보는 아이템 창이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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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달의 정기
등급: ??
-예로부터 어둠의 일족들은 자신의 신에게 힘을 받아 그 힘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 보석은 어둠의 일족들의 신인 ‘크루아 크루아흐’가 자신을 숭배하는 필멸자들에게 선물한 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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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있었나?”
회귀 전에 그림자 요새에서 실베르트를 죽이고 얻었던 것은 검은 돌밖에 없었는데?
뭐, 생각해 보면 어차피 그때는 내가 처음으로 이 던전을 클리어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누군가가 먼저 이 아이템을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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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30,000] [2/4]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측정 불가(새롭게 측정 중)]
[평가 잠재력: 새롭게 측정 중 / 새롭게 측정 중]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3/4)
영역(3/4)
집약(2/4)
그림자 영체(2/4)
영체 합일(1/4)
각성(0/10,000)
[그림자 영체 3/8]
-사령술사 리치
-A급 괴수 은수랑
-A급 괴수 하테
-S급 괴수 갈리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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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에 떠 있는 새로운 스킬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돌을 한번 먹어치울 때마다 큰 폭으로 뛰어오르는 능력치들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던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얻었으니까.
“…….”
분명 던전을 클리어하고, 검은 돌로 새 스킬을 얻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묘하게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던전의 밖으로 빠져나와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각성을 이용해 날개를 만들었다.
이전보다 스킬의 단계가 올라 별다른 그림자의 소모 없이도 안전하게 유지되는 날개를 보며, 슬쩍 기분이 풀어진 나는 이내 LA 공항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LA 공항 쪽으로 이동하던 중 국제 헌터 협회 주변 건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는 변이체를 볼 수 있었다.
“뭐야……?”
* * *
“사, 살려주세요!”
푹!
목숨을 구걸하던 여자의 미간에 검을 박아넣은 마프로스는, 동공이 풀려 꼬꾸라지는 여자를 뒤로한 채, 눈앞의 상황을 바라봤다.
분명 무척이나 넓다고 생각되었던 대회의실의 풍경은 무척이나 살풍경해져 있었다.
이리저리 부서진 의자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시체가 놓여 있었고, 그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바닥을 적셨다.
상위 위원 도즈의 정장이, 흘러나온 피로 인해 완전히 붉게 물든 것을 확인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70명 중 총 40명, 제 말을 잘 들어주시니 참 기분이 좋군요.”
마프로스의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그들의 고개가 더더욱 숙어졌다.
‘국제 헌터 협회’에서 이렇다 할 권력을 가진 그들이 당장 눈 앞의 무력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마프로스는 피식 웃으면서도 이내 슬쩍 시간을 바라봤다.
‘시간은 이제 7시,’
국제 헌터 협회를 습격하고 2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외부에서 변이체들이 날뛰고 있으니, 조만간 언론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몰려올 테고, 헌터들도 몰려오겠지만 뭐…….’
마프로스가 피식 웃으며 피 묻은 의자에 앉자, 마프로스를 향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적이 뭐지?”
시선을 돌리자, 상위 위원 중 한 명인 R. 메이슨이 마프로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프로스는 메이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궁금하신 겁니까?”
“애초에 자네가 얼굴을 드러내고, 이 협회를 습격했는데도, 헌터 협회의 인사를 전부 죽이지 않고 ‘도망가려는’ 이들만 죽인 것부터 시작해서, 왜 그렇게 시계를 보며 느긋하게 앉아 있는지도 궁금하군”
메이슨의 말에 마프로스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메이슨, 아마 당신이라면 제가 하려는 일을 짐작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마 그 일이 맞을 겁니다.”
마프로스가 이번에 할 일은 간단했다.
국제 헌터 협회에 소속된 주요 인사를 살해해 헌터 협회를 붕괴시키는 것.
하지만 거기에서 마프로스가 추가로 노리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국제 헌터 협회’의 붕괴뿐만 아니라 ‘헌터 협회’와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모든 언론이 이 사건 집중할 때, 국제 헌터 협회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상위 위원들과 고위 인사들을 죽인다.
그것만으로도 마프로스가 생각하는 일은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어진 장시간의 침묵 끝에, 그 옆에 앉아 있던 T. 월터가 다시 한번 마프로스에게 질문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월터의 질문에 마프로스는 이내 시선을 돌려 월터를 바라보고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미리 쳐놓은 커텐 안으로 들어오는 불빛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왔군.”
그렇게 말한 마프로스는 자신이 쥔 검으로, 라이트가 비춘, 창문이 있던 부분을 검으로 베어냈다.
곧 무척이나 두꺼운 벽이 마치 두부 잘리듯 잘려 나가며 바깥의 풍경이 보였다.
외곽에 가득한 경찰들과 위에 떠 있는 헬기.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헌터와 사이사이로 보이는 카메라.
‘준비는 끝났군.’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 이상 딱히 뭔가를 할 필요는 없었다.
거창한 연설을 할 필요도 없었고.
연극 또한 필요 없었다.
그냥, 보여주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을.’
마프로스의 의지와 함께 그의 몸 주변에서 안개가 생겨나고, 마치 흐릿한 안개가 생명을 가진 듯 책상의 앞에 있던 남자를 끌어왔다.
“힉, 놔, 놔줘! 이거 놔줘!”
안개에게 잡혀 끌려가기 시작하자, 남자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발버둥은 별 의미가 없었다.
마프로스는 곧 안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남자에게 자신의 검을 들이댔다.
“힉……! 사, 살려줘! 살려줘! 살려달라고!”
남자의 비명,
하지만 마프로스의 손은 거침없이 나아가 그의 몸을 꿰뚫었다.
아니, 꿰뚫으려 했다.
카각…… 카가가가가각……!
“무슨……?”
마프로스의 눈앞에 나타난 해골만 아니었더라면.
쾅!
마프로스가 자신의 검을 막은 해골을 보며 당황하고 있을 때, 협회 외곽으로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렸다.
지반이 깨져 나가며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건물 밖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과 헬리콥터의 조명이 일순 협회 정원을 향했다.
곧 정원을 가득 채우던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는 검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오고, 이마 위에는 높게 솟아오른 뿔이 보인다.
손에는 칠흑의 도신을 가지고 있는 칼이 형형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가 입고 있던 코트가 흙먼지에 의해 이리저리 펄럭거렸다.
일순 외각에 모여 있던 헌터들과 기자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생겨나며 목소리가 오가기 시작했다.
“저거, 그림자 왕 아니야? 영상에서 보던 거랑 같은데?”
“아니, 분명 저 모습은 그림자 왕인 것 같기는 한데…… 조금 다른데?”
“뭐? 어느 부분이 다르다는 거야?”
“자세히 봐봐.”
동료 헌터의 목소리에, 남성 헌터는 눈앞에 조명을 받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고, 곧 거기서 남자는 이상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어……?”
분명 그 모습은 그림자 왕이 맞았지만, 무엇인가가 달랐다.
“……해골?”
해골.
그림자 왕, 김우현의 오른쪽 얼굴은 해골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코트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핸디드를 들고 서 있는 오른팔도 자세히 보면 인간의 피부가 아닌 빼빼 마른 해골의 손가락이었다.
그리고 붉은 안광이 자리하고 있었던 눈가에는, 보랏빛의 안광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림자 왕의 주변으로 보랏빛의 아우라가 터져 나가며 해골이 땅속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마프로스가 자신의 주변에 안개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왕,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 온 거야!’
마프로스는 곧 이를 악물었지만, 이내 냉정하게 머리를 돌리며 생각했다.
‘괜찮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상 그 녀석은 나를 공격하지 못해.’
김우현에게 오른팔을 잃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그가 거대한 ‘거인’을 만들어 안개가 있는 부분을 무차별적으로 난타했기 때문이었다.
피하기도 힘들 정도로 격렬한 난타.
하지만 마프로스는 그림자 왕이 이전에 사용했던 그 기술을 지금 상황에 사용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상위 위원이 살아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직 고위 인사들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아마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해도 쉽사리 저번의 그 기술을 쓸 수는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마프로스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칼을 고쳐 잡았고, 그 순간.
“컥!?”
마프로스의 목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