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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91화 (91/202)

# 91

나 혼자 10만 대군 091화

27장 그림자 요새(1)

국제 헌터 협회에서 조금 떨어진 고층 빌라의 옥상.

마프로스는 국제 헌터 협회를 보며, 자신의 허전한 오른손을 대신하고 있는 인공 손을 쥐었다 폈다.

S급 던전에서 얻을 수 있었던 ‘오토 메일’, 비록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없지만, 그래도 그림자 왕의 공격에 당해 영원히 사용하지 못할 줄 알았던 오른손을 복구한 것만으로도 마프로스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준비는 끝났어?

그렇게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적응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던 도중, 들려온 목소리에 마프로스는 입을 열었다.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릭은 이미 시작했으니까.

“벌써 말입니까?”

-저격왕이 생각보다 빠르게 모습을 나타내서, 지금 전투 중이야.

알리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마프로스는 이내 자신의 외눈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알고 있겠지만, 사람이 다 빠져나간 뒤의 헌터 협회는 공격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거 알아둬,

“그래서 기다리고 있잖아요? 제가 아까 말했듯이, 오늘 오후 6시에는 헌터 협회 총 회의가 있을 예정이니까요.”

-총회의?

알리샤의 물음에 마프로스는 오토 메일로 자신의 손등 부분을 만지며 말했다.

“네, 총회의는 뭐…… 실질적으로는 ‘총회의’라는 말보다는 친목회나 교류회가 더 어울리는 말이지만, 아무튼 그런 총회의에 불참하는 인사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야…….

마프로스의 말에 알리샤는 수긍하는 듯 말꼬리를 흘렸고, 마프로스는 그런 알리샤의 대답을 들은 뒤 말했다.

“이제 슬슬 총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전까지는 저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알겠어.

알리샤의 대답을 끝으로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 이어폰을 귀에서 빼며, 마프로스는 한창 회의가 준비되고 있을 헌터 협회를 바라봤다.

“모여라.”

이내 보이지 않던 변이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마프로스는 오토 메일로 대체된 자신의 손을 꾹 쥐었다.

* * *

S급 개방형 던전 ‘그림자 요새’.

그 안은 시리도록 푸른 달이 떠 있는 넓은 평원이 있는 곳이었다.

-큭, 카아악!

다크 엘프의 사지가 찢겨나가고, 검은 피부를 가진 고블린의 사지도 찢겨나간다.

내 덩치에 몇 배는 될 법한 크기의 블랙 오우거는 그림자들이 휘두르는 도깨비 방망이에 맞아 온몸이 곤죽이 되어 차가운 바닥에 몸을 눕힌다.

그 외의 검은빛을 가진 다른 몬스터 군대도 자신의 피부보다도 어두운 형체를 가지고 있는 그림자에게 몰살당하고 있었다.

오우거의 몸이 아무리 거대한들 상관이 없었다.

저 멀리, 성벽 위에서 화살을 날리는 다크엘프와 고블린들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까지 던전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유격대처럼 나타난 블랙 트롤도.

땅속에서 빠져나와 그 엄청난 크기를 이용해 수십에 달하는 그림자들을 먹어치우는 다크 웜도.

이 던전을 꽉 채울 정도로 압도적인 숫자로 그림자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블랙 오크들도.

전부 상관없었다.

-끼에에엑!

-끄아아아아악!

성벽 위에 있던 다크엘프와 고블린은 성벽을 타고 올라온 그림자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꽈아앙!

그 엄청난 덩치에서 나오는 힘을 기반으로 눈앞에 있는 그림자들을 사방으로 날려 버리는 블랙 오우거도, 그 덩치보다도 더 거대한 크기를 가진 거인의 주먹에 맞아 그대로 머리가 터져 버린다.

땅속에서 그림자를 공격하기 위 튀어나온 다크 웜은 그림자들의 공격에 다시 땅으로 기어들어 갈 힘을 잃었고.

눈앞에 보였던 엄청난 숫자의 블랙 오크들은 내 영역 속에서 끊임없이 빠져나오는 그림자들에 의해 완전히 학살당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앞에 죽임당하고 있는 몬스터를 보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요새’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미 그림자 거인의 난타로 뚫린 요새의 성문에는 그림자의 출입을 막기 위해 빽빽하게 서 있는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고. 요새의 성문은 완전히 그림자에게 먹혀들어 갔다.

엄청난 숫자를, 그보다 더한 숫자로 찍어누르는 압도적일 정도의 폭력,

그림자에게 무착히 학살당하는 그림자들을 지나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그 요새 한가운데에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사람이 아닌 ‘다크엘프’가 검은빛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베르트.”

S급 개방 던전 ‘그림자 요새’의 보스이자, 각성 아이템인 ‘검은 돌’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그는 의자에 앉아 놀랍다는 듯 나를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호오, 무척이나 신기하군,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그대와 나는 분명 처음 만나는 게 아닌가?”

“뭐, 그렇긴 한데,”

이미 회귀 전에 나는 실베르트와 만난 적이 있었다.

개방형 던전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간과 대화를 나눌 정도의 ‘지성’을 가진 몬스터.

사실 그는 회귀 전에도 전 세계에 상당히 알려진 몬스터였다.

기본적으로 지성을 가진 몬스터들은 일반 던전에서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예외적으로 실베르트만은 개방형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로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났으니까.

게다가 결국 전투를 피할 수는 없지만, 우선 엄청난 수의 몬스터를 뚫고 요새 안까지 오는 데 성공하면 어느 정도의 대화는 꽤 호의적으로 받아주었다.

그 덕분에 협회 소속의 연구가들은 나중에 가서는 이 던전의 보스인 ‘실베르트’를 흥미롭게 연구했고, 꽤 흥미로운 사실들도 여러 가지 밝혀냈다.

“대단하군, 혼자서 내 군단을 뚫고 이 내성까지 들어 올 줄이야.”

실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쩔그럭거리는 갑주 소리가 들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기형적으로 큰 대검이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의 대검 정 가운데에 있는, 다른 던전에서 봤던 것보다도 거대한 검은 돌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뭐, 그 정도 힘은 충분히 있으니까.”

내 말에 일순 실베르트가 씩 웃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그거야 싸워보면 제대로 알 수 있겠지.”

실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기형적으로 큰 대검은 한번 휘둘렀다.

후웅-!

위협적인 바람 소리.

실베르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순간 멈칫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응? 자네 혹시 그분의 힘을 받은 건가?”

“뭐……?”

“아, 아니군. 아닐세, 잠깐 착각했어……이제 보니 그분의 힘을 받은 게 아니라, 그 힘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군.”

“그분? 힘의 잔재?”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런 이야기는 회귀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다.

“뭐, 원래라면 딱히 답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혼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뚫고 온 자네에게 경의를 표해 그 질문에 대해 답하도록 하지. 내가 말한 그분은 ‘푸른 달’ 크루아 크루아흐를 말한 것이지.”

……크루아 크루아흐?

그건 또 무슨……?

나는 그의 말을 듣고서는 머릿속에 그 이름에 대해 떠올려봤지만, 유감스럽게도 떠오르는 단어는 없었다.

쾅!

슬쩍 고개를 숙이던 중 들려온 우렁찬 소리, 나는 급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땅에 내리쳤던 대검을 회수하는 실베르트가 있었다.

“지금 이것을 끝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해준 것 같군.”

실베르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 없이 핸디드를 들어 올렸다.

사실 지금 실베르트가 내게 해준 말이 무척이나 궁금하긴 했지만, 그가 대검을 제대로 쥐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이 이상 대화를 권유해 봤자, 시간만 낭비라는 소리지.

내가 쥔 핸디드에서 빛을 먹어치우는 심연이 뿜어져 나오고, 곧 검은 아지랑이가 검은 도신을 만들어낸다.

그와 동시에 내 몸 사방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뿜어나오며 실베르트와의 전투 준비를 마친다.

그 짧은 준비 시간, 나는 핸디드의 검은 도신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그 순간 실베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국제 헌터 협회 건물의 2층에 있는 대회의실에는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100평 남짓 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방에는 긴 책상과 함께 제일 상석에 3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넓은 책상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국제 헌터 협회에서 각각 어느 한 부서를 맡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제 헌터 협회’의 실세들은 현재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국제 헌터 협회에 있는 3명의 상위 위원 중 두 명인 ‘알터. D. 도즈’와 ‘T. 월터’의 기 싸움을.

“그러니까 지금 그대 말은 ‘마프로스’가 우리 국제 헌터 협회를 배신했고, 얼마 전 일어난 ‘변이체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말 아닙니까?”

도즈가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한 듯 이야기하자 월터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무엇 하나 확정된 건 없지만, 그래도 의심은 해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월터의 말에 도즈의 표정이 더더욱 굳어졌다.

마치 대회의실 전체가 굳어버리는 듯한 느낌.

하나 그 속에서도 도즈의 기세를 받아내고 있는 월터의 겉모습은 평온했다.

“애초에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으면서 대회의에 그런 의제를 꺼내는 이유가 뭡니까, 월터?”

그래, 겉모습만.

‘너무 성급하게 던졌나?’

월터는 슬쩍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고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얼굴 근육을 잡아가며 도즈를 바라봤다.

무척이나 싸해진 주변의 분위기

월터는 사실 이번 일을 기회로 국제 헌터 협회에 내의 도즈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깎아 먹기 위해 도즈가 선을 대고 있는 SSS급 헌터, 마프로스를 물고 늘어졌다.

헌터 협회 내 정보부에서도 이번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사건부터 시작해, 은근히 ‘마프로스’의 행적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니까.

‘……틀림없이 적기라고 생각했는데.’

월터는 눈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즈를 바라봤다.

일부러 도즈가 마프로스의 관계를 끊어내기 전에 마프로스와 그를 엮으려 했지만,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탓인지 주변 인사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아니, 충분히 호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직 헌터 협회 내의 인사들은 알터. D. 도즈의 눈치를 보기에 바쁜 듯했다.

‘게다가…….’

월터는 슬쩍 시선을 돌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남성을 바라봤다.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 월터와 도즈를 포함한 국제 헌터 협회의 마지막 상위 위원인 ‘R. 메이슨’은 적어도 지금 이 싸움에는 끼어들지 않을 듯했다.

그렇게 싸늘한 침묵이 대회의실을 맴돈 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거 하나는 말해두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도즈의 입이 열렸다.

“총회의는 이미 헌터 협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확정받은 안건을 올려 토의하고 검토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아직 제대로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가져와 회의의 본질을 흐리는 행동은 삼가시길 바랍니다.”

누구처럼 말입니다.

도즈는 슬쩍 월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월터는 그런 도즈를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다시 한번 회의장을 훑고 난 뒤에야 도즈는 입을…….

푹!

……열었다.

“……어?”

조금 전까지 무척이나 세련된 가죽 의자에 앉아 있던 도즈의 심장부에는 검이 꽂혀 있었다.

“이게 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도즈는 검이 튀어나온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고, 이내 입가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낸 뒤.

쿠당탕!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이것 참, 제 변호를 해주셔서 몸들 바를 모르겠군요. 그 보답으로 조금 편하게 보내드렸습니다.”

마프로스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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